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소환사이야기]LOL 프로게이머 이호종, “인생에 오는 3번의 기회 중 한 번을 잡았죠”

Talon 2013. 3. 27. 12:24

CJ 엔투스 블레이즈의 탑솔러, 타고난 AOS 고수의 프로게이머 데뷔 스토리


지난 챔피언스 윈터 때의 이호종.
프로게이머는 자고로 게임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 누구나 좋아하고 즐기는 게임, 그 게임을 가지고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기까지는 명문대 입시만큼이나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e스포츠 종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의 경우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실제로 TV에 나와 활약하는 선수들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다.

국내 최고의 LOL팀 CJ 엔투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게이머 이호종은 그래서 스스로를 '행운의 사나이'라고 말한다. 숱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LOL판에서 이호종은 실력으로 살아남았고, 거기에 스타성까지 타고났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때때로 게임과 무관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조차 '잘생긴 프로게이머'로 화제를 모았던 이호종은 마치 스타판의 김택용이 그랬던 것처럼 '슈퍼스타'가 될 자질을 갖췄을지 모른다. 실력과 외모 검증 완료, 그렇다면 이제 그가 어떤 선수인지 알아볼 차례다.

잘나가는 프로게이머들의 공통점, 머리 속에는 온통 LOL 생각 뿐

새로 이사한 CJ 엔투스 연습실에서 막 스크림을 마치고 인터뷰에 임했다.
인터뷰를 하기 직전까지 스크림에 열중하다가 자리에 앉은 이호종에게 "해외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죠?"라고 묻자 "우승했을 때만 아주 잠깐"이라는 심드렁한 대답이 돌아왔다. 전형적인 '부산 싸나이' 였던 이호종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망설임 없는 단답형 대답으로 인터뷰를 이어갔지만, 그 안에서 알 수 없는 매력이 뚝뚝 묻어나는 그런 선수였다.

- IEM 우승하고 나서 어땠어요?

"사실 다 잊었어요. 우승했을 때도 그 당시에 잠깐만 좋았고 우승했다는 사실을 까먹을 정도로 실감이 안나던데요."

- 우승이 쉬웠나요?

"물론 쉽지는 않았죠. 결승전은 되게 어려웠어요. 1세트에서 초반부터 계속 캥킹을 당해서 죽었는데 그 판은 완전 멘붕이었죠. 3세트에서는 QQWE로 콤보를 넣어야 하는데 실수로 스킬을 잘못 찍어서 상대 신지드가 체력 50으로 살아가고… 멍 때리다가 죽고, 지나가다가 죽고, 말 그대로 정신이 없었어요. 근데 그 경기에서 우리 팀 메뚜기 두 마리가 폴짝폴짝 뛰더니 이기던데요."

독일까지 가서 받은 IEM7 우승 메달.
CJ 엔투스 프로스트 대 블레이즈의 팀킬전이 펼쳐진 IEM7 LOL 결승전은 이호종이 속한 블레이즈가 3:1로 승리했다. 이호종이 말한 메뚜기 두 마리는 3세트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인 '앰비션' 강찬용의 카직스와 후반을 캐리한 '캡틴잭' 강형우의 트리스타나를 말하는 것이다. 이호종은 인터뷰 도중 팀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수 차례 언급했고, 이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듯 했다. 그렇다면 이호종은 그 때 경기에서 왜 그렇게 정신 없이 당했던 걸까.

- 탐식의 망치를 두 개나 사서 '탄식의 망치'로 만든 적 있잖아요. 원래 정신줄을 종종 놓는 편?

"절대 아니죠. 게임상에서만 그러죠. 정말 운이 안 따라주거나 어이없게 질 때면 멘탈이 부서져요. 우승의 기쁨이 오래 가지 않은 이유도 멘붕한 경기의 여파 때문에 넋이 나가서 그랬어요. 다들 저보고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으냐고 했을 정도니까."

- 그렇게 못했는데 어떻게 팀은 이겼죠?

"그래도 한타 때는 제 역할을 했죠. 다만 지나가다 죽고, 계속 그랬을 뿐이에요. 그 경기는 제가 캐리 받은 거에요. 우리 팀원들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 때 감동해서 팀원들한테 헤드셋으로 사랑한다고 외쳤어요. 아마 저 때문에 결승전에서 졌다면 트라우마가 생겼을 거에요. IEM 때 1경기는 버린 게임, 3경기는 잊고 싶은 경기로 남아 있어요."

불꽃남자 '플레임', 타고난 탑솔러!

덤덤하게 '프로게이머라면 당연히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호종이 팀에 기여하는 바도 적지 않다. 입단과 동시에 '래퍼드' 복한규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맡은 이호종은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이렐리아만 잘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챔피언 폭을 서서히 넓히며 이제는 어느 팀의 누구를 만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탑솔러로 인정 받는다.

- 그래도 이제 '플레임' 이호종 하면 알아주잖아요. 매번 재평가가 이뤄지는 LOL 밀림 속에서 살아남은 소감이 어때요?

