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란트

[박상진의 e스토리] 아프리카TV 채정원 부분장, 변화하는 e스포츠 제작 시장을 말하다

Talon 2022. 4. 27. 12:00

2022년 힌국 첫 발로란트 공식 리그인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 스테이지1'가 DRX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예선을 거친 8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 플레이오프는 서울 e스타디움에서 이름을 바꾼 아프리카TV 상암 콜로세움에서 대회 처음으로 관중과 함께 대회를 치렀다.

서울 e스타디움은 짧지 않은 시간 개점휴업 상태로 지냈다. 원 운영사인 OGN이 폐국되며 자연스럽게 서울 e스타디움도 함께 잠든 것. 하지만 이번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와 함께 이름을 바꾼 아프리카 TV 상암 콜로세움은 다시 한번 선수들의 열정과 함께 팬들의 응원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상암 콜로세움을 운영하는 아프리카TV는 두 번의 입찰 끝에 서울 e스타디움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첫 입찰에서는 서울특별시 소재 기업인 OGN에 밀려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단독 입찰로 진행하며 아프리카 TV의 세 번째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된 것. 과연 아프리카 TV는 어떤 이유로 삼성 프릭업 스튜디오와 잠실 아프리카 TV 비타 500 콜로세움에 이어 상암 콜로세움까지 활용하게 된 것일까.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에 이어 ASL 결승까지 마친 후 아프리카 TV 채정원 e스포츠&게임 콘텐츠 사업부문 부문장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 전 아프리카TV 상암 콜로세움에서 2022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 스테이지1 대회가 끝났습니다. 아프리카 TV의 새로운 경기장에서 처음으로 연 리그였는데, 상암 콜로세움을 사용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예전 서울특별시 임대 공고가 올라왔을 때 입찰했지만, 당시 서울특별시에 위치한 OGN과 같이 입찰하게 됐죠. 규정상 서울특별시 건물이기에 입찰 자격에 제한이 있었습니다. 처음 공고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당시에는 시설 사용을 하지 못했고, 이번에 OGN의 계약이 끝나면서 다시 진행된 임대에서 단독 입찰을 통해 서울 e스타디움 건물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두 번에 걸친 입찰 끝에 결국 서울 e스타디움 사용권을 얻어냈는데, 아프리카TV 상암 콜로세움으로 이름이 바뀐 서울 e스타디움 사용을 계속 도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서울 e스타디움 자체가 e스포츠 경기장으로 설계되어 관련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방송을 위한 준비도 충분했죠. 코로나19가 끝나가면서 e스포츠 관련 오프라인 행사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삼성동 아프리카TV 프릭업 스튜디오와 잠실 아프리카TV 비타500 콜로세움으로는 각종 리그 행사를 열기에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그리고 마침 서울 e스타디움 입찰이 진행되어 시설 사용이 가능하게 됐죠. 원래는 1대 1종목을 상정하고 설계된 시설이었지만 과거 LCK도 진행했고, 오버워치 종목도 진행한 만큼 6대 6 경기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제 용도별로 세 곳의 스튜디오의 일정을 적절하게 배분해 리그를 진행하려 합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TV가 운영하는 세 스튜디오는 어떤 용도로 사용될까요


가장 먼저 있었던 프릭업 스튜디오는 GSL이나 ASL 같은 1대 1종목 위주로 진행하고, 현장 관람 수요가 큰 결승전은 상암 콜로세움이나 외부에서 진행하려 합니다. 배틀그라운드처럼 대규모의 인원이 참여하는 종목은 잠실에서 진행하며, 이번에 진행한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를 비롯해 새로운 종목들은 상암 콜로세움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앞서 이야기하신 대로 ASL 결승을 상암 콜로세움에서 진행했습니다. 꾸준히 인기 있는 종목인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인 만큼 관심도도 높았는데, 시설 활용에 대한 아프리카TV의 내부 평가는 어땠을까요


일단, 꾸준히 ASL에 보내주는 관심도에 놀랐습니다. 대회 결승 1주일 전에 급하게 장소를 상암 콜로세움으로 전환했는데도 500석에 가까운 좌석이 빠르게 매진될 만큼 인기가 좋았습니다. 리그 팬들이 더 큰 무대에서 함께 즐기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장소를 바꾸었는데, 정말 먼 곳에서 상암까지 오셨을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4대 0 세트 스코어가 야속했을 정도죠. 그래도 상암 콜로세움을 아프리카 TV에서 운영한다는 것을 알리기에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꽤 되었고, 스타크래프트 팬들과 함께했다는 사실도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예상외로 이미 출시된 지 25년이 넘어가는 스타크래프트인데 10~20대 팬들이 있다는 점도 새롭고 놀랐습니다.

