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1의 가장 큰 로망은 단연코 대규모 전투에서 압도적인 물량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경기일 것이다.
특히 프로토스는 대규모 전투를 통해서 불리한 게임을 역전하는 남자의 로망을 실현하는 종족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스타人 이즈백'에서 만난 선수는 끝없이 나오는 물량을 바탕으로 화끈한 프로토스의 진수를 보여줬던 '괴수' 도재욱이다.
미스터리 했던 그의 물량 비결과 현역 시절 명경기,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 파헤쳐 봤다.
- 안녕하세요. 최근 근황 소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최근에는 개인 방송 진행하고 있고 유튜브도 운영하고 있어요. 유튜브 같은 경우에는 최근에 10만 구독자를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개인 방송하면서 대회도 참가하고 있어요. 지금 현역은 아니지만 아프리카에서 ASL 대회를 열어주거든요. 그래서 그런 대회 참가하면서 현역은 아니지만 현역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 프로게이머 데뷔를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프로게이머를 데뷔했던 게... 일단 솔직히 처음에 프로게이머를 할 마음은 없었어요. 없었지만 처음에는 그냥 스타가 재밌었어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처음 스타를 재밌게 했던 이유가... 그냥 지난 일이니까 말하자면 어릴 때 집이 조금 가난했어요. 그런데 스타에서는 똑같이 일꾼 4마리로 시작하니까 그런 점이 너무 좋아서 스타를 재밌게 했어요. 그래서 재밌게 하다 보니까 스타를 너무 잘해진 거예요.
그래도 대회를 나갈 마음은 없었어요. 그러다 SK 텔레콤 연습생 선발전 대회가 있었는데 그때 같이 게임을 하던 형 중 한 명이 그거를 신청했고 저는 신청을 못 했어요. 근데 신청자 이름을 제 이름으로 바꿔줬어요. 그래서 그 형 덕분에 SK 텔레콤에 들어갔던 것이나 마찬가지죠.
- 현역시절 별명이 '괴수'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괴물 같은 물량을 생산하는 플레이로 인해 붙은 별명인데 도재욱의 물량만 남들보다 유독 많은 비결은 무엇인가요?
요즘에도 그런 얘기가 진짜 많아요. 일단 저는 맨 처음에 보고 배웠고 좋아했던 게이머 형들이... 뭐 지호 형, 정석이 형, 그리고 이제 박정길 형님도 있고 그랬어요. 그래서 그 형들 보면서 너무 형들과 같은 스타일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물량을 생산하는)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저만의 일꾼 숫자 조절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아요. 그 점이 좀 컸던 것 같아요.
- 다른 프로토스 선수들은 리버나 커세어, 캐리어와 같은 고급 유닛 활용이 뛰어나 유명한 경우가 있는데 도재욱 선수는 질럿, 드라군이라는 기본 유닛을 자주, 잘 사용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 유닛들을 주로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도 최근에는 좀 더 화려한 플레이를 보고 배우고 하지만 솔직히 원래 프로토스하면 질럿, 드라군 기본 유닛이 가장 꽃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스타일을 좋아했고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 질럿, 드라군 위주의 플레이를 좋아하다 보니까 제가 자주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 테란전 승률이 역대 모든 프로토스 선수 통틀어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테란전에서 특출난 경기력을 많이 보여주셨는데 테란전에 강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테란 전하면 제가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런데 아무래도 테란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요. 왜냐하면 테란이 약한 타이밍이나 병력 움직임 같은 것을 제가 잘 알고 있어요. 그런 점이 테란전 고승률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 반대로 테란전에 비해서 저그전은 다소 약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저그에게 약점을 보였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무래도 저그전은 질럿, 드라군 만으로는 안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저그전은 조합이나 견제 이런 것들이 좀 더 가미가 돼야 하는데 현역 때에는 그런 부분이 많이 약했었던 것 같아요.
- 프로토스 동족전 최다연승, 테란전 최다 연승 공동 1위, 프로리그 개막전 전승과 같이 연승 기록을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연승 기록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또 그만큼 기복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잘되는 시기에는 정말 다 이기고 어떤 경우에는 '패왕' 시절도 있었어요. 많이 지던 시절도 있었고 연패하던 시절도 있었죠. 이길 때에는 다 이기고 질 때는 다 지는 것 같아요. 기복이 좀 심한 스타일인 것 같아요.
