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유료라서 더욱 기대되는 LOL 챔피언스 리그

e스포츠 결승전 사상 최초로 전 좌석 유료 지정 좌석제 시도

관중들로 가득 들어찼던 지난 해 롤챔스 스프링 결승전 현장.
e스포츠의 신성장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는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가 새로운 도전으로 업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온게임넷은 오는 6월에 있을 '온게임넷 LOL 챔피언스 스프링' 결승전을 앞두고 전 좌석을 유료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부분 유료 좌석제에 이어 e스포츠 사상 최초로 전 좌석 유료 지정 좌석제를 실시하기로 한 것.

온게임넷 결승전을 돈을 주고 가야 한다니 e스포츠를 오래 봐온 팬일수록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학생들 처지에서는 싼 가격도 아니다. 오는 16일부터 예매가 가능한 유료 좌석은 R석이 2만 5000원, S석 1만 5000원, A석이 7000원으로 책정됐다. 조기 예매 시 20%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영화나 연극, 콘서트 등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내는 비용과 얼추 비슷하거나 체감상 더 비싸다고 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팬들의 반응이다. '너무 비싸서 부담스럽다'는 얘기도 있지만 "LOL 정도의 파워라면 R석 5만 원에 판매해도 전석 매진될 듯", "결승뿐만 아니라 용산스튜디오에서 하는 경기도 유료 판매하면 나름 쏠쏠할 것 같다"는 식의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티켓 가격이 올랐는데 기분이 좋다니! 가격은 계속 오르겠지만 당연한 것이고, 그만큼 e스포츠가 하나의 '스포츠'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본다" 는 식의 감동적인 댓글도 있었다.

이는 e스포츠라는 문화 콘텐츠를 언제까지나 무료콘텐츠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업계 종사자들뿐 아니라 팬들까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관행을 깨는 것이 어려웠을 뿐 이러한 시도는 진작 선행됐어야 했다. 지나간 얘기지만 온게임넷 스타리그는 항상 만원사례였고, 대박 매치업이 나올 때면 팬들은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도 좋은 환경에서 경기를 보는 것을 장담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유저를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라이엇 게임즈가 온게임넷의 티켓 유료화에 동의한 것도 다시 생각해 보면 간절하게 원하는 이들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돈을 받고 티켓을 팔면 뭐가 좋은 걸까. 일단 가장 좋은 점은 표를 산 관객들이 정해진 자리에서 떳떳하고 편안하게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공짜로 관람했을 때는 경기장 환경이 열악해도 그러려니 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다. 그저 경기에 더욱 집중하고 마음껏 감동하면 된다.

온게임넷은 돈을 주고 경기를 보러 온 관중에게 보다 좋은 관람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도 생긴다. 경기장 환경이 좋아진다는 얘기다. 선수들 역시 자신들의 공연(?)을 관람하러 온 팬들에게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경기의 질이 좋아지면 좋은 기억을 갖고 돌아간 팬들은 다음 결승전을 위해서 스스럼없이 지갑을 열게 될 확률이 높다. e스포츠의 발전을 원한다면 이런 선순환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누군가 그랬다.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게 바로 '프로'라고. 다른 공연장에서도 공짜표가 남발되는 공연은 가치가 낮거나 형편없는 공연이라는 인식을 갖기 쉽다. 설령 좋은 작품이어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다. 바로 이전까지의 e스포츠 리그, 결승전이 그랬다고 하면 과언일까. '가왕' 조용필의 공연은 초대권이 없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물론 매진되지 않은 적도 없다.

사실 온게임넷이 전 좌석을 모두 팔아도 남기는 이득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으로 시도되는 '전 좌석 유료'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e스포츠에 자생적인 수익구조의 한 틀, 시작점이 된다는 것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지난 2012년 서머 시즌부터 부분 유료제를 도입한 LOL 챔피언스 결승전은 서머 시즌에 이어 지난 윈터 시즌까지 예매 시작 40분 만에 전석 매진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스프링 시즌 결승전 티켓 예매가 시작되는 5월 16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걸어본다.

-출처 : 포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