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모경민의 클로즈업] 조용한 변수, 2020 배그 e스포츠 선두로 떠오른 VRLU 기블리

Talon 2020. 4. 3. 11:34


2020년 PGS: 베를린 한국 대표 선발전의 주인공은 VRLU 기블리였다. VRLU 기블리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4위를 차지한 이후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폭발력을 과시해 순식간에 1위로 치고 올라섰다. 파이널 스테이지 경기는 많은 일 수로 치러진 것은 아니나, 마지막엔 이미 VRLU 기블리의 베를린행이 거진 확정된 상황이었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VRLU 기블리는 2020년 새롭게 결성된 팀으로, ‘람부’ 박찬혁을 비롯해 ‘히카리’ 김동환, ‘스피어’ 이동수, ‘데바’ 이성도, ‘플리케’ 김성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다른 팀에서 한 명씩 발탁된 팀으로 빠른 시일 내에 합을 맞추는 게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기블리는 마치 원래 있던 팀처럼 기민하게 움직였다. 전투와 새로운 동선에 거침이 없었다. 

이렇게 새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 기블리는 마지막 날 자신이 생각하는 강팀을 직접 저격하는 패기도 보였다. 익숙한 네 명이 모여 만든 새로운 스타일. 오더 박찬혁을 중심으로 뭉친 VRLU 리블리의 탄생 스토리와 PGS 선발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특이한 조합이 모였어요. 전에 있던 팀에서 한 명씩 뽑아 팀이 결성됐는데, 생각보다 정말 잘 맞았고 또 성과도 냈어요. 모인 과정이 어떻게 되며 모인 이후 어떤 생각을 했나요
‘람부’ 박찬혁: 처음에 대구에서 올라왔을 때 숙소에 두 명이 있어야 했는데 한 명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김동환 선수랑은 얘기를 나눈 적도, 게임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원래 온다고 했던 선수마저 없는 상황에서 아 이거 맞나? 싶었는데 이미 결정을 하고 올라와서 번복할 수는 없었고요. 그때 마침 ‘스피어’ 이동수 선수가 영문도 모르고 FA가 되어서 데려왔죠. 같이 맞춰본 적이 있는 선수니까 다루기 쉽겠구나 싶었어요. ‘데바’ 이성도 선수 같은 경우는 계속 못 올 거 같다고 이야기 하다가 로스터 마감날 갑자기 풀렸다는 거예요. 그럼 무조건 데려와야지 하고 데려왔어요. ‘플리케’ 김성민 선수는 테스트를 봤던 선수들 중에 제일 괜찮았어요. 제가 오더 감도 되찾기 전이었는데 김성민 선수는 팀에 빨리 적응하더라고요. 

일단 첫 번째로 성격이 유한 편이고 화를 내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각자 다른 팀에서 모인 다섯 명이 맞추다보니 처음엔 스크림 성적이 안 나왔거든요. 근데 다들 자기 걸 조금씩 내려놓고 맞추다보니 다른 팀에 비해 빠르게 맞춰진 게 아닌가 싶어요. 
‘데바’ 이성도: 저는 모였을 때 보고 저만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스피어’ 이동수: 연습할 때 느꼈어요. 최소 5등은 하겠다고. 근데 그것보다 결과가 더 잘 나오더라고요. 
 


각자 활동하던 곳에서 한 명씩 모인 거잖아요. 어떤 점이 크게 변화해서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요
이동수: 일단 팀원들과 성격이 잘 맞아요. 서로 비슷비슷해서 싸울 일도 없고. 숙소 환경도 좋아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기 때문에 성적이 잘나오는 거 아닐까 싶어요.
이성도: 일단 숙소 밥이 맛있어요. 회사에서 지원도 잘 해주시고. 또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 때마다 더 잘해주세요.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우리 명장 이준호 코치님이 계시잖아요.

PGS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1등으로 베를린행 티켓을 가져왔어요. 혹시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나요
박찬혁: 대회하기 전에 스크림 성적은 굉장히 안 좋았어요. 저희는 스크림 임하는 마인드가 ‘맞아보자’예요. 맞고, 죽어보고, 다시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거요. 스크림은 성적이 좋아봤자 의미가 없거든요. 경기에선 4등 안에만 들어가자는 마인드로 했는데 하다보니 이런 저런 운도 따라서 점수 쌓았어요. 

