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박상진의 e스토리]'애로우' 노동현, 두 번째 롤챔스 우승 향한 방아쇠 당기다

Talon 2016. 8. 20. 11:32

역시 여름이였다. 그리고 역시 kt였다. 지난 12일 끝난 롤챔스 서머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kt 롤스터는 이통사 라이벌인 SK텔레콤 T1에게 첫 두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세 세트를 가져오며 역전승을 거뒀다. kt의 4년 연속 서머 결승 진출이 결정된 순간이었다.

2014년 롤챔스 서머 우승을 차지한 '애로우' 노동현에게 이번 결승은 2년 만에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만큼 노동현은 승리가 확정되자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플레이오프 첫 세트에서 유리하던 경기를 내주고, 다음 세트 역시 패배하며 결승과 멀어질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를 하던 노동현은 해볼만하다는 생각이었고, 계속 진을 꺼내들어 그야말로 대 활약했다.

"그냥 하고 싶었어요. 진이 왠지 하고 싶었거든요. 진이 나올 상황이기기도 했고요." 결승을 앞두고 왜 진을 계속 꺼내들었냐는 질문에 대한 노동현의 답이었다. 진이 처음 리드 오브 레전드에 등장했을 때 소개했던 '입롤의 신'에 출연했을 당시만 해도 노동현은 진이 원거리 딜러보다는 미드에 어울리는 챔피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동현은 시간이 흐르며 챔피언 숙련도만 된다면 원거리 딜러가 사용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킬이 다 좋고, 스킬이 적중하면 강력하다는 이유였다. 2대 2 교전에서도 진이 괜찮다는 이야기.
 

여름에 강한 kt, 그래서 '여름 kt'라는 말도 생겼지만 정작 그 주인공인 노동현은 여름에 운이 좋아 성적이 나오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역시 운이 따라줘서 결승까지 갔다고. 노동현은 이번 시즌 첫 MVP와 경기에서 간발의 차이로 상대가 넥서스를 파괴하는 걸 막아내며 승리한 것 부터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여름과 자신이 이렇게 엮일지는 선수 전에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

리그 오브 레전드가 나오기 전 다른 AOS 게임을 즐길 때도 원거리 계열을 좋아했던 노동현은 제닉스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게이머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 시즌부터는 kt 롤스터에 합류해 '썸데이' 김찬호, '카카오' 이병권, '루키' 이의진, '하차니' 하승찬과 같이 팀을 이뤘다. 그리고 바로 그해 여름 삼성 블루를 꺾고 kt는 처음으로 롤챔스 우승을 차지했다. 

"입단하고 나서 얼마 안되 우승해서 실감이 안났어요. 그냥 우승했구나 하는 정도?" 하지만 롤드컵과는 연이 없었다. 서머에서 우승했지만 윈터와 스프링 시즌에서 성적이 좋지 못해 선발전을 거쳐야 했고, 결국 나진 화이트 실드에게 패배하며 아쉬움을 접어야 했다.

kt가 롤드컵 무대를 밟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2팀 체제에서 1팀 체제로 바뀐 2015년 서머 결승에서는 SKT에 0대 3으로 패하며 kt는 롤드컵과 연이 없다는 이야기기 나왔다. 노동현 역시 SKT와 실력차이가 나서 졌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나 직후 열린 롤드컵 선발전에서 진에어를 꺾고 드디어 롤드컵에 오르게 된 것. 
 

"제 프로게이머 인생에서 작은 목표가 있다면 롤드컵 무대에 나가는 건데, 드디어 가게 되어 기뻤죠. 1년에 한 번 있는 큰 행사인데 기분을 내고 싶어서 헤어 스타일도 특이하게 해 봤죠. 매년 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고요. 만약 올해 가게 된다면 조금 다르게 하더라도 뭔가 보여드리고 싶어요."

2015년 롤드컵 조편성식 당시 LGD, TSM, 오리진과 한 조에 편성되는 순간 굳을대로 굳은 이지훈 감독의 표정이 화제가 될 정도로 kt는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kt는 5승 1패로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16강은 재미있게 했어요. 부담없이 해서 좋은 성적을 낸 거 같고요. 롤드컵에 간 거 자체가 좋았는데 성적까지 잘 나와서 기뻤어요. 음식도 잘 맞았고, 열정적인 해외 팬들을 보고 재미있기도 했죠."

8강에 오르자 노동현도 성적에 대한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8강 상대는 A조 2위로 올라온 쿠 타이거즈. 아쉽게도 kt는 8강에서 패배하며 첫 롤드컵을 마무리했다. 이어 2016년 스프링은 결승 직전 플레이오프에서 SKT에게 패배했지만, 노동현은 스프링 시즌 3위는 좋은 성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머 시즌은 달랐다. 스프링 시즌 우승팀은 챔피언십 포인트 90점을 받지만, 서머 시즌 우승팀은 롤드컵에 직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의 서머 시즌 최종 성적은 13승 5패. 이중 4패는 ROX와 SKT에게 내준 것이다. 하지만 노동현은 진 경기에서도 일방적으로 진 게 아니고, 아쉽게 내준 경기들이라 이후에 두 팀을 다시 만나도 주눅들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노동현의 말은 사실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상대전적 0패를 기록한 삼성 갤럭시에게 3대 0으로 승리하고 플레이오프에 오른 것. 플레이오프 첫 세트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내줬고, 두 번째 세트는 노동현의 시비르를 잡기 위한 조합을 꺼낸 SKT에게 밀려 압도적인 차이로 패배했다. 하지만 3세트부터 활약한 '플라이' 송용준과 노동현의 활약으로 kt는 역전에 성공했다. 그중에 노동현이 3세트부터 계속 선택한 진은 중계진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kt는 포스트시즌 전 진행된 패치로 라인 스왑이 힘들어지며 경기 전 skt에게 불리한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보기 좋게 깨버렸다. "어차피 강팀이 되려면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해야 하는데, 언젠가는 라인 스왑을 하지 못할 순간이 올 거라고 예상했어요. 다만 그 순간이 빨리 왔을 뿐이죠."
 

노동현이 진을 다뤘던 거 처럼 결승 상대인 ROX '프레이' 김종인 역시 정규 시즌 진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노동현은 김종인에 대해 '실수가 적은 선수'라고 말했다. "스킬 활용도 잘하고, 교전에서도 활약하는 선수죠. ROX 선수 중에 제일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하는데, 실수가 적어서 상대하기 까다롭죠. 진은 서로 가져가거나 밴할 거 같은데, 만약 상대가 진을 사용하면 스킬을 잘 피하던지 먼저 죽이든지 해야 할 거 같아요."

결승 전 예상에서 대부분 ROX의 승리를 예상한 것에 대해서도 노동현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14년도 서머 우승때도 다들 삼성 블루가 우승한다고 했는데, 결국 우리가 우승했잖아요. 다만 3대 0으로 승리하고 싶어요. 우승할 때는 고생해서 우승했는데 작년 여름 0대 3이라는 일방적인 스코어로 진 게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빠르게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결승을 앞두고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팬들에게 하고 싶었을까.

"플레이오프에서 kt가 이기고 팬들이 부스 앞에서 엉엉 우셨다고 들었어요. 경기를 이긴 저희도 좋았는데, 그걸 조마조마하게 지켜보시든 팬들은 더 좋아서 그러셨을 거 같아요. 우여곡절 끝에 다시 서머 결승에 올랐는데, 그동안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마지막 경기까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끝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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