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X 탑라이너 ‘킹겐’ 황성훈이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팀 입단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김대호 감독의 해박한 ‘리그 오브 레전드(LoL)’ 지식을 흡수해 지금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해 중국 ‘LoL 프로 리그(LPL)’ 비리비리 게이밍(BLG)행을 택했던 이유, 1년 만에 한국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로 리턴한 이유도 함께 밝혔다.
11일 서울 오류동의 DRX 숙소에서 황성훈을 만났다. 그는 이달 말 열리는 ‘2020 LoL KeSPA컵’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자신했다. 비교적 약체로 분류되는 DRX지만, 황성훈은 다른 탑라이너들을 전부 꺾을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팬들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시종일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인터뷰에 임했던 황성훈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KT를 떠나 BLG에 입단했다.
“거짓말은 하나도 하지 않겠다. 나는 돈 때문에 중국에 갔다. 당시엔 LPL이 롤드컵 2연속 우승을 한 상황이기도 했다. LCK보다 수준이 높은 리그에서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한다면 무조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1년 만에 국내 리턴을 결심했나.
“LPL에 가는 프로게이머라면 누구나 ‘도인비’ 김태상, ‘루키’ 송의진, ‘더샤이’ 강승록이 되길 원한다. 나도 그런 각오로 중국에 갔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온전히 게임에만 100%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나 같은 경우엔 팀원들과의 성격 차이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다 보니 툭 터놓고 피드백하기가 쉽지 않았다. 똑같은 말을 해도 그 뉘앙스에 따라 받아들이는 팀원의 기분이 달라질 수 있다.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하게 끝낸 피드백이 많았다. 나중엔 나도 최선의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다른 팀에서도 러브콜을 보냈다. 왜 DRX를 선택했나.
“오로지 김대호 감독님만 보고 왔다. 나는 LoL을 잘 아는 감독님 밑에서 배우고 싶었다. 이번 DRX 선수단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의 자신 넘치는 모습을 보고 빠르게 입단을 결정했다. 그리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 밖에 나가기가 어려운 상황 아닌가. 같은 건물 안에 헬스 기구가 있단 것도 가산점이었다. 하하.
나는 기복이 심한 선수란 평가를 받는다. 감정 기복이 심해서 그렇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기량 저하로 이어진다. 그런데 DRX 입단 후엔 그런 감정 기복이 없어졌다. 내가 부진에 빠져도 감독님이 다시 실력을 끌어 올려줄 거란 신뢰가 있어서 그렇다. 나는 지금 내 실력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KeSPA컵도 자신 있다.”
-LoL 이해도가 높은 감독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
“LoL이라는 게임은 선수가 자기방어를 하기가 쉽다. 선수가 치명적인 실수를 해도 ‘이러저러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면 그냥 넘어가는 지도자가 많다. 그리고 이런 팀은 절대 상위권에 오르지 못한다. 감독이 LoL을 선수만큼 잘 알아야 선수도 자기방어를 못 한다.
감독님은 두루뭉술한 피드백이 없다. 예를 들어 ‘솔카’ 송수형이 ‘상대 미드 탑 갔다’는 콜을 했다고 치자. 일반적으로 탑 다이브가 오면 나는 포탑 뒤로 도망가야 한다. 그런데 내 생각엔 ‘어? 다이브 받아낼 만한데?’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랬다가 죽는 경우가 왕왕 있다.
여기서 우리 감독님과 다른 지도자의 차이가 나온다. 다른 감독들은 ‘미드가 미아 콜을 했는데 왜 가서 죽어줘?’라고 한다. 선수는 틀린 말이 아니니까 변명하지 못한다. ‘다이브 안 당할 줄 알았으면 플레이로 보여줬어야지’하면 무슨 말을 하겠나. 자존감만 떨어진다.
