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란트

[김용우가 만난 사람] 라이엇게임즈 신지섭 팀장 "발로란트 한국 시장 적극적 투자할 것"

Talon 2020. 12. 26. 13:00

라이엇게임즈의 새로운 FPS 게임인 발로란트가 지난 6월 출시됐다. 게임 출시와 함께 시작된 발로란트 e스포츠는 코로나19의 악조건 속에서 클랜배틀부터 진행됐는데 최근 서울 롤파크에서 열린 '퍼스트 스트라이크'를 끝으로 2020시즌을 마무리했다. 

라이엇게임즈는 내년부터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Valorant Champions Tour)'를 진행한다.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는 '챌린저스', '마스터스', '챔피언스'로 나뉘는 데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피라미드 형식을 띄고 있다. 발로란트 e스포츠가 '퍼스트 스트라이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2021시즌을 앞둔 가운데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멀티게임 e스포츠 신지섭 팀장을 만나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서 멀티게임 e스포츠 팀에서 일하고 있는 신지섭 팀장이다. 멀티게임 e스포츠 팀은 리그오브레전드(LoL) 외에 라이엇게임즈의 새로운 신작인 TFT(전략적 팀 전투), 와일드 리프트, 발로란트 등 e스포츠 쪽으로 론칭하는 일을 하고 있다. 

- 최근에 발로란트 첫 번째 대회인 퍼스트 스트라이크를 마무리했다. 소감을 듣고 싶다
라이엇게임즈가 처음으로 제작하고 운영한 대회다 보니 많이 벅찼고 긴장도 많이 했다. 그렇지만 발로란트의 진미를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대회가 된 거 같아 만족스럽다. 사실 코로나19 펜데믹 때문에 대회 준비가 수시로 변화하다 보니 대응해가기가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아무런 일 없이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 대회가 끝나면 회사 내부에서 보고서를 통해 평가하는 걸로 알고 있다. 대회 이후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가?
내부에서는 굉장히 고무적인 대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발로란트 e스포츠의 잠재력과 폭발력을 내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가 됐다. 우선 대회 퀄리티 적으로 봤을 때 지금까지 했던 대회에 비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며 발로란트의 재미를 e스포츠로써 끌어냈다고 생각했다. 질적으로도 만족했으며 뷰어 십도 국내에서 있었던 발로란트 대회 중에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중에서 흥미로웠던 건 영어 방송을 만들어서 글로벌 채널로 송출했는데 해외 뷰어 십이 국내 뷰어 십보다 40% 이상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만든 대회다 보니 해외에서도 기대를 했을 것이다. 아직 한국 팀과 해외 팀, 특히 유럽 팀과 제대로 붙지 않아서 누가 잘한다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다른 종목에서도 한국 팀이 두각을 나타낸 것을 감안했을 때 해외 쪽에서도 비전 스트라이커즈 등 한국 팀에 대해 관심을 보인 거 같다. 

- 처음에 발로란트 e스포츠를 진행할 때 IP(지적재산권)을 구입한 뒤 대회를 개최하라고 해서 방송국에서 난감해한 거로 알고 있다. LoL과 다르게 다른 행동을 보인 이유는 무엇인가? 
글로벌적인 이야기인데 발로란트가 처음 나왔을 때 외부 오거나이저(organizer)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서부권에서는 우리가 예상한 거보다 더 많은 대회가 진행됐고 많은 팀도 창단됐다. 발로란트 e스포츠 콘텐츠가 많아진 것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생산적,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없을까라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팬들도 발로란트 대회는 많은 데 어느 대회가 중요한지 알기 힘들었을 거다. 대회가 많아지면서 서로 시너지가 나지 않으며 스토리도 만들어지지 않는 문제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회가 중구난방인 상황서 우리가 발로란트 퍼블리셔(publisher)로서 교통정리를 해야겠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론칭한 프로그램이 발로란트 이그니션 시리즈(VALORANT Ignition Series)였다. 우리가 하는 대회는 아니지만 하나의 브랜딩으로 묶고 어느 정도 레벨의 퀄리티를 보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팬들이 봤을 때는 라이엇게임즈가 인증하고 홍보하는 대회이기에 더욱 챙겨볼 수 있게 됐으며 팀 입장서도 대회 참가의 중요성을 느겼을 거로 생각했다. 사실 IP의 대가에 대해선 수익을 낸다는 목적은 없다. 금액이 크지도 않았으며 파트너사로부터 진지하게 임하도록 하는 목적이 강했다. 다만 대회 슬롯이 제한적이다 보니 어느 정도 기준이 필요했던 건 사실이다. 

