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2025 LCK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T1 김정균 감독의 의자만 유독 뾰족한 가시가 돋친 것 같았다. 1시간 내내 그는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20명의 인원 중 가장 불편해 보였다. 자신의 말 하나하나가 불러올 파장을 걱정하는 티가 역력하게 났다. 한 매체가 원거리 딜러 주전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를 묻자 그는 단어를 거듭 고르고 고르다가 “시즌은 길다. 다 같은 팀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기력”이라고 답했다. 원론적인 답변, 그러나 찡그린 미간에서 그의 괴로움이 읽혔다.
최근 T1의 원거리 딜러 주전 경쟁을 놓고 여러 가지 말이 오간다. 발단은 조 마시 CEO의 상식 밖 간섭과 발표다. 마시 대표는 이달 중순 게임단 SNS를 통해 “‘구마유시’ 이민형을 2025 LCK 정규 시즌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하는 것을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또 “이민형에게 T1의 붉은 피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민형은 지금까지 T1에 엄청난 충성도를 보였으며 이것이 내가 그의 헌신에 보답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마시 대표는 “요청했다”라고 했다. 대표의 요청은 전달에 더 가까움을 그가 모르진 않을 것이다.
사실 마시 대표가 SNS를 통해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T1의 주전 경쟁은 오프시즌 제일의 화젯거리였다. 다른 팀 관계자나 코칭스태프들도 ‘스매쉬’ 신금재와 이민형, 둘 중 어느 선수가 주전이 될지 쉽사리 예측하지 못했다. 누구는 이게 장점이고, 누구는 그게 단점이다… 피어리스가 어쩌고 라인 스와프가 저쩌고…그러나 이제 와서 그런 비교와 평가가 무슨 의미를 지니겠는가. T1은 피의 색이 팀 컬러의 RBG값과 더 비슷한 선수를 주전으로 쓰는 팀임을 마시 대표 스스로 만천하에 공표해 버렸다.
스포츠팀 CEO가 선수단 주전 라인업을 결정하는 명분은 무엇일까. 마시 대표는 게임단 경영이 아닌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전략·전술과 용병술에도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 로스터를 결정할 만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췄을까. 좀처럼 낙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렵다.
어휘력이 빈곤하니 옛날 옛적 검은 소와 누렁소 이야기를 빌려 쓴다. 마을 사람들이 농부에게 물었다. 검은 소와 누렁소, 둘 중 어느 녀석으로 밭을 갈 거요? 농부가 답했다. 더 일을 잘하는 소를 선택할 거요.
검은 소와 누렁소 중 어떤 게 더 일을 잘하는지 외지인들은 전혀 모른다. 그저 검은 소의 근육이 더 우람하다거나 누렁소가 더 똘똘해 보인다고 떠들기나 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난데없이 나으리가 행차해 “오랫동안 헌신해 온” 검은 소의 피 색깔을 강조하며 직접 쟁기를 거는 것은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설령 실제로 검은 소가 더 일을 잘할지라도 그렇다. 어떤 소로 밭을 갈지는 농부가 직접 정하는 게 현명하다. 농사는 농부가 제일 잘 알고, 선수단 운영은 코칭스태프가 제일 잘 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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