그런데 감독님은 선수 시점으로 봐준다. ‘여기서 1㎝만 뒤에 있었다가, 얘가 보이는 순간 스킬을 이렇게 썼다면 살 만했을 거 같은데?’ 이렇게 피드백해준다.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막지 않고, 내가 추구한 플레이에서 최선의 길을 찾아준다. 나는 감독님이 강팀에 적합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김 감독의 LoL 이해도에 깊은 감명을 받은 듯한데.
“이 플레이가 근본적으로 시도할 만한 플레이였는지를 잘 캐치한다. 가령 내가 어떤 플레이를 10회 시도해서 10회 다 실패하면 보통 지도자들은 그걸 못 하게 한다. 리스크를 감수하기 싫으니까. 하지만 감독님은 내가 1회라도 성공하게끔 디테일한 피드백을 해준다.
또 만약 5분에 어떤 상황이 발생했다고 치면, 리플레이에서 그 5분 구간을 보지 않는다. 1분구간으로 더 되돌아가서 ‘이때 이 스킬을 맞췄으면 5분에 그런 일이 안 일어났을 거야’하는 식으로 피드백을 한다. 즉, 첫 단추를 바꿔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굉장히 신기하다. 이런 피드백을 잘 적용하면 절대 지지 않는 팀이 된다. 그게 올해의 담원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플레이 방향성이 옳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감독님으로부터 내 플레이를 부정당한 적이 없다. 감독님은 오히려 내가 죽는 걸 더 좋아한다. 그 죽음을 데이터로 삼으라고 한다. 반대로 잘하던 플레이를 안 하는 건 싫어한다.”
-감독도 중요하지만, 선수단 뎁스를 보면 입단을 망설일 만도 했는데.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나는 ‘내가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게 최우선이다. 그게 팀에 이득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우리 팀원들이 마음에 든다. 동시에 입단 전엔 의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감독님을 보고 ‘이 사람 밑에서는 잘할 수 있겠구나’ ‘행복하게 게임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만 보고 입단했다.”
-올 시즌을 함께할 팀원들을 평가해본다면.
“선수마다 상성이 있다. 나는 단단하게 버티길 잘하는 선수 상대로 잘하고, 반대로 공격적인 선수한테 약하다. 그래서 내 천적이 ‘너구리’ 장하권이었다. ‘디스트로이’ 윤정민은 잘하는 선수지만 단단한 타입이다. 그래서 내가 더 잘할 자신이 있다.
‘표식’ 홍창현은 다른 수식어를 붙일 필요 없다. 그냥 잘한다. 지금처럼만 하면 내년에도 상위권 정글러일 것 같다. ‘솔카’ 송수형은 앞으로 잠재력을 깨우는 과정이 중요할 것 같다. 지금도 중상위권 수준의 미드라이너지만 우리는 상위권팀을 추구한다.
‘바오’ 정현우는 공격적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죽지 않을 정도의 각을 잘 본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선수다. ‘베카’ 손민우는 서포터가 아니란 느낌을 준다. 소위 ‘칼각’이라고 하는 0.5초의 순간을 다른 서포터들보다 잘 찌르는데, 다른 부분이 아쉽다. 집중력을 잘 분배해서 시야 장악 능력 등을 발전시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이달 말 개막하는 KeSPA컵에선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예상하나.
“팬분들의 기대치를 낮추는 게 좋겠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토너먼트 진출만 해도 잘한 거겠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그 이상을 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설령 조기 탈락하더라도 팬분들께 우리가 발전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자 한다.”
-2021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행복회로’를 최대로 돌리자면 기적같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고, 기적같이 승리해서 롤드컵에 나가는 것이다. 이룰 확률은 낮겠지만 선수라면 그런 큼지막한 행복회로를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될 놈은 된다. 우리가 될 팀이라면 그렇게 되지 않겠나.
개인적으로는 나날이 발전함을 느끼는 1년이 됐으면 한다. 게임 외적으로도 내 인생의 모토다. 지금은 내가 프로게이머다 보니 그 모토가 팀의 성적, 개인의 폼과 직결된다. 팬분들께서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덧붙여 따가운 회초리보다는 따뜻한 응원을 더 많이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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