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박상진의 e스토리] LCK, 프랜차이즈로 향하다 마지막 - 가치에 대하여

Talon 2020. 12. 31. 09:57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한 해가 끝났다. 아무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연이어 일어났고, e스포츠 역시 이러한 상황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리고 한 해를 마무리하며 돌아보았을 때 e스포츠 업계는 최고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리그가 계속 진행될 수 있게끔 최선의 선택과 노력을 이어갔다.

특히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한국의 대표 e스포츠로 자리 잡은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인 LCK는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무사히 일정을 마치며 비대면 시대의 문화로 성장했다. 어쩔 수 없는 중간 휴식기도 있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맞춰 유연하게 대회 일정을 소화했고, 시청자 수는 계속 증가했다. 화룡점정으로 담원 게이밍이 지난 2년 중국에 뺏겼던 롤드컵까지 다시 탈환하며 LCK에 쏠리는 관심은 다시 높아졌다.

프랜차이즈 시스템도 2020년에 결정된 큰 흐름 중 하나다. 2012년 처음 출범한 롤챔스 이후 2020년 LCK까지 이어진 가장 큰 틀인 승강 구조를 폐지하고 가입 신청 및 심사를 거쳐 같이 리그를 만들어 갈 10개 팀이 결정됐다. 그리고 다양한 스폰서십 구조를 통해 농심과 국민은행, 기아자동차 외 기업들이 팬과 시청자 앞에 나섰다.

LCK가 프랜차이즈를 도입하며 노린 가장 큰 가치는 안정성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팀을 인수하고 투자해도 리그에서 강등당하면 그동안 들인 모든 것이 허사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팀을 인수하고 투자하는 것은 도박이나 다름없었고, 어떻게든 팀을 유지한다고 해도 자생적 구조를 갖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부터 리그가 고정되면서 투자 리스크가 사라졌고 이는 바로 기업들의 투자로 이어졌다. 상금과 스폰서십에만 의존했던 재무 구조 역시 프랜차이즈 도입 이후 리그 수익을 분배받아 안정적으로 바뀔 기반이 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타 스포츠에 비해 정상적으로 진행됐던 일정 진행 역시 지금에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기업들의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롤파크 경기, 혹은 각 팀의 연습실에서 온라인으로 경기하는 등 형식의 차이는 있었지만 스프링과 서머 두 스플릿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특히 스프링과 서머 중간 중국 LPL 소속 팀과 벌인 MSC는 전 세계적 규모는 아니더라도 지역별 국제 대회까지 진행 가능한 e스포츠의 가능성을 보였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롤파크 역시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가 프랜차이즈 도입에서 계속 보였던 안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무게추였다. 2019년 개관한 롤파크는 최소 10년을 운영할 계획으로 세워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잘 마무리되면 2028년 말까지는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종로에서 LCK 경기가 열리는 것. 팬과 투자자를 유지하는 요소 중에 꾸준함과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요소다.

롤챔스 시절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안정성과 함께 여전한 성장 가능성은 LCK의 또 다른 가치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리그이자 젊은 층에서 열광하는 콘텐츠이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2013년 SK텔레콤 T1을 시작으로 2014년 삼성 갤럭시 화이트, 2015년과 2016년 다시 SK텔레콤 T1, 그리고 2017년 삼성 갤릭시까지 리그 오브 레전드 한 해 최고의 팀을 가리는 월드 챔피언십은 한국의 차지였다.

롤드컵 무대에서 활약한 팀들, 그리고 이 팀들과 치열하게 경쟁한 팀들의 노력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관심사는 항상 한국 무대였고 LCK 경기 콘텐츠의 가치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2018년과 2019년 중국에게 주도권을 넘겼지만, 올해 담원 게이밍이 다시 우승을 탈환하며 프랜차이즈를 맞는 LCK에 큰 힘이 됐다. LCK는 최고였고, 지금도 최고이며, 최고가 아니더라도 다시 최고가 될 저력을 보이며 프랜차이즈 도입까지 겹친 내년 LCK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이러한 관심은 글로벌 뷰어십으로 이어지고, 글로벌 뷰어십은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e스포츠 게임단을 향한 투자는 단순 홍보가 아닌 실제 매출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은 이러한 흐름에 힘을 더했다. 그 예로 롯데 월드콘은 T1 소속 '페이커' 이상혁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 이후 매출이 늘었고, 국내 게이밍 기어 제조사인 앱코의 매출 역시 아프리카 프릭스 후원 이후 큰 폭으로 늘었으며 LCK의 글로벌 영향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안정성과 가능성, 그리고 젊은 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포인트라는 장점으로 LCK와 소속 게임단에 대한 관심도가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준비해야 할 일들은 많다. 지속해서 안정된 리그를 유지하고, 다른 지역보다 앞서는 경기력을 갖추며 이를 뒷받침할 수익 구조까지 계속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중 가장 중요하게 볼 가치는 안정성이다. 각 게임단은 LCK에서 활동할 1군과 2군, 그리고 아카데미 시스템까지 갖추며 경기력 유지 준비 중이다. 이미 LCK 팀을은 과거 기존 있던 선수 영입으로 한계에 달했고, 반대로 신인을 영입한 담원 게이밍은 롤드컵 우승이라는 성공 신화를 이뤄냈다. 자체 육성 신인이 결국은 팀의 미래를 좌우하고, 이미 T1과 젠지 등 게임단은 이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 자체 팜에서 선수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시장의 안정성이 생긴 만큼 긴 안목 없이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다.

수익 구조 역시 경기력에 기반한다. LCK는 한국을 기반으로 한국에서 진행되는 글로벌 콘텐츠다. LCK 한국의 어느 스포츠 종목보다 해외에서 관심도가 높다. 이는 해외 시장을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글로벌 기업, 반대로 한국 시장을 노리는 해외 기업 모두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다. 올해 롤드컵을 차지한 LCK가 프랜차이즈 도입으로 선수단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경기력을 유지해 튼튼한 수익 구조를 만드는 선순환이 가능한 이유다. 어느 팀이 됐던 LCK 소속 팀이 계속 세계 무대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해야 LCK 자체에 대한 관심도와 가치가 계속 유지된다. 프랜차이즈 도입을 앞두고 만난 CEO와 대표들이 한결같이 LCK 소속 팀은 경쟁 상대라기보다는 동반자고, LPL이나 LEC 같은 다른 지역 리그가 경쟁자라고 언급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미 우리는 롤드컵을 중국에 넘겨준 2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만 시청자와 팬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신뢰 부분은 프랜차이즈 도입 이후에도 계속 노력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아무리 경기력을 올리고 수익 구조를 개선해 리그의 가치를 올린다 해도 이들의 기반인 콘텐츠 소비자층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시작할 수 없다. 매사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지만, 최소한 사건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이전까지 LCK는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고는 하기 힘들다. 특히 규정이 없는 부분에 있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의 모습까지 보였다. 프랜차이즈 도입이라는 전환점으로 리그 진행에 대한 전반적인 규정에 대해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에 명확한 기준을 도입한다면, LCK는 e스포츠 뿐만 아니라 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장을 펼치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여기까지 오기 쉽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온 곳도 드물다. 그래도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가치를 재고해야 한다. 마치 협곡에서 구르는 스노우 볼 처럼 말이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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