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e스포츠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 인터뷰
젠지 e스포츠는 지난 14일 2024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결승전에서 T1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22년 서머 스플릿에 이어 무려 4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1세트를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던 젠지는 2, 3세트를 내리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한 건 올해 디플러스 기아에서 이적한 신입생인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였다. 2024 시즌을 앞두고 젠지로 이적하자마자 맹활약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린 김건부를 젠지 사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건부는 한 세트만 내줘도 우승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시즌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카직스를 택했다. 당시 카직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김건부는 “중요한 경기에서 연습한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 후회가 크게 남더라”라며 “쓸 상황이 나오면 과감하게 꺼내자고 생각해서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의 과감한 선택은 시리즈의 흐름을 바꿔놨고 4세트를 승리한 젠지는 5세트를 주도하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021년 이후 3년 만에 LCK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오랜만에 결승전에 올라 우승을 차지한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일단 되게 오랜만에 좀 높은 곳까지 올라서 대회를 치르다 보니까 긴장이 됐다. (웃음) 동시에 재밌겠다는 감정도 들었다. 결국 우승까지 차지해서 정말 기뻤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데뷔부터 함께했던 친정 팀인 디플러스 기아를 떠나 젠지로 이적했다. 디플 기아를 떠나 처음으로 거둔 우승이라 더 뜻깊을 것 같은데
음...(스스로에게) 변화를 주고 싶고 또 우승을 너무 하고 싶어서 (이적을) 선택했다.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젠지에 오게 됐는데 오자마자 우승까지 해서 정말 기쁘다. 그래도 아직 (올해) 남은 대회가 많아서 다시 정신 차리고 잘하자는 생각을 했다.
이적을 선택한 이유로 ‘변화’를 자주 이야기한다. 젠지로 옮기고 나서 스스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팀을 옮기고 나서 평소 팀원들과 이야기할 때나 연습할 때 제 의견을 좀 더 잘 말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워낙 (젠지의) 다른 팀원들도 다 같이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스스로) 더 유연해진 느낌이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 느끼기에 이 같은 ‘변화’가 우승을 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줬나?
우승에도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팀원들과 게임 얘기를 하다 보면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들까지 다 다루기 때문에 (게임적으로) 디테일이 좋아진 것 같다.
이번 시즌 운명의 장난처럼 디플 기아와 정규리그는 물론 플레이오프에서도 만날 때마다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친정팀과 맞대결할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솔직히 뭔가 (싱숭생숭한) 그런 기분은 정규리그에서 다 느낀 것 같다.(웃음) 플레이오프같이 중요한 다전제 경기가 시작되면 상대팀이 누군지에 신경 쓰기 보다 (그 순간순간) 상대 챔피언, 그리고 조합을 보고 게임 생각에 집중한 것 같다.
데뷔부터 작년까지 함께 호흡을 맞춘 ‘쇼메이커’ 허수와 우승 후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한데
(허수가) 우승하고 나서 카카오톡으로 결승 재밌게 잘 봤다고 축하한다고 연락이 와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그 외에는 별다른 이야기는 안 한 것 같다.
본인의 후계자로 불리는 디플 기아 정글러 ‘루시드’ 최용혁은 어떤 선수라고 생각하는지
어떤 선수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을 돌아봤을 때 디플 기아와 항상 풀세트를 가기도 해서 잘하는 선수라고 느꼈다.
결승전 상대로 T1과 한화생명e스포츠 두 팀 중 누가 올 거라고 생각했나?
그래도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 한화가 T1을 상대로 3 대 0으로 이기길래 한화가 이길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두 팀 경기를 보니 T1이 정말 잘해서 재밌게 본 것 같다.
결승전 4세트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이번 시즌에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카직스를 과감하게 선택했다. 어떻게 나오게 된 픽인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프로 생활을 해봤을 때 중요한 경기에서 연습했던 카드를 못 꺼내고 지면 후회가 더 많이 남았다. 그래서 그동안 연습했던 픽들을 결승 전날부터 쓸 상황이 나오면 쓸 거 같다고 인지하고 있어서 사용한 것 같다. 팀적으로도 조합을 보고 괜찮으면 꺼내기로 약속된 상황이었다.
