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

[황원영의 게임톡] 국산 게임 없는 e스포츠 종주국, 속 빈 강정?

Talon 2013. 9. 23. 17:54

겉은 그럴듯하나 실속이 없음을 두고 속 빈 강정이라 일컫는다. 현재 국내 e스포츠 산업이 그러한 꼴이다. 최근 1년 간 국내 게임시장은 '속 빈 강정'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롤, 이하 LoL)' 등 외산 게임이 활개를 치면서 '종주국'으로 불린 국내 e스포츠 산업 역시 외산 게임에 장악 당한 모양새다.






지난 6월 15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롤챔스 2013' 경기에 수많은 관람객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스포츠서울닷컴DB

9월 초 게임 시장조사기관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미국의 게임업체인 라이엇게임즈의 LoL이 PC방 점유율 40.8%를 기록하며 59주째 1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외산 게임인 피파온라인3,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디아블로3, 워크래프트3 등도 점유율 10위권 안팎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외산 게임의 점유율을 합하면 게임 시장의 절반인 55%를 넘어선다.

국내 게임 시장의 현실은 e스포츠 분야도 그대로 적용된다. 스타크래프트1에서 2로 넘어가면서 불거진 지적재산권 문제와 일부 프로게이머의 승부조작 등으로 침체기를 맞은 e스포츠는 LoL과 도타2 등의 비상으로 다시 도약했다. 하지만 '포스트 스타크래프트'를 표방하는 게임 중 국산 게임을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1 프로게이머의 등장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e스포츠는 LoL이 등장하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실제 LoL을 이용해 열렸던 올해 2월의 '올림푸스 LOL 챔피언스 윈터 2012-2013' 대회 결승전은 관람권이 약 1시간 만에 매진됐고, 시청률도 동시간대 케이블 채널 1위를 기록했다.

프로게임 구단이 경쟁 구도를 그리며 각각 이슈몰이를 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LoL 시즌3 월드 챔피언십 2013', 일명 '롤드컵' 역시 국내에서 숱한 이슈를 만들어 내며 게임 팬들의 관심 몰이를 하고 있다.

블리자드 역시 e스포츠의 르네상스를 불러오기 위해 스타크래프트2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블리자드는 올해 전 세계 단일의 통합 프로리그인 '월드챔피언십시리즈(WCS)'를 도입했다. 넥슨도 '도타2'의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게임단 양성에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e스포츠 종주국답게 각종 게임을 둘러산 e스포츠 활성화 계획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국산 게임을 등에 업은 e스포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때 게임업계를 주도했던 엠게임 등 국내 게임 개발사는 잇단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업계를 이끌고 있는 업체는 오히려 외산 게임 e스포츠에 집중하고 있다.

e스포츠의 도약이 반가운 것은 사실이나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온게임넷 등 e스포츠를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채널에서 방송되는 경기만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와 월드 오브 탱크, 스타크래프트2, 도타2와 같이 외산 게임 위주로만 e스포츠가 진행되고 있다.

한때는 카트라이더 등 국산 게임이 포스트 스타크래프트를 외치며 명성을 떨쳤으나 e스포츠 분야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국내 e스포츠 선수가 글로벌 무대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e스포츠 종주국으로 알려진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당당히 자랑할 만한 국산 게임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외산 게임의 비중이 월등히 높고 국산 게임이 위기인 이때, 국내 게임 업계가 힘을 합쳐 속이 꽉 찬 강정을 만들어 내야 하지 않을까. 규제 일변도의 정부정책 또한 재고돼야 한다.

이제 국내 게임업계가 게임 개발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국산 게임의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힘을 쏟을 때다. 외산 게임을 들여와 퍼블리싱하고 유통하는 단계를 넘어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국산 게임 기반의 e스포츠를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속이 꽉 차야 경쟁력이 있다.

정부 역시 국산 게임을 규제하는 일방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게임 산업 진흥에 힘을 기울일 때가 왔다. 규제뿐인 정책으로 게임업계의 기를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e스포츠 종주국다운 위상을 떨치기 위해서는 국산 게임을 기반으로 한 성공적인 e스포츠 종목이 나와야 한다.
-출처 : 스포츠서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