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투어인 APL과 PSS에 이어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여하는 A투어와 B투어까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코리아 리그(PKL)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하지만 프로 투어의 경우 파일럿 시즌에 선보였던 20개 체재가 아닌 24개 팀 체재로 경기를 치르면서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진행됐던 APL 경기에서는 2개 팀의 자리가 부족해 제비뽑기를 진행해 남은 두 팀의 자리를 정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APL 경기장은 평소에는 PC방으로 운영되는 아프리카TV 오픈 스튜디오 내부에 별도 공간으로 마련돼 있다. 하지만 경기당 참가팀을 늘리면서 좌석이 모자란 상황이 발생하게 됐고, 2개 팀이 일반 손님들이 사용하는 장소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 것이다. PC 사양은 동등한 조건이었지만 어수선한 주변 분위기가 경기력에 도움이 될 리는 만무하다. 결국 APL은 이후 경기부터 경기 시간에는 PC방 손님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OGN도 경기 규정이 바뀌면서 기존 80석이던 좌석을 96석으로 확대했다. APL보다 늦게 시작한 덕분에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OGN은 상당한 금액을 추가로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규정이 바뀌면서 참가하는 팀이나 지켜보는 팬들 모두 불만을 표하고 있다. 특히 선수들은 더욱 많은 인원이 몰리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사양의 PC라 하더라도 프레임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운적인 요소가 존재하는 배틀그라운드에서 팀을 늘린 것은 운을 더 크게 작용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16개 팀이나 20개 팀 체재일 때보다 더욱 촘촘하게 이루어진 수비를 뚫고 자기장 안으로 들어가야 하니 제대로 된 교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탈락하는 팀들이 수두룩하다. PKL에 참가 중인 선수 A는 "이전에 비해 아이템 파밍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런 이유로 변별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팀이 늘어나면서 옵저버가 교전 장면을 잡아주는 것도 더욱 어려워졌다. 이전 시즌보다 더 많은 교전이 한꺼번에 일어나니 옵저버가 놓치는 장면이 한둘이 아닌 것. 시청자 입장에서도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경기 내용면에서도 질이 떨어진다. 최근 해외에서 열렸던 스타래더 아이리그나 PGL 인비테이셔널의 경우 16팀으로 진행됐고, 아이템 드롭 확률을 높여 팀들의 적극적인 교전을 유도했다. 변수는 줄어들었고, 강팀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PKL은 반대로 참가팀을 늘리면서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참가팀 수가 확대된 것은 아프리카TV나 OGN보다는 펍지주식회사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펍지주식회사 측에 24개 팀으로 확대한 이유에 대해 물었지만 닷새가 지나도록 답변은 없었다. 그저 초중반 교전이 없어 지루하다는 세간의 평을 팀 추가로 해결하려는 속셈이 아니었을까 추측할 뿐이다. 그러나 참가팀 수가 늘어나 점수 격차가 벌어지면서 순위방어 양상은 이전보다 더욱 심해졌다.
A 선수는 "팀 관계자들이나 선수들 대부분이 운적인 요소를 줄이고 교전을 유도하기 위해 1인칭 모드(FPP)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 B로부터는 "우승팀에게만 점수를 주고 킬 포인트로만 순위를 높일 수 있게 하자"는 의견도 들었다. 예를 들어 라운드 우승팀에게만 10점을 부여하고, 킬당 1점씩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적극적인 교전을 유도할 수 있고, 최후 생존자가 중요하다는 게임의 기본적인 정체성도 지킬 수 있다.
24개 팀으로 늘린 것이 대회의 흥행을 위해 교전을 유도시키기 위함이라면 랭크 게임을 도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한 선수의 의견도 있었다. 일반적인 게임과 프로팀들 간의 경기 내용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랭크 시스템을 통해 일반 게이머들도 경기의 분위기를 익힐 수 있게 해야 프로 선수들의 경기에 공감하고 지금보다 더욱 관심 있게 경기를 지켜볼 것이라는 주장이다.
C 선수는 펍지주식회사가 e스포츠 정책을 세우는데 있어 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진행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C 선수는 "펍지주식회사가 너무 특정 커뮤니티의 눈치만 보는 것 같다. 선수 욕밖에 안하는 곳의 의견에 우리가 휘둘리고 있단 사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PKL은 다소 급하게 시작된 감이 없잖아 있다. 공인 프로팀 심사도 짧은 시간 내에 진행했다. 넘어지더라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빠르게 궤도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펍지주식회사의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제대로 궤도 안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의견도 적극 수렴해야 한다. 지금처럼 독단적인 행태로는 발전은커녕 팀들의 불만과 문제만 야기할 뿐이다.
펍지주식회사가 최근 직원들을 충원하고 팀 관계자들과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이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배틀그라운드는 한국 e스포츠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부디 독단적인 자세는 버리고 귀를 열어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개선된 PKL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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