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계로 돌아온 만큼 계속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싶다는 뜻 밝혀
'신지드 장인'에서 나진 코치로 거듭난 심성수 코치를 만나다
대개 '신지드'하면 최근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시즌2 월드 챔피언십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였던 '샤이' 박상면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그보다 먼저 이름을 떨친 신지드 장인이 있다. 지금은 나진의 코치를 맡고 있는 '싱선생' 심성수 코치가 바로 그 주인공.
일명 '흡총 빌드'를 유행시킨 심성수 코치는 박정석 감독과 한빛 스타즈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LOL 이전에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도 활동했던 심성수 코치.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박정석 감독과의 인연이 지금의 심성수 코치를 만들었다.
이쯤 되니 스타크래프트 테란 게이머로 활동하다가 LOL 게이머로 변신, 이후 나진 e엠파이어의 코치까지 맡게 된 심성수 코치의 구구절절한 인생사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선수들이 입 모아 칭찬하는 심성수 코치의 파란만장한 게임 인생! 지금부터 공개한다.
▶ 박정석 감독과의 인연, "추천으로 프로게이머 시작했죠"
박정석 감독과는 한빛 스타즈 때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라고.
한빛 스타즈로 데뷔해 KT로 팀을 옮겼던 박정석 감독과 아주 오래된 인연이었다. 심성수 코치는 처음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게 된 계기 역시 박정석 감독의 추천 덕분이었다고 답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프로게이머로 활동했어요. 처음 팀에 들어오게 된 것도 박정석 감독의 추천 때문이었죠. 전 테란 유저였는데 당시 한빛에 테란 게이머가 없었어요. 그래서 박정석 감독이 같은 길드원이었던 절 추천했고, 프로게이머 인생을 시작하게 됐죠."
하지만 오랫동안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 갈 수는 없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프로리그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은 상황. 개인리그에서 탈락하게 된다면 경기 없이 시간을 때워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았어요. 개인리그 예선전에서 떨어지고 나니 더 이상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안의 반대 또한 있었어요. 게임과 관련된 학과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집에서는 공부를 계속하길 바랬죠. 게이머를 그만두고 다시 학교를 다녔어요."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생활을 접자마자 프로리그가 도입됐다며 웃어 보인 심성수 코치의 게이머 인생 1막은 그렇게 끝이 났다. 잘 하고 싶었고, 욕심도 있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던 프로게이머 생활이었기에 무사히 대학교를 졸업한 심 코치는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했다.
게임 회사의 QA(Quality Assurance)로 일하면서 나름대로 만족도 했고, 즐거움도 얻었다. 그러면서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LOL이었다.
"처음에는 직장 동료들과 재미 삼아 했죠. 북미 서버가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했으니까 꽤 초창기부터 했어요. 지금의 나진 선수들을 그 당시에도 게임 내에서 종종 만나곤 했죠."
Relive 팀의 일원으로 LOL 더 챔피언스에 출전 하기도 했던 심성수 코치
팀을 꾸려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 재미로 시작한 LOL이었기에 인생의 전환점이 될 줄은 몰랐다. 동료들과 같이 게임을 시작했지만 심 코치의 레이팅은 점점 높아져 갔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봤을 때 월등히 높은 레이팅 때문에 다시 한 번 대회에 도전하게 됐다.
"처음엔 대회도 '그냥 한 번 나가 보자' 하는 생각에 도전했어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오프라인 예선까지 올라가게 됐죠. 대진표를 보는 순간 나진 소드와 만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렇게 다시 박정석 감독과 재회했죠."
나진 소드와 맞붙게 된 심 코치는 박정석 감독에게 연락했다. 프로게이머를 관두고 난 뒤에도 종종 연락하는 사이였고, 1년에 한 두 번씩 얼굴도 보는 사이였지만 인연의 끈이라는 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와 한 팀의 감독으로서 다시 만나게 됐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박정석 감독을 만나서 살짝 부탁을 하기도 했어요. 살살해 달라고 말이죠(웃음)."
