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김용우가 만난 사람] 6년 만에 찾은 LCK 무대..kt '레이' 전지원 이야기

Talon 2019. 12. 23. 10:32

강동훈 kt 롤스터 감독은 최근에 만난 자리서 '레이' 전지원에 대해 17살 때부터 주목했던 선수라고 했다. '칸' 김동하(현 펀플러스 피닉스)처럼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강동훈 감독이 언급한 전지원은 2015년 EDG 2군 팀인 AD 게이밍(현 EDG.Y) 소속으로 데뷔했다. 

2016년 중국을 떠나 북미 에이펙스 게이밍에 입단한 전지원은 에이펙스 프라이드, 디그니타스를 거쳐 2017년 클라우드 나인서 선수 생활을 했다. 전지원의 생활은 파란만장했다. 2017년 다시 EDG로 돌아간 전지원은 팀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2018년에는 지역 선발전서 로그 워리어스를 꺾고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경험했다. 

전지원은 2019 LPL 서머를 앞두고 휴식을 취했다. 이유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서머 시즌 휴식을 취한 전지원은 2020시즌을 앞두고 kt 롤스터에 입단하면서 강동훈 감독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내년이면 프로 6년 차이지만 LCK 무대는 처음인 전지원은 "4년 전부터 LCK 무대에서 뛰고 싶었다"고 했다. 

강 감독은 '레이' 전지원에 대해 "장점이 있는 선수인데 오랜 시간 해외 무대서 뛰면서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그래도 강동훈 감독의 케어 속에 LCK 최고 탑 라이너로 성장한 '칸' 김동하처럼, '레이' 전지원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내년이면 프로 6년 차인데 한국 무대는 처음이다. 한국 무대로 온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이유가 있지만, 한국 선수인데 한 번도 한국에서 뛰어보지 못했다. 해외에서 오랜 시간 동안 활동하다 보니 동기부여도 떨어졌다.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하고 싶었다. LCK에서 나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싶었다.

- 2019 LPL 서머 시즌서 휴식을 취했다. 이유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는데 지금 이야기해줄 수 있는지
게임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동기부여가 떨어진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는 나에게 번아웃(burnout, 심신이 지친 상태)가 왔었다. 집중하기 힘들었다.

- 앞에서 말한 '동기부여'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가 가능한가?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지 5년이 지났다. 그런데 지금까지 얻은 게 없었다. 같이 시작한 선수들은 커리어가 쌓이는 게 보이는데 나는 그런 게 없었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얻는 게 없다 보니 마음만 급해졌다. 또 팀 성적도 안 좋았다. 지쳐 있었다. 나에 대해 채찍질을 했지만, 스트레스가 심했다. 휴식이 필요했다.

- 휴식기 동안 어떻게 지냈나?
내가 노는 걸 좋아한다. 해외에서 5년 동안 살았는데 한 번도 여행지를 가본 적이 없다. 집에서 개인방송을 하거나 게임만 해서 그런지 새로운 생활을 하고 싶었다. 다양한 걸 했고 많이 놀았다. 해외여행도 처음으로 가봤다. 내가 원하는 걸 했지만 게임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해야 하는데 게임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만약에 프로게이머를 관둔다면 무엇을 할지 고민도 했었다. 아르바이트도 알아봤을 정도였다. 게임으로 돈을 벌었는데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아갈지도 생각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많은 생각을 했다. 결국에 느낀 건 내가 가장 잘하는 건 게임이라는 것. 게임이 가장 잘 맞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게이머로 돌아와야 했다.

- 한국에 왔는데 선택한 팀은 kt 롤스터였다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하는 거지만 관심을 가져준 팀에 감사드린다. 사실 나는 보여준 게 없는 게이머다. 개인적으로도 생각하는 거지만 포텐이 터지지 않았다. 가능성만 보고 연락해준 팀이 많았다. kt는 EDG와 계약이 자동 연장되면서 다 포기하고 있었다. 흘러가는 대로 1년을 더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강동훈 감독님이 이야기를 듣고 같이 해볼 생각이 있는지 물어봤다. 계약 건은 도와준다고 했다. 감독님이 도움을 준 덕분에 kt로 오게 됐다.

- 내년이면 6년 차인데 LCK에서는 신인이다.
'finally'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예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계약 때문에 오지 못했다. 17살 때 프로 데뷔를 했는데 그때도 강동훈 감독님이 저를 데리고 가려고 했었다. 이번에 좋은 기회를 얻었고 한국 팀에 오게 됐다. 사실 기대를 안 했다. 한국 팀에 있는 게 꿈을 꾸는 거 같다. 지난 LPL 서머 때 3개월 휴식을 취할 때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했는데 kt에 오게 됐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 예전에 인터뷰할 때도 느낀 거지만 '오픈 마인드'인 거 같다
고등학교 1학년을 3개월 다니고 자퇴한 뒤 중국에 갔다. 당시 17살이었다. 사회생활을 EDG에서 시작했고 거기서 배웠다. 모든 것이 다 새롭고 패기있는 신인의 마인드로 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지금은 중국 음식이 맛있는데 그 때는 입에 대지 못했다. 거의 1년 동안 고추장과 밥만 먹었다. 언어도 안됐다. 그렇지만 '래퍼드' 복한규 당시 코치님과 '폰' 허원석(은퇴), '데프트' 김혁규(DRX) 선수가 온 다음부터 언어가 늘기 시작했다. 게임 롤모델이 '폰'과 '데프트' 선수였다. 북미로 갔을 때 솔로 랭크 아이디가 '데프트폰'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롤모델이면서도 배운 게 많았다. 

