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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빛의 티타임] 오버워치 리그 2019 MVP '시나트라' 제이 원, 노력으로 맺은 1년

Talon 2019. 12. 31. 12:02

2019년은 '시나트라' 제이 원에게 최고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버워치 리그 2019 시즌은 출범 시즌 때보다 참가팀이 8팀이나 늘어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했음에도 그의 소속팀인 샌프란시스코 쇼크는 스테이지 1 준우승, 스테이지 2 우승을 시작으로 그랜드 파이널 우승까지 차지했다. 한 시즌 동안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선수에게 수여되는 리그 MVP의 영예 역시 시나트라의 것이었다.

시나트라의 영광은 오버워치 리그에서 그치지 않았다. 오버워치 리그 종료 후 진행된 오버워치 월드컵 2019에서 3년 연속 미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로 선정됐고, 8강의 벽을 넘지 못했던 지난 두 해와 달리 올해 월드컵에선 작년 우승팀인 한국과 준우승팀인 중국을 모두 꺾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나트라는 이번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개인 MVP까지 수상해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시나트라의 영광은 자연스럽게 생겨나지 않았다. 2017년 9월 NRG와 15만 달러의 계약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팬들이 시나트라의 활약을 기대했지만 오버워치 월드컵 2017에서 보여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게임 내에서 다른 유저를 대하는 태도가 문제시 되기도 했다. 오버워치 리그 출범 시즌 당시 샌프란시스코 쇼크는 하위권을 맴돌았다. 시나트라 본인이 "그 때의 나는 이기적이고 악명이 높았다"라고 회상할 정도.

시나트라는 샌프란시스코 쇼크의 시스템 아래에서 선수이자 리더로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거듭했다. 시나트라의 노력은 우승 트로피와 개인 MVP 수상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선수 시나트라와 인간 시나트라로서 한층 성숙해진 그와 함께 2019년을 돌아보았다.

인터뷰에 앞서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시나트라: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제이 원이고, '시나트라'라는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9 시즌을 모두 마쳤습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내고 계셨나요
시나트라: 좋아요. 오버워치 리그를 마치고 오버워치 월드컵을 준비하느라 오프시즌이라고 부를 만한 때가 없었네요. 3주 정도 휴식하고 한국으로 전지 훈련을 왔어요. 그래도 한국에서 지내는 시간이 즐거워서 괜찮습니다.

2019년은 시나트라 선수에게 있어 정말 특별한 한 해일 것 같아요
그거에 대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너무 자만해지고 싶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굉장히 기뻤어요. 출범시즌 때 샌프란시스코 쇼크는 하위권 팀으로 분류됐는데 한 시즌 만에 우승을 차지하고 저도 MVP 자리에 올라서 좋습니다.

NRG와 15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유명세를 탔어요. 하지만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플레이로 비판을 받기도 했죠
물론 굉장히 아쉬웠어요. 커뮤니티의 반응이나 팬들이 저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들도 다 알고 있었어요. 더 잘해서 제 실력을 증명해야겠단 생각만 들었습니다. 선수로서, 그리고 팀의 일원으로서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오버워치에선 이기적으로 플레이할 수 없단 것을 깨닫곤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법을 배웠죠. 그러면서 실력이 많이 향상된 것 같아요.

샌프란시스코 쇼크는 스테이지 3부터 꾸준히 변화를 주려고 했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시나요
구조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네요. 시즌 내내 발맞춰서 하고 있단 느낌이 없었어요. 스크림을 한 후엔 숙소로 돌아가서 하고 싶은걸 하는 방식이었죠. 2019 시즌을 준비하면서 체계적인 구조와 연습 시간, 스크림 리뷰 시간이 정해지면서 팀원들 사이에 시너지가 생겼어요.

DPS지만 이번 시즌에 자리야로 굉장한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어떤 준비 과정이 있었나요
첫 시즌 후에 엄청나게 연습했죠. 하지만 자리야에 한해서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경쟁전 시즌3에도 자리야로 상위권에 랭크됐기 때문에 자신 있었어요. 팀원들과 합을 맞춰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2019 시즌 스테이지 4를 앞두고 메타가 크게 변화했는데 걱정되진 않았나요
그다지요. 둠피스트도 잘한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우리 팀의 로스터로는 어떤 메타가 와도 잘할 것이라 믿었어요. 전혀 걱정되지 않았어요.

