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스타2리와인드]IEM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쥔 ‘요다’ 최병현

Talon 2013. 3. 20. 17:42

"앞으로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죠. 지켜봐 주세요"


포모스에서는 화제가 됐던 매치업을 골라 해당 선수에게 직접 뒷이야기를 들어보는 '스타2 리와인드' 코너를 새로 마련했습니다. 경기의 스크린샷과 그 때 그 때 선수들이 느꼈던 유불리나 관전 포인트 등을 짚어 팬들에게 소개하는 스타2 리와인드, 스타2를 잘 모르는 팬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복기해 보는 순서입니다. < 편집자 주 >

이번 주 '스타2리와인드'에서는 IEM7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요다' 최병현(LG-IM)을 만나봤습니다. 군단의 심장이 정식 발매되기 직전에 펼쳐진 IEM7은 경기 양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요. 최병현은 애프터버너 점화가 생긴 의료선과 땅거미지뢰를 적절하게 사용하며 정상에 등극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최병현은 생애 첫 우승이라는 영광을 맛 보았는데요. 팀 동료를 연달아 꺾고 우승했기 때문에 크게 기뻐할 수는 없었지만, 앞으로의 프로게이머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최병현이 어떻게 강현우를 상대로 4:0의 완승을 이끌어 냈는지, 1세트부터 함께 다시 감상해 보시죠.

일꾼까지 대동한 첫 러시는 막히고 말았다.
▶ 포모스=먼저 1세틀 같이 볼까요. 일단 시작은 서로 무난한 것 같아요.
▶ 최병현=네, 맞아요. 제가 15가스로 시작하고, 현우는 2추적자랑 모선핵으로 무난하게 사이즈를 보면서 출발했어요. 그런데 제가 초반에 약간 말렸어요. 현우가 제 빌드를 다 파악했고, 의료선 드롭도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거든요. 정말 잘 막더라고요. 속으로 '좀 힘들겠구나' 싶었어요.

▶ 포모스=그래도 이어진 교전에서는 크게 이득을 봤어요.
▶ 최병현=현우가 집정관까지 끌고 제 삼룡이 쪽으로 왔다가 병력을 많이 잃었어요. 제가 기다리는 입장이었고, 오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어서 잘 막을 수 있었죠. 제 병력도 1-1업이 됐었고요. 그런 다음에 바로 일꾼까지 이끌고 역러시를 갔는데요. 깔끔하게 이길 수 있던 것을 컨트롤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한 번에 끝내지 못했어요. 뒤늦게 나온 거신 1기에 해병이랑 불곰이 어이없게 잡혀버렸죠.

▶ 포모스=그때 어떤 생각을 했어요?
▶ 최병현=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는데, '아, 너무 방심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도 멀티를 날렸으니, 아직 한방이 더 남았다고 판단했어요. 어차피 저는 3사령부에 지게 로봇이 있고, 현우는 앞마당 멀티 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것은 제 입장이었고, 경기 끝나고 VOD를 보니까 현우가 멀티 하나가 더 있더라고요. 만약에 경기 중에 알았더라면 더 조급해졌을 텐데, 오히려 몰랐던 바람에 더 여유롭게 해서 이긴 것 같아요.

유령을 앞세워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한 최병현.
▶ 포모스=마지막 전투에서는 최병현 선수가 압승을 거뒀죠.
▶ 최병현=현우가 모선 제어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어요. 서로 군심을 얼마 해보지 않았고, 첫 경기다 보니까 자잘한 실수가 많이 나온 것 같아요. 그리고 EMP가 골고루 잘 들어가서 제가 유리했죠.

▶ 포모스=1경기에서 승리하고 느낌이 어땠나요?
▶ 최병현=1경기를 끝내고서 '현우가 멘탈이 무너졌구나'라고 느꼈어요(웃음). 병력 움직임이나, 판단하는 것을 보니까 상태가 안 좋아 보이더라고요. 무엇보다 제 플레이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또 현우가 위축된 것이 보여서 2세트부터는 견제에 더 신경을 썼고, 정신 없이 몰아치려고 했어요.

▶ 포모스=그래서 2세트에서는 빠르게 땅거미지뢰를 드롭했는데요. 최적화된 빌드가 있나요?
▶ 최병현=최적화라기 보다는 이때 쓴 빌드가 아직까지는 군심에서 포로트스를 상대로 제일 무난하다고 연습을 통해서 판단했어요. 일단 12병영 이후에 해병 2기 찍고서, 추가 사령부를 건설해요. 인구수 20정도예요. 그런 다음에 군수공장이랑 우주공항을 올리고, 3병영까지 늘린 상태에서 땅거미지뢰 2기를 의료선에 태워서 견제를 가는 거죠. 아직까지는 테란이 프로토스를 상대로 '병영 더블'을 하기 힘들어요. 예언자 이후에 공허포격기나 차관 올인이 오면 막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땅거미지뢰로 방어를 해야 하죠.

