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4일 만의 1군 등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직구 최고구속이 151km/h까지 찍혔다. 사령탑도 놀랐다. 주인공은 KIA 타이거즈 우완투수 김도현이다.
김도현은 지난 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4차전에 구원 등판, 1이닝 2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29개로, 구종별로는 직구(16개), 체인지업(7개), 커브(6개) 순이었다. 직구 최고구속은 151km/h를 찍었다.
이날 경기 전 정식 선수 등록과 함께 1군으로 콜업된 김도현은 팀이 0-4로 끌려가던 8회초 마운드에 올라왔다. 2022년 7월 29일 광주 SSG 랜더스전 이후 644일 만에 1군 마운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선두타자 안치홍을 공 2개 만에 땅볼 처리했다. 후속타자 문현빈에게 내야안타를 맞은 뒤 1사 1루에서 최재훈과 무려 12구 승부를 펼쳤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김도현은 2사 1루에서 이도윤에게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다만 9회초가 아쉬웠다. 김도현은 선두타자 최인호의 내야안타 이후 이원석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1·2루의 위기에 몰렸다. KIA 벤치는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 좌완 김사윤을 투입했고, 그렇게 김도현은 복귀 첫 등판을 마무리했다.
이튿날 김도현의 투구에 관한 질문을 받은 이범호 KIA 감독은 "좋은 투수 한 명을 얻은 기분이다. 퓨처스리그에서 경기를 치를 때마다 계속 체크하고 있었고, 147km/h~148km/h를 유지했다. (육성선수 신분이었기 때문에) 5월 1일 자로 정식 선수로 등록할 수 있었던 만큼 그전부터 계속 (김)도현이를 준비시키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또 이 감독은 "구위는 상당히 좋다. 모든 구종이 좋다고 생각한다. (퓨처스리그 경기를) 보면서 느꼈던 그대로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군입대 이후 체력이 좋아졌다"며 "전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핸 어느 정도 보호해줘야 하는데, 괜찮아진다고 하면 내년엔 어떤 보직을 맡게 될지 고민해야 한다. 올핸 이렇게 중간에 활용하지만, 시즌 종료 후 여러 파트와 상의해야 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김도현은 2019년 2차 4라운드 33순위로 한화에 입단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개명 전 이름은 김이환이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군에서 10경기 이상 등판하며 가능성을 나타냈고, 2022년 4월 23일 투수 이민우, 외야수 이진영과의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새로운 팀에서 적응을 마친 김도현은 그해 8월 현역으로 군입대했다. 이후 1년 6개월 동안 군에서 시간을 보냈고, 지난 2월 21일 전역해 육성선수로 퓨처스에 등록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 성적은 11경기 16이닝 1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38.
김도현은 "너무 오랜만에 (1군 마운드에) 올라가서 아무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재밌게 했다. 솔직히 상대가 친정팀이라 더 집중하면서 던졌던 것 같다"고 돌아본 뒤 "군 입대 전까진 최고구속이 147km/h까지 나왔고, 올해 2군에서 한 번씩 구속이 151km/h 정도 나오긴 했다. 내가 생각하기엔 몸에 더 힘이 실린다거나 이런 느낌은 없는데, 가끔씩 그렇게 구속이 나와서 좀 놀란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구종과 올 시즌 새롭게 도입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에 대해선 "모든 게 좀 빨라진 것 같다. 커브의 경우 회전이 더 많아진 것 같고, 직구 구속이 올라오면서 체인지업도 함께 괜찮아진 것 같다"며 "솔직히 ABS를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훈련할 때 코치님이 2군에서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다고 말씀해주셔서 최대한 빠르게 승부하고, 또 볼넷을 내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1년 6개월의 공백기를 돌아본 김도현은 "군대에선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을 꾸준히 하려고 했다. 신체적인 변화에 대해 정확히 모르겠는데, 살이 좀 붙은 것 같다. 그러면서 근육량도 놈 늘어난 것 같다"며 "(팀 합류 이후) 2군에서 감독님과 코치님이 많이 보살펴주시고 도와주셨다. 군 입대 전과 2군의 시스템이 좀 많이 바뀌어서 놀라기도 했고, 좋은 것 같다. 훈련할 땐 훈련에, 경기할 땐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끔 환경이 만들어졌다"라고 얘기했다.
공을 잡진 못했어도 더 나은 투구를 위해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는 게 김도현의 설명이다. 그는 "군대에서 계속 야구를 보면서 내가 원래 볼넷이 많은 투수였기 때문에 볼넷을 최대한 줄이려고 생각했다. 우리 팀 투수들을 보니까 다들 투구 템포가 빠르더라. 그걸 보면서 따라하려고 했다. 야구에 대한 것만 생각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당장 보직에 대한 부담은 없다. 일단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게 1차적인 목표다. 김도현은 "전역할 때만 하더라도 9월쯤 1군에 올라가는 게 목표였는데, 예상보다 빨리 올라갔다. 지금으로선 가장 큰 목표는 많은 경기에 등판하는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 출처 : 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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