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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빛의 티타임] '하나 된 팀' 만들어 가는 폰-데프트, 가능성 확인한 그들의 스프링

Talon 2019. 5. 4. 08:50

'폰' 허원석과 '데프트' 김혁규가 함께 보낸 또 한번의 봄이 지났다. 각자 삼성 화이트와 블루와 삼성 갤럭시 블루에서 활동하던 두 선수는 2014년 롤드컵이 끝난 후 중국의 에드워드 게이밍(EDG)로 이적한 이래로 쭉 호흡을 맞췄다. 햇수로만 보면 벌써 5년째다. 

kt 롤스터에서 킹존 드래곤X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두 선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김혁규는 kt의 2018 롤챔스 서머 우승을 이끈 일등공신이라 킹존의 확실한 플러스 요소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허원석은 서머에 사실상 주전 자리를 '유칼' 손우현에게 내줘 경기력에 대한 의문 부호가 따라 붙었던 것.

김혁규는 이적 후 인터뷰에서 허원석의 속마음과 자신감, 절실함을 믿어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혁규와 허원석이 함께 한 킹존은 스프링 초반 연패를 당하며 크게 흔들렸지만 감독부터 선수단까지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어긋났던 톱니바퀴들이 조화롭게 맞물리기 시작하자 그들의 경기력은 달라졌다. 허원석은 스프링 중후반에 슈퍼플레이를 보여주며 그간 그에게 쏟아졌던 수많은 비판과 비난들을 떨쳐냄과 동시에 김혁규의 믿음에 보답했다. 김혁규 역시 시즌 내내 초반 라인전부터 후반 한타까지 꾸준히 활약해 각종 기록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여행과 검정 고시 등 알찬 휴가 후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두 선수는 지난 스프링의 마무리가 아쉽지만 서머에서 보여줄 수 있는 더 큰 가능성을 봤다고 밝혔다. 더욱 발전한, 하나가 된 팀이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고 있는 허원석과 김혁규. 두 선수와 롤챔스 스프링과 앞으로 진행될 서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프링이 끝나고 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폰' 허원석: 집에서 쉬면서 방콕에 2박 3일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잠도 많이 잤어요.
'데프트' 김혁규: 검정 고시도 보고 개인 방송을 했어요. 일본 여행도 가서 꽉 찬 휴가를 보냈습니다.

검정 고시를 쳐 본 소감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김혁규: 펜을 잡고 책을 본지 너무 오래 됐어요. 이틀 동안 공부하려고 했는데, 첫째날엔 책을 보자마자 잠이 들어서 공부를 못했고, 둘째날엔 친구가 도와줘서 공부했어요. 가채점 결과는 잘 나온 것 같아요.

킹존으로 이적 후 보낸 첫 스프링을 보냈습니다. 각자 스프링에 대한 소감이나 감상을 알려주세요
허원석: 딱 예상한 만큼 나온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경기력은 아직 다 못 올라왔고, 서머에 더 준비해서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김혁규: 팀이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것이 느껴져서 굉장히 좋았어요. 거의 바닥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온 것도 잘한 것이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실수를 많이 하고 져서 찝찝했어요.

허원석 선수는 오랜만에 주전 선수로 활약했습니다. 허리 건강이 늘 언급되는데 지금은 이상이 없는건가요
허원석: 제가 쉬었던 기간이 길었는데 그게 허리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이것저것 이유가 있었어요. 지금은 허리가 아파서 쉬거나 그럴 것 같진 않아요.

김혁규 선수가 허원석 선수에게 오프시즌 기간 동안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는 것은 인터뷰를 통해 알려져 있어요. 다른 소문에 의하면 '투신' 박종익 선수에게도 같이 해보자고 이야기 했다는데 사실인가요
김혁규: 계약이 끝난 후엔 선수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은 상관 없으니 이곳저곳 생각해봤어요. 킹존도 그 중 하나였는데 이야기가 잘 됐어요. 원석이가 저한테 자신감을 어필한 것도 있고 종익이 형도 저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라스칼' 김광희와 '커즈' 문우찬에 대한 평가도 좋아서 이적을 결심했죠.

