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김용우가 만난 사람] LCK 윤수빈-이정현 아나, "이제 여유가 생겼어요"

Talon 2020. 11. 14. 13:00

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가 끝나고 선수들의 이적이 진행되는 오프시즌을 앞두고 있다. 올해 LCK는 2017년 삼성 갤럭시(현 젠지 e스포츠) 이후 3년 만에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 타이틀을 탈환했다. 우승을 차지한 담원 게이밍은 2부 리그에서 올라와 LCK과 롤드컵서 우승을 차지하는 소년만화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시간을 돌려 LCK는 서머 시즌부터 2명의 아나운서를 영입했다. OBS 기상캐스터인 윤수빈, 골닷컴에서 운영하는 골TV 등 축구에서 활동 중인 이정현 아나운서가 두 주인공. 그들은 '입커누나', '네네 누나'라는 별명과 함께 '밈(meme, 인터넷상에서 재미있는 말)'까지 생겨났다. 

LCK가 종료된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일을 하고 있는 윤수빈, 이정현 아나운서와 만나서 시즌을 마무리한 소감을 들어봤다. 윤수빈, 이정현 아나운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여유있게 방송을 하게 된 거 같다"며 "담원 게이밍이 롤드컵서 우승을 차지해 정말 좋았다"라고 말했다. 

- 최근 어떻게 지냈나?
윤수빈 : 하던 기상캐스터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가끔 인터뷰를 해주는 분이 있어 감사하다. 공부, 게임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웃음)

이정현 : 얼마 전에 K리그가 끝났다. 더불어 일요일까지 FA컵이 있어서 축구 관련 원고를 썼다. 지금은 축구 관련 일이 남아있어서 그걸 하고 있다. 

- LCK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윤수빈 :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잘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벌써 끝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저희가 합류한 첫해에 롤드컵 우승을 한 것도 의미 있는 거 같다. 많이 배웠고 다음에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현 : 뭔가 어제 끝난 느낌이다.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 잘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대감 반? 어떻게 보면 보는 분들도 똑같은 실수를 하면 '이제 몇 년 차인데 그러냐'는 평가가 나올 거 같아서 걱정 반이라고 해야 할까. 차기 시즌에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비현실적이다. 롤 파크에 출근하는 것도 직업보다 꿈꾸는 느낌이다. 사람이 출근해도 행복해도 되는 걸까? 일이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걸까? 퇴근할 때는 누워서 내일 빨리 출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 정말인가? 경기가 대부분 자정 가까이에 끝나는데?
이정현 : 맞다. 내가 그 시간에 잠을 거의 안 잔다. (웃음) 비현실적이다. 

- 서머 시즌을 앞두고 합류했다. 처음과 현재 달라진 점은?
이정현 : 그때와 다른 점은 롤에 대한 지식이 늘어났다는 거다. 또 조금씩 욕심도 생기는 거 같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주어진 일을 하는 것에 급급했고, 그거라도 잘 해야 했다. 이제는 다양한 일을 잘하는 게 목표가 됐다. 저 같은 경우 처음에는 분석 데스크에서 안 틀리는 게 목표다면 앞으로는 큰 무대서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내년 롤드컵에서 영어로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 

윤수빈 : 환경에 적응한 거 같다. 처음에 방송했을 때와 달리 지금은 농담도 하고 눈치 안 보고 애드리브도 하는 등 즐길 수 있게 됐다. 