솔로 랭크를 돌릴 때마다 종종 만났던 '막눈' 윤하운과의 라인전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Relive 팀의 일원으로 나왔던 심성수 코치는 신지드 저격 밴을 당해 요릭을 골랐다. 결과는 참담한 패배였지만 크게 아쉽진 않았다.
"막눈과는 솔로 랭크에서 만났을 때는 이기고 지는 관계였어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었죠."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박정석 감독의 권유로 심 코치는 나진에 들어오게 됐다.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둬야 했지만 망설임 없이 택했다.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 나진 e엠파이어, "패배도 성장의 밑거름"
심성수 코치가 보는 나진 실드-소드의 스타일은?
들어와서 선수들과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살이 쪘다. 야식을 함께 먹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말한 심성수 코치는 "저희 팀에 들어오고 나서 살 안 찐 선수는 구본택 선수밖에 없을 걸요?"라는 말로 현재의 생활을 대변했다.
선수들과 부대끼며 지내다 보니 장단점도 눈에 들어온다. 한 때 탑 라이너로 활동했던 심성수 코치에게 윤하운과 구본택의 장단점을 물어 보자 한참 고민하더니 말문을 열었다.
"윤하운 선수 같은 경우는 기본적인 센스가 굉장히 좋아요. 공격 타이밍이나 이런 부분들을 굉장히 잘 알아차려요. 한국 탑솔 중에 윤하운 선수처럼 공격적인 플레이어도 없을 거예요. 공격을 통해서 이득을 취하는 법을 잘 알죠."
단점 또한 명확하다. 심 코치는 "지나친 공격성이 때론 화를 부르죠. 공격적이기 때문에 손해 보는 부분도 생겨요"라고 윤하운의 단점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엑스페션' 구본택의 경우에는 어떨까?
"구본택 선수는 안정적인 라인전이 장기에요. 누굴 상대하든 안정감을 잃지 않는 편이죠. 단점이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탑 라이너들의 성향은 팀 컬러에도 반영이 됐다. 윤하운이 이끄는 나진 소드는 공격적인 플레이가 핵심이다. 반면 나진 실드는 안정적인 후반 운영이 강점이라고 심 코치는 덧붙였다. 스타일이 이렇게나 다르지만 스크림 성적은 5:5라고.
"최근에는 실드가 굉장히 잘 하고 있어요. 한 동안은 실드가 좀 주춤하나 싶었는데 요새 스크림을 해보면 거의 5:5에요. 전 코치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성적이 덜 나오는 팀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요. 두 팀 모두 동등하게 신경을 써 주려 하지만 성적이 안 나오거나 부진한 팀이 있으면 더 챙기는 편이에요. 잘하고 있는 팀에게는 코치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없어요. 하지만 부진한 팀이 있다면 도와 줄 필요가 있죠."
박정석 감독과는 완벽한 호흡을 자랑 중!
박정석 감독과 심성수 코치는 팀의 엄마, 아빠와도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박정석 감독이 엄하게 선수들을 꾸짖는다면 심성수 코치는 다독여 준다. 물론 서로 반대의 입장이 될 때도 있다.
"박정석 감독님이랑 호흡이 잘 맞냐고요? 네. 정말 선수들한테 잘 해주세요. 프로로서의 마인드도 잘 알려 주시고, 솔선수범 모범이 돼서 행동하세요. 많은 걸 보고 배우고 느끼고 있죠."
문득 궁금해 졌다. 신지드 장인이었던 '싱선생' 심성수 코치가 속한 팀인데 구본택, 윤하운 모두 신지드 플레이를 즐겨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냥 잘 안 맞나 봐요(웃음). 그리고 신지드 보다 더 좋은 챔피언도 많고요. 윤하운 선수 같은 경우는 AP 챔피언을 못 다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요샌 럼블을 잘 하고 있어요. 럼블을 연습하기 시작하더니 이제 어느 정도 잘 다루고 있죠. 구본택 선수도 신지드보다 이렐리아 같은 챔피언들이 더 잘 맞나 봐요. 둘 다 공격적인 스타일의 챔피언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다른 팀 소속인 박상면이 오히려 신지드 플레이로 세계 대회에서 이름을 날렸다. 이제는 외국 해설자들도 '샤이' 하면 신지드 이야기를 꺼낼 정도로 인상 깊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좀 아쉽기는 하죠. 저희 팀 선수들이 신지드로 플레이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은 해보죠. 사실 신지드는 한계가 명확한 챔피언이에요. 카운터도 확실하고,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 있죠. 블루 사이드에서는 선뜻 픽하기가 어려워요. 상대 픽을 보고 카운터 픽으로 꼽지 않는 한 말이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박상면 선수가 경기하는 것을 보니 정말 잘 하더라고요(웃음)."