- 재밌는 기록 중 하나로 '콜로세움'이라는 맵에서는 10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맵 별명도 '도로세움'입니다. '콜로세움' 맵이 다른 맵과 차이를 가졌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때 당시에는 제가 그 맵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계속 하다보니까 다 이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맵을 좋아하진 않았는데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제가 이기니까 계속 그 맵에 내보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하게 됐는데 하다 보니까 다 이기더라고요. 최근에도 한 번씩 그 맵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도 다 이기긴 하더라고요.
- 테란전 명경기로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단장의 능선'에서 변형태와의 경기입니다. 화끈하기로 유명한 두 선수가 만나서 끝없는 전투 끝에 역전한 경기로 유명했는데 화끈한 스타일의 게임을 즐겼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때 제가 기억하기로는 08-09 시즌은 저희가 결승 직행하느냐 마느냐 하는 경기였어요. 그때 제가 지면 결승 직행은 아니고 한 2등인가 3등 정도 되는 것으로 기억해요. 경기 초반에 제가 피해를 좀 많이 입어서 힘들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어떻게 하다 보니까 '잘 모아서 잘 싸우면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해서 열심히 해봤어요.
또 한 번 싸우다 보니까 기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싸우고, 싸우고, 싸우다 보니까 갑자기 역전이 돼 있었어요. 제가 대규모 전투에 자신이 있어요. 대규모 전투에 자신이 있다 보니까 유닛이 모이면 싸우고, 또 모이면 싸우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 또 다른 테란전 명경기로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서킷 브레이커'에서 이영호와의 경기입니다. 테란전에서 아비터를 이용한 교전 능력이 돋보였던 경기인데 아비터 활용에 뛰어났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 당시 그 시즌에 저희가 KT랑 되게 많이 티격태격했어요. 서로 도토리 던지고 도발도 하고... 이제 서로 미니홈피에다가 서로 팀 순위 사진 찍어서 도발하고 그랬어요. 그 경기가 KT와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였을 거예요.
그때 제가 이기면서 마무리가 됐는데... 일단 최고의 선수잖아요? 역대 최고의 선수니까 항상 (게임)하면 명경기가 나왔었던 것 같아요. 저희가 이기던 지던 명경기가 나왔어요. 그 경기는 '서킷 브레이커'에서 물량전으로 이겼었는데 솔직히 원래는 크게 자신이 없었어요. 자신은 없었는데 막상 붙어보니까 그 당시에는 이길만 하더라고요. 그때는 이길만해서 이겼던 것 같아요.
제가 아비터를 좀 잘 쓰게 된 이유가 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제가 아비터를 못 썼어요. 원래는 못썼는데 권오혁 코치님이라고 그 형 한테서 아비터를 많이 배우게 됐어요. 아비터가 딱 제 질럿, 드라군 운영에 마지막 신의 한 수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아비터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까 늘게 된 것 같아요.
- 현역 시절엔 아비터를 굳이 쓰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고 하셨는데 생각이 바뀐 것인가요?
네. 원래는 그랬었는데 이게 한계가 있더라고요. 아비터가 없으면 한계가 있어서 굳이 안 써도 이길 줄 알았지만... 써야겠더라고요.
- 경남-STX컵 마스터즈 2008 준PO '블루스톰'에서 허영무와의 경기는 "입스타도 이건 안 된다"라는 평가가 있었던 프로토스 동족전 명경기입니다. 불리한 상황을 한 번의 대규모 전투로 역전을 해냅니다. 이런 프로토스를 정파 프로토스로 분류하고 대표적인 정파 선수로 꼽히는데 정파 스타일을 추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때도 삼성에 도발하는 사이였어요. 서로 경기 이기면 반대팀 벤치에 가서 세리머니하고 이랬어요. 또 삼성이랑 도발도 많이 했었어요. 그 대회가 시즌 끝나고 이벤트전 같은 식으로 진행된 대회인데 제가 트리플 멀티가 한 번 깨지고 프로브가 한 부대가 잡혔었어요. 그런데도 역전을 했었죠.
