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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인터뷰] '홀로서기'에 나선 홍진호, "진정한 승부사가 되겠다"

Talon 2013. 7. 12. 18:03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무척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명예는 기본이고, 때에 따라서는 부와 함께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배경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인자는 어떨까. 수많은 사람들의 경쟁 속에서 두번째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아름다운 2인자' '노력의 산물'이라는 말로 격려할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2인자를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폭풍' 홍진호(31)는 정말 특별한 경우다. 그처럼 '2'라는 숫자와 밀접한 사람이 흔치 않다는 것이 그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반응일정도로 '2'라는 숫자는 그에게는 질기고 질긴 꼬리표 같은 의미였다. 선수시절 저그 중에서는 독보적인 최강자였지만 단체전을 포함해서 무려 22번의 준우승을 올린 것을 비롯해서 은퇴할 때도 인기검색어 '2'를 차지할 정도로 홍진호를 설명할 때 '2'는 뗄레야 떼 놓을 수 없다.

프로게이머 시절에는 만년 '2인자'였던 그가 이번에는 첫번째를 노린다. 방송인 연예인 프로겜블러 스포츠선수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내노라하는 13인의 승부사가 모인 tVN의 리얼리티쇼 '더 지니어스:게임의 법칙'에서 우승을 노리고 있다.

출연자들은 자신의 지능을 총동원해 게임의 승리공식을 알아내야 하며 살아남기 위해 다른 도전자들과 연맹하거나 배신, 경쟁자를 제거하는 등 드라마틱하고 반전 가득한 스릴요소가 가득했던 '더 지니어스'는 11주의 과정을 거쳐 이제 홍진호와 김경란 단 두명의 출연자를 남기고 있다.

아직 방송인이라기 보다는 사회초년생으로 불리기를 원하는 홍진호를 OSEN 뜨거운 태양이 내리쪼이는 7월초에 만나봐서 프로게이머 은퇴 이후 살아왔던 이야기와 앞으로 비전을 들어봤다.

"그동안 항상 어디의 소속으로만 활동했잖아요. IS 투나SG KTF 공군 KT에 제닉스 스톰까지 한 번도 홀로서기를 한 적이 없었죠. 사실 제닉스 스톰과 계약이 끝나고 나서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죠. 뭐를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어요. 예전 시절이 가끔 그립기도 하지만 지금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앞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예전 e스포츠에서 선수나 감독으로 활동하던 알고 있던 그와는 다른 느낌이 들 정도의 발언이었다. 한층 사람이 성숙해지고 진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 누구나 단체와 함께 지내던 그가 이제는 '홀로서기'를 즐기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있는 대목이었다.

지난 2011년 6월 15일 은퇴를 결정했던 당시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공군서 제대하고 KT가 뛴 유일한 경기가 은퇴 경기라는 점이 너무 궁금했다. 공군에서 다시 예전 기량을 되찾은 느낌을 보여줬던 그가 선수로써의 계속된 도전이나 자신의 모든 걸 이뤘던 KT를 떠난다는 점에 대한 속 사정을 듣고 싶었다.

"절대로 외부적으로 압박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선수들 뿐만 아니라 그 정도 위치가 되면 사실 고참들은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어요. 경기력 등 외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명예나 경력에 흠이 되는 걸 사실 참기 힘들죠. 점점 후배들의 자리나 차지하는 선배가 되는 듯한 생각이 들었던 점이 싫었어요. 자괴감도 들었고, 자격지심일 수도 있지만 그런 걸 참지 못한 거에요".

KT를 나오고 나서도 그가 e스포츠 업계를 떠난 것은 아니었다. '롤챔스' '롤스타' '롤드컵' 등 장안의 최고 인기게임인 LOL팀인 제닉스 스톰의 감독으로 10개월간 생활했었다. 좋은 추억도 있지만 힘든 순간도 있었다.

"순간적으로 은퇴를 결정한 건 아니었던 만큼, 제가 있을 곳은 e스포츠라는 생각을 했었요. 때마침 LOL 팀을 시작하는 곳에서 제의가 왔고. 그게 바로 제닉스 스톰이죠. 자신감도 있었고, 이렇게 하면 '잘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는데 보이지 않았던 감독의 입장을 알게 되면서 딜레마에 빠졌죠. 즐거운 순간도 있었지만 쓴 맛도 많이 봤죠".

그래서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 찰나에 제의가 온 것이 바로 '지니어스'였다. 사회초년생이나 다름없는 그에게 방송은 새로운 도전의 무대였다.

"지니어스 섭외를 처음받고 쉽게 생각했는데 할수록 다르더라고요. 프로게이머 기준으로 저는 개인전이 몸에 익숙한데 지니어스는 초반에는 누구 누구랑 협력을 해야 했잖아요. 승부를 겨뤄야 하는 상황이 미숙해서 많이 휘둘렸죠.".

그의 말대로 그는 지니어스에서 무려 3번의 데스 매치에 세 번이나 나갈 정도로 위기를 숱하게 맞았다. 그때마다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궁지에 몰렸을때도 발군의 판단력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승부사의 근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은 아직 승부사로 불리기에는 부족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무조건 살아야 한다는 의지로 이를 악물고 했는데 어느덧 결승이 눈 앞이네요. 김경란씨가 너무 강해서 우승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는 '2'하고 인연을 정리해봐야죠. 지니어스를 하면서 게이머를 하면서 왜 우승을 못했을까라는 답을 찾아봤어요. 제가 선수할 때 저한테 가장 많이 했던 얘기가 '독해져라'라는 말인데. 전 우승하기 위한 독기가 없었던거죠. 진짜 승부사가 아니었던 거죠.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승부사가 되야하는데".

진짜 승부사가 되겠다고 홀로서기에 선 홍진호의 다부진 눈빛에서 그의 미래가 기대될 수 밖에 없었고, 꿈꾸는 모든 것이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이 강하게 드는 순간이었다.
-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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