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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섭의 대기실] '바텀 캐리'란 말에 김혁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Talon 2019. 3. 4. 16:39
라이엇 게임즈

‘데프트’ 김혁규 사용법은 쉽다. 어느 팀이든, 아무 서포터든 옆에만 앉히면 능히 1인분을 해낸다. 그러나 그 성능을 최대로 뽑아내는 방법은 까다롭다. 킹존 드래곤X가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다. 김혁규가 MVP 포인트 1000점으로 그리핀 ‘초비’ 정지훈(900점)을 제치고 MVP 레이스 선두로 올라섰다. 바텀라인의 왕에게 가장 걸맞은 자리, 킹존이다.

킹존은 1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2019 스무살우리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대0으로 승리했다. 난타전 끝에 귀중한 승점을 더한 킹존은 7승4패(세트득실 +6)로 4위 담원 게이밍(7승4패 세트득실 +7)을 턱밑까지 쫓았다.

지난달 15일 1라운드 대결에서 0대2로 패배한 바 있는 상대였다. 피드백 과정을 거친 킹존은 라인전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데 주안점을 뒀다. 김혁규는 “그때(1라운드 경기)도 그랬고, 오늘 경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우리 팀이 더 잘한다고 생각했다”며 “라인전 구도에서만 안 무너진다면 팀 파이트 같은 부분은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혁규는 이날 1세트에 징크스로 데스 없이 6킬 3어시스트를 기록, 팀 승리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 라인전에서부터 상대를 거세게 압박한 김혁규는 19분 화염 드래곤 전투에서 트리플 킬로 방점을 찍었다. 징크스가 이날 경기를 위해 준비해온 챔피언은 아니었지만, 동시에 가장 자신 있는 챔피언이었다고 김혁규는 밝혔다.

“1세트는 코치님께 미리 전달하지 못했던 바텀 구도가 나왔다. 코치님께서 밴픽을 짜실 때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연습해본 구도가 아니어서 정확한 라인 주도권을 체크하기에 힘든 점이 있었다. 자야를 상대할 만한 픽이 몇 개 있었는데, 결국 연습해보지 않은 챔피언 중 자신 있는 픽을 골랐다.”

2세트에는 상대의 집요한 바텀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았다. 김혁규는 “애쉬와 바드, 둘 다 예상 못했던 픽이어서 조금 당황하긴 했다”면서도 “이즈리얼과 탐 켄치 모두 성장 기대치가 높은 픽이다. 또 애쉬는 저도 많이 해봤지만 조합상으로 카운터를 맞을 여지가 많은 픽이다. 라인전 단계에서 사고만 나지 않는다면 무난히 이길 거로 생각했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제각기 역할 해내는 6개의 붓… 뚜렷해진 킹존만의 팀 컬러

킹존은 지난해 스토브리그에 선수단을 갈아엎은 팀 중 하나다. 로스터 수술을 마친 직후에는 후유증이 있었다. 지난해 LoL KeSPA컵부터 올 시즌 초반까지, 킹존은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무색무취의 팀이었다. 1라운드 중반부에 접어들어서야 킹존에는 ‘바텀 캐리’라는 명확한 팀 컬러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혁규는 ‘바텀 캐리’라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향상된 팀워크가 지금의 킹존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팀의 연승이 바텀 듀오만의 공으로 평가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였다. 김혁규는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행동들이 무엇인지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면서 “상체를 구성하는 선수들 간 호흡, 바텀 밴픽 구도 정리 등이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를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항상 제가 잘 성장해서 캐리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요소가 많다. 상체 주도권 같은 부분에서 팀이 잘 맞춰준 덕분이다. 바텀 듀오가 자유롭게 라인전에만 집중하고,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울러 함께 바텀 듀오를 구성하는 ‘투신’ 박종익에게는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김혁규는 “(박)종익이 형과 저는 원래도 각자 팀에서 잘했지만, 같이 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 저희끼리의 실수가 나오는 게 아니라면 어떤 바텀 듀오를 만나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든다”며 바텀 듀오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결과적으로 킹존은 김혁규에게 최적화된 팀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해 말, 김혁규는 킹존 입단 직후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리더 역할’에 대한 욕심이 킹존 이적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심정에 변화는 없는지 김혁규에게 물었다.

“이전 소속팀에서는 다들 완벽하게 게임을 했다. 제가 실수하면 팀원들이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압박을 많이 받았다. 킹존에서는 저도 실수를 하지만, 저 말고도 다른 팀원들도 많이 실수하기에 압박감을 덜 받는다. (웃음) 저는 어느 팀에 가서도 1인분을 할 수 있지만, 지금이 제일 잘할 수 있는 팀이란 생각이 든다.”

최근 킹존은 샌드박스 게이밍과 한화생명 상대로 1라운드 패배를 복수했다. 다음 상대인 SK텔레콤 T1 역시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상대다. 김혁규는 다음 경기와 관련해 “1라운드 경기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점을 보완해 2라운드 경기에서 복수하고 싶다”는 선전포고를 전하며 기자실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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