 

상암 콜로세움 개장과 동시에 2022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 스테이지 1이 시작됐죠. 두 일정을 같이 고려해 스튜디오 개장을 준비했는지 궁금합니다.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를 아프리카 TV에서 제작하며 고민을 많이 했어요. 기존의 리그도 있는데,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 일정도 만만치 않았거든요. 그래서 기존의 스튜디오가 아니라 새로운 장소를 찾아서 발로란트의 이미지에 맞는 화려한 대회를 준비하자는 결정을 내렸는데, 마침 서울 e스타디움 입찰 공고가 올라와서 서울특별시 측과 빠르게 협의해 내부 정비를 마치고 대회를 개막했죠. 대회 자체 진행도 잘 됐고, 기대만큼 흥행도 충분했다고 봅니다. 리그를 주최한 라이엇 게임즈 역시 리그 후 좋은 평가를 보냈죠. 특히 글로벌 흥행을 끌어낸 점을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내부 정비에 시간이 많지는 않았을 듯한데, 대회를 준비하면서 받은 상암 콜로세움의 인상은 어땠을까요

원래 e스포츠 경기장으로 설계된 곳이라 선수 대기실이나 중계석, 부조정실, 운영실, 기자실 등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고 동선에 불편함이 없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따로 설계변경을 할 필요 없이 갖춰진 틀 안에 장비를 도입해 설치만 하면 됐거든요. 그리고 이미 e스포츠 팬들에게는 익숙한 장소라는 점도 상암 콜로세움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설에 설치할 방송 장비를 구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기존에 OGN에서 사용하던 장비들은 모두 회수되어 새로 장비를 마련해야 했는데, 전 세계적인 반도체 대란과 함께 물류 대란으로 장비를 수급하기 쉽지 않았어요. 특히 LED 패널 같이 운영에 필수적인 장비들은 꼭 필요했기에 정해진 예산을 넘겨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전체적으로 상암 콜로세움에 대해 만족하고 있습니다.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 플레이오프 기간 현장 관중을 받았는데, 관중들이 사용할 셔틀버스가 준비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근처 지하철역인 디지털미디어시티 역과 상암 콜로세움 구간을 운행했는데, 셔틀버스를 준비한 이유가 있을까요

상암 콜로세움의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관객들이 접근성입니다. 지하철역에서 현장 건물까지 이동이 쉽지 않거든요. 특히 늦은 시간 귀가가 힘들었는데, e스포츠 팬 중에 미성년 관객이 적잖히 있기에 수익과 상관없이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서울특별시와 협의해서 관객들의 심야 귀가를 돕기 위해 셔틀버스를 지하철역까지 운행하기로 했습니다.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뿐만 아니라 앞으로 상암 콜로세움에서 진행될 결승전 급 경기에는 계속 셔틀버스를 투입해 관객들의 귀가를 지원하려 합니다.

이제 세 개의 스튜디오에서 리그 제작이 가능하게 되며 국내 대형 e스포츠 종목 제작은 아프리카TV 위주로 재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10여년 전 채 팀장, 혹은 닥터 채 시절을 생각하면 상상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은 이 부분을 어떻게 느끼나요


정말 예전 시절 이야기인 스타크래프트 지식재산권 분쟁 시절부터 생각한 것이 'e스포츠를 꼭 누군가 허가해서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납득할 수 없었어요. 그렇게 제대로 열리지 못했던 대표적인 대회가 스타크래프트 곰TV 클래식이었죠. 그리고 제가 아프리카 TV로 이직하게 되면서 누구나 참여하고 만들 수 있는 e스포츠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어요. PC방 대회도 e스포츠고, 개인 방송에서 진행되는 대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디서나 누구든 공정한 룰에 따라 경쟁할 수만 있다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아프리카 TV였습니다. 개인 방송 플랫폼이라 가능했던 일이죠. e스포츠 시장이 더 넓어지려면 기반이 더 커져야 하고, 그 역할을 하는 곳이 아프리카 TV입니다. 공식 리그 진행과 함께 멸망전이나 BJ 대전, 그리고 콘텐츠 제작 지원도 같이 진행했고, 시장의 큰 흐름과 맞물려 지금의 상황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얼마 전까지 아프리카TV는 인기 종목의 하부 리그를 주로 제작했고 케이블 채널을 가진 OGN이나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메인 리그를 진행했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리그 제작 능력을 갖춘 세 곳 중 아프리카TV만 살아남았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석하는지 궁금합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컸죠. 다른 방송사가 좋다, 혹은 나쁘다를 떠나서 한 번에 한 채널만 송출 가능한 리니어 채널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이 몰리는 골든 타임에 한 종목밖에 진행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리그에 따라 방송사의 운명이 결정되거든요. 그 종목 선정에 실패하면 사업적으로 힘든 곳이 케이블 채널 제작사의 한계입니다. 반면 플랫폼을 보유했던 아프리카TV는 같은 시간대에 여러 종목을 동시에 송출할 수 있고, 이제 시청자도 한 번에 하나의 리그만 보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여러 리그를 시청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된 거죠. 그리고 유저들이 원하는 대회가 있고, 열정과 가능성이 있다면 아프리카TV에서 제작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이러한 분위기에 한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제작된 대표적인 리그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그 리바이벌과 아프리카 철권 리그죠. 큰 호응을 얻었던 대회들인데, 아쉽게도 코로나19 이후로는 이러한 분위기를 보기 힘들었던 듯합니다