"나쁘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딱히 감흥이 있거나 그러지도 않죠.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 남자라면 당연히?

"아니, 프로게이머라면 당연히."

- 예전에는 이렐리아, 잭스 정도를 굉장히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었는데 LOL에는 그때그때 트렌드가 바뀌잖아요. 이제는 챔피언 폭이 조금 늘었다고 생각하나요?

"많이 늘었죠. 요즘에는 딱히 한 챔피언을 연습한다기보다 예전부터 하던 챔피언을 몰래 간간히 하고 있고, 모든 챔피언들을 다 하려고 해요. 필요하다 싶으면 한 서너 판 해보면 대회에서 쓸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보는데 프로게이머라면 당연히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그럼 연습할 때는 요즘 트렌드에 안 맞는 챔피언들도 계속 해보는 거에요?

"그것보다는 요즘 다른 포지션을 해보고 있어요. 그렇게 하면서 할 수 있는 게 많거든요. 느낀 점도 많고. 솔랭도 돌리는데 스트레스도 받지만 분명 거기서도 배우는 게 있어요."

- 구체적으로 좀 얘기해 주세요.

"라인스왑을 당하면 탑에서 마치 타워를 지키는 AI가 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미드 라인에 서 보니까 할 게 정말 많더라고요. 라인전은 기본에 정글러와의 호흡, 로밍에 대한 판단까지 정말 바빠요. 그래서 미드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인데 우리 팀은 미드가 정말 탄탄하니까 그게 강점인 것 같아요."

- 미드 라인으로 포지션을 바꿀 일은 없겠네요? 원딜은 어때요?

"네. 어디를 가도 잘할 자신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죠. 그리고 원딜도 가끔 하긴 하는데 정말 중요한 경기라면 바텀은 안가요."

- 왜?

"제가 일대일 싸움을 좋아하거든요. 정글은 사람이 아닌 정글몹이랑 싸우고 있다는 게 마음에 안들고, 바텀은 둘이 하니까 별로에요. 저는 라인에 서서 상대방을 끊임없이 난타전을 해야 희열을 느껴요."

이호종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스로 겸손을 달고 산다고 말하면서도 넘치는 자신감을 주체하지 못했다.
세계 3원딜. 3대 탑솔러, 아마추어 정글 3대장 등등. 스타크래프트도 마찬가지였지만 LOL 역시 사람들은 순위 매기기를 좋아한다. 이호종이 생각하는 최고의 탑솔러는 누구일까?

-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위치는 어느 정도에요? 또, 본인이 인정하는 최강 탑솔러는 누구에요?

"그런 건 별로 안 중요한 것 같아요. 차마 제 입으로 '제가 최고입니다'라는 말 못하겠고, 잘하는 탑솔러는.. 음, 샤이 박상면?"

- 박상면 선수는 같은 팀이니까 제외하고요.

"샤이 형이 굉장히 잘하고… 그 외에 딱히 감명받은 사람은 없어요. 그래도'강퀴신'강승현 선수 같은 경우 대부분 사람들이 내리는 평가보다 잘한다고 생각하고요. WE의 차오메이 선수는 인상 깊었던 게 정글러가 한 번도 탑을 안오더라고요. 아예 버려진 느낌으로 탑에서 자생하던데 하여튼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 어쨌든 딱히 두려운 탑솔러가 없다는 얘긴데 엄청난 자신감이네요.

"네. 탑을 서는데 라인전이 안되서 정글러를 부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런 상황 자체를만들면 안되죠."

- 탑에서 요즘 핫한 챔피언은 뭐가 있죠? 요즘 무슨 챔피언을 가장 잘해요?

"제가 특별히 잘한다기보다는 아무래도 럼블, 신지드, 엘리스를 하게 되죠. 주로 밴되는 챔피언들이기도 하고."

- 이렐리아는 아예 못쓰나요?

"이렐리아, 올라프, 잭스 등도 계속 써보고 있어요. 하면서 '아, 여전히 안되겠구나' 하지만."

- 이렐리아 장인급이었는데…살릴 수는 없나요?

"사실 그런 게 조금 보이긴 해요. 저는 연습 도중에 막 흥분하면서 무조건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다들 '아~형!' 하면서 말려가지고… 그래도 저는 핫한 챔피언만 골라서 소위 말해 '꿀을 빠는 것'보다는 정말 잘했을 때 1인분 이상 할 수 있는 챔피언들을 끌어다 쓰는 편이니까 기대하세요."

승부욕이 강했던 소년, 프로게이머를 꿈꾸게 된 계기

어린 시절의 이호종. 왠지 탑 라인에 가야 할 것 같은 포스.
부산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이호종은 학창시절 승부욕 강하고 꿈 많은 소년이었다. 예체능에 능해즐겁게 생활했고,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배움의 기회도 많았다. 컴퓨터 학원을 다니면서 자신의 적성을 발견했지만, 정작 재능을 발휘한 것은 게임을 하면서부터였다. 이호종이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 아직 이호종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LOL프로게이머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다시 들어보기로 하죠.

