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창간 특집]‘로코도코’ 최윤섭과 ‘폭군’ 이제동의 특별한 만남

Talon 2013. 4. 20. 09:10

'JD & LOCODOCO' 전혀 다른 성격의 두 프로게이머, 친구가 되다


포모스 창간 6주년 특집 인터뷰를 계기로 만난 두 사람.
포모스가 창간 6주년 특집으로 아주 특별한 인터뷰를 준비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와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의 아이콘 '로코도코' 최윤섭과 '폭군' 이제동의 만남을 주선한 것.

이전에도 '클라우드 템플러' 이현우(CJ 프로스트)와 '총사령관' 송병구(삼성전자)가 만난 적이 있지만 이제동과 최윤섭은 그 둘과는 달리 동갑도 아니고 공통점이 거의 없는 선수들이다.

이번 만남이 의외일 수도 있지만 사실 최윤섭은 스타크래프트를 굉장히 즐겨 봤던 'e스포츠 키드'였고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바로 이제동이었다고 한다. 아침부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기다렸다는 최윤섭과 '로코도코'를 검색해 보고 생각보다 너무 유명하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는 이제동, 그 둘의 만남이 지금부터 시작된다.

인터뷰 시작부터 이제동에게 큰 관심을 보인 '로코도코' 최윤섭.
포모스 : 먼저 포모스 창간 6주년 특집으로 마련된 더블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합니다. 두 분은 서로 알고 있던 사이였나요?

최윤섭 : 이제동 선수는 저를 몰랐겠지만 저는 잘 알았어요.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했고 제가 이제동 선수 완전 팬이었으니까.

이제동 : 저는 다른 게임을 안 하다 보니까 LOL을 잘 몰라요. 그래도 로코도코라는 이름은 익히 들었죠. 인터뷰 하러 오는 도중에 검색해봤더니 엄청 유명하던데요?

포모스 : 지금 서로 띄워주기 하는 거 아니죠?

최윤섭 : 제가 1년 전에 포모스에서 매라랑 인터뷰 한 거 있는데 그 때 보면 제가 이제동 선수 얘기한 거 있어요. 증거가 포모스에 있다고요! 당시에 MiG 플레이 스타일이 스타로 치면 이영호선수를 닮았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그 때도 저는 이제동 선수 스타일이 좋다고 했단 말이에요.

이제동 : 로코도코 선수 갑자기 급호감이네요(웃음).

신기한 듯 최윤섭을 바라보는 이제동, '귀엽네요 로코도코 선수'
포모스 : 바쁜 스케줄을 쪼개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마워요. 각자의 근황이 궁금한데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최윤섭 : 지난 번에 LG-IM이랑 2:0이 나왔어야 할 게임이 1:1 나와서 암울했는데 지금은 멘탈 챙기면서 열심히 연습 중이에요.

이제동 : 박용운 감독님이 새로 오시면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잘 연습하고 있어요. 프로리그는 그렇고 최근에 블리자드에서 WCS 방식으로 개인리그 방식을 개편했잖아요. 앞으로 많은 대회들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포모스 : 종목은 다르지만 연습에 열심인 것은 같군요. 로코도코 선수는 이제동 선수를 잘 알고 있었다고 했지만 실제로 만나 보니 첫 인상이 어때요? 또 이제동 선수가 본 로코도코 최윤섭의 첫인상은?

이제동 : (물끄러미 바라보며)되게 귀여우시네요(웃음).

최윤섭 : 미국에서는 'Jaedong stare' 가 굉장히 유명해서 되게 무서울 줄 알았어요. (여기서 잠깐! Jaedong stare란 이제동 특유의 강력한 눈빛을 표현한 것으로 해외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는 Jaedong's death stare 즉, '죽음의 응시' 라는 표현까지 쓰였을 정도) 예전에 이성은 선수가 이제동 선수를 상대로 배틀크루저를 뽑았었는데 그 이후에 이제동 선수다 다시 앞마당에 해처리 막 짓고 무서운 표정 지을 때가 생생히 기억나요. 그런데 지금 만나 보니까 밝은 것 같아서 신기했어요.

팬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듯 최윤섭은 이제동의 경기를 거의 대부분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바로 옆에 앉은 이제동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로코도코의 눈빛은 마치 동경하던 프로게이머를 만난 한 명의 소년팬과도 같았다.

이것이 바로 'Jaedong stare'
이제동 : 로코도코랑 같이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팀원들한테도 물어보고 검색도 해봤어요. LOL 선수들 중에는 거의 최고인 것 같던데요? 또 제 친구들이 LOL을 되게 많이 해요. 실제 친구들이요(웃음). 그 친구들 사이에서는 로코도코 선수의 인기가 엄청 많죠.

