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박상진의 e스토리] 김지수 해설이 말하는 PKL 하반기 룰, 그리고 구도

Talon 2018. 10. 1. 23:48

10월 1일부터 배틀그라운드 한국 리그인 2018 PKL #2(이하 PKL 하반기 리그)가 진행된다. 기존 방송 3사에서 각각 다른 룰로 진행되던 PKL이 하반기부터 총 32개 팀이 8주간 같은 룰로 경기를 벌인다. 하반기부터 바뀐 룰 중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포인트 제도. 과거 1위가 500점, 킬당 15포인트를 부여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1위부터 4위까지만 각각 8-4-2-2 포인트를 부여하고, 킬 포인트를 1점씩으로 바뀌었다. 자기장 역시 비행기 이륙 10초 후 맵에 생성되어 경기 초반 진행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이전까지 배틀그라운드 경기는 경기 초반 각 팀의 고유한 파밍 지역(랜드마크)에서 장비와 물자를 보급한 후 자기장에 따라 천천히 이동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긴 초반 파밍 시간, 그리고 교전보다 버티기가 강조되며 중반 이전까지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했고, 이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단점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이번 하반기부터는 초반부터 빠른 선택과 행동이 요구되며 예전과 달리 초반 늘어지는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TV에서 배틀그라운드 해설로 활동 중인 '지수보이' 김지수 해설 역시 새롭게 적용되는 하반기 룰 작업에 참여했다. 룰을 변경하기 위해 25라운드 이상 경기를 계속 진행하며 박진감 넘치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포인트 룰을 만들기 위해 PKL 휴식 기간에도 계속 배틀그라운드를 준비했다는 김지수 해설과 만나 하반기 경기 양상, 그리고 팀들의 경쟁 구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새롭게 바뀐 PKL 포인트 룰에 대해 먼저 총평을 부탁드립니다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킬포인트 비중을 높였습니다. 덕분에 팀들의 전투력이 더 중요하게 됐고, 스크림에서도 상반기보다 더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상황이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제 1인칭으로만 대회가 진행되어 선수들의 피지컬도 이전보다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번 PKL 하반기 포인트 룰은 '지수보이 룰'이리고 불릴 정도로 수정 작업에 깊이 참여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 '펍지 매트릭스'라는 포인트 시스템은 1등 500점부터 순차적으로 생존 순위에 따라 점수를 주고, 킬 포인트는 15점을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OSM 서울컵 이후 이를 기반으로 계속 포인트 부여 방식을 고쳐나갔죠. PGI 2018이 끝난 이후인 9월 3일부터 7일까지 OSM 서울컵을 참고해 총 25라운드를 펍지 관계자, 그리고 선수와 시청자가 함께 계속 테스트를 하며 지금의 포인트 시스템이 결정됐습니다. 저는 그 룰로 경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바라보기만 했으니 '지수보이 룰'이라고 하기에는 과분하죠. 오히려 새로운 펍지 매트릭스라고 불러주시는 게 맞을 듯 합니다. 모두가 함께 만들었으니까요. 그래도 바뀐 시스템으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시기라고 봅니다. 중계를 하면서 새로운 펍지 매트릭스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큰 전환점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존 순서대로 1위에게 8점, 2위에게 6점, 3위와 4위에게 2점을 주고 킬 포인트를 1점으로 주는 등의 변화가 생겼는데, 포인트 제도가 바뀐 이후 스크림에서는 어떤 양상이 전개됐나요 
생존으로 점수를 얻을 여지가 적어지고, 반대로 교전 승리로 얻는 점수가 커지면서 이제 참가 팀들에게 매 순간 빠른 선택을 요구합니다. 예전에는 정해진 랜드마크와 이동 경로가 있었기에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교전이 벌어질지 예측이 가능했죠. 하지만 이제 정해진 무언가를 하기 힘들어집니다. 가장 먼저 첫 자기장 발생 시기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비행기가 이륙하고 10초 후에 첫 자기장이 생깁니다. 자기장이 줄어드는 시간도 예전보다 줄어들었죠. 자기장 대미지도 올라 랜드마크를 고집하다가는 자기장 피해로 탈락할 수 있습니다. 스크림에서는 랜드마크를 버리고 빠르게 전략을 수정해 움직이는 팀이 1위를 차지하는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비행기 경로와 첫 자기장을 보고 빠르게 상황을 판단해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그만큼 평소 연습과 준비가 중요해질 시기이기도 합니다. 
 

