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에서만 쌓을 수 있는 데이터도 있다. 통산 500승을 거둔 베테랑은 그 차이를 안다.
T1은 16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정규 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DRX를 2대 0으로 꺾었다. 5연승에 성공한 이들은 9승 1패(+14)를 기록했다. 한 경기 덜 치른 젠지(8승 1패 +14)를 제치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페이커’ 이상혁은 이날 1세트 때 세라핀을 플레이했고, 아지르를 고른 ‘제카’ 김건우와 라인에서 마주했다. 그는 ‘봉인 풀린 주문서’ 룬을 활용했고, 보조 빌드로는 ‘마법’을 선택해 ‘마법 순환 팔찌’와 ‘깨달음’ 룬의 효과를 봤다.
이상혁은 지난 13일 한화생명전에서도 세라핀을 골랐고, 아지르를 선택한 ‘카리스’ 김홍조와 두 차례 맞붙은 바 있다. 당시에는 보조 빌드로 ‘결의’를 선택해 ‘뼈 방패’와 ‘소생’으로 라인 유지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같은 챔피언 간 매치업인데 3일 만에 다른 빌드를 선택했던 셈이다.
경기 후 이상혁에게 3일 만에 빌드를 바꾼 이유를 물었더니 “(한화생명 전에서) 결의를 들어보니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상혁은 “아지르 유저들이 ‘콩콩이’ 룬을 사용했던 예전에는 결의의 밸류가 높았다”라며 “오늘은 중후반을 바라보는 게 더 좋을 것으로 봐 마법을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건우는 ‘선제공격’ 룬을 골랐다.
이상혁은 흥미로운 얘기를 덧붙였다. 그는 “연습 시간은 한정적”이라며 “대회에서 마법을 선택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서 그런 것도 있다”고 했다. 실전과 연습 간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하고, 그러므로 연습에서 쌓은 데이터만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게 10년 차 프로게이머의 지론이다.
이상혁은 “룬은 경우의 수가 굉장히 많다. 실전에선 연습 때와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실전을 연습처럼 하기란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전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 연습에 매진하는 것이지만, 그와 별개로 실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데이터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상혁은 이날 게임 시작에 앞서 시뮬레이션했던 대로 바꾼 빌드를 통해 좋은 결과를 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뼈 방패와 소생 없이도 라인전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솔로 랭크도, 스크림도, 대회도 이상혁에겐 제각각의 연습 노트였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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