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박상진의 e스토리] 테디-모글리-엄티, 롤챔스 데뷔한 KeG 출신 3인

Talon 2017. 8. 20. 22:31

프로 스포츠가 발전하려면 그 근간이 되는 아마추어 스포츠의 기반이 단단해야 한다. e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한국 특유의 PC방 아마추어-세미 프로-프로로 이뤄지는 e스포츠 선수 육성 구조는 다른 국가에서도 부러워할 만큼 튼튼히 잡혀 있고, 이는 스타크래프트에서 시작해 리그 오브 레전드와 최근 오버워치까지 계속 이어진다.

한국의 대표적인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로는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Korea e-Sports Games, 이하 KeG)가 있다. KeG는 2007년 프로 e스포츠 종목의 아마추어 유망주 발굴과 다양한 종목의 아마추어 저변 확대를 위해 정부 예산으로 개최한 최초의 전국 단위 정식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배로 시작한 KeG는 2009년 대통령배로 바뀌며 올해까지 11년 연속으로 개최된다.

KeG는 프로를 꿈꾸는 선수들에게는 실력 발휘의 기회를, 새로운 선수를 원하는 팀에게는 신인 발굴의 기회다. 실제로 작년 롤드컵에서 준우승에 오른 삼성 갤럭시 미드 '크라운' 이민호는 2013년 KeG 대구 대표로 참가해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2015년 팀에 입단해 지금까지 활동 중이다.

2017년 롤챔스 역시 작년 KeG에서 모습을 보인 선수들이 여러 팀에서 신인으로 활약했다. 진에어 그린윙스 원거리 딜러 '테디' 박진성은 작년 케스파컵에서 처음으로 대회에 출전한 이후 올해 풀타임으로 활동했고, 진에어 그린윙스 정글 '엄티' 엄성현-아프리카 프릭스 정글 '모글리' 이재하 역시 이번 시즌 롤챔스에서 데뷔 시즌을 보냈다.

이 선수들에게 KeG는 어떤 의미일까. 2017 롤챔스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이 끝난 후 KeG를 통해 올해 롤챔스에 데뷔한 박진성-엄성현-이재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7 롤챔스 시즌을 무사히 마쳤는데, 이번 시즌에 대해 말해보자면

'테디' 박진성(이하 테디): 롤챔스에서 활동하는 게 내 목표였는데 올해 목표는 달성했다. 열심히 하면 잘 되는데 열심히 안 할 때는 잘 안되는 걸 봤으니 내년에는 더 열심히 하고 싶다.

'모글리' 이재하: 롤챔스 데뷔 전에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나름 잘 해낸 거 같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고 나도 내년에는 더 열심히 연습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엄티' 엄성현(이하 엄티): 내 꿈은 소박했다. 롤챔스 부스 안에 들어가 보는 거. 그 꿈은 이뤘는데 점점 꿈이 커져서 더 이기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운 경기도 많았다. (이)재하 형이나 (박)진성이 형은 다들 잘했는데 나는 스프링의 불명예도 있고, 서머 초반 때도 아쉬운 플레이가 많았다. 
 

이번 주말 KeG가 열리는데, 먼저 KeG에 대해 한 마디씩 말해보자면

테디: 원래 생각 없이 솔로 랭크 게임만 하던 사람이 나였는데, KeG 이후 느낀 점이 있어서 팀 게임도 열심히 했고 작년 챌린저스에서 활동한 뒤 올해 진에어에서 주전으로 활동했다. 하는 만큼 나오더라.

모글리: 아마추어 대회 중에 가장 큰 대회가 KeG고, 잘하는 아마추어들이 모이니까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서 입상권에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했었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올라가는 거 같다.

엄티: 나도 (이)재하형하고 같은 생각으로 KeG에 도전했다. 솔로 랭크보다 팀 게임을 더 좋아해서 KeG에 도전했는데 이후에 실력이 더 좋아져서 팀 입단까지 할 수 있었다.

KeG는 어떻게 알고 참가하게 되었는지

테디: 나는 팀 게임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래서 매번 솔로 랭크만 하고 있었는데,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된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가 팀을 모을 테니 같이 나가보자고 했다. 그 친구가 '플로리스' 성연준이었다. (성)연준이가 팀원을 모아 소개해줬는데 그 중 지금 MVP 미드인 '이안' 안준형도 있었다. 준우승을 차지했으니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모글리: KeG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게임을 하면서 대학 진학도 준비했는데, e스포츠 전형이 있는 중앙대학교에서 한국e스포츠협회 주최 공식 대회에서 4강 이상자에 대해 원서 접수 자격을 줘서 KeG에 출전하게 됐다. 그리고 아마추어 무대 중 가장 큰 무대여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엄티: 팀 게임을 원래 좋아해서 KeG 전에도 PC방 대회에서 스킨 받으러 자주 출전했다. 그래서 KeG에도 출전했고, 학교를 자퇴했지만 재하형하고 마찬가지로 언젠가 대학에 갈 때 도움이 될 거 같아서 내가 아는 친구와 동생들을 모아서 대회에 나섰다. 
 

