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는 원래 인기가 많았다. 아시안게임이 열린 항저우의 공항에 ‘페이커’ 이상혁의 입국 때 유례없는 인파가 몰리고,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e스포츠가 세간의 큰 관심을 받은 건 대부분 업계의 기대에 부합한 일이다. 금2, 은1, 동1의 준수한 성적으로 향후 ‘효자 종목’이 될 거란 정통 스포츠계의 최근 평가도 세계 최고 수준의 합숙 시스템을 십수년동안 가동해온 e스포츠 업계인들은 어느 정도 예견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비싼 표값과,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젊은 팬들의 뜨거운 함성에 체육회를 비롯한 기성 스포츠 담당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진 일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유쾌한 사실들을 잠시 내려놓고 e스포츠가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서 정식종목으로서 지속 가능성을 훌륭하게 보여줬는가 하면 의문부호가 달린다. 스포츠로서 인정받길 원하는 염원이 정식종목으로 싹을 틔웠지만 업계인들이 우려한 문제들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핫’했던 종목 ‘리그 오브 레전드’는 5달여 전에 라이브 서비스됐던 패치 버전으로 대회가 열리기로 했는데, 이를 각 참가국이 전달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각국이 패치 버전을 구할 순 있었지만, 그에 맞는 서버를 여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당시 라이엇 게임즈 한국 지사가 기지를 발휘해 짧은 시간에 문제를 해결하면서 우리 대표팀의 피해는 최소화했지만, 상당수 국가들은 며칠을 허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회 주최 측이 이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 게임단 고위 관계자는 “패치에 따른 유불리가 매우 큰데, 이게 없으면 연습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일반 스포츠로 치면 경기장과 장비를 빼앗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경우 대인사격을 배제한, 기존 게임과 전혀 다른 방식의 아시안게임 버전이 제작됐는데 이를 중국 대표 팀의 경우 수개월 전부터 공유 받아 연습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업계에 퍼졌다. 중국은 대표팀을 프로 선수가 아닌, 이 버전에 특화한 별도 선수를 선발해 연습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차이로 중국은 손쉽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는 종목 선정에서도 고개를 가로젓게 만들었다. 보편성과 공정성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데, ‘몽삼국’ ‘왕자영요’ 같이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강세인 게임을 채택한 것은 눈총을 받을 만한 일이다. 한국은 국내에서 서비스조차 되지 않는 이 게임들에 대해 결국 대표팀 파견을 포기했다. 중국은 두 게임에서 금메달을 가져갔다.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e스포츠가 메가 스포츠 대회에서 정식종목으로 정착하면 선수들에게 보다 높은 지향점이 생긴다는 점에서 프로·아마추어 생태계를 아우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이번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나타난 보편성, 공정성 문제들을 앞으로 보완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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