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챔스가 단일팀 체제로 바뀌며 자리 잡은 지 어느덧 4년이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매 시즌이 시작하기 전 팀들의 구성원이 바뀌는 모습을 보였다. 2018년 롤챔스 개막이 한 주도 남지 않은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오프 시즌에 팀들이 보인 행보는 이전과 달랐다.
이전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팀들은 새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선수를 영입해 팀의 조합을 교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대다수 팀이 선수를 유지한 채 조직력을 살려 다음 시즌을 맞이한다. 작년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다. 새로운 선수의 영입 효과보다 기존 선수들의 합을 더 중요시하는 분위기다.
작년 최연성 감독 영입에 이어 팀원 전원을 교체한 아프리카 프릭스 역시 새 시즌을 앞두고 주전 대다수와 재계약하며 이러한 분위기를 맞춰갔다. 그러나 코치진 인선은 달랐다. 작년 한 해를 같이한 조계현 코치가 팀을 떠난 대신 작년 진에어 그린윙스에 있었던 임혜성 코치와 콩두 몬스터에서 활약한 이재민 코치를 영입한 것.
아프리카 프릭스가 주전 선수를 그대로 유지하며 코치진만 새로 영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아프리카 프릭스 최연성 감독(중)과 이재민(좌)-임혜성(우) 코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새 시즌을 앞둔 소감이 궁금합니다.
최연성 감독: 일단 빨리 경기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잘하고 싶습니다.
이재민 코치: 새로 팀에 합류했는데, 팀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궁금합니다.
임혜성 코치: 저 역시 새로 아프리카에 합류했는데, 시즌 전까지 최대한 준비 잘 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
최연성 감독: 임혜성 코치부터 이야기하자면, 처음부터 제가 같이 하고 싶던 코치였어요. 작년에도 팀에 불러서 같이 하려 했는데 팀 내부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 그럴 수 없었죠. 그리고 이제야 부를 수 있는 상황이 되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재민 코치도 마찬가지예요. 코치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계속 지켜봤고, 사무국에서도 눈여겨보던 분이었죠. 운도 좋았고 조건도 맞아서 같이 팀 생활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유능한 두 코치님이 오셔서 저도 정말 좋습니다.
코치 레벨을 셋으로 나누면 시키는 일만 하는 코치가 1레벨,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코치가 2레벨, 미래에 생길 일까지 대비하는 코치가 3레벨인데 두 분 모두 2~3레벨 코치죠. 저도 감독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재민-임혜성 두 코치는 아프리카에서 영입 요청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그리고 팀에 합류한 이유가 있다면.
이재민 코치: 예전부터 계속 이야기는 했었어요. 처음에는 제가 몸이 좋지 않던 시기라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같이 하자고 했는데, 그게 이번이 됐죠. 잊지 않고 다시 연락을 주신 게 정말 고맙고 기분 좋더라고요. 그래서 아프리카에 합류했습니다.
임혜성 코치: 진에어 그린윙스에 가기 전에도 최연성 감독님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통하는 게 많았어요. 아프리카TV 역시 e스포츠를 단순히 플랫폼 홍보가 아니라 전체적인 인프라를 키우기 위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팀을 운영하는 게 보이고 느껴져서 이 팀을 선택했죠. 잘하면 오래 같이 가겠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작년 서머 스플릿에서 아프리카 프릭스가 5위를 차지했습니다. 좋다면 좋은 성적이고, 나쁘다면 나쁜 성적인데 최연성 감독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연성 감독: 제가 코칭스태프로 활동한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이었어요. 그래서 충격받긴 했는데, 조건이 좋은 상황은 아니었죠. 일단 저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 감독이 처음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배울 게 많았고, 선수들에 대해 파악해야 할 것도 많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작년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시스템과 선수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나 알아보고 준비한 기간이었습니다. 작년보다 올해는 다르겠죠. 목표도 작년보다는 높게 잡고 있습니다.
임혜성 코치: 전력은 충분한데 선수들이 따로 다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전략이 뻔하다는 단점도 있었죠. 픽밴이나 전략이 제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서 미리 준비하는 데 문제가 없었어요. '마린' 장경환의 변칙적인 로밍만 당하지 않으면 상대할만한 팀이었죠. 선수들의 기량은 좋은데 조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재민 코치: 뻔한 전략을 보였다는 이야기는 저도 공감합니다. 한가지 운영만 할 줄 아는 팀이라는 느낌이었거든요. 대처하기도 편했고요. 그런데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서 뻔한 플레이를 정말 잘 해서 당하는 적도 많았습니다.