대회에서 부스 경기를 치렀을 텐데, 느낌이 어떻던지

테디: 내가 자리에 민감한 사람이다. 자리 적응이 안 되면 PC방에서도 랭크 게임을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다가 앞에 사람이 있으니 더 긴장됐다. 덕분에 집중도 못 하고 실수도 많이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경기를 하다 보니 준우승을 했다. 내가 좀 더 긴장하지 않고 집중했으면 우승했을 텐데 아쉽다.

모글리: 상암 경기장에 열리고 얼마 안 되서 부스에 들어가 경기했는데 느낌이 새롭더라. 조명도 더 밝고 관중석에 사람도 있고 의자도 새로웠다. 부스 안에서 경기하는 게 즐거웠고 긴장은 안 됐다.

엄티: 나는 부스 경기를 치르지는 못했다. 그리고 크게 주목받는 팀이 아니라 비방송 경기를 주로 했고, 마지막 경기를 재하형 팀과 했는데 그게 방송을 탔다. 부스 경기는 롤챔스에 와서야 경험할 수 있었다.

모글리: 그때 네가 미드 카르마 하고 내가 헤카림 했는데 특성을 잘못 들었지. 파괴전차 대신 착취를 들고 했는데 이겼어.

엄티: 우리 팀이 라인전 반만 가줬으면 할만했을 텐데 쉽지 않았어. 형네 팀과 다들 티어 차이도 있었고.

(잠시 모글리와 엄티 간의 친분 깊은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게임에 관해 짧고 빠르며 정리가 불가능한 대화가 이어짐) 
 

모글리는 KeG에 입상해서 케스파컵에도 출전했었다. SK텔레콤 T1과 대결했었는데.

모글리: 첫 대진이 SK텔레콤 T1인걸 들으니 오히려 긴장이 안 됐다. 차라리 지는 게 당연한 경기라 마음 편히 경기했다. 최대한 경기 길게 가면서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했다. 부담은 얼마 안 됐다. 상대 정글이 친한 친구인 '블랭크' 강선구라서 대처할 만 했는데 라인전에서 계속 밀리며 카운터 정글을 당하니 쉽지 않았다.

(이후 엄티가 경기에 대해 몇 마디 했는데 모글리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KeG 이후 각자 팀에는 어떻게 입단하게 됐나

테디: KeG 이후 챌린저스 팀에서 시즌을 보내고 다음 팀을 찾게 됐다. 팀 게임에도 자신이 붙어 테스트를 보는 팀을 찾았는데, 그게 진에어였다. 한상용 감독님이 나를 뽑는데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당시 스베누 박재석 감독님이 이야기를 잘 해주셔서 입단할 수 있었다.

모글리: 나도 아프리카 테스트 공고를 보고 신청했다. 처음에는 프릭업 스튜디오에 가서 테스트를 봤고, 여기서 합격해 아프리카 숙소로 가서 2차 테스트까지 통과해서 팀에 입단할 수 있었다. 나중에야 알게 됐는데, 지금 kt 롤스터 정제승 코치님이 나를 꽤 괜찮게 보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티: 처음에는 재하형과 같이 한 팀에서 테스트를 길게 봤는데 결국 둘 다 탈락했다. 그리고 나는 진에어 테스트를 봤는데, 같이 테스트를 보던 진성이형은 2주만에 팀에 입단하는 걸 보고 안되는가 싶었다. 그래서 안되나 싶다 해서 다른 팀 테스트를 봤는데 그 상대가 진에어였고, 그 경기를 본 한상용 감독님이 연락주셔서 진에어에 입단하게 됐다. 바로 롤챔스팀에는 못 들어가나 거의 포기했던 순간이었다. 
 

프로 게이머로 데뷔하고 활동하는 데 KeG가 어떤 도움이 됐는지.

테디: KeG에 출전하고 나서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러기에는 프로게이머가 되는 게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게임 내에서 나 혼자 플레이 하던 수준을 넘어 KeG를 통해 팀 게임을 알게 됐고, 결국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엄티: KeG 전에 중국에서 프로 생활을 해봤는데, 쉽지 않아서 프로에 대한 꿈이나 환상이 거의 깨진 상태였다.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한국 선수 생활에 대한 욕심은 남아 있어서 선택한 게 KeG 출전이었고, 그걸로 승부욕을 살릴 수 있었다.

모글리: 대회에서 경기했다는 거, 그리고 내 경기 영상이 남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엇다. 내가 프로게이머를 한다면 이런 경험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걸 KeG에서 느꼈고, 대회 후에도 계속 꾸준히 준비해서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엄티: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관심받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고, 그중 하나가 나다. KeG에 나가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됐고, 덕분에 올해 데뷔하고 경기할 수 있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늘어서 좋고, 내년에 더 잘해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겠다.

모글리: 이번 주말 KeG가 열리는데 관심 가져주시고,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아마추어 분들도 KeG를 계기삼아 열심히 하셔서 꿈을 이루셨으면 좋겠다. 나 역시 멈추지 않고 더 좋은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테디: 목표와 열정을 가지고 KeG에 나오신 분들이 좋은 결과를 얻어서 언젠가 롤챔스에서 대결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도 올시즌이 쉽지는 않았지만 좋은 경험도 있었다. 내년에도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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