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신년인터뷰]지구 한바퀴를 수영했다는 '독종' 황선우, "2024년엔 올림픽 포디움에 한번 올라서겠습니다"

Talon 2024. 1. 15. 21:30

지난 12월초, 올댓스포츠 사무실에서 꼭 1년 만에 다시 마주 앉은 '수영 괴물' 황선우(21·강원도청)는 달라진 게 별로 없어 보였다. 여전히 '훈내' 풀풀 나는 훤칠한 외모부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수영에 대한 깊은 애정까지, 물속에선 누구보다 괴력 같은 역영을 펼치지만 물밖에선 예의 바른 스물한 살 청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서 좀 쉬었나요?". 돌아온 답은 다소 놀라웠다. "일주일 정도 쉬었어요. 올해 통으로 일주일 넘게 쉰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황선우는 지인과 일본 여행을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푹 자면서 힐링을 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말, "여행지에서 수영장이 없는 곳을 숙소로 잡았어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물이 질릴 법할 정도로 지난 한 해 동안 쉼없이 물길을 갈랐다. 2~3월 호주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3월 KB금융 코리아 스위밍 챔피언십, 6월 광주수영대회, 7월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10월 전국체전, 11월 국가대표 선발전 등을 줄지어 소화했다. 스스로 지금껏 커리어를 통틀어 수영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돌지 않았을까라고 말할 정도. 도하세계선수권과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2024년을 앞두고 잠시 쉼표를 찍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캐리어에 수영복을 담지 않았다. 황선우는 "평소 비행기를 많이 타지만, 놀러갈 때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휴식시간이 부족하긴 한데, 이렇게나마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휴가는 황선우가 자신에게 주는 일종의 포상이었다. 황선우는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42를 기록하며 자신이 세운 종전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2022년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황선우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2회 연속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아시안게임 자유형 200m에서 1분 44초 40의 기록으로 한국 신기록을 다시 세우며 1위를 차지했다. '마린보이'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따낸 금메달이다. 남자 800m 계영에서 양재훈(강원도청) 이호준(대구시청) 김우민(강원도청)과 한국 사상 첫 계영 금메달을 이룬 황선우는 금, 은, 동메달을 각각 2개씩 획득했다. 10월 전국체전에선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으로 5관왕과 대회 MVP를 거머쥐었다. 11월 국가대표 선발전 자유형 200m에서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황선우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100점을 주고 싶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에서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모든 메이저 대회에서 포디움(시상대)에 올라갔다. (모든 걸) 다 뽑아냈다고 생각한다"라고 후회 없는 2023년이었다고 돌아봤다.

휴가를 마친 황선우는 곧바로 '올림픽 모드'에 돌입했다. "다른 걸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지금은 '인간 황선우'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올림픽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의지로 가득하다. 7월에 열리는 파리올림픽은 황선우가 두 번째로 출전하는 올림픽.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은 황선우에게 '아쉬움'이자 '가능성'이었다. 자유형 100m 5위, 자유형 200m 7위의 성적을 낸 황선우는 "아쉽기도 하지만, 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였다"며 "지난 올림픽을 치른지 3년이 지났다. 메이저대회 시합을 많이 뛰면서 경험이 많이 쌓이고 자신감도 생겼다. 지금은 레이스 방법, 체력 조율과 같은 노하우가 많이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목표는 주종목인 자유형 200m와 '떠오르는 종목' 계영 800m에서 포디움에 오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쑨양(중국),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 매튜 리처즈, 톰 딘(이상 영국) 등을 넘어야 한다. 하나같이 쟁쟁한 스타들이지만, 자신감은 넘친다. 조금씩 라이벌들과 격차를 좁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황선우의 지난 아시안게임 자유형 200m 기록(1분 44초 40)은 쑨양이 보유한 아시아 신기록(1분 44초 39)과 0.01초 차이에 불과하다. 새해 1월 5일, 호주 브리즈번 전훈을 떠난다. 기록 단축을 위한 맹훈련이 예정돼 있다.

 

세계 자유형 간판 대다수는 올림픽에 집중하기 위해 도하 세계선수권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 반면 황선우는 세계선수권을 올림픽을 향한 좋은 발판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잘하는 선수들이 도하 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있다.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하면 경험이 쌓일 테지만, 출전하지 않으면 안하는대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유형 200m 3개 대회 연속 자유형 포디움이 목표다. 단체전 계영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라고 말했다. '계영'은 이번 인터뷰에서 황선우가 자유형만큼이나 자주 언급한 키워드다.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통해 한국 계영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세계선수권, 올림픽 계영 메달은 또 하나의 꿈이자 새 역사다. 황선우는 "(아시안게임) 계영 800m에서 아시아 신기록(7분 01초 73)을 세웠다. 세계 신기록(6분 58초 55, 미국)과 3초 정도 차이가 난다. 따라잡기 힘들어 보이기도 하지만, 수영엔 기적이라는 게 있다. 열심히 준비하고 운도 따라준다면 충분히 다같이 포디움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수영은 아시안게임 경영 종목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하며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젖혔다.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등을 가리켜 대중은 '황금세대'라고 일컫는다. 황선우는 "예전엔 박태환 선수 한 명이 좋은 성적을 냈다면, 지난 아시안게임에선 저뿐만 아니라 10명이 넘는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래서 황금세대로 불릴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나이대가 비슷한 선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동반 성장하고 있다고 황선우는 말했다.

 

다시 첫번째 질문으로 돌아왔다. 한참 세상에 관심이 많고 친구들과 놀고 싶을 나이에 쉬지도 못하고 한국 수영을 어깨에 짊어진 나이 어린 수영선수의 삶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선 가늠이 되질 않는다. 황선우는 싫은 티 하나 없이 이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가 제일 잘하는 게 수영이고, 수영은 포기할 수 없는 동반자예요. 수영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었을까요. 중요한 올림픽이 끝나고 푹 쉬겠습니다."

상상 속의 동물인 용을 평소 좋아했다는 황선우. 2024년이 푸른 용의 해인만큼 용처럼 하늘 높이 날아겠다고 했다.

 

- 출처 :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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