박종익 선수의 어떤 부분을 보고서 함께 하고 싶다 생각했나요
김혁규: 저와 친분이 있던 선수는 아니었어요. 경기에서 상대할 때나 연습할 때 보면 한쪽으로 치우친 선수가 아니라서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종익이 형도 같이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킹존과 계약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감독님께서 같이 하고 싶은 선수들을 생각해보라고 하셔서 함께하게 됐죠.

김광희와 문우찬 선수는 킹존의 미드-바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이 더 필요했던 선수들입니다. 두 선수들에 대한 첫 인상이 궁금해요
허원석: 김광희 선수는 예전에 킹존과 스크림을 할 때 잘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같이 해보니 가능성을 100% 보여주진 못했고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문우찬 선수는 솔로 랭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예전에 듀오도 몇 번 했었어요. 피지컬이 좋아 잘할거라 생각했어요. 저희가 초반에 호흡이 맞지 않아 삐그덕 댔는데 점차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김혁규: 저는 탑을 잘 모르니까 주변 탑 라이너들한테 물어봤는데 평가가 좋아서 기대를 많이 했어요. 연습 땐 곧잘 했는데 실전에선 긴장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긴장한 상태에서 세게 하려고 하다 보니 엉킨 느낌도 있었죠. 갈수록 긴장도 덜하고 적극적으로 잘 해줘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어요. 서머 시즌이 더 잘할 것이라 믿습니다. 우찬이의 실력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전 정글러를 쉽게 다뤄야 게임이 편한데 확실히 나이도 어리고 성격도 유순해서 부르기 편했어요. 그렇다고 욕심이 없는 애는 아니에요. 할 것 하면서 필요할 땐 부를 수 있어 좋습니다(웃음).

스프링 개막 전에 많은 사람들이 킹존의 상체 라인이 활약해야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당사자인 선수들은 어느 정도를 목표로 설정했었나요
허원석: 저도 오래 쉬었고 탑-정글도 주전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아니어서 그런 예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작할 땐 저희도 애매했지만 언젠간 가능성이 만개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적어도 플레이오프 진출을 바라봤고 초기의 목표는 달성했습니다.
김혁규: 스프링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었어요. 처음 시작이 워낙 안 좋아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았어요.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방향을 잘 잡아주셔서 지금처럼 한층 더 완성된 하나의 팀이 될 수 있었습니다.

허원석 선수는 시즌 초반에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해 '내현' 유내현과 교체 출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즌이 진행될 수록 점점 경기력이 올라온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습니다
허원석: 지고 나서 교체되면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어요. 다음에 이기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받아들여야 했죠. 경기력은 갑자기 올라온 게 아니라 원래 그 정도 할 수 있는데 뒤늦게 보여졌어요. 오랜만에 대회에서 뛰어서 그런지 초반에 경기력이 마음만큼 나와주질 않았죠. 팀워크가 나아지면서 경기력도 같이 돋보인 것 같습니다.

데프트-투신 외에도 테디-마타, 바이퍼-리헨즈 등 바텀 듀오가 강력한 팀들이 있었어요. 실제로 상대해보니 어땠나요
김혁규: 테디-마타는 라인전을 단단하게 잘 하고 픽들도 한타 가면 좋은 챔피언들 위주로 많이 뽑았어요. 저희가 그걸 억지로 뚫으려고 하다가 무너지기도 했죠. 바이퍼-리헨즈는 스타일을 잘 모르겠어요. kt 때부터 느낀 점으로 이야기하면 챔프언 폭이 넓어서 어떻게든 상대방의 픽을 카운터 치는 듀오라고 생각합니다.

원거리 딜러로서 호흡을 맞춰본 '마타' 조세형과 박종익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김혁규: 조세형 선수는 상황마다 다르지만 맵을 넓게 보고 바텀 라인의 강함을 경기 전반으로 이끌어가는 스타일이에요. 종익이 형은 바텀 라인을 확실하게 압박하고 한타 때 집중력 있게 잘 싸워요. 기본적으로 두 선수 모두 밸런스 있게 잘 하는 선수들입니다. 