저도 기억이 나는데 저도 (트리플 멀티가) 밀리면서 '아 지면 우리 벤치에 올 텐데' 이 생각밖에 안 했어요. 그래서 꾸역꾸역 버텼는데 버티다 보니까 조합이랑 전투로 이기게 됐어요.
제가 프로토스 동족전에서 정파 스타일을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프프전은 사파를 잘 못하겠어요. 왜냐하면 프프전은 같은 유닛 싸움이에요. 순간적인 판단으로 병력 나누고 이런 게 있잖아요? 제가 그런 부분은 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런 게 좀 어려워서 프프전은 정파가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요. 묵직한 힘 싸움이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 준우승했던 EVER 스타리그 2008 4강은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5전제에서 프로토스가 저그를 리버스 스윕 한 경기로 유명합니다. 리버스 스윕 자체가 희귀한 일인데 역상성인 저그를 상대로 해서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당시 어떤 감정으로 게임을 했었나요?
저는 그 당시 경기할 때 무조건 3:0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3:0이 아니더라도 3:2로 이긴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0:2 일 때도 어쨌든 3:2로 이긴다고 생각을 했었었어요. 원래 저는 5경기를 하면 제가 5:0으로 이긴단 마인드였어요. 당시는 뭔가 그냥 되게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스코어가 밀려도 딱히 위축되지 않고 '어쨌든 내가 이긴다'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 독특하고 유명한 별명으로 '도멘'이 있습니다. 어떻게 탄생한 별명인지 그리고 이 별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게 사실 별명이 생긴 이유가 스타 관련된 것이 아니고 제가 개인방송을 하면서 남녀 간의 관계에 대해 제가 몇 번 얘기를 하다 보니까... 이제 신도들이라고 하거든요? (신도들이) 생겨가지고 '아멘' 대신에 '도멘'이라고 해가지고 생긴 거예요.
이 별명 자체는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솔직히 스타판 별명중에 신을 가지고 있는 별명이 많이 없잖아요? 근데 어쨌든 간에 '아멘'이란 것 자체가 그런 거니까요. 그리고 동료 BJ들도 이제는 이름보다 도멘이라고 많이 불러요. 그래서 저도 이제 이름보다는 이게 편한 것 같아요.
- 지금 현재 많이 언급되는 말 중 하나로 '대회 전 도재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회 개막 직전에 경기력이 급상승해서 생긴 말인데 이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이게 제가 대회 전에 승률이 제일 피크를 찍어요. 예를 들어서 다른 전 프로게이머들이랑 게임해도 승률이 막 70% 나와요. 60%, 70% 이렇게 나오니까 사람들이 다 이제 '도재욱을 이길 사람이 없다', '우승 트로피 주고 시작해라' 이렇게 해가지고 생긴 밈이에요. 그만큼 대회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이 안 나와서 저도 좀 많이 아쉽긴 한데 일단 계속 도전할 생각입니다.
- 현역 시절 썸다운, 거울아 거울아 등 유명한 세리머니들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세리머니를 했었던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요?
썸다운 같은 경우는 그때 제가 좀 감정적이었어요. 왜냐하면 그전에 제가 한 번 도발을 당했고 도발당하고 졌어요. 다음에 만나면 꼭 복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썸다운은 약간 감정적으로 했었던 것이고 거울아 거울아 그런 세리머니 같은 것은 SK텔레콤 T1에서 정말 복지가 좋았던 점이 세레모니 상이 있었어요. 이제 (프로리그가) 한 시즌에 라운드가 5개 정도 있잖아요? 라운드 별로 꼽아서 세레모니 상을 한 50만 원 정도씩 줬어요. 그래서 다들 세리머니를 열심히 했었던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읽고 있을 팬들에게 남길 인사와 소감 부탁드립니다.
프로게이머를 은퇴한 지가 한 8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도 많은 분들이 좀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고 있어요. 팬이라고 해주시는 분들도 많았고 또 제가 (올해) 초에 가게도 오픈했었어요. 그런데 정말 팬분들이 가게에 많이 와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감사하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덕분에 제가 또 잘살고 있으니까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경기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앞으로도 제가 손이 허락하는 한 경기 열심히 참가할 거니까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출처 : MHN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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