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항저우 달군 e스포츠, 올림픽 무대에서도 볼 수 있을까

Talon 2023. 10. 3. 19:50

e스포츠를 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을까.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최근 몇 년간 계속된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는 지난 2일로 대회 모든 일정을 마쳤다. 한국은 7개 세부종목 중 4개 종목에 출전해, 전종목 입상했다. ‘불혹의 파이터’ 김관우(44)가 스트리트 파이터 V를 제패했고,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표팀은 세계 최강을 새삼 증명했다.

 

e스포츠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흥행 몰이를 하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실 오래된 논란거리다.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할 수 있느냐, 있다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LoL 세계 최고 인기 스타 ‘페이커’ 이상혁(27)은 금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e스포츠를 스포츠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저희가 경기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께 투지와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것도 스포츠의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e스포츠가 올림픽이나 더 큰 무대에서도 많은 분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종목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e스포츠를 올림픽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큰 이유는 ‘올림픽 고령화’다. 올림픽을 즐기는 인구가 전세계적으로 점점 고령화하고 있고, 시청자 수도 줄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시청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직전 2016 리우 대회보다 35%가 줄었다. 이코노미스트는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미국인 시청자 중위연령은 39세였지만, 2016 리우 때는 53세였다”라고 전했다.

젊은 층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가장 큰 고민이다. 도쿄올림픽에 스케이트보드, 2024 파리올림픽에 브레이크댄스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한 것이 그 고민의 결과다. 젊은층을 끌어들이는데 e스포츠처럼 매력적인 건 없다. e스포츠팬의 평균 연령은 26세다.

 

그럼에도 e스포츠가 올림픽 무대에 입성하는 건 쉽지 않다. 국제연맹 창설 등 행정적 절차가 필요하고, 게임사 로열티 문제도 해결을 봐야 한다. 아무리 인기 많은 게임이라도 10~20년을 넘기지 못하는 지속성 문제도 고민이다.

 

가장 큰 난관은 게임에 대한 인식, 그리고 토마스 바흐 현 IOC 위원장의 ‘소신’ 혹은 ‘고집’이다.

바흐 위원장은 최근 미국 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e스포츠를 미래의 일부로 수용하기 시작했다”면서도 “살인을 수반하는 게임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e스포츠의 폭력성은 올림픽 가치관과 위배된다”라고 했던 몇 년 전 발언과 크게 달라진게 없다.

 

사격·펜싱 등 총칼을 직접 이용하는 종목이 엄연히 올림픽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유독 e스포츠에만 엄격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현실이 그렇다. 항저우 대회에서도 슈팅게임 베틀그라운드의 경우 게임의 핵심요소인 ‘대인사격’ 요소를 배제했다.

 

IOC는 지난 3월 싱가포르에서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 제1회 대회를 열었다. 젊은층의 마음을 잡으려는 IOC 나름의 노력이다. 하지만 e스포츠를 향한 IOC의 시각 또한 그대로 드러났다. 양궁, 야구, 체스, 사이클 등 각종 스포츠를 주제로 한 게임 10개가 정식종목으로 열렸다. LoL 등 인기 게임은 없었다. 폭력성 문제 때문이다. 그나마 스트리트 파이터 VI가 시범종목으로 열렸다. 언젠가 e스포츠가 올림픽 무대에 발을 딛는다 해도 그 양상은 생각과 많이 다를 수 있다.

 

-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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