"저는 단지 즐기려고 시작했어요. 비슷한 류의 게임(카오스 온라인)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에요. 그러다 프로게이머가 될 기회를 잡게 됐고, 아마추어 때는 즐겁게만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거에요. 챔피언 폭도 좁고. 프로로서 실력이 부족하면 안되니까 팀에 와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지금은 스트레스 덜 받으면서 하고 있죠."

- 원래 게임을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 공부는 잘 못했고? 학창시절 얘기 좀 해줘요.

"공부도 잘 했죠. 부산대학교 영재발굴센터 출신이에요. 그런데 어렸을 때 문방구에서 동전 넣고 하는 게임도 좋아했고 운동도 좋아했어요. 승부욕이 강한 편이었죠. 공부도 많이 했지만 음악이나 컴퓨터 등 여러 분야를 배웠어요. 중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친척들과 부모님의 기대를 많이 받는 아이였죠. 피아노, 플루트, 바이올린 등 악기는 거의 다 해봤는데 도중에 저랑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알고 취미로만 하다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붙였어요. 그런데 노는 걸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하게 되더라고요."

윈터 시즌 개막전으로 데뷔한 이호종은 첫 경기부터 팀을 캐리해 화제가 됐었다.
이후 게임에 푹 빠진 이호종은 특히 AOS 장르의 게임을 즐겼다. 카오스온라인에서도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던 이호종은 함께 게임을 즐기던 친구들이 하나 둘 LOL로 넘어 가면서 팀에 입단하는 걸 봤고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블레이즈에서 새 멤버를 구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테스트를 통해 팀에 합류했다. 래퍼드 복한규를 대신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AOS 게임에 단련된 기본기와 타고난 재능, 긍정적인 마인드는 빠르게 적응하는 원동력이 됐고, 현재는 복한규 못지 않은 탑솔러로 자리매김했다.

"저 같은 경우는 고생도 안 했고 그냥 운이 좋아서 팀에 뽑혔어요. 사람이 살면서 3번의 기회가온다고 하던데 저는 그 중에 한 번을 잡은 것 같아요. 그 당시 아마추어들 중에 탑 라인에 설만한 인재가 없었거든요. 수요가 적었죠. 제가 부족한 점도 많았는데 손대영 코치님이 제 장점을 봐주셨고, 팀에 와서는 팀원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믿어주고, 기다려 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CJ 엔투스 입단, 앞으로의 목표와 각오

춘추전국시대? 새로운 마음가짐만 있다면 블레이즈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
- 프로게이머가 되고 나서 많이 유명해졌죠? 실감하나요?

"데뷔했을 때부터 그런 걸 쭉 느껴 왔어요. 특히 CJ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진 훌륭한 기업이잖아요. 부모님도 좋아하세요. 거기 계속 있으라고. 친구들도 부러워하고. 특히 군대에 간 친구들이 정말 많이 연락해요. 제 소식이 신기하고 궁금한지 자꾸 보고 싶다면서 전화가 와요. 페이스북에서도 초중고 친구들이랑 자주 연락하는데 계속 그러다 보니까 끝이 없겠더라고요. 저도 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해서 가끔은 하겠지만, 이제 스프링 시즌도 개막하니까 많이 줄이려고 해요."

- CJ에 입단하고 나서 특별히 바뀐 게 있나요?

"새로운 숙소라서 마음가짐도 새롭죠. 예전에 비해 회사 분들이 저희들한테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구나 하는 게 느껴져요. 유니폼도 마음에 들고요. 게임단 프론트인 서지훈 님이 직접 골랐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퍼펙트 테란 서지훈의 팬이었거든요."

- 직접 보니 어떻든가요? 우리 서지훈 님.

"좋죠. 되게 차분하시더라고요."

- 프로게임단 합숙 생활은 잘 적응했어요?
"성격상 굉장히 돌직구를 잘 던지는 스타일이에요. 그렇게 20년을 넘게 살아왔는데 여기서는 그렇게 하면 안되잖아요. 처음에는 저보고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이냐면서 다들 당황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되게 많이 고쳐진 편이에요."

- 이번 스프링시즌 자신 있어요?

"저야 자신 있죠. 현재 LOL이 춘추전국시대인 것은 맞지만 저희 팀이 굉장히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아요. 근데 우리랑 붙는 팀들은 다들 각성해서 기를 쓰고 이기려고 하니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 요즘 LOL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청춘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래요?

"프로게이머도 한 분야의 전문가잖아요. 어떤 직업이든 그 분야에 대한 실력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재능도 있어야죠. 그런데 재능은 특별한 게 아니라 누구나 갖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얼만큼 노력해서 실력을 쌓느냐, 그리고 요즘은 인성도 중요하죠. 저도 이제 겸손이 일상이 됐습니다. 어쨌든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는 않을 거에요."

팀원들 모두를 사랑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친 부산 사나이.
-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희 팀원들 모두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코칭 스태프랑 회사분들 모두요. 팀원들은 이 인터뷰 다 볼거니까 꼭 써주셔야 해요."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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