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에서 행했던 마녀에 대한 추궁, 재판, 형벌에 이르는 일련의 행위를 '마녀사냥'이라고 일컫는다. 억울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마녀사냥은 현대에 와서 특정 인물에 대해 행하는 위협이나 표적 수사 등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이 '마녀사냥'이 열정 넘치는 한 축구 감독에게 행해지고 있다. 심지어 비난 여론에서 피해자라고 지칭하는 선수마저 괜찮다며 해명을 했음에도, 눈과 귀를 닫은 비난이 계속 이어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9일 "이정효 광주 FC 감독에 대해 상벌위에 회부하는 대신 엄중히 경고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지난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김천 상무와의 K리그1 홈경기에서 전반 종료 후 그라운드로 들어와 광주 소속 선수인 오후성을 밀며 질책했다. 이 감독의 손짓과 민 방향을 봤을 때, 사전에 약속한 전술적 움직임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오후성은 벤치로 들어오며 너무하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장면은 운동장 안에서 일단락됐고, 더 이상의 감정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다. 이 감독과 오후성 모두 서로가 경기를 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일 뿐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순간 올라온 감정이 가라앉은 후에 대화로 풀면 되는 일인 것 역시도 알았다. 두 사람은 경기 종료 후 포옹하며 서로를 다독였고, 오후성은 중계사 인터뷰에서 웃으며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선수로서 죄송한 일을 해서 부끄럽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에 남은 앙금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감독과 선수, 두 사람 사이에서 해결되는 듯했던 일은 난데없는 비난 여론과 직면했다. 어린이날 추태, 폭행, 폭력, 괴롭힘, 징계 등의 자극적인 단어가 여러 방향에서 이 감독을 공격했다. 어린이날이라는 시기의 특수성, 쉽게 보기 힘든 그라운드 안에서의 질책에 초점을 맞춘 편협한 비난이었다.
물론 이 감독에게 잘못이 아예 없다는 것이 아니다. 선수에게 더 차분하게 말하거나 라커룸 안에서 질책하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올라온 감정과 함께 많은 관중이 보는 앞에서 선수에게 다소 과한 접촉과 함께 지적하는 흔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선수 입장에서 기분이 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행동에 비해 너무 과도한 논란 조성이 이뤄지고 비난이 쏟아졌다. 오죽하면 이 사태를 지켜보던 오후성이 자신의 SNS를 통해 이 감독이 먼저 진중한 사과를 했고, 오히려 평소에 친구나 형님처럼 느껴지는 좋은 리더라고 해명까지 해야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선수의 사과로 끝날 게 아니라며 연맹 차원의 징계를 촉구하는 '주객전도'된 선 넘는 비난이 계속되자, 연맹은 '엄중한 경고'를 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며 징계까지 갈 사안이 아님을 확실히 했다.
이 감독은 "아버지처럼 선수들을 길러내고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는 게 좋다", "선수를 성장시켜야 한다면 '좋은 감독'이 아니라 쓴소리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능력 있는 감독'이 돼야 한다"며 선수들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직접 나서서 이 감독을 향한 오해를 해명한 오후성은 물론, 그를 거쳐 간 제자들도 존경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했던 미드필더 정호연은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에서 "가르침을 따랐을 때 과정과 결과를 모두 챙길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정효 감독님을 굳게 신뢰한다"라고 밝혔다. K리그 1에서 선수단 예산 규모 하위권에 있는 광주가 아시아 무대에서 일본 챔피언 빗셀 고베를 꺾을 수 있었던 힘은, 차별 없이 선수 모두에게 세세한 가르침을 전하는 이 감독의 '밤샘 노력'과 '열정'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그 열정이 과해 때로는 논란과 설전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행한 잘못만큼만 비판을 받아야 하는데, 그 이상의 몰지각한 비난이 이 감독은 물론 경기에 집중해야 할 광주 팀까지 흔들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말 중 하나가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선을 넘은 쪽은 선수에게 먼저 사과한 이 감독이 아니라 정도를 모르는 '마녀사냥'으로 보인다.
- 출처 :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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