- 최근 클라우드 나인 코리아와 T1 한국 팀이 해체를 발표했는데 LoL에서 도입한 1기업 1팀 제도 때문인 거로 알고 있다. LoL도 1기업 1팀 체제를 대회가 만들어지고 난 뒤 2~3년 뒤에 도입했는데 발로란트는 시작과 함께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정성' 때문이었다. 하나의 기업 혹은 개인이 여러 팀을 소유했을 때 경쟁하는 e스포츠 생태계에서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팬들에게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팀 입장서는 잘못된 유혹을 받을 수 있기에 그런 걸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LoL에서는 2015년에 리그제를 도입했고, 2016년에는 LCK를 출범시켰는데 불가피하게 금지한 게 형제 팀 제도였다. 팬들 입장에서 봤을 땐 하루아침에 팀이 공중분해 되고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걸 봐서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아픈 경험을 발로란트에서 주고 싶지 않았다. 앞서 말한 T1이나 클라우드 나인은 북미 지역에 형제 팀이 있기 때문에 비슷한 과정을 거친 거 같아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초반에 바로 잡아야 나중에 풀기 어려운 일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선제적으로 접근하게 됐다. 

- 오버워치도 그랬지만 신규 게임이 e스포츠로서 성공하기 위해선 앞서 나간 팀과 쫓아가는 팀의 격차가 좁혀져야 한다고 한다. 퍼스트 스트라이크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어떻게 지켜봤는가? 
지금까지 대회서 비전 스트라이커즈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서 달라진 점은 비전이 우승을 차지했지만 다른 팀의 수준도 향상됐다는 점이다. 어떤 경기를 봤을 때는 "어~ 비전 스트라이커즈가 지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아마추어 대회부터 클랜배틀까지 많은 대회 개최를 통해 팀들을 경쟁시켰고, 연습하면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앞으로 많은 팀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 퍼스트 스트라이크 첫날에 관중을 입장(40명, 전체 관중의 10%)시켰는데 오버워치에서 넘어온 선수를 보기 위해 찾은 팬들이 많았던 거 같다. 잘 준비한다면 오버워치 에이펙스 시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로 생각된다 
대회 첫날에는 참가한 팀 중에 오버워치에서 넘어온 선수가 많았다. 기존의 팬층이 있다 보니 경기장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 거 같다. 원래 40명이 아닌 더 많은 관객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가 악화되면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도 계속 강화됐다. 그러면서 관객 수가 줄어서 10% 밖에 받지 못했다. 2일 차부터는 무관중으로 전환됐지만 예매했던 대부분의 경기는 매진이었다. 코로나19 제약만 아니었으면 더 많은 팬을 즐겁게 해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 관계자들은 발로란트의 PC방 점유율(0.57%, 12월 3주 차 기준)이 낮아서 망한 게임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퍼스트 스트라이크를 보면서 e스포츠에서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담당하는 분야가 e스포츠다 보니 게임의 흥행이나 인기를 말하는 거보다 우리가 발로란트 e스포츠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게 더 나을 거 같다. 발로란트가 PC방 점유율이 상위권에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플레이어 수를 봤을 때 e스포츠를 못 할 정도는 아니다. 한국은 플레이어 수를 떠나 전략적으로 가치가 높은 시장이다. 훌륭한 방송사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인적 자원도 수준이 높다. e스포츠에 대중적인 브랜드, 기업 등이 투자하고 있다. 그러기에 라이엇게임즈가 한국 발로란트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거라고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발로란트가 CS:GO와 같은 13라운드 승리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퍼스트 스트라이크에서도 제기된 문제이지만 한 경기당 시간이 길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게임 시간이 길고 짧은 것에 대해선 개발 부분이며 e스포츠적으로 논할 건 아니다. 그렇지만 e스포츠 관점에서 봤을 때 13라운드 메커니즘에 대해선 부정적 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라운드 수가 있어야 준비된 세트 플레이와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라운드 수가 적으면 13대0, 13대1처럼 일방적인 경기가 나올 수 있다. 발로란트는 스노우볼이 누적되기보다 총기를 다시 구입하는 등 라운드를 리셋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는데 라운드 수가 적게 된다면 게임 플레이가 단조로울 수 있다. 라운드가 줄어든다면 텐션이 높아질 수 있지만, 깊이 있는 플레이는 나오지 않을 거로 생각된다. 

