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e사람]e스포츠 10년차 변형태, “후회한 적 있냐고요?”

Talon 2013. 1. 11. 17:46

프로게이머가 아닌 코치로서 새 출발, 선수들과 공감대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


아주부 스타2팀 코치로 e스포츠에 복귀한 변형태.
공군 에이스에서 전역한 지 두 달 보름, 경기장 밖에서 변형태를 제대로 만난 것은 거의 27개월 만이었다. 바로 이틀 전 창단을 발표한 아주부 스타크래프트2 팀의 코치로서 인터뷰에 응한 28살 변형태는 흐른 세월만큼이나 몰라보게 성숙해져 있었다. 한창 군 생활 중일 때만 해도 살도 제법 찌고 피부 트러블도 있는 것 같더니 웬걸, 인터뷰 자리에는 눈에 띄게 말끔해진 청년이 기자를 반겼다. 변형태는 지난 주 화요일부터 선릉역 부근에 있는 아주부 본사에 주 2회씩 출근하는 중이라고 했다.

"합숙하기 전에 회사 분들 얼굴도 익히고 분위기에 적응하면서 선수들 관련 자료들을 보고 있어요. 이런저런 기사도 보고 우리 팀 선수들이 했던 경기들도 다 찾아보고, 창단 초기라서 작업할 게 많거든요."

늦은 저녁에 보낸 메일 한 통이 아주부와의 인연을 맺게 해줬다고.
사실 변형태가 아주부 스타2팀에 선수가 아닌 코치로 들어갔다는 소식에 팬들은 두 가지 반응을보였다. 계속해서 e스포츠 쪽 일을 한다는 것에는 반가움을 표시했지만, 공군 전역 후 미련 없이 선수 생활을 포기하는 모습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 변형태는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스타2로 전환이 되기도 했고 어느덧 저도 20대 후반이더라고요. & #160; 저 스스로 인생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전역 후에 CJ와 다방면으로 얘기를 해봤는데 잘 안된 것도 있고요. 선수가 아니면 코칭스태프라도 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잠깐 좌절했었죠. 그 때부터 정신이 번쩍 들었고, 당장 내 길을 찾아야겠구나 싶어서 여기저기 알아봤죠. 전역하기 전에 아주부 스타2 팀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임성춘 선배가 감독으로 선임됐고, 같이 할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을 봤어요. 개인적으로 친분은 없었지만 용기를 내서 메일을 보냈죠. 그런데 그날 저녁에 바로 전화가 왔어요. 고맙게도 저를 딱 찾고 있던 사람이라고 말해 주더군요. 이후에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변형태는 프로게이머 생활 9년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군 에이스에서 활동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변형태는 19살 나이에 데뷔해 꼬박 9년을 프로게이머로 살았다. 10년 가까이 한우물을 팠다는 것은 그게 어느 분야든 일가견을 이루기에 충분한 시간. 비록 선수는 아닐지언정 변형태가 e스포츠 업계를 떠나지 못하거나 떠나서는 안 될 이유이기도 하다. 지나온 세월에 대한 후회는 없었냐고 확인 차 물었다. 변형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제20대의 전부였잖아요.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인격적으로도 많이 성장했고 자존감도 생겼어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통해 어른이 된 거죠. 제 나이 정도 되면 친구들끼리 인생 얘기 많이 하잖아요. '우린 과연 똑바로 살아왔나'라는 질문에 누구보다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 바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었어요. 후회는 절대 안해요."

프로게이머, 혹은 프로게이머 출신들이 자리를 잘 잡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변형태가 입대했을 스타1 위주의 e스포츠 시장을 스타2가 서서히 잠식해 가는 타이밍이었다. 어쨌든 2년이 지난 지금 스타1 리그는 완전히 사라졌고, 블리자드 게임으로 프로게이머를 하는 이들은 모두가 스타2를 하고 있다. 혼돈의 시기가 지나면서 변형태가 몸담았던 세계 최초의 군인 프로게임단 공군 에이스도 사라졌다. 나름 정리는 됐지만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역하고 나서 동료들과 후배들을 많이 만났어요. 같이 술을 마시고 놀려고 해도 다들 걱정이 크죠. 다행히 성은이는 곰TV 해설자로 갔고 기효는 아프리카로, 저는 아주부 팀으로 왔지만 곧 전역할 임진묵, 고인규나 남아 있는 수현이, 정현이, 승현이, 구현이 등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부대 안에서 일반병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연습 시간을 준다고 들었지만 경모가 지금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것처럼 스타1만 하던 때에 비해 선수들의 고민은 끝나지 않고 있죠."

변형태는 공군 에이스 출신 선수들이 다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꼭 선수 복귀가 아니더라도 과거에 경력을 쌓고 이름을 알린 선수 출신들이 계속 활동을 해야 e스포츠도 더 전문화된 분야로 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가 한창 활동했던 때에 비하면 선수들은 아직도 e스포츠가 위기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선수들은 주위의 소문이나 변화에 대해 너무 걱정하고 휩쓸리면 안 될 것 같아요. 선수는 e스포츠의 기반이잖아요. 기반이 흔들리면 안되죠.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쌓고 팬들에게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발적인 노력 이끌어내는 코치 되고파, 중요한 건 선수들과의 공감대 형성

코치로서의 변형태는 선수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아주부 스타2 팀은 이제 막 생성된 팀이다. 앞으로 해 나가야 할 것들, 보여줘야 할 것들이 많은 신생팀에서 변형태가 그리는 코치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새로 만들어진 팀이라서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더 잘됐다고 생각해요. 원래 잘하고 있는 팀에 얹혀가는 것 보다 새로 만들어 가면서 인정을 받는 게 더 낫거든요. 물론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많겠지만 전 이게 더 좋아요. 또 아직 선수들을 지도하기 전이라서 확신할 순 없지만 최대한 좋은 성과를 내야죠."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선배이자 코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선수들이 믿고 따라오게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모든 선수에게 똑 같은 걸 요구하지는 않을 거에요. 억지로 시키지도 않을 거고요. 일단 어떤 길이 있는지 다 알려 주고 그 가운데 본인이 선택을 하게 만들 생각이에요. 우승할 수 있는 재목이 있고 어느 정도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신의 그릇에 맞게 가겠죠. 무엇보다 자발적으로 하는 게 능률적으로도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과의 합숙 생활이 들어가기 직전에 진행된 변형태 코치와의 인터뷰는 이 정도에서 끝내기로 했다. 약간은 편안해진 표정의 '광전사' 변형태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며 자신의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팬들이랑 만난 지가 굉장히 오래됐는데 인터뷰를 통해서 근황을 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게이머 생활을 그만뒀지만 아직도 길을 가다가도 알아봐주시는 분들을 종종 만나요. 그런 분들을 만나면 정말 반갑고 고마워요. 이제 스타2 코치 일을 하게 됐지만 선수 이상의 열정으로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혹시 또 모르죠. 제 공격본능이 언젠가는 저를 선수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도(웃음)."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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