최윤섭 : 그건 다 쓸데 없는 인기에요. 이제 진짜 잘해서 인기 얻을 거지만.

문득 두 명의 프로게이머를 보면서 서로 종목이 바뀌었다면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이제동이 LOL을 하면 잘할 수 있을까? 또 최윤섭이 스타크래프트에 도전했다면 어땠을까?

포모스 : 서로 게임을 바꿔서 했으면 잘했을 것 같아요?

최윤섭 : 롤 선수들이 모이면 맨날 그 얘기 했어요. 이제동, 이영호가 LOL 했으면 어땠을 거 같냐 고. 이제동 선수는 저그전을 엄청 잘했잖아요. 개인 콘트롤도 좋은데 심리전까지 잘하니까 탑 아니면 정글이 어울릴 것 같아요. 어쌔신류 챔피언도 되게 잘할 것 같고. 이영호 선수는 거리재기 잘하잖아요. 테란이라는 종족 자체가 거리재기니까. 그래서 원딜에 어울릴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영호 같은 원딜이 있으면 같이 하는 서포터가 멘탈 붕괴됐을 거 같아요. 스타에서도 진짜 잘하는 선수 2:2 안 시켰잖아요. 이영호 선수를 받쳐줄 만한 선수를 찾기도 힘들 거 같고.

포모스 : 아무래도 게임이 달라서 단정 짓기가 어렵긴 하죠. 장르 자체가 다른 게임이니까. 그래도 재미있네요.

이제동 : 저는 LOL이 재미있다는 얘기는 하도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지만 게임을 해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이제동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던 로코도코 최윤섭.
최윤섭 : 이제동 선수는 노력의 끝판왕이잖아요. 정말 많이 노력해서 정상까지 올라간 걸로 아는데 재능이랑 노력 그런 것들에 대해 듣고 싶어요.

이제동 : 전 그렇게 재능이 있는 편은 아닌 거 같아요. 노력을 많이 했죠. 한창 열심히 했을 때는 한달 기준으로 하루도 안 쉬고 게임을 했던 적도 있는 것 같아요. 외출도 안하고. 그 때는 게임이 정말 좋아서 쉬는 시간에도 밥 먹고 나면 바로 컴퓨터 앞에 앉고는 했어요.

e스포츠 관계자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제동이 보여준 노력은 엄청났다. 이제동이 오래 몸담았던 화승 오즈는 한때 프로게임단 중 가장 혹독한 연습을 소화한다는 소문이 자자했지만, 그 안에서도 스스로 연습시간을 늘렸던 것이 바로 이제동이다. 누가 시킨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닐 뿐더러 철저한 자기관리가 되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이제동 :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 목표가 거창하거나 그러지도 않았죠. 그저 당장 앞에 있는 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장 내일 나와 싸워야 할 상대를 생각하고 이기고 싶었고, 스타리그를 한 번 우승하면 다음 목표는 스타리그 2회 우승자가 되고. 그런 식으로 고삐를 풀지 않고 달렸던 거죠.

최윤섭 : 역시 대단해요. 저도 처음 들어왔을 때는 가장 먼저 눈을 뜨고 가장 늦게 감았다고 자부하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화되니까 약간 느슨해진 것 같아요. 그런데 저 이번 시즌 정말 우승하고 싶거든요. 제동이형 말 들으니까 진짜 그렇게 노력해야겠어요.

숱한 우승 뱃지와 골든마우스까지, 엄청난 커리어를 쌓은 이제동.
이제동 : LOL은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라서 조금 다를 것 같아요. 로코도코 선수는 승부욕이 강한 것 같은데 스타크래프트는 지더라도 내가 못해서 진 거니까 오히려 편한데 LOL의 경우는 내가 잘했는데도 경기에서 지면 그런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클 것 같아요. 진짜 멘탈이 중요하겠는데요?

최윤섭 : 원래 이 게임이 리그 오브 레전드가 아니라 '남탓 오브 레전드'라는 얘기가 있어요. 그래도 요즘은 많이 나아졌어요. 그런데 제가 오늘 제동이 형이랑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아침부터 완전 들떠있었어요. 그런데 팀원들 중에 누군가가 저보고 정신 차리라고 하면서 너는 한창 뜨고 있고 이제동은 이제 지는 별이라고 그랬어요. 그런데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이제동 선수는 해놓은 게 많고 그에 비하면 저는 아직 시작도 안 한 거죠.

이제동 :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 굉장히 자극을 받아요. 그래도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되고 내가충분히 다시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요. 물론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그 정도의 노력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을 하면 거기에 근접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최윤섭 : 그런데 평소에 운동 많이 하세요? 스타 선수들은 축구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저도 운동해야 할 것 같아서 얼마 전부터 헬스 다니기 시작했거든요.

