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박상진의 e스토리] 빛나는 과거를 지나 다시 나아가는 이야기, 황금의 유산

Talon 2024. 12. 17. 13:00

무엇 하나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게임이 있었다. RPG 게임의 대표적인 타이틀을 달고도 서비스 종료 위기까지 갔던 게임이었다. 10년후 3천만 명이 한 번은 즐겨봤을 정도로 성공한 이 게임의 이름은 '파이널판타지14'다.
 

스퀘어에닉스에서 개발/서비스하고 액토즈소프트가 한국에서 퍼블리싱하는 파이널판타지 14는 실패한 1.0 서비스 이후 2.0인 '신생 에오르제이'를 통해 제대로 된 MMORPG 게임으로 다시 다듬어졌다. 이후 3.0인 '창천의 이슈가르드', 4.0인 '홍련의 해방자', 5.0인 '칠흑의 배반자'를 거친 파이널판타지 14는 6.0 '효월의 종언'을 통해 첫 이야기를 마쳤다.

약 10년에 걸쳐 5부작으로 펼쳐진 이야기의 끝은 파이널판타지14를 게임 역사에 남을 MMORPG로 만들기 충분했다. 그만큼 스토리의 짜임새과 게임의 만듦새가 훌륭한 게임이 파이널판타지14였다. 하지만 그만큼 후속 스토리를 그려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었다. 이미 최고의 순간을 선사한 게임에서 다시 한 번 사람들에게 이러한 감동을 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황금의 유산'이라고 이름붙은 7.0 확장팩이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12월 3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세계를 한 번 구한 모험가가 다시 새로운 대륙에서 진행되는 왕위 계승전을 돕는 황금의 유산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이전 확장팩에 못지 않은 스토리 완성도와 함께 앞으로 소개될 이야기의 기초를 다졌다.
황금의 유산에서 중심이 되는 스토리의 뼈대는 왕위 계승전이다. 여러 인물이 참여하는 왕위 계승전에서 모험가가 돕는 왕녀 '우크라마트'가 '툴라이욜라' 연왕국의 연왕의 자리에 도전하는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다. 게이머는 파이널판타지14의 모험가가 되어 우크라마트가 연왕이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아래의 내용은 황금의 유산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완료하지 않았을 경우 읽지 않기를 권한다.
 


-왕위 계승 의식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세계의 다양성'
툴라이욜라 연왕국은 다양한 문화를 가진 많은 종족으로 구성된 국가다. 우크라마트의 아버지이자 툴라이욜라 연왕국의 연왕인 '굴루쟈쟈'는 자신의 후계자를 혈통으로 정하지 않고 자신의 장자인 '조라자', 입양한 두 자녀인 '쿼나'와 우크라마트, 그리고 무투대회 우승자인 '바쿠쟈쟈' 네 명의 왕의 계승 의식을 통해 결정하려 한다. 이러한 왕위 계승 의식의 목표가 '황금향'을 발견하는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황금향을 발견해 왕위를 이어받는 것은 우크라마트다. 모험가는 우크라마트가 연왕이 되기 위해 도전하는 계승 의식을 조력자의 입장에서 옆에서 바라보며 툴라이욜라 연왕국이 위치한 '투랄' 대륙의 모습과 문화를 바라본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제작진은 '삶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전하려 한다.

계승 의식에 참여하는 네 명의 도전자는 각각의 방식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각각의 도전은 처음 접했을 때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굴루쟈쟈는 다음 연왕에게 가장 필요한 소양인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툴라이욜라를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후계자를 찾고 싶었던 것. 이러한 다양성을 받아들이기 가장 좋은 캐릭터가 우크라마트였다.
 


굴루쟈쟈가 선택한 네 인물은 각각의 키워드를 가진 인물이다. 조라자는 '강병', 쿼나는 '부국'. 우크라마트는 '평화', 바쿠쟈자는 '능력'을 함축한 인물이다. 네 명의 인물 중 우크라마트가 가장 포괄적인 키워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만큼 구체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우크라마트는 연왕국을 누비며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이 여정을 통해 파이널판타지14는 우크라마트의 성장이 되는 경험은 모험가의 뒤에 있는 게이머에게 각각의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크라마트는 자신의 적이 되는 세력과 상대하기 전에도 먼저 상대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초반에 보였던 말괄량이 캐릭터가 많은 종족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문화를 이해해 연왕국의 연왕으로 충분한 모습을 보이는 성장기가 황금의 유산의 주요 스토리다.