- 그러다가 2016년 EDG를 떠나 에이펙스 게이밍(현 디그니타스)로 간다
미국에 갔을 때는 세상 물정을 몰랐다. 성숙해지기 전이었다. 18살 때 미국에 갔는데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배웠다. 미국은 '나이스한 나라'다. 사람들이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는데 그걸 알게 됐다. 난 소심한 A형이다. 그런데 개방된 사회에서 살면서 성격이 바뀌었다. 이미지도 밝아졌다. 많은 경험을 했던 미국 생활이었다. 

- 에이펙스 프라이드, 디그니타스를 거쳐 2017년 클라우드 나인으로 이적했다 
2017년 북미 LCS 서머 때 우울증이 생겼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압박감이 심했다. '임팩트' (정)언영이 형과 같은 팀이었는데 경쟁 관계처럼 생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경쟁 관계는 아닌데 당시에는 부담감이 너무 심했다. 멘털이 안 좋아서 자주 무너졌다. 악플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왜 레이가 나오냐, 임팩트가 아니면 볼 가치가 없다'고 했다. 자존감이 무너졌다. 무덤덤하게 넘기려고 했는데 악플이 기억에 남았다. 계속 쌓이다 보니 부담감이 심해졌다. 팀하고도 멀어졌다. 해외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모른다. 
 
- 2017년 미국을 떠나 다시 EDG로 가게 됐다, 다시 돌아간 이유를 들려줄 수 있는가?
LCS는 좋은 대회이지만, 스스로 멀어진 거 같다. 당시 팀원들에게도 미안한 감정이 크다. 다음 시즌도 할 수 있었는데 치료를 받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나의 현재 상황이 보였다. 경기를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경기를 뛰고 싶었다. 시즌이 끝난 뒤 클라우드 나인에 '리코리스'가 들어왔는데 밀어낼 거 같지 않았다. 부담감이 생겼다. 당시 한국 팀을 찾고 있었고 많은 팀과도 이야기했는데 가장 조건(커리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이 좋았다. 왜 다시 EDG로 돌아갔냐며 의아하게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 다시 돌아간 이유 중의 하나는 중국 팬 때문이었다. 프로게이머라는 게 팬들이 있어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지내면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다시 잘해보고 싶었다. 실력도 자신이 있었다. 

- EDG 생활 중 기억에 남는 팀원은?
한 명, 한 명 기억이 남는다. 성격도 뚜렷했다. 그중에는 '스카웃' (이) 예찬이는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만난 동갑 친구다. 정말 잘하고 예찬이한테 많이 배웠다. EDG를 나오기 전까지 예찬이와 이야기했다. 많이 아쉽다. 예찬이 덕분에 살아남았다. 좋은 친구인데 성적을 내지 못해 아쉽다. 

- 2020시즌을 앞두고 '클리어러브' 밍카이가 총감독으로 올라갔다
아마추어 시절에 팀에 합류했을 때 '클리어러브'는 빛이었다. 빛 같은 존재였다. 정말 잘했다. 6각형 선수라고 해야 할까. 모든 부분서 잘하는 선수였다. 부족함도 없었다. 그와도 이야기했는데 '네가 잘할 때 내가 잘했으면 우승도 많이 했을 텐데'라고 했다. 그만큼 대단한 선수였다. 처음에는 물음표였다. 은퇴할 줄 알았다. 나가기 전에도 '클리어러브'와 이야기했는데 성공할 거 같다. 그는 내가 왜 EDG를 나가는지도 다 알고 있었다. EDG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다. 

- kt에서는 '소환' 김준영과 경쟁해야 한다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고 싶지 않다. '임팩트' 형과 처음 경쟁을 해봤는데 당시에 (정) 언영이 형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불편하게 생활했을 정도다. 저는 다 같은 팀원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성장해가고 부족함도 채워주는 시너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 주위 사람들은 반응은 어땠나?
축하를 많이 받았다. 내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잘해보라'고 했다. 재능이 있으니 LCK에서 펼쳐 보이라고 했다. 4년 전부터 LCK에 오고 싶었다. 결국 한국으로 오게 됐다.(웃음)

- 합류한 팀원들과는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불편함은 없다. 아직 친분은 없지만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팀원 성격도 좋아서 편안하다.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 본인이 생각하는 롤모델은 누구인가? 
예전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는데 '임팩트' 정언영, '래퍼드' 복한규 감독(현 C9)님이다. 그에게 게임을 배웠고, 롤모델이다. 요즘 롤모델이라고 하면 '기인' 김기인(현 아프리카), '서밋' 박우태(현 샌드박스) 선수다. 따라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공격적일 때는 공격적이고 버틸 때는 잘 버틴다. 라인 전도 강한 느낌이다. 지금의 나는 수비적이라는 평가 많은데 예전에는 공격적이었다. 라인전도 잘했다. 지금의 '너구리' 장하권(현 담원) 선수와 비슷했다. 그렇지만 지금 스타일은 정반대가 됐다. 두 선수를 롤모델로 생각하고 연습 중이다. 

- 2020년 목표와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이제 LCK에 데뷔를 하게 됐다. 무사히 적응하고 싶고 포텐도 터트리고 싶다. 지금까지 어렵게 게임을 했고 굴곡도 심했다. 고점을 찍고 싶다. EDG에 있으면서 게임 성향을 놔버렸다. 메카닉 적으로 퍼포먼스도 멋있는 선수였는데 그게 없어졌다. 다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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