그래서 코로나19 여파가 끝나가면 오프라인 관람 수요도 늘어나고, 다시 사람들이 만나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게임 대회를 원하는 열정도 다시 달아오를 거로 생각합니다. ATL 역시 오프라인 전환 예정이고요. 게임을 좋아하는 코어 유저들이 남아있으면, 언젠가는 다시 이슈가 있을 때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 번 크게 성공하는 거 보다 꾸준히 시청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대표적인 대회가 GSL입니다. 그래도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장점이 있었기에 코로나19 위기도 잘 넘겼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대회의 신뢰성 이슈가 있었지만, 이제는 내성도 생기고 게임사와 협업해 예방도 가능해졌습니다. 거기에 아프리카 TV의 온라인 제작 능력이 합쳐지며 더 많은 종목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죠.

 

이렇게 보인 꾸준함이 아프리카TV의 브랜드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의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업이든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잠재적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계속 후원하면 최소한 그 기업을 미워하지는 않게 되거든요. 자기가 좋아하는 걸 지원해주는데 굳이 그걸 싫다고 하지는 않겠죠. 있다고 해도 점점 줄어갈 거고요. 아프리카 TV에서 처음 e스포츠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냉소적인 시각이 많았어요. 저도 처음에는 미덥지 않은 반응이 많을 거로 예상했고, 꾸준히 대회를 진행하면 점차 나아질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7년이 지났죠. 2015년의 아프리카 TV를 바라보는 시각과 2022년 아프리카 TV를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다릅니다. 게이머들에게 보이는 꾸준함과 진심이 바꾼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화제를 돌려 작년 이야기를 해보자면, LCK 스프링이 끝난 후 직접 방송에 출연해 팬들 앞에서 아프리카TV 소속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인 아프리카 프릭스(현 광동 프릭스)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이러한 모습도 진심이 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일까요

작년 LCK 스프링에서 팀이 최하위권에 머물렀죠. 저도 팬들도, 모두가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죠. 특히 팬들은 내부의 상황을 알 수 없으니 많이 답답했을 거예요. 대체 팀은 왜 이러는지, 무슨 일이 있었길래 성적이 잘 안 나오는 지 궁금하고 힘들었겠죠. 그 상황에서 게임단의 대표가 저니까 제가 직접 팬들 앞에 설명하는 게 좋겠다고 결정했어요. 다들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바닥을 친 거고, 저도 속일 게 없었으니까 나가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모두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소통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리빌딩 과정에서의 보인 문제에 제 실수도 있고 팀 전체의 시행착오도 있었죠. 그래서 팬들과 소통을 위한 방송을 시작했고, 이후에 세 번 정도 더 진행한 듯합니다. 소통 방송을 자주 하기는 쉽지 않지만, 팀의 이슈가 있고 그 부분에 관해 팬들이 답답해한다면 그 시점에 또 소통 방송을 진행하려 합니다. 이번 서머 개막 전에도 소통 방송 계획이 있고요.
2015년 아프리카TV로 이직하면서 세웠던 계획을 잘 이루신 듯한데, 게임-e스포츠 부분장으로 앞으로 이 분야에서 아프리카TV는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요

지금처럼 게이머들이 원하는 컨텐츠와 대회를 제작하는 것을 바탕으로, 기존에 바라보고 있었던 글로벌 시장 진입을 현실화하려 합니다. 게임과 e스포츠는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기 좋은 분야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임원 영입도 진행했습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 자리 잡은 방송 플랫폼이 있기에 같은 분야로 진출하면 아프리카TV 글로벌의 특징을 보이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아프리카TV의 장점인 커뮤니티성과 많은 참여 기회를 글로벌 시장에 어필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TV 상암 콜로세움 오픈, 그리고 e스포츠 제작과 방송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은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아프리카 TV가 게임-e스포츠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서비스를 진행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부족한 면도 보이고 고칠 부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 TV의 본질은 라이브 서비스를 만들어 유지해 계속 키워나가는 것이고, 그 과정에는 사용자인 여러분들의 의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응원을 받으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열정이 생기기에, 어떤 부분에서도 아프리카 TV를 향한 크고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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