그런데 4등만 하자는 마인드 치고는 플레이가 굉장히 공격적이고 변칙적이었다고 생각해요
박찬혁: 전에 하지 못했던 걸 해 보고 싶었어요. 전, 전 팀인가. 맨 처음 오더를 쥐었을 당시 제가 풀었던 팀 스타일을 적용하는 팀이 없었어요. 그래서 올해 다시 오더를 쥐었을 때 그 스타일을 가져오면 꿀을 빨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스매쉬 컵부터 다른 팀도 비슷한 운영을 펼치더라고요. 그래서 오더와 운영의 가지를 늘려야겠구나 싶어 계속 공부 중이에요. 

혹시 박찬혁 선수의 오더와 상충하는 의견이 있거나, 인게임에서 부딪힌 적 있는지 궁금해요
‘히카리’ 김동환: 다른 부분에 대해선 잘 모르겠고, 플레이 내적으로 이건 이렇다 말하면 스스로 걸러 듣더라고요. 소통이 잘 되는 편이라 크게 부딪힌 적은 없어요.


또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죠. PGS: 베를린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T1을 저격했어요. 당시 상황을 알고 싶어요
이성도: 일단 미라마 랜드마크가 T1과 가까워요. 저희가 먹는 자리도 있지만, T1이 게임을 잘하다보니 저희가 뺏기는 부분도 있어요. PGS에 같이 가면 방해가 될 거 같더라고요. 에란겔에서 비행기 방향을 보니 그쪽으로 내릴 것 같다 싶어 같이 내리니 T1도 다 같이 내려서 멸망전 펼쳤죠.
박찬혁: 그것도 어떻게 보면 전략적인 수잖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강팀을 견제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원래 T1 저격할 거라고 정해둔 건 아니었는데 폼이 좋은 팀, 최근 잘하는 팀을 생각해보니 T1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리고 작년 PGC도 고려했어요. 저는 세미파이널에서 탈락했는데 T1은 그랜드파이널까지 올라갔으니까. 개인적인 복수심이 아니라 저보다 잘한다는 지표잖아요. 베를린 가서 T1이 성적을 못 낸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이 팀을 떨어트려야겠다 생각했어요. 내리는 거 보니까 T1도 예상한 눈치던데요.

그렇다면 선발전이 아닌 PGS: 베를린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쓸 수 있겠네요. 아니면 다른 전략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박찬혁: 작년 세계대회와 올해 한, 중전 이벤트 매치에 참가하면서 느낀 건데 해외 팀은 게임에서 굉장히 넓게 자리를 먹는 걸 좋아해요. 초반에 그 부분을 저격하지 않을까요. 일단 중요한 건 해외 팀이 우리보다 잘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요. 실제로도 몇 팀 빼고는 그렇다 생각하고요. 무서워하지 않고, 우리만 완벽하게 하자고 주문하는 거죠. 플레이를 걱정하진 않아요.
 


작년에 PGC 올라갔던 게 기억에 많이 남으시나봐요. 그럼 PGS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팀이 있다면요
박찬혁: 저는 개인적으로 WTSG를 다시 만나고 싶어요. 저희가 동양판 WTSG거든요. 그리고 PGC 갔을 때 TSM에서 ‘Iroh’ 선수한테 맞기만 했어요. 다시 만나보고 싶네요. 제외하면 다 똑같은 거 같아요.

아쉽지만 스크림 시간이 다가왔네요. 짧은 인터뷰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다면 해 주세요
김동환: 새로운 멤버들로 새로운 팀을 꾸렸는데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응원해주시고 코로나19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이성도: VRLU 기블리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코로나19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함께 이겨냅시다 파이팅!
박찬혁: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PGS: 베를린 열심히 준비해서 한국의 빨간 맛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동수: 성적이 좋게 나왔어요. 그 성적 PGS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김성민: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고, 노력해서 꼭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응원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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