- 추가 질문을 한다면 퍼스트 스트라이크 2일 차서 오후 5시에 시작했는데 다음 날 새벽 1시에 종료됐다고 한다. 나중에 리그가 진행된다면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합당한 지적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팬들과 선수들에게도 좋지 못하다. 또 일하는 스태프에게도 가혹하다. 다만 2일 차에 2경기가 진행됐는데 연장전 등 경기가 길어진 측면은 있었다. 퍼스트 스트라이크에서는 세트 간 사이 작전 타임이나 전후 콘텐츠(분석 데스크 등)가 붙어 있었는데 방송 시간을 줄일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거 같다. 그리고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이 시청 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한 방법(예를 들어 하루 2경기를 1경기로 조정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 2021년 발로란트 리그 계획이 공개됐다. 발로란트 챌린저와 마스터즈, 챔피언스로 나뉘는데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가?
내년에 라이엇이 진행하는 발로란트 리그가 출범한다. 전체 e스포츠 프로그램 이름을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로 지었다.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는 2021년 3가지 티어로 진행된다. 가장 아래 티어는 '챌린저스'이며 지역마다 진행된다. 두 번째 티어는 '마스터스'인데 중간급 글로벌 대회이며 시즌 중에 여러 번 열릴 예정이다. 챌린저스 상위권 대회가 모여서 대결하는 대회가 '마스터스'라고 보면 된다. '마스터스'에서는 서킷 포인트와 최종 선발전을 통해 '챔피언스'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한국은 서킷 포인트 1팀과 최종 선발전 진출권 1+가 배정되어 있다)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글로벌 대회를 열기가 쉽지 않기에 '마스터스'는 글로벌 대회보다 지역 결선의 느낌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챌린저스' 다음에 글로벌 대회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그렇지만 코로나19가 줄어든다면 우리가 의도한 대로 글로벌 대회로 진행할 예정이다. 권역별 결선도 생각 안 한 건 아니지만 지금으로선 지역 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쉽게도 챌린저스 다음에 글로벌 대회가 있어야 하는데 챌린저스 다음에 결선 느낌으로 마스터스가 진행될 거지만 코로나19가 줄어든다면 우리가 의도한 대로 글로벌 대회로 진행할 예정이다.(권역별 결승 전환에 대해선) 권역별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우리는 지역 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 발로란트가 e스포츠로서 성공하기 위해선 아마추어 선수 육성(풀뿌리 시스템)도 중요할 거 같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제일 중요한 건 두 가지인데 가장 먼저 대회가 충분하게 열려 선수가 검증받을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챌린저스'의 경우 예선을 고려한다면 1년 내내 타이트하게 일정이 구성되어 있다. 이 밖에도 커뮤니티 차원에서 아마추어 대회도 진행해 선수들이 기회를 잡고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한다. 

두 번째는 팀에 대한 지원이다. 2021시즌을 앞두고 '발로란트 파트너팀 제도'를 론칭할 예정이다. 제도의 취지는 팀을 지원해서 e스포츠 전문성을 가진 회사나 굵직한 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한 게임단들이 안정적으로 발로란트 팀을 운영하도록 하며 선수들도 권익과 복지, 보상 수준을 높이려고 한다. 그걸 위해 내년 초까지 팀들로부터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팀들의 영향, 전문성, 과거 성적, 앞으로 계획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8개 팀을 선정하며 파트너 팀에는 지원금(5천만 원)을 준다. 지원금은 분할로 지급해 우리가 원하는 요건과 자격에 대해 팀이 지킬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더불어 마케팅을 펼쳐 선수와 팀 브랜드가 높여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하고 싶은 말은?
한국에서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으며 아직 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둘 인재가 있다. 그런 건 팬들의 사랑과 지지가 필요하며 라이엇게임즈도 말이 아닌 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펼쳐 많은 기업이 들어와 풍족한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라이엇게임즈도 투자해 한국 시장을 키워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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