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져도 된다. 한두 번쯤은

Talon 2020. 10. 7. 09:24

지난해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거머쥐었던 펀플러스 피닉스(중국)는 그룹 스테이지 첫 경기를 마친 직후 ‘거품’ 소리를 들었다. 비교적 약체로 꼽혔던 J팀(대만·홍콩·마카오)에 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2주차 경기에서도 스플라이스(유럽)에 1패를 헌납했다. 그러나 ‘도인비 매직’은 다전제에서 객석의 조롱을 탄성으로 바꿨다. 기어코 이들은 세계 정상에 올랐다.

롤드컵 역사상 가장 압도적이었던 팀 중 하나로 꼽히는 2018년의 인빅터스 게이밍(IG, 중국)은 그룹 스테이지에서 프나틱(유럽)에 2주차 경기와 순위결정전, 두 번을 연달아 졌다. 그러나 약 보름 뒤 결승 무대에서 다시 만난 프나틱을 상대로 3대 0 완승을 거뒀다.

삼성 갤럭시가 2017년 롤드컵을 우승할 거로 예상했던 이들은 많지 않았다. 삼성이 그룹 스테이지에서 로열 네버 기브업(RNG, 중국)에 두 번 다 대패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그들은 다전제에서 RNG보다 강하다고 평가받은 팀들을 모조리 깨부쉈다.

롤드컵은 한 달 가까이 열리는 긴 호흡의 대회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와 코로나19로 인한 선수들의 자가 격리 기간을 더한다면 올해 대회 기간은 한 달을 훌쩍 넘긴다. 그동안 선수들의 챔피언 간 티어 정리 결과, 이상적인 딜 교환 방법, 가장 효율적으로 여겨지는 운영 방식 등은 쉬지 않고 바뀐다. 소위 ‘메타’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롤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꼼꼼한 사전 준비만큼이나 빠른 적응 또한 중요하다.

올해 한국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대표해 롤드컵에 참여한 DRX와 젠지가 그룹 스테이지에서 각각 1패씩을 기록했다. DRX는 5일 TOP e스포츠(TES, 중국)에, 젠지는 6일 프나틱에 졌다.

패배에 무감각해져서는 안 되겠지만, 1승 또는 1패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 대회는 이제 막 시작됐고, 두 팀은 충분히 8강 진출을 노려볼 만한 순위에 머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패배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다.

이긴 경기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게 있고, 진 경기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게 있다. 패배를 염증으로 남기면 약팀이고, 백신으로 활용하면 강팀이다.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릴 자격은 후자에게만 주어진다.

젠지 ‘비디디’ 곽보성은 6일 프나틱전을 마친 뒤 국민일보와 화상 인터뷰에서 “경기 결과가 아쉽긴 하지만 패배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의사소통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지목하며 “다음 경기는 꼭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DRX ‘데프트’ 김혁규도 같은 날 플라이퀘스트(북미)전 직후 “빨리 TES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TES전에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은 채로 진 것 같아서 너무 허무했다”면서 오는 11일 있을 리턴 매치에서의 필승을 다짐했다.

이런 말도 했다. “저는 이 대회를 굉장히 길게 보고 있다. 아직 보여드리지 않은 게 굉장히 많다. 팬 여러분께서도 힘드시겠지만, 저희가 대회에서 완전히 탈락하기 전까지는 저희를 믿어주시고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롤드컵은 참가팀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준비해온 것을 모조리 쏟아붓는, 증명의 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대회 중 성장하는 팀만이 우승에 근접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각 지역의 전력은 평준화되는 추세다. 실제 그룹 스테이지에 참여한 16개 팀 중 담원 게이밍(한국)과 TES를 제외한 14개 팀이 모두 패배를 맛봤다. 이런 상황에서 우승에 닿는 ‘비기’는 무엇일까. LCK 팀들은 고작 1패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 ‘도전자의 자세’로 임하는 이번 대회에선 더욱 그렇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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