2세트에서 땅거미지뢰로 상대를 괴롭힌 최병현.
▶ 포모스=땅거미지뢰만 드롭을 하나요?
▶ 최병현=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지뢰 2기랑 해병 4기가 같이 가는 것이 제일 좋아요. 상대 진영에 추적자가 있으면 해병을 먼저 떨구고, 딱히 수비 병력이 없으면 지뢰를 바로 내려요. 그런 다음에 멀티와 본진을 계속 오가면서 견제를 하는 거죠.

▶ 포모스=그런데 최근에는 땅거미지뢰 드롭이 잘 통하지 않는다면서요.
▶ 최병현=네, 이제는 조금 힘들어요. 요즘에는 프로토스들이 관측선을 아예 밖으로 보내지 않아요. 바로 본진이랑 멀티에 하나씩 갖다 놓죠. 정찰은 환상으로 하거든요. 앞으로 연구가 되다 보면 프로토스가 더 단단해질 것 같아요.

▶ 포모스=하지만 이 경기에서는 이득을 많이 거뒀어요.
▶ 최병현=이때는 제 생각대로 잘 된다 싶었죠. 당장 이겼다는 생각보다는 준비한대로 잘 풀리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피해를 입힌 다음에는 상대보다 빠르게 추가 멀티를 활성화 시켜서 물량으로 찍어 누르려고 했어요.

3의료선 드롭 공격으로 2세트를 끝냈다.
▶ 포모스=그런데 의료선만으로 경기가 끝났어요.
▶ 최병현=후반에 힘을 주려고 했는데, 의료선에 끝났어요. 그냥 3의료선으로 피해만 주고 빠지려고 했는데, 현우가 조금 빠르게 다음 테크트리까지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거신 1기만 뽑고 바로 고위기사로 넘어갔거든요. 그래서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병력을 다 내리고 보니까 왠지 제가 이길 것 같았어요. 진영이 넓었고, 프로토스 조합이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거신이 사업도 되지 않았고요.

▶ 포모스=2세트까지 보고 나니까 의료선이 정말 좋아 보여요. 특별한 팁이 있나요?
▶ 최병현=저도 '부스터'를 쓰면 갑자기 빨라져서 다루기가 힘들어요. 가끔씩 컨트롤 미스가 나기도 하죠(웃음). 특별히 팁이랄 것은 없는데요, 드롭을 할 때 다시 살아나올 수 있도록 '부스터 쿨'을 잘 계산해야 해요. 또 프로토스 전을 예로 들면 2의료선 생산에 맞춰서 해병-불곰이 나가잖아요? 이때 의료선이 나오자마자 '부스터'를 쓰면 금방 합류가 가능해요. 웬만하면 2번 정도는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 포모스=2세트는 비교적 쉽게 승리했는데요. 결승전 승리를 미리 예감했나요?
▶ 최병현=이때 '아, 끝났다' 싶었어요. 4세트면 끝낼 수 있겠다 싶었요. 그만큼 기선 제압을 제대로 한 것 같았고, 현우가 진짜 '멘붕' 됐다고 판단한 거죠. 같은 팀이라 연습을 많이 해봤으니까 얘가 '완전히 갔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3세트, 땅거미지뢰에 막힌 강현우의 예언자.
▶ 포모스=3세트에서는 초반에 어떻게 출발했나요?
▶ 최병현=2세트와 같은 빌드를 써는데요. 사실 제가 조별 경기 대 현우에게 이 여명 맵에서 더블 이후 우주관문 빌드에 졌어요. 그래서 결승전에서는 그것을 의식하고 앞마당이랑 본진에 땅거미지뢰를 미리 하나씩 매설했어요. 그랬더니 현우가 예언자로 와서 죽어주더라고요. 깔끔하게 2기를 모두 잡아냈죠. 그래서 바로 트리풀 먹으면서 의료선으로 시간 벌다가, 유령 타이밍에 한 번에 밀었어요.

▶ 포모스=프로토스의 우주관문 공격을 막는 데에는 땅거미지뢰가 제일 좋은가요?
▶ 최병현=땅거미지뢰가 최고예요. 해병으로는 막아도 손해죠. 공허포격기나 불사조, 다 땅거미지뢰에게 한방에 죽으니까요. 땅거미지뢰가 프로토스 전에는 필수라고 보시면 되요. 초반에 2~3개 뽑아서 앞마당이랑 본진, 감시탑 근처에 매설하면 좋죠.

▶ 포모스=프로토스를 상대로 메카닉은 어떤가요?
▶ 최병현=자날이랑 똑같이 별로 안 쓸 것 같아요. 처음에는 다들 연구를 했는데, 메카닉에 대한 카운더가 너무 극강이에요. 폭풍함이 2~3개만 나와도 테란이 할게 없거든요. 저그를 상대로는 여명이나 아킬론황무지 같이 안정적으로 멀티를 먹고, 진영을 반으로 가를 수 있는 맵에서는 가능할 것 같아요. 하지만 나머지 맵에서는 살모사랑 군단 숙주가 메카닉을 상대로 효율이 정말 좋아요. 또 살모사가 탱크를 잘 끌어가기 때문에 군심에서는 저그를 상대로 '해탱(해병-탱크)'을 쓰지 않는 것 같고요. 하지만 아직까지 초반이니까 연구를 더 많이 하면 또 모르는 거죠.