조만간 나진 소속의 선수들도 신지드를 꺼내 드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신지드 장인의 가르침을 받고 있으니 먼 훗날의 일은 아닐 것 같다.
▶ 못다 이룬 꿈, "선수들이 이뤄 주겠죠?"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봐주고 있는 심성수 코치
나진 소드가 아주부 블레이즈를 꺾고 LOL 시즌2 월드 챔피언십에 나가는 쾌거를 이룩했지만 결과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8강에서 TPA를 만났던 나진 소드는 확 달라진 전력에 무너지고 말았다.
"예상 외의 전력이었어요. 한국팀들과 TPA가 경기했을 땐 이 정도의 실력이 아니었어요. 저희는 TPA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던 것에 비해서 TPA는 저희에 대한 분석이 완벽했어요. 롤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나갔지만 생각보다 빨리 떨어져서 너무 아쉽죠."
결과적으로 TPA가 아주부 프로스트까지 잡아내며 우승컵을 들어올렸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단단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 나간 TPA였지만 좀 더 체계적인 분석이 뒷받침 됐다면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패배하면서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고, 배울 수 있으니까요. 물론 매번 패배를 통해서 소드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좀 안타깝네요(웃음)."
사실 나진 소드는 실드에 비해 만들어 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팀이기에 이 모든 경험들이 소중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롤드컵 이후 MLG 폴 챔피언십에도 출전했던 나진 소드는 결승전까지 무난히 올랐다.
"아주부 블레이즈를 승자조 결승에서 잡아냈기 때문에 그렇게 패배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죠. 그런데 아주부 블레이즈가 하루 만에 확 달라져서 왔더군요. 결승전에 이어서 최종 결승까지 패배를 기록하고 말았지만 그 역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아주부 블레이즈를 상대로 달리고 있던 연승 행진은 끊겼지만 분명히 배우고 깨닫는 것이 있었다. 아직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선수들이기에 심 코치는 여전히 믿고, 기대하고 있다.
나진 실드의 '뱅' 배준식과 함께
"제 LOL 실력이요? 이제 전만큼은 아니죠. 요새는 직접 게임을 플레이 하기 보다는 선수들이 경기하는 걸 주로 봐주고 있으니까요. 해외 대회나 이런 저런 영상을 챙겨 보다 보면 직접 게임할 시간은 많이 없어요. 실력은 전만큼 안 되지만 아쉽진 않아요. 선수들이 제 꿈을 대신 이뤄 주고 있는 기분이에요."
현재 올림푸스 LOL 챔피언스 윈터 12-13시즌 12강을 치르고 있는 나진 실드와 소드를 도와 심 코치 역시 열심히 경기를 준비 중이다. 경기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선수들을 이끌어 나간다는 게 쉽지 않지만 보람찬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두 팀 모두 4강까지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적어도 한 팀은 결승 무대를 밟았으면 하고요. 그렇게 만들 자신도 있습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로 활동하기도 했고, LOL 리그 무대를 밟아 보기도 했다. 박정석 감독의 권유로 나진에 들어와 코치를 하기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인생에 있어서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은 심성수 코치는 지금의 생활에 충분히 만족한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지금 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e스포츠 쪽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자리에 있게 만들어 주시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시는 나진 산업의 이석진 대표님께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요? 음... 탑 라이너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윤하운 선수랑 구본택 선수가 너무 잠이 많아요. 아침에 잘 좀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깨우느라 너무 힘들어요(웃음)."
심성수 코치의 바람처럼 게이머로서 못다 이룬 꿈을 나진 소드와 실드가 이루어 주길 기대해 본다.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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