오버워치 리그 2019 시즌 MVP를 받았어요. 솔직히 MVP 수상을 예상했나요
솔직히 말하면 기대했어요. 제가 받을 확률은 75%, 25%는 밴쿠버 타이탄즈의 '트와일라잇' 이주석이라고 생각했죠. 선수들 사이에서 리더로서 팀을 이끌었다는 부분과 자리야로 활약했다는 점 때문에 받지 않았나 싶어요.

리더십을 언급해주셨는데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악명이 있던 선수였는데 어떤 계기로 성장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나이가 들면서 성숙해지는 것도 있죠. 지금도 어리지만 철부지라고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샌프란시스코 쇼크가 새 시즌을 준비하며 갖춘 구조와 시스템이 개인적으로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특히 '크러스티' 박대희 감독님이 엄격하게 대해주신 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변화하지 않으면 팀플레이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셨죠. 게임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게임 내에서 팀원들을 이기적으로 다루지 않는 방법 등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이 자리를 빌어서 박대희 감독님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사랑합니다, 감독님. 그 뿐이에요. 

아쉬웠던 출범 시즌과는 달리 2019 시즌 스테이지 1부터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우승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시즌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내리라 예상했는데 스테이지 1에선 우승을 못했죠. 운이 없었어요.

스테이지 2에선 첫 스테이지 타이틀을 차지했어요. 기분이 어땠나요
그랜드 파이널에서 우승했을 때와 필적할 정도로 기뻤어요. 우리는 항상 지는 팀, 못하는 팀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밴쿠버 타이탄즈과 맞붙으면 이길 가능성이 적단 이야기를 들었죠. 스테이지 1에서 밴쿠버 타이탄즈에게 졌을 때가 팀에게 가장 큰 상처였을 거예요. 다들 울 것 같은 분위기였고 실제로 눈물을 흘린 선수도 있었어요. 그런 경험을 다시는 겪지 않기 위해서 사력을 다해서 준비했어요.

그렇게 치열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스테이지 2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걸까요
아마도요. 정말로 밴쿠버 타이탄즈를 쓰러트리고 싶었고 그 앞을 막아서는 누구든 다 꺾으려고 했으니까요.

스테이지 4 이후 진행된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애틀랜타 레인에게 패배했어요. 나름 충격이 컸을 것 같습니다
충격이었다기 보단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스테이지 플레이오프가 아닌 시즌 플레이오프라 긴장해서인지 굉장히 수동적으로 플레이를 했어요. 그 후엔 거침없이 돌격하면서 적을 쓰러트리는 데 집중했죠. 패배의 경험 때문에 이후 경기에서 '이 경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플레이하자. 연습 때처럼 하면서 경기를 즐기자'라는 마인드를 갖게 됐습니다. 경기 결과가 좋았으니 도움이 된 게 아닐까요? (웃음)

그랜드 파이널 우승을 확정 지은 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땐 어땠나요
가장 높은 무대에서 우승하는 것은 종목을 불문하고 모든 프로 선수들의 꿈이잖아요? 4세트는 벤치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우세한 상황이 펼쳐지자 눈물이 맺히더라고요. 꿈만 같았어요.

다같이 성공적인 한 시즌을 일궈낸 팀원들이지만 그 중에서 가장 감사한 사람이 있다면 누굴까요
'슈퍼' 매튜 델리시라고 하기엔 스포트라이트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웃음). '슈퍼'와 '스머프' 유명환이라고 하고 싶어요. 두 선수는 포지션이 같아서 한 명은 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벤치에 있게 되더라도 팀의 승리가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았거든요.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줬고, 두 선수 모두 어떤 것에 대해서 크게 화를 내거나 다른 선수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팀을 게임 외적으로도 많이 도와준 선수들이에요.