- 축구 등 전통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에서 아나운서는 게임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 직접 겪어보니 어땠나?
이정현 : 비난을 나눠 먹는지는 모르겠는데 역대급은 아닌 거 같다. (웃음) '코로나19' 펜데믹 때문에 무관중으로 진행돼서 그런지 피부로 직접 느끼지 못했다. 사실 LCK에 들어올 때 마인드가 첫 번째, 나 아니어도 누가 이 자리에 있어도 똑같이 욕을 얻어먹었을 거다. 욕을 얻어먹는 걸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자.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으며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내 실수가 잘못한 것이다. 이걸 기억하자. 두 번째, 못하면 욕을 얻는 건 당연하다. 일반 회사서도 잘못하면 욕을 먹는다. 못하면 욕을 먹어야 한다. 딱히 실수에 대해 악플이 달려도 상처 받지 않은 거 같다. 세 번째, 쿨하게 지식 부족이 맞다. 인정한다. 틀린 게 있으면 다음에 안 하면 된다. 우리가 선수들처럼 '롤잘알'이 아니지 않나. 스스로 지식 부족이라고 자괴감을 느끼지 않는다. 맞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윤수빈 : 욕을 덜 먹고 있는 건 알고 있었다. 하하하. 라이엇게임즈에서 배려를 많이 해줬다. 처음에 '누나 수업'도 찍었고, 둘이 같이 들어와서 그런지 서로 단점을 보완하는 등 부각이 덜 됐다. 또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서 투입됐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현장에서 하는 일이 다른 분보다 적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정현 : 처음에 들어왔을 때 라이엇게임즈에서 엄청난 자료를 우리에게 줬다. 선수 아이디, 본명 등을 다 외워야 했고, 뭐가 중요한지 준비를 해야 했다. 둘이 같이 공부한 것도 도움이 됐다. 언젠가 (윤) 수빈 언니가 포털사이트에 있는 선수 사진을 다 다운로드하여 슬라이드 쇼로 만들어서 이름을 외우고 있더라. 저도 옆에 앉아서 공부했다. 

- '코로나19' 때문에 무관중으로 진행되면서 팬들 앞에서 1대1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은 없었나?
윤수빈 : 처음부터 했으면 무서웠겠지만 LCK를 즐기는 팬들의 열기를 느끼지 못한 건 아쉬웠다. 듣기에 선수뿐만 아니라 아나운서들을 보기 위해 온 팬들도 있다고 하더라. LCK에 합류한 뒤 많은 사람이 알아봐 줬지만 직접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빨리 관중이 100%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들어와서 얼굴 보면서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다. 

이정현 : 축구할 때 관중 앞에서 인터뷰를 계속해서 그런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사람들이 저에게 인조적으로 생겼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그러지 않다. 사실 보톡스를 맞은 건 사실이다. 하하하. 갸름해지려고 맞은 게 아니라 이갈이가 심해서 턱하고 머리 뒤에 맞았고 살까지 빠졌다. 눈, 코, 턱도 했다고 하는데 칼을 댄 적은 없다. 직접 보고 말했으면 좋겠다. (웃음)

- 방송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윤수빈 : '표식' 홍창현(DRX) 선수다. 처음에 봤을 때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뷰 때 리신 포즈까지 해줘서 기억에 남는다. 

이정현 : 한화생명 선수들이 연패 끊은 뒤 '큐베' 이성진 선수가 눈물 흘린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한 때는 세계 최고를 호령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마음고생을 하는 거 보니 애잔했다. 

- 서로 피드백을 해주는가?
윤수빈 : 아니다. 방송 끝나고 '수고했다'고 말하는 정도다. 

이정현 : 이 분야도 어찌 보면 본인이 일궈나가는 전문 분야이며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데 그걸 피드백을 하는 건 선을 넘는 행동인 거 같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꼽는다면
윤수빈 : 담원 게이밍의 롤드컵 우승이다. 진짜 할 줄 몰랐다. 

이정현 : 맞다 롤드컵 우승이다. 한국이 매년 승리한 것도 아니고 작년까지만 해도 다른 나라 팀이 겨루는 걸 방송했어야 했는데 담원 게이밍이 세계 최고 무대에 오르는 걸 보니 비현실적이었고 감사했고, 개인적으로 매우 특별했다. 

- 롤드컵 이후 방송에서 담원 게이밍 재켓을 입어 화제가 됐다
이정현 : 나는 왜 안 주는지 모르겠다. (웃음)

윤수빈 : 우승하고 난 뒤 입었지만 편파는 맞다. 너무 좋다. 진짜 내가 애국자인지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됐다. 

이정현 : 이 글을 담원 게이밍 관계자분이 보고 있다면 저도 애국자이니 입고 있던 유니폼이라도 괜찮으니 보내줬으면 한다.