언급하신 대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서는 랜드마크라는 존재가 중요하게 작용했는데, 이는 경기의 늘어짐과 고착화를 발생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새로운 룰에서는 랜드마크를 활용하기 힘들다고 하셨는데 실제 경기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보여지나요 
이전까지는 비행기 경로가 결정되고 넉넉한 시간 내에 각자 랜드마크로 이동 후 장비를 얻어 자기장으로 이동해도 될 만큼 초반 시간이 길었고, 초반 경기가 늘어지는 원인이 됐죠. 하지만 이제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20팀에서 16팀으로 줄었지만 경기의 큰 그림을 빠르게 그려야 하기에 초반이 정말 중요합니다. 빠르게 선택하고 행동하는 팀이 이길 확률이 높아진 거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돌발 교전도 꽤 나오는 편이기에 초반부터 흥미진진한 장면이 많이 나오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제 생존 순위는 하위권이라도 6킬 이상만 올리면 라운드 상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킬포인트의 중요성이 올랐습니다. 예전에는 생존과 교전 중 생존의 기대값이 더 높았기에 버틸수 있으면 생존을 선택했지만, 교전의 기대값이 더 높아진 이제는 가능성이 있으면 바로 교전으로 돌입할까요
오래 버텨서 점수를 낼 수 있었던 이전과는 달리 이제는 버티느니 상대를 하나라도 더 잡는 게 유리해졌죠. 하지만 이제는 킬 포인트로 상위권 팀들 순위도 바뀔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오래 버틴 팀보다 화끈한 공격력을 보인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낸 경우도 자주 보였습니다. 점수를 낼 수 있을 때 내야 하는 거죠. 과거 잘 버티는 팀이 강팀이라면 이제는 잘 싸우는 팀이 강팀입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들도 처음에는 의견이 분분했어요. 가장 큰 이슈가 1등에게만 생존 점수를 주는 건 아쉽다는 반응이었고, 그래서 의견을 종합해 1위부터 4위까지는 생존 포인트를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상금과 함께 파이널에 진출할 수 있는 포인트도 주 단위로 지급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주별 상금 및 포인트 지급이 되면 매주 치열하게 경기가 펼쳐질 거라는 의견이 예전부터 꽤 있었어요. 주마다 상금과 포인트를 지급해 팀들에게 가시적인 단기 목표를 부여하면 마지막까지 리그 분위기가 뜨거울 거라는 이야기였죠. 파이널 진출과 상금을 얻으려면 높은 순위에 들어야 하고, 높은 순위에 들려면 점수를 많이 받아야 하고, 점수를 많이 받으려면 생존보다는 치열한 교전이 더 중요해진다는 거죠. 파이널 한 경기에 많은 게 좌우되던 예전보다 팀들이 끝까지 리그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32개 팀을 16팀 2그룹으로 묶어 4주에 한 번씩 편성을 바꾸는데, 이 과정을 단순한 뽑기가 아니라 선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명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어떻게 보시는지 
하반기 리그를 앞두고 많은 팀이 리빌딩을 진행하며 선수 이동이 많았죠. 그런 과정에서 팀 대 팀, 선수 대 선수의 라이벌 관계가 새롭게 짜였고, 그런 관계를 미리 한 번 볼 수 있는 무대가 조 추첨식이었습니다. 저도 다섯 팀의 행방을 맞췄을 정도로 정말 예측하기 힘들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엮인 선수들이 경기에서는 또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나갈지 기대됩니다. 그중에서도 젠지 '에스더' 고정완이 바로 예전 같은 팀 소속이었단 '섹시피그' 한재현이 있는 오피게이밍 헌터스를 지명한 일이나 아프리카 프릭스 아레스에 지명당한 빅픽쳐가 바로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을 지명한 게 기억에 남네요. 이러한 초반 움직임이 어떤 마지막 결과로 이어질지도 궁금합니다.
1번 시드 팀이었던 젠지는 PGI 2018 이후 단일팀으로 체제를 바꿨고, 팀의 중심이었던 '에스카' 김인재가 오피게이밍으로 떠났습니다. 한재현도 오피게이밍으로 옮기면서 두 팀의 관계가 재미있어졌는데 실제 경기력은 어떨까요 
젠지는 김인재가 빠진 자리를 '위키드' 김진형과 고정완이 채워야 하죠. 최근 스크림을 보면 고정완의 경기력이 굉장히 올라갔어요. 기존 젠지 골드 3명과 같이 경기해도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제 임기응변이 중요해진 시기인데, 고정완의 장기가 임기응변이에요. 오피게이밍은 이번 휴식기 동안 피지컬이 좋은 선수로 팀을 채웠죠. 각자 실력은 좋은데, 어떻게 어우러질지가 관건입니다. 맛있는 음식 재료를 그냥 솥에 넣는다고 좋은 요리가 완성되는 건 아니니까요. 성적을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레인저스는 얼마 걸리지 않을 거 같고, 반대로 헌터스는 시간이 좀 필요할 듯합니다. 
 