그러고보니 그랜드 파이널 우승 후에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에도 출연했어요
믿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저와 '슈퍼'는 항상 유튜브에서 그 토크쇼를 보거든요. 13살 때부터 봐왔던 토크쇼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았어요. 당시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투나잇 쇼에 출연할 정도로 유명해졌단 생각도 하셨나요
아뇨, 전혀요. 그래서 더더욱 꿈만 같았어요. 수많은 연예인들과 셀럽만큼 유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런 토크쇼에 출연해서 제가 무엇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말할 기회를 얻게 됐으니까요.

투나잇 쇼에서 부모님께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단 말을 크리스마스 시즌 즈음에 말했다고 했는데 요즘은 어떤가요
크리스마스 시즌엔 가족끼리 진솔하게 이야기하기 편한 분위기라서 그 때까지 기다렸어요. 제가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데 프로게이머가 되려면 조지아로 가야했거든요.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듣고요. 당시 코치님이 부모님과 세 시간 동안 통화하시면서 자신이 납치범이 아니란 것을 말씀하셔야 했어요. 결국 어머니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가서 한 주 동안 숙소에 지내며 안전하단 것을 확인하셨죠. 올해 그랜드 파이널 우승 후에 세리모니를 하면서 관중석에 있는 어머니를 봤어요. 내려가서 서로 끌어안고 울었죠.

오버워치 리그 종료 후 미국 대표팀 선수로 오버워치 월드컵을 준비했어요. 3년 연속 국가대표가 되니 어땠나요
이미 두 번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특별하진 않았어요. 첫 해엔 굉장히 특별했고, 두번째 해엔 좀 특별했던 정도였죠. 올해에는 '내가 또 여기에 왔다. 올해는 이겨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쇼크의 박대희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일부가 한국 국가대표로 선발됐어요. 상대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나요
오히려 한국팀을 더 만나고 싶었어요. 별 이유 없이 박대희 감독님과 같은 쇼크 선수들을 정말 꺾어보고 싶었어요. 재밌을 것 같았거든요.

미국 대표팀은 이전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8강을 뚫지 못했는데 올해는 뭔가 달랐던가요
그 당시의 저는 이기적인 선수였어요. 팀과 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없었고요. 올해는 어째서인지 어렵지 않게 우승할 수 있단 자신감이 있었어요.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무대에 오르기 전 팀원들에게 스크림에서 했던 것처럼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와 '슈퍼', '모스' 그랜트 에스피의 경험도 도움이 됐고요.

그룹 스테이지에서 한국 대표팀을 꺾었습니다
그룹 스테이지에선 모두가 같은 공간 안에 있었기 때문에 정말 크게 소리를 지른다면 다른 팀의 소리도 들을 수 있었어요. 우리가 한국 대표팀을 꺾고서 정말 기뻐서 소리를 질렀어요. 한국 대표팀을 꺾는다는 큰 목표를 이뤘던거죠.

결승전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함과 동시에 오버워치 월드컵 MVP를 차지했어요
저는 '코리' 코리 니그라가 받을 줄 알았어요. 미국 대표팀의 모두가 잘 했지만요. 오버워치 리그 MVP에 오버워치 월드컵 MVP까지 받는다는 건 정말 프로로서 목표로 삼을 만한 일이고 기쁜 일입니다. 투표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팀 소유주인 앤디 밀러는 선수 전원 재계약을 약속했고, 계약이 연장됐습니다. 우승 전력이 유지된 샌프란시스코 쇼크의 2020년 목표는 뭘까요
지금 샌프란시스코 쇼크의 로스터를 보면 메타의 영향을 받지 않고 굉장히 유연한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어요. 2020년에도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미 한 번 우승을 해봤기 때문에 우승하기 위해선 어떤 각오가 필요한지 알고 있단 점도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제가 경기를 할 때 다른 선수들이 절 두려워하고 경계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모든 팬들께 감사드려요. 여러분들이 있기에 제가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라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팬들이 없는 e스포츠는 없으니까요. 여러분들 덕에 제가 목표하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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