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개막전이라 생각하고…”
KIA 이범호 감독은 2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을 2-11로 크게 지자 코치들을 소집해 회의를 가졌다. 광주로 이동해야 했지만, 짬을 낸 듯했다. 미팅은 28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 전을 앞두고서도 진행됐다. 사실상 1박 2일짜리 마라톤 회의였다.
현재 KIA의 위기는 투수들의 부상에서 기인했다. 시즌 초반부터 이의리, 임기영이 이탈했고, 윌 크로우마저 빠지면서 불펜투수들에게 부하가 크게 걸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타선의 도움, 선발투수들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1위를 이어왔다.
그런데 전반기 막판에 다시 양현종과 마무리 정해영이 사실상 동시에 부상으로 이탈하자 그동안 곪아왔던 문제점이 한꺼번에 터진 느낌이다. 이미 기존 불펜투수들의 페이스는 떨어지고 있었는데, 정해영의 부재로 기존 필승조들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그래도 3연투는 하면 안 되니 필승조가 나가야 할 때 추격조를 쓰다 역전패를 당하고, 다시 팀 분위기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범호 감독은 초심으로 돌아갔다. 28일 광주 키움전을 앞두고 세이브 상황 투수기용에 대해 질문하자 “코치들과 얘기를 했다. 요즘 투수들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짧게라도 ‘이 타자에게 강한 투수’를 올리고, 막 이렇게 좀 돌아가면서, 약간 메꾸는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어제 경기 끝나고 개막전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세팅을 짜자고 했다. 오늘도 미팅을 갖고 세팅을 다시 했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마운드 상황이 가장 좋았던, 시즌 초반을 떠올렸다. “우리가 제일 잘 나갈 때 어떻게 분위기를 맞췄고, 어떻게 했는지 딱 돌아볼 때 1이닝씩 딱딱 맡겼더라. 그 선수에게 그 상황을 다 정리시키니까, 초반에 좋았다. 전력분석팀과 코치들도 그렇게 얘기했다. 이제 웬만하면 불펜투수 1명에게 1이닝을 끝까지 맡기면서 진행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마라톤 미팅의 결과는 심플 그 자체. 정해영이 없는 동안 8~9회를 전상현과 최지민이 맡는다. 두 사람은 정해영이 있을 때 7~8회를 맡았다. 더블 메인 셋업맨 체제였다. 좌타자가 많으면 최지민이 나오고, 우타자가 많으면 전상현이 출격하는 방식.
이들 앞에 장현식, 곽도규, 임기영을 놓는다. 단, 임기영은 우선 ‘선발 알바’가 끝나야 한다. 양현종이 29일 광주 키움전에 선발 등판하니, 내달 2~4일 삼성과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부터 불펜 대기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범호 감독은 “상현이와 지민이를 8~9회에 놓는다. 현식이는 그 앞에 붙이더라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기는 상황에 좌타자가 많으면 지민이를 먼저 쓰고 우타자가 많으면 당연히 상현이를 먼저 쓴다. 다른 투수들은 웬만하면 현식이 앞에 쓰면서 1이닝씩 맡기려고 한다. 그렇게 책임감을 주려고 한다”라고 했다.
KIA는 돌려막기 식으로 불펜을 운영하다 보니 오히려 승계주자실점이 늘어나는 등 좋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이범호 감독은 “어린 친구들을 (주자 있는 상황이나 이닝 중간) 그런 상황에 올리다 보니, 부담도 느끼는 것 같더라. 웬만하면 주자 없는 상황에 올려서 1이닝을 막게 할 것이다. 점수를 주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맞다”라고 했다.
이렇게 심플하게 원위치로 간다. 이범호 감독은 “지금 우리 선발들이 7~8이닝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선발이 개수가 적다 보니 중간투수들을 더 쓰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런 게 지금 힘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최대한 심플하게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초반처럼 책임감을 주면서, 1이닝씩 딱딱 가려고 한다”라고 했다.
사실 별 다를 게 없는 결론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시즌 도중 이범호 감독이 자신의 운영착오를 인정하고 코치, 전력분석 의견까지 듣고 방향성을 수정했다는 그 자체다. 잘못된 결과를 성찰하며, 고집이나 미련을 갖지 않는 것도 보통의 초보감독에겐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KIA는 28일 광주 키움전서 대패했다. 이범호 감독의 필승조 ‘뉴 세팅’ 효과를 확인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러나 팀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의지는 확인했다. KIA의 마라톤 회의는 훗날 효과를 확인해볼 수 있다.
- 출처 :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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