결승 후 휴식기간 동안에는 어떤 것들을 하며 보냈는지. 또 평소 쉴 때는 무엇을 하는지도 궁금하다.
일주일 정도 휴가를 가졌다. 제가 원래 밖을 정말 안 나가는 성격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친구들과 지인들도 만나면서 시간을 보냈다. 평소에는 진짜 집에만 있는 편이다. (웃음) 친구들과 만나면 (롤이 아닌) 다른 게임을 한다. 보통은 배틀그라운드를 즐겨한다.
리그오브레전드는 미드와 정글의 호흡이 중요한 게임이다. 이번 시즌부터 새로 합을 맞춘 ‘쵸비’ 정지훈과의 호흡은 어떤가?
솔직히 미드 정글 합이라기보다 서로 게임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잘 인지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지훈이(쵸비)는 그걸 90% 이상은 다 항상 일정하게 잘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가끔 놓치는 것도 있긴 하지만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결국 평균적으로 90점 이상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캐니언 선수가 꼽는 스프링 결승전 MVP는 누구인가?
솔직히 다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5세트 내내 잘해준 건 지훈이라고 생각한다.
젠지 유튜브에서 김기인의 짜파게티가 화제다. 아직 젠지에 와서는 솜씨를 보여주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기인 선수가 우승 그리고 파이널 MVP 기념으로 혹시 짜파게티를 끓여줬나?
아직 안 끓여줬다. (웃음) 언젠가 끓여줄 거라고 믿는다.
이번 시즌 젠지의 로스터가 공개됐을 당시에 팬들 사이에서 다들 너무 조용한 스타일이라 "소통이 걱정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대회 보이스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 이 같은 걱정이 무색하게 화기애애한 것 같은데 팀의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인가?
아무래도 시우형(리헨즈 손시우)이 성격도 좋고 뭔가 다 잘 받아주는 스타일이어서 다 같이 좀 빠르게 편하게 된 것 같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리그오브레전드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다양한 국제 대회가 개최되는 등 새로운 이벤트가 많아지는 것이 선수로서 어떤 자극이 되는지 궁금하다.
대회가 많아지는 것 자체가 선수에게 큰 자극이라고 생각한다. 또 새로운 대회에서도 우승하게 되면 정말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지난 2021년 이후 오랜만에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 진출한 기분은 어떤가?
아직까지 MSI를 우승해 본 적이 없어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대회다. 이번에 기회가 와서 정말 좋고 (이 기회를) 꼭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현재 MSI에 진출하는 각 지역 팀들이 모두 확정됐다. 가장 경계되는 팀이 있나?
참가하는 모든 팀들이 다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만 잘하면 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 팀이 (해야 할 것을) 잘해야 한다.
중국리그 LPL 우승을 차지하고 MSI에서 만날 BLG의 탑 라이너 ‘빈’ 천쩌빈 선수가 올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해당 인터뷰를 봤는지 궁금하다.
(해당 인터뷰에 대해) 방금 들어서 알았는데 저도 뭐 솔직히 (모든 선수가) 다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크게 뭐 별다른 생각이 들진 않는다.
올해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부터 우승 팀에게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직행 특권이 부여된다. 이전보다 동기부여가 더 되는지
아무래도 그동안에는 MSI가 우승해도 큰 메리트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회가 끝나고 서머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새로운 패치 버전에 적응 등) 단점도 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행권을 주게 되면 서머 초반에 헤매는 것도 어느 정도 리스크가 적어진다고 생각해서 엄청 좋은 변화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번 MSI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부탁드린다.
MSI에 2021년 이후로 3년 만에 출전하게 됐는데 그땐 아쉽게 준우승을 했던 기억이 있다. (올해는) 꼭 우승하겠습니다.
- 출처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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