허원석 선수는 스프링 동안 19개의 챔피언을 사용했습니다. 하나하나 사전 준비를 해둔건가요
허원석: 미드가 이번 시즌에 리산드라와 라이즈를 중심으로 반반 가져가는 메타 위주였어요. 그런 것들이 4, 5번째 밴까지 가면 미드가 틀어막히는 경우가 많아 연습을 많이 못 해본 챔피언들을 꺼내야 할 때가 있었어요. 그렇게 즉흥적으로 꺼낸 픽들이 몇 개 있고, 비주류 픽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허원석 선수가 스프링 시즌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자신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커뮤니티에도 자주 언급되는 선수 중 하나인데 신경 쓰이진 않나요
허원석: 무슨 말을 하든 좋은 반응도 있고 비판도 있어요.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좋은 말을 해도 비판할 것이라 신경을 안 쓰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더 재밌으라고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김혁규 선수는 스프링 MVP를 뺏겨서 아쉽진 않았나요? '쵸비' 정지훈 선수의 1위 확정 후 올라온 SNS 포스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김혁규: 포기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경기 전까지 점수가 같길래 지켜봤는데 정지훈 선수가 잘해서 MVP 1위 확정이 됐더라고요. 아쉽긴 했지만 재밌으라고 SNS에 글을 올렸어요.

높은 MVP 포인트만큼 김혁규 선수는 이번 스프링에서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김혁규: kt 때는 돋보이는 역할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킹존에 와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역할을 맡았고 결과도 잘 나왔지만 마지막으로 갈 수록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받은 관심만큼 잘 하진 못한 것 같아요.

삼성 갤럭시에서 같이 한솥밥을 먹었던 '에이콘' 최천주가 코치로 들어왔어요. 전 팀원을 코치로 맞이하니 어땠나요
김혁규: 해보고 싶은 챔피언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천주 코치님이 오신 후엔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경기에서도 챔피언을 많이 쓰게 됐고, 선수들을 믿어주셔서 좋아요.
허원석: 선수 경력이 있으셔서 소통이 원활하고, 선수들과 코치진 사이의 의견을 잘 조율해주세요. 

MSI 본선 그룹 스테이지가 오는 10일부터 시작합니다. 어떤 양상이 펼쳐질까요
허원석: SK텔레콤 T1이 우승하면 좋겠지만 제 친구 '루키' 송의진이 우승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보는 리그가 중국과 한국 뿐이라 타 지역을 정확하게 평가하긴 어렵네요. 제 생각엔 SK텔레콤과 IG가 우승 경쟁을 할 것 같습니다. 
김혁규: MSI 진출팀중에 정석적으로 잘 하는 팀이 SK텔레콤과 팀 리퀴드, IG인 것 같아요. 실력으론 SK텔레콤과 IG가 위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한 픽을 들고 오지 않는 이상 두 팀이 결승에서 맞붙지 않을까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리프트 라이벌즈에 출전합니다. 작년에 kt 소속으로서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올해는 어떨 것 같나요
김혁규: 저는 늘 좋은 기억만 가지고 왔어서 자신있어요. 한국이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 같이 나갈 팀들이 잘 해주고 있어서 저희는 저희에게 주어진 몫만 잘 하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허원석: 한국이 지난 두 번의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으니 올해는 팬들을 기분 좋게 할 결과를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그와 별개로 리프트 라이벌즈는 처음 만들어질 때 이벤트성 대회로 즐기고 오자는 느낌이 강했는데 국가대항전이다 보니 더 열심히 해야 하는 대회로 바뀌었어요. 서머 정규 시즌 중간에 대회가 열려서 참가하는 팀들은 일정이 빡빡해지고 그 와중에 보여줄 것은 많죠. 좀 더 의미 있는 어드밴티지를 주거나 상금이 커지는 등 어느 정도 보상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서머에 임하는 목표와 각오를 들려주세요
허원석: 저는 지난 서머에 자주 나서지 못했는데 이번엔 개인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서머가 되면 좋겠어요. 제가 잘 한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혁규: 스프링 때 후반으로 갈수록 흔들리는 모습이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서머엔 다잡고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허원석: 킹존에 와서 한 시즌을 보냈는데 늘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스프링보다 더 나아지고 발전하는 킹존이 되도록 노력하고 서머 우승과 롤드컵 진출을 노려보겠습니다.
김혁규: 킹존 팬들께서 저희에 대한 기대치를 0에 수렴하게 낮추고 시작하셨는데 그 때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선수들이 힘내서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었어요. 서머엔 올려놓은 기대치를 넘어서는 경기력을 보여드릴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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