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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의 솔직토크] '2세트, 첫 단추부터 실수' 라우드 정글러 '크록' 박종훈의 복기 - ②

Talon 2023. 10. 13. 22:00

지난 1세트에서는 경기 초반, 다이브 과정에서의 판단 실수, 그리고 28분 교전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경기를 패했다고 꼽은 크록 박종훈.

 

12일 PSG와의 2세트에서도 아쉽게 돌아서야 했던 '크록'. 바쁜 가운데서도 이날 인터뷰에서 치열했던 프로들 간의 경기를 필자 같은 일반 게이머들이 듣기 쉽게 풀어주려 노력했다.

 

- 밴픽부터 고개 갸웃

2세트는 밴픽에서 문제점이 있었다고 밝힌 크록,

 

본래 그의 계획은 플레이-인 최고의 AD캐리로 꼽히는 카이사를 먼저 가져오는 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1픽에서 등장한 LLL(라우드)의 챔피언은 뜻밖에도 니코였다. 왜 니코를 뽑게 됐을까? 상대 미드라이너인 메이플 황이탕을 억제하려는 의도였을까?

"아니다. 앞서 말했듯, (1세트) 니코가 탈리야에 비해 선푸쉬를 잡고 라인을 미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글 매치업을 좋게 가져가든, 미드 푸쉬를 먼저 잡든 해서 (1세트와는 반대로) 초반을 좋게 가져가야 하는 생각만 머리에 있었다"

그럼 카이사에 대한 생각은 없었을까? 분명 있었다.

"물론 나는 카이사를 뽑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GAM과의 2매치에서 카이사를 상대해 보니 괜찮았다. 물론 상대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이었던 것을 간과한 점도 있었다. 그래도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었다. 기존까지의 정보에 따르면, 와코 선수는 카이사가 열린 경우에도 아펠리오스를 선호(R7전 2세트)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판단하고 시비르로 이를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무기가 바뀌기 전 아펠리오스는 굉장히 약하다. 푸쉬-교전 모든 분야에서 시비르가 초반을 압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카이사를 고르는 게 맞다고 판단한 의견과 미드-정글 푸쉬력을 중시하자는 의견은 이와 같은 근거들로 인해 49-51 정도로 갈리게 됐다. 게다가 준지아가 보여준 초반 라인개입 영향력 또한 압도적이었다. 그를 미드라인의 압박으로 풀어낼 수 있는, 누구라도 니코를 고르게 될 수밖에 없는 픽이었다.

- 선픽 케넨, 응징하지 못해 아쉬워

심지어 상대는 케넨을 선픽하고도 라인전을 압도, 승리로 가져간 그림을 만들었다. '대황로보'의 단단함이 채 발휘되지도 못했던, 아쉬운 경기였다.

이에 대해서도 그는 "상대가 케넨을 아무런 근거 없이 선픽으로 뽑았다. 응징할 카드들이 굉장히 많은데, 효과적으로 이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다. 케넨이 사실 선픽한다고 좋을 픽은 아닌데... 참 아쉽게 됐다"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필자의 짧은, 비전문적인 지식으로도 케넨을 카운터 칠 카드는 많다.

1-1로는 돌파력이 뛰어나고 연속 CC기가 있거나(올라프), 버스트데미지가 강력한 챔피언(럼블, 이렐리아), 지속적인 체력회복으로 케넨과 딜교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챔피언(갱플랭크) 등이 있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문도, 사이온 등 CC기가 통하지 않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챔피언들도 집 타이밍만 정글러가 잡아준다면 케넨을 상대로 우위를 잡아나갈 수 있다.

이외에도 나르는 반반 카드이며, 궁극기를 서로 무효화하는 그라가스 등도 대표적인 버티기 픽으로 사용된 바 있다. 이 중 단 하나의 선택지도 못 살린 점이 아쉽다는, 그런 말이었다.

결국 밴픽대로 다소 혼재된 의견 속에 뽑힌 조합은 그 강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번 시리즈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라우드(LLL)에게는 아쉬운 패배였다.

 

- 쌈바롤의 힘, 아주 조금이지만 보여준 것 같다

"진건 억울하다. 그래도 상대가 더 잘했다고 생각한다. 발전의 가장 중요한 단계가 인정이라고 생각한다. PSG-R7전보다 훨씬 강해져서 돌아온 상대였다. 단단했다"

특히 크록은 자신을 자책했다. 자신의 장점을 뭔가 보여준 것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하나도 못 보여줬다. 준지아 선수가 나보다 모든 면에서 우위였다고 생각한다"라며 가슴 아픈 대답을 전했다.

그러나 이어진 대답에서는 이번 패배를 극복할 방법이 있다는, 필승의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그래도 오늘 경기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특히 상대가 정글 저격밴을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알고 있지만 아직 코칭스탭에겐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늘 가서 함께 의견을 나눌 생각이다. 바로 다음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꼭 봐주시길 바란다"

과연 어떤 대처방법일지 정말 궁금해졌다. 이를 물어보고자 했으나, '일급 기밀'일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쌈바롤의 저력을 이번 경기를 통해서도 확실히 보여줬다. 특히 탑 라인의 로보는 '대황로보'라는 별명처럼 변수를 만들어내려 끝까지 노력했다.

이에 대해 크록은 "확실히 의지되는 선수다. 유리할 때는 다 같이 잘해서 괜찮은데, 한국 해설진분들께서 많이 이야기하시는 불리할 때 (플레이) 메이킹을 로보선수가 정말 많이 해준다. 정말 의지가 되는 선수다"라며 동료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타 팀이라면 순식간에 무너지는 후반부 1만골드 차이에도 그들은 끝까지 반전을 노렸다.  우르르 무너지지 않고 게임할 수 있었던 그 마음가짐은 무엇이었을까?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끝까지 무언가를 해보기 위해 변수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우리 스타일이 있잖나. 화끈하고 시원하고, 끝까지 불타오르는... 그 스타일을 상대, 그리고 우리를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뼛속까지 느껴지게 해 주고 싶었다. 과정이 너무 아쉬웠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팬들에게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각오를 전했다.

"2-0으로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 이름을 외쳐주면서 응원을 보내주신 현장의 팬분들, 그리고 브라질에서 엄청난 시차에도 우리를 응원해주고 계실 현지 팬분들, 정말 감사드리고 사랑한다. 오늘 패배로 배운 점들을 꼭 플레이-인에서 녹여내서 스위스 스테이지까지 향하도록 하겠다"

 

- 출처 : MHN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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