후반부에 힘이 빠지긴 했지만 작년 아프리카에서 장경환의 비중이 컸는데, 시즌을 마치고 팀에서 나가며 그 자리를 메꾸기 쉽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최연성 감독: (장)경환이가 작년 팀에서 해준 게 많죠. 일단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경환이가 없어도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중까지 이야기하자면 누가 빠져도 강한 모습을 보이는 아프리카 프릭스를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누구 한 명이 빠진다고 무너지는 건 좋은 팀이 아닙니다. 제가 빠져도, 혹은 여기 코치들이 빠져도 계속 강한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선수 이동이 예년에 비해 적은 편이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보시나요.
최연성 감독: 한창 선수들이 해외로 나갔는데,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봅니다. 해외 진출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거죠. 그리고 스킨 등의 수입으로 롤드컵 상금이 커지면서 상금으로도 선수들이 원하는 연봉 수준을 맞출 수 있게 된 것도 차이 같습니다. 한국의 상황도 좋아지면서 여기에 남는 결정을 내린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요. 13~14년도에 해외 진출 러시가 일었던 거처럼요. 그래서 주전급 선수들이 팀에 남고, 남은 선수를 중심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게 이번 시즌의 특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임혜성 코치: 모든 팀이 이렇게 변동이 없다는 건 모두 이번 시즌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팀이든 모두 나름대로 계획이 있고, 작년에 부족했던 부분만 채우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다들 자신감이 있는 상태라 경기를 봐야 알 거 같습니다. 그래서 선수 이적시장은 조용했던 거 같습니다.
이재민 코치: 선수나 팀이나 프론트나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변동이 적었다고 봅니다. 이적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었을 테지만, 다들 올해 한번 더해보면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거죠.
최연성 감독: 예전보다 지도자의 비중이 커졌기에 보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선수라도 누가 지도하느냐에 따라서 보이는 성적이 다르거든요. 초창기만 하더라도 두세 명 정도의 코치만 전문성을 인정받았는데, 이제는 노하우가 쌓여 대부분의 코치가 인정받고 있죠. 선수들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전력을 극대화하려면 선수에 맞는 코치가 필수적이었고, 코치의 역량도 그만큼 커졌다고 봐야죠.
임혜성 코치: 선수가 고정된 상황에서 이제 선수에게 맞는 코치를 구하는 게 중요해졌죠. 그래도 어느 정도 우연히 일어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민 코치: 최근 상위권 팀들은 코치가 두 명씩 두기 시작했고, 각 팀에 맞는 색의 코치를 구하다 보니 많은 움직임이 일어났던 거 같습니다. 보통 팀이 선수의 색이 강한 팀이 되든지, 아니면 코치의 색이 강한 팀이 되는데 지금 팀 컬러들은 선수들에 맞춰져 있어서 여기에 어울리는 코치를 구한 거죠. 두 상황이 맞물려서 코치들이 많이 팀을 옮긴 거 같습니다.
아프리카 프릭스 역시 올해 2인 코치 체제를 선택했는데, 어떤 이유에서 내린 선택인지 궁금합니다.
최연성 감독: 잘하는 팀은 코치를 두 명씩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작년 서머 1위부터 4위까지는 코치가 두 명이었고, 5위부터 10위까지는 한 명씩이었습니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롤드컵을 바라보는 팀이니까 상위권 팀이 되어야 하고, 그래서 2인 코치 체제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다만 작년에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발 빠르게 영입을 시작해서 임혜성-이재민 코치가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선수 10명을 운용하려면 코치 두 명은 필수입니다. 예전처럼 1팀과 2팀으로 나누기보다는 주전들이 경기하다가 슬럼프 등의 이유로 경기력이 떨어지면 회복하기위한 시간을 주고, 기회를 잡기 힘든 비주전 선수들도 경험을 쌓아 모두가 강한 팀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선수는 기복이 있어도 팀은 기복이 없어야 하니까요.