이제동 : 네. 헬스랑 축구 많이 해요. 그런데 박정석 감독님이면 연습 많이 하겠네요?

최윤섭 : 그렇긴 한데 팀연습 시간은 정해져 있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죠.

기다렸다는 듯 여자친구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최윤섭 : 그런데 이제동 선수는 프로게이머 하면서 여자친구 있었던 적 있어요?

귀를 쫑긋하고 이제동의 얘기를 듣던 최윤섭이 이번에는 기자도 하지 못했던 돌직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바로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낸 것. 바로 이거다! 로코도코 파이팅! 인터뷰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동 : 있긴 했죠. 아주 짧게. 지금은 여자친구가 없지만 요즘에는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긴 해요. 힘들 때 내조를 해줄 수 있는 여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마 여자친구가 있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여태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내린 결론은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에요.

최윤섭 : 그래도 만약 사귄다고 하면 게임판에 있는 사람이 좋아요? 아니면 아예 모르는 사람이 좋아요? 그러니까 제 말은 저는 아이디가 로코도코지만 이름은 최윤섭이잖아요. 그런데 최윤섭을 모르고 로코도코로 처음 저를 아는 여자들도 있잖아요. 그런 경우?

선배로서 여자친구에 대한 조언도 솔직하게 얘기해 준 이제동.
이제동 : 로코도코 선수의 가치를 높이고 싶다면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이 생길 텐데 여자친구도 거기에 포함된다고 봐요. 사실 저도 예전부터 그런 적이 굉장히 많았어요. 팬레터를 받으면 전화번호가 적혀 있기도 하고 다가오는 분들도 있었죠. 저도 남자니까 당연히 여자친구도 사귀고 싶고 그럴 때마다 고민한 적도 있지만 제 팬이라면 그 사람에게 끝까지 선수로 남는 것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해요.

최윤섭 : 저 오늘 한 여자를 울리게 될 것 같아요. 이제동 선수 때문에.

이제동 : (당황하며)아니, 아니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적당히 융퉁성 있게 하라는 거에요.

포모스 : 역시 이제동 선수네요. 저도 단순히 여자친구가 없어서 팬들 중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보다 고 그러는 것 보다는 성공해서 건 별로 좋지 않다고 봐요. 예전에 이제동 선수가 이상형을 이연희라고 한 적이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이제동 선수가 프로게이머로 성공해서 이연희 씨랑 당당히 사귀는 모습도 상상해 봤는데 보기 좋더라고요. 일단 자기가 하는 일에서 최고의 위치가 되는 게 중요하겠죠.

최윤섭 : 그래요? 그럼 난 낸시랭이랑 사귈래.

이제동 : 정말 재미있는 친구네요(웃음).

최윤섭 : 저도 낸시 랭이 이상형이거든요. 성격도 저랑 비슷할 것 같고. 그런데 얘기 들어 보니까 낸시 랭 만날 때까지 게임만 해야겠네요.

서로의 공통점. SNS를 통한 팬들과의 소통.

로코도코가 이상형이라고 밝힌 낸시 랭. (사진=낸시 랭 트위터)
이제동 :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가끔 해요. 예전에는 프로게이머도 공인으로서 주는 신비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미니홈피도 일부러 안 꾸몄어요. 그게 저를 더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죠. 특히 해외 팬들한테는 더욱.

최윤섭 : 사실 저는 팀에 들어가는 조건 중에 하나가 트위터 금지였어요. 원래 막눈이랑 누가 먼저 팔로워 만명 넘는지 경쟁하고 있었는데 역전당했어요. 그런데 트위터를 안 하니까 그만큼 연습 시간이 더 많아지긴 하더라고요. 박정석 감독님이 무슨 생각이 있으니까 그러신 거겠죠.

포모스 : 페이스북은 하는 것 같던데?

이제동 : 페이스북에서 친추하죠. LOL 프로게이머들은 어떤지 게임 외적인 부분이 궁금해요.

최윤섭 : 좋아요. 제가 다 알려줄게요. 잘하는 플레이어들이 바로 프로게이머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아직 체계도 안 잡혔고 문제가 많죠. 카더라 통신도 거의 다 사실이고. 좋게 보면 그만큼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포모스 : 최윤섭 선수가 영어를 잘 하니까 SNS에서도 영어로 대화하면 좋겠네요.

최윤섭 : 이제동 선수 팀 안에 외국 선수들도 있잖아요. 영어로 대화해요?

이제동 : 하죠. 깊이 있는 대화를 못해서 그렇지(웃음).
최윤섭 : 그런데 미국에서 영어 배운 사람이 가르치기 어려워요. 어쨌든 우리 페북 친구해요.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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