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지금이 최대 고비”···이범호 감독이 처음으로 ‘위기’를 말했다[스경x현장]

Talon 2024. 7. 17. 17:40

KIA는 올시즌 개막 이후 숱한 고비를 겪었다. 4번 타자로 정해놨던 나성범이 개막하기도 전에 부상으로 빠지더니 필승계투조의 임기영, 선발 투수 이의리와 윌 크로우까지 핵심 선수들의 부상이 계속됐다. 그래도 어떻게든 막아냈다. 백업 선수들이 훌륭히 활약해 줬다. 공백을 걱정했던 만큼은 느끼지 않으면서 전반기를 치러올 수 있었다. 결국에는 1위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6일 2위 삼성과 대결을 앞두고 이범호 KIA 감독은 “최대 고비인데 조금 걱정이 된다. 하지만 선수들이 강팀들과 싸울 때는 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고비가 여러 번 있었는데 지금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범호 감독이 지금까지 한 번도 언급한 적 없던 ‘위기’를 언급한 이유는 선발 공백의 ‘누적’과 그 공교로운 ‘시점’ 때문이다.

KIA는 지난 14일 윤영철을 엔트리 제외했고 15일에는 척추 피로골절 진단을 받았다. 3주 뒤 다시 검진해야 복귀시점을 알 수 있을 정도의, 회복이 간단치는 않은 부상이다. 후반기 안에 올 수 있다면, 빨리 오더라도 두 달은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KIA는 이미 이의리와 크로우가 팔꿈치 수술을 받아 일찍이 시즌을 마감한 상태다. 황동하와 대체 영입한 캠 알드레드가 그 자리에서 던지고 있다. 알드레드는 이제 감을 잡은 듯 호투를 보여줬지만 그동안 잘 던져온 황동하가 최근 흔들리는 모습이다. 황동하는 1군 선발 시즌이 처음이다. 시즌 끝까지 로테이션을 채우는 것을 보장하기 어려운 가운데 2년차 선발 윤영철까지 부상을 당했다. 마무리 정해영이 부상 중이라 이미 불펜에 부하가 있다. 이제 후반기를 시작해 각 팀이 승부처라 보는 한여름 싸움으로 가는 길목에서 선발이 3명째 이탈한 것은 큰 위기감을 낳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우리 팀은) 공격력이 좋아서 선발이 조금만 버텨주면 경기 중후반 득점을 많이 한다. 그렇게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 황동하 컨디션도 체크를 해야 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돼 (개막한 이후) 가장 위기 아닌가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1~3선발 나갈 때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포커스를 맞춰야 될 것 같다. 상대 팀들도 우리와 만날 때는 다 좋은 투수를 낼테니 경기 초반 어떻게 잘 버티느냐가 중요해졌다”라고 했다.

1위인 KIA는 현재 전체 구단의 견제를 받는다. 특히 2위권에 여러 팀들이 몰려 있다. 각자의 싸움을 위해 강팀 KIA와 승부할 때는 가능하다면 원투펀치를 다 내놓는다. 이의리와 윤영철을 앞세운 4~5선발마저 강한 것이 KIA의 큰 강점이었으나 이제는 4~5 선발 대결이 가장 약점이 됐다.

어떻게든 풀어가야 하는 상황, KIA 코치진은 긴 회의를 거쳤다. 윤영철의 공백이 길어지게 된 이상 선발 한 명을 그 자리에 고정시켜 꾸준히 등판시키기로 하고 우완 김도현을 택했다. 내년 선발 전환을 준비하려던 계획을 조금 당겨 실행한다. 그리고 현재 던지고 있는 제임스 네일, 양현종, 알드레드의 등판일에 최대한 승부를 걸어야 하게 됐다.

고민해 오던 로테이션도 조정 계획도 철회했다. KIA의 현재 로테이션은 제임스 네일, 양현종, 알드레드가 차례로 붙어있고 그 뒤 황동하, 윤영철 순이었다. 불펜 체력 안배를 위해, 알드레드의 순서를 황동하와 바꿔 양현종과 로테이션을 떼놓으려 했던 계획은 취소했다. 당장 다음주와 그 다음주, 주2회 등판해야 하는 순서이기 때문이다.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이 이번(17일) 던지고 나면 다음주 두 번 던져야 되고, 그 다음주에 알드레드가 두 번 던진다. 황동하를 그 자리에 놓기보다는 그냥 밀고 가기로 했다. 지금으로서는 주2회 등판은 양현종과 알드레드가 맡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마무리 정해영은 날짜상 24일부터 등록될 수 있다. 지난 16일 처음으로 불펜피칭 25개를 했다. 투구 뒤 정해영은 “통증은 없다”고 했다. 한 번 더 불펜피칭 뒤 퓨처스리그 실전을 치르고 1군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 따라 24일에서 2~3일 정도 복귀는 미뤄질 수도 있다. 그때까지 전상현을 마무리로 빼놓고 현재의 불펜 투수들로 버텨야 한다.

이범호 감독은 올해 사령탑으로 데뷔했다. 그것도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칠 무렵 선임돼 팀을 맡았다. 초보 감독인 데다 선임 당시 팀 상황과 그 과정을 생각해보면 기대 이상으로 팀을 잘 꾸리고 있다. 그 이범호 감독이 처음으로 ‘위기’라고 지목한 지점에 KIA는 와 있다. 또 한 번 잘 버텨낼 수 있을지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 출처 :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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