4세트, 날카로운 러시로 상대의 주 병력을 제압했다.
▶ 포모스=어느새 스코어가 3:0이 됐는데요. 기분이 어땠나요?
▶ 최병현=들뜨지는 않았는데, '끝났구나'하고 생각했죠. 이제 3천 만원이 눈앞에 왔구나 싶었어요(웃음). 4세트에서 현우가 초반 정찰을 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생 더블을 했어요. 그런데 상대는 땅거미지뢰 방어에 신경을 쓰다 보니까 저절로 제가 유리하게 됐어요. 거의 6:4 정도로 제가 앞선 채 시작했죠. 중간에 제가 관측선을 잡아서 현우가 아예 제 빌드를 보지 못했거든요.

▶ 포모스=이어진 교전에서도 큰 이득을 거뒀고요.
▶ 최병현=공격을 갔는데, 아직 거신이 나와 있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자극제 먹고 바로 본진으로 난입했죠. 이때 거신도 잡고, 파수기도 잡았어요. 바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제가 완전히 승기를 잡았죠. 원래는 제가 이득을 볼 수 없는 타이밍인데, 현우가 이런저런 생각을 다 하다보니까 거신이 늦었던 것 같아요. 제가 들어갔을 때야 막 거신이 나왔거든요. 그런 뒤에는 거의 이겼다고 생각했죠. 일꾼 채우고, 한방 병력 모아서 들어가면 끝날 것 같았어요.

▶ 포모스=이번 경기에서는 땅거미지뢰가 나오지 않았는데요. 한방 힘 싸움에서도 지뢰를 사용할 수 있을까요?
▶ 최병현=힘 싸움에서는 별로인 것 같아요. 차라리 화염기갑병이 더 나아요. 기갑병을 1줄 정도 모아주면 좋아요. 광전사도 잘 죽이고, 방패 역할도 해주니까요.

우승을 확정하고도 웃지 못하는 최병현.
▶ 포모스=마지막 GG를 받고 우승을 확정했는데도 크게 웃지 못했어요.
▶ 최병현=4강에서 종현이 형이랑 했고, 결승도 현우랑 해서 뭔가 이겨도 크게 기쁘지 않았어요. 같이 독일에 와서 고생했는데, 팀원을 잡고 우승하니까 찝찝했죠. 경기 끝나자마자 현우한테 가서 어깨를 툭 치면서 "수고"이랬어요. 그런데 표정을 보니까 멘탈이 완전히 무너진 것 같다라고요. 원래 제가 그렇게 말하면 현우도 '어, 그래 수고" 이러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그러지 않았어요. 그래서 "현우가 많이 열 받았구나" 싶었죠(웃음).

▶ 포모스=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순간에도 어색했나 봐요.
▶ 최병현=우승컵을 들으러 갔는데, 웃음이 안 났어요. 계속 웃으려고 애써도 힘들더라고요. 그냥 로봇 같았죠(웃음). 제가 웃고 한호 해야 관중들로 호응을 해주는데, 가만히 있으니까 관중들도 조용하더라고요.(웃음). 제가 뭔가 하기에는 분위기가 애매했어요. 이래서 대회에서 팀원이랑 만나면 안 좋은 것 같아요.

▶ 포모스=그래도 생애 첫 우승이었는데요. 소감이 어땠나요?
▶ 최병현=솔직히 외국 대회고, 너무 단기간에 끝나서 큰 감동은 없었어요. GSL 같은 경우에는 스토리도 있고 감동도 있는데, IEM 4일만에 그냥 뚝딱 끝나 버린 것 같아요. 그래서 좋긴 한데, 감동까지는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아쉬움은 없었고, 정말 만족했어요(웃음). '아, 나도 우승 한번은 하는구나' 싶었죠.

우승컵을 안고 환하게 웃는 최병현.
▶ 포모스=지난 GSL에서는 조금 허무하게 32강에서 떨어졌는데요, 차기 시즌 목표는 어떤가요?
▶ 최병현=이제 조금씩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포모스=프로게이머로서의 목표는요?
▶ 최병현=아무래도 돈을 많이 버는 것이 1차적인 목표이고요(웃음). 그 다음에는 은퇴한 뒤에 남들에게 당당하게 프로게이머를 했다고 말 하고 싶어요. 좋은 성적을 내서 어디서 뭘 했고, 어떻게 잘 했다는 것을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포모스=끝으로 팬들에 인사 한 마디 부탁해요.
▶ 최병현=아직 많이 부족한 것을 저도 알고 있어요. 솔직히 이전까지는 '내가 우승을 한번이라도 할까'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우승을 하면서, 나에게도 소질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는 단계예요. 이제 여기서 어떻게 하느냐에 제 미래가 달리 것 같으니까요, 신중하게 조금씩 나아 가려고요. 앞으로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죠. 지켜봐 주세요.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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