- 혹시 다른 분야에서 일할 때 본인이 LCK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가?
이정현 : 보통 K리그가 많은 관심을 받는 건 아니다. e스포츠의 시청자 수가 더 많은데 축구 관련 영상이나 인터뷰를 하면 LCK 팬들이 많이 보러 와주는 거 같다. 축구 팬들도 그들은 뭐 하는 사람인지, 왜 이정현 아나운서를 '네네 누나'라고 하는지 궁금해한다. 농심이 팀 다이나믹스를 인수했는데 마케팅을 하는 회사가 제가 축구 쪽에서 일하는 곳과 똑같다. 방송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농심의 로고 등이 떠 있었다. 저를 알아볼 줄 알고 기웃기웃했는데 아무도 모르더라. (웃음)

윤수빈 : OBS에서 하는 포털사이트 채널 조회 수 차이가 크게 난다. 사람을 만나면 모르는 PD분이라도 게임을 잘하냐며 질문한다. 

이정현 : 사람들이 제 SNS DM으로 욕이 날아오는데 축구를 좋아해 주시는 분은 '가서 롤이나 해'라고 하고, 이쪽은 '가서 축구나 해'라고 한다. 서로 멸시를 하는데 똑같이 소중하고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그냥 제가 싫으면 '대놓고 싫다'고 했으면 좋겠다. 

- 담원 게이밍이 3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방송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윤수빈 : SNL 할 때부터 담원 게이밍과 나름 인연이 있다고 생각했다.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담원 진짜 팬이다. 담원이 우승해서 정말 좋았다. 결승전 때 방송이 없었는데 담원이 올라가면 롤파크에롤 파크에 간다고 해서 일정을 비워놨다. 제발 집에 있지 않기를 기원했는데 결승전에 갔고, 롤 파크에도 갈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 

이정현 :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비현실적이었다. 원래는 어떤 스포츠를 보면 좋아하는 팀이 있어야 재미있는데 다양한 종목을 보다 보니 이제는 재미있는 매치를 찾아서 보게 되지, 팀에 애정을 쏟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특정 팬이 되기는 힘들 거 같다. 

- 시간이 지나면서 방송에서도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거 같다
이정현 : 맞다. 처음에는 안 틀리고 말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했다. 방송하는 사람이다 보니 방송 적인 실수를 안 하는 게 중요했다. 이후 기사도 읽고 중계진의 방송을 보면서 점점 경기의 맥을 짚게 됐고, 특정 상황이 나왔을 때는 왜 이게 중요한지 인과관계를 따질 수 있게 됐다. 연극 같은 방송이 아닌 앉아서 하는 말을 듣고 정리해서 다음으로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처음에는 못 알아듣는 단어가 많아서 다음에 할 것만 생각하고 '네, 네'라고 말했다면 이제는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석이 이뤄진다는 느낌이 든다. 해설진들도 이제는 '저희가 하는 말을 다 들으시네요'라고 말하더라. 

윤수빈 : 처음에는 들어가기 전에 '어떤 말을 해야지'라고 생각한 방송 중에 틀리지 않는 게 미션이었다면 선발전을 거쳐 롤드컵에 들어간 뒤에는 미리 생각하지 않아도 장난, 애드리브 등 다양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보는 입장서도 편안할 거로 생각한다. 

- 분석데스크, 인터뷰를 제외하고 해보고 싶은 건 무엇인가?
윤수빈 : 롤드컵 때 객원 해설을 해보고 싶다. 객원 해설을 할 정도면 롤 지식이 경지에 이러야 한다. 그걸 목표로 공부를 하고 있다. 아나운서가 객원 해설을 하는 건 거의 없을 거다. 하면 의미 있고 재미있을 거 같다.

이정현 : 면접 때부터 말했는데 LCK의 '샥즈'가 되고 싶다. 일단 국제 대회서 한국 선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선수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 다른 종목에서도 그런 게 정말 좋았다. 스포츠 아나운서도 그걸 목표로 시작했다. 나아가서는 기사를 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곳에 시간을 투자한 만큼 전문성을 갖고 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해나가길 원한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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