이외에도 상위권에서 주목하는 팀이 있다면 어느 팀이 있을까요. 리그 전 좋은 모습을 보인 OGN 엔투스나 서울컵 우승을 차지한 콩두 레드도트, 그리고 예전부터 높이 평가한 액토즈 스타즈 레드 정도가 있을 듯합니다 
이야기하신 대로 OGN 엔투스는 최근 1인칭 국제대회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승도 가능했는데 팀리퀴드의 역습으로 2위에 올랐죠. 특히 '성장' 성장환 선수가 1인칭에서 정말 좋은 경기력을 발휘했고, APL 시즌2 우승 주역인 '야크' 김보현 역시 감각을 유지 중이죠. 엑토즈 스타즈 레드 역시 '스타로드' 이종호를 중심으로 팀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퍼즐을 잘 맞춰 우승권 다크호스라고 볼 수 있고, 아프리카 프릭스 형제팀들도 최근 스크림 성적을 봤을 때 선수들이 각각의 단점을 다른 선수의 장점으로 채워 좋은 팀이 됐습니다. 콩두 레드도트는 '에버모어' 구교민의 이탈이 아쉽지만 연습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던 선수들로 로스터를 꾸렸죠. '메랄드' 윤희성의 오더 능력으로 새 선수들을 잘 이끌 수 있을 거로 봅니다.
PKL 하반기 리그에 새로 합류한 팀 중 SK텔레콤 T1이 가장 눈에 띄고, 이외에도 치고 올라올 다크호스 팀들이 있을텐데 어느 팀을 주목해야 할까요 
스크림을 통해 SK텔레콤 T1은 샷 정확도가 높은 팀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스크림에서 가끔 용병으로 제가 활동하는데, SK텔레콤 T1 선수들과 대치하면 숨을 못쉬겠더라고요. 그리고 이동 경로를 다른 팀보다 빠르게 잡아서 자기장 변화와 동시에 다음 진로를 결정합니다. 순위 방어도 나쁘지 않고 교전에서도 상대에게 밀리지 않죠. 그리고 FPS로 다시 돌아온 최병훈 감독이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마치 축구를 하는 듯 잘 짜인 교전 포메이션을 보여주는 GC 부산도 킬 포인트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새로이 떠오를 거로 보이고, 교전 판단력이 뛰어난 팀 쿼드로나 DPG 에임, 아스트릭이 새로운 룰에서 강한 모습을 보일 팀으로 예상합니다. 
 

이제 하반기 리그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어떤 포인트를 중심으로 경기를 봐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와 함께 인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상반기까지 거의 비슷한 팀 스타일이 아닌 각 팀의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하반기 리그가 될 거로 예상합니다. 초반에는 비행기 경로와 자기장 위치에 따라 팀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중반에는 중요한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팀들의 경쟁을, 마지막에는 그동안 얻은 장비와 차량을 어떻게 이용해 상대를 제압해 나갈지 보면 더 재미있게 경기를 즐길 수 있죠. 중계하는 입장에서는 더 힘들어진 하반기입니다. 그래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많은 분석과 자료 준비로 재미있는 중계를 전해드리겠습니다. 항상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받은 만큼 나태해지지 않고 저 자신을 채찍질하며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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