지금 이재민 코치는 주전을, 임혜성 코치는 비주전을 맡고 있지만 픽밴 의견 조율이나 스크림 피드백은 같이 나누고 있습니다. 주전-비주전이라 누가 중요하고 누가 덜 중요한 게 아니라 메인 역할이 있을 뿐이지 모든 역할은 공동 업무입니다. 이재민 코치는 주전 선수를 비주전과 교체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고, 임혜성 코치는 교체 의견을 같이 내면서 비주전 선수의 영입과 주전 승격의 의견을 냅니다. 두 명의 의견이 일치하면 그때 선수 교체가 있는 거죠.
이재민 코치: 개인 기량은 충분한 선수들이고, 이제 그 기량을 조직력으로 이어가야 가려고 합니다. 매경기 캐리하는 선수가 바뀌거나 혹은 모두가 대활약하는 그런 위협적인 팀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임혜성 코치: 주전 선수들은 노하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비주전들은 노하우만 쌓이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거죠. 피지컬이 좋고 솔로 랭크 상위권이라고 바로 경기에 나서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여야 하는데 지금 제 역할이 바로 선수들에게 노하우를 익히게 하는 겁니다. 기량은 좋지만 제대로 팀 게임을 익히지 못한 선수들이라 처음에는 연습 경기도 단조로웠죠. 그나마 경기 경험이 있는 '모글리' 이재하의 오더 경기를 풀어나가야 했거든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고, 더 연습한다면 앞으로 주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들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하는 모습이 보여서 좋습니다.
아직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두 코치는 최연성 감독과 실제로 지내보니 어떤지 궁금합니다.
임혜성 코치: 저는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을 싫어했어요. 테란이 잘하면 역전도 안 나오는데, 그렇다고 불리할 때 방어하다가 기회를 보면서 이길 수 있거든요. 스타는 잘 안했지만 경기는 자주 봤는데 이영호나 최연성 감독님 경기는 싫었어요. 재미없었거든요. 정말 무난히 승리를 굳히고 도박수도 안 통하고. 하지만 같이 지내보니까 이게 감독님 성격이 경기에 묻어나온 거더라고요. 철두철미한 성격에 스스로 모범이 되려고 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위에서 업무를 지시하고 자기 볼일을 보러 나가셔도 문제는 없지만 아래에서는 불만이 쌓이는데, 감독님은 저희보다 먼저 출근하시고, 준비도 먼저 하시죠. 이런 리더쉽이 있으니 코치들이나 선수들도 뭐라 이야기할 수가 없고 불만을 가질 일도 없죠. 선수단도 안정되고요.
이재민 코치: 저는 스타크래프트는 정말 초창기에 봐서 감독님 경기는 잘 모르고요. 팀에 온 계기가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어요. 선수가 아닌 코치가 돼서도 배울게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게임 내적으로는 몰라도 실제 생활은 어느 정도 풀어져 있는 상황이었는데, 아프리카에 오고 나서 감독님의 모습을 보고 제 모습에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생활하고 있고,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듭니다.
이번 시즌 두 코치가 아프리카에 합류하면서 세운 목표가 있을 텐데, 각자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임혜성 코치: 실력 있는 팀을 만드는 코치가 되고 싶습니다. 상대의 실수로 이기는 팀이 아니라 KSV처럼 운영하면서 SK텔레콤처럼 이득 볼 타이밍에는 이득을 챙기는, 유기적인 플레이고 상대가 실수를 안 해도 이기는 팀을 만들고 싶어요. 실력으로 한 수 앞을 바라보고 승리하는 팀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실제로 강팀들이 이런 플레이를 보이죠.
이재민 코치: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서 활동하는 모든 사람의 목표가 롤드컵 우승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쉽게 말하지 못하죠. 하지만 이번에는 팀도, 선수도, 감독님도, 저도 잘 할 거라고 믿기에 롤드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말하고 싶습니다.
최연성 감독: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도 챙기시기 바랍니다. 2018년 아프리카 프릭스를 응원하실 잘 했다, 재미있었다, 즐겁다, 계속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팀을 만들겠습니다.
이재민 코치: 건강으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작년 연말 검사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좋은 컨디션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 롤드컵 우승을 말한 제 자신이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걱정해주시는 분들에게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임혜성 코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아프리카 프릭스나 e스포츠 팬들이 봤을 때 이 팀은 실력이 있고 인정할만한 팀이라는 걸 보이고 싶습니다. 스타 선수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지금의 제 목표라고 생각하고,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팀과 제 목표에 맞게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보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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