 

우크라마트가 스토리에서 계속 언급하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도 다양성에 관해 말하고 있다. 과거 혈연 중심으로 구성됐던 가족의 개념은 이제 그 의미가 점점 바뀌고 있다. 우크라마트가 게임 내에서 가족이라고 말하는 그 누구도 혈연으로 엮이지 않았지만 우크라마트는 일반적인 가족에게 보이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황금의 유산 마지막에 남은 쿼나와 굴라쟈 모두 기존의 시각에서 보면 우크라마트와는 남이다. 하지만 우크라마트는 바뀌어가는 가족의 개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이러한 스토리는 현실과도 이어진다. 다양한 문화가 섞이고, 그 과정에서 바뀌어가는 가족관에 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스토리의 주인공의 입장이었다면 이번 이야기는 강요가 될 수 있었겠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는 모험가의 눈으로 바라보는 게이머들에게는 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새로운 이야기를 위해서 앞으로 나갈 마음의 준비
파이널판타지14가 패키지 게임이었다면 황금의 유산의 직전 확장팩인 효월의 종언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됐을 것이다. 하지만 MMORPG의 장르 특성상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우주 끝까지 날아가 세계의 멸망을 막았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MMORPG의 숙명이다.

신생 에오르제아에서 시작되어 효월의 종언으로 끝난 첫 이야기의 완성도는 높았다. 몇 년에 걸쳐 쌓아뒀던 이야기의 끝은 정말 좋았고, 더이상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지 궁금했을 정도다. 이는 제작사인 스퀘어에닉스에서도 큰 부담이다. 게이머의 기대는 하늘을 찌르는데, 이러한 스토리가 주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황금의 유산은 다시 시작되는 모험이다. 어쩌면 모험가가 이번 스토리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에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의 멸망을 막았는데 바로 다음 여전히 끝나지 않은 세계의 멸망이 있다고 하면 그것만큼 김빠지는 일도 없다. 매번 위기를 구하면 그건 위기가 아니라 일상이 되고, 감흥도 사라진다. 세계를 구한 모험가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는 날이 다시 와야 한다. 이를 위한 새로운 이야기를 위해서는 새로운 무대가 필요하고, 황금의 유산은 이를 소개하는 프롤로그 단계다.
 


하이델린과 조디아크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아직 그들의 유산은 남았다. 바로 '거울 세계'다. 14개로 쪼개진 세계 가운데 몇몇 세계는 원초 세계와 통합됐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거울 세계가 있다. 황금의 유산 후반부에서는 이에 관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빛의 범람이 일어난 제1세계는 수정공의 노력으로 원초세계와 우호적인 관계다. 하지만 다른 거울 세계는 어떨지 모른다. 잠재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위협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원초 세계를 적대시하는 세계도 분명히 존재할 수 있다. 황금의 유산 스토리의 후반부는 이러한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스퀘어에닉스 역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신생 에오르제아부터 효월을 종언까지, 훌륭하게 완성된 이야기는 지금까지 모험가의 황금기다. 가장 빛나는 시기였지만, 다음의 이야기를 위해서는 이를 과거에 두고 다시 나아가야 한다. 게임은 게이머에게 세 번이나 묻는다. 다시 돌릴 수 없지만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아름다운 과거를 지우고, 그것이 다시 만난 가족과 헤어짐을 의미하더라도 모험가와 동료들은 다시 나아가야 한다고.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하지 않아야 존재하는 클라이막스
말했던대로 황금의 유산은 새로운 시작이다. 이야기의 모든 것이 완벽하게 끝난다면 다음에 할 이야기가 없다. 반대로 너무 어설프면 확장팩 하나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황금의 유산이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많은 궁금증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 궁금증은 다음의 이야기를 기다리게 하는 장치다.

파이널판타지14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기는 5.0인 칠흑의 반역자와 6.0인 효월의 종언 시기다. 칠흑의 반역자는 확장팩 하나로 봐도 완성도 있는 스토리를 가졌고, 효월의 종언은 10년에 가까운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확장팩이다. 이들 확장팩에서 느꼈던 감동을 느끼기에 황금의 유산은 분명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황금의 유산은 다시 시작되는 모험의 첫 이야기다. 이미 파이널판타지14를 즐기고 있던 게이머에게 황금의 유산은 세계를 구하고 나서 잠시 한 숨 돌리는 시간에 자신을 도와달라는 우크라마트를 따라 새로운 투랄 대륙의 풍경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반면 파이널판타지14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는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그래픽 업그레이드로 한 단계 높아진 인게임 그래픽을 통해 여태까지 알지 못했던 세계로 모험을 떠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시기가 지금이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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