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창간 특집]임재덕과 이영호가 들려주는 그 시절, 그때 그 사람!

Talon 2013. 4. 21. 14:28

이제는 군단의 심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된 임재덕과 이영호의 이야기


하트 탁자 위에서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준 임재덕(왼쪽)과 이영호.
창간 6주년을 맞이한 포모스가 두 번째 특별 인터뷰로 임재덕과 이영호의 만남을 주선했다. 서로 스케줄이 바빠 행사장 이외에서는 오랜만에 본다는 두 사람. 한때는 팀 동료, 또 한때는 코치와 선수로서 함께 했었던 임재덕과 이영호는 이제 '군단의 심장 최강자'가 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서로에 대한 첫 인상부터 그 시절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서로에 대한 애정과 믿음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채우기에 페이지가 많이 부족하니, 긴 말 필요 없이 바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포모스=이렇게 두 분을 같이 모셔서 영광입니다. 혹시 최근에 둘이서 따로 만난 적이 있나요?

▶ 임재덕=아니요. 아무래도 워낙 서로 바쁘다 보니까요. 주로 행사장에서 보죠. 가장 최근에 본 것이 군단의 심장 출시 발표 행사장인 것 같아요. 전화 통화요? 저는 원래 여자 친구랑도 잘 안 해요(웃음).
▶ 이영호=서로 만나자는 약속은 했었어요. 조만간 보자고 했는데, 시간이 계속 맞지 않아서 보지는 못했죠. 저도 다른 프로게이머들이랑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에요.

▷ 포모스=일단 옛날 얘기부터 해볼까요? 2006년에 임재덕 선수가 KT에 입단하고, 그 다음 해에 이영호 선수가 들어왔는데요. 서로 첫 인상은 어땠나요?

▶ 임재덕=그냥 아기였죠. 정말 아기인데, 게임은 엄청 잘 했고요(웃음). 팀에 들어오기 전에 '정말 잘 하는 애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속으로는 '잘해봤자 얼마나 잘하겠냐' 싶었죠(웃음). 제가 당시에 팀플을 해서 개인전 '쇼부'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가끔 통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완전체'가 되더라고요(웃음).
▶ 이영호=처음에는 조용하고, 말이 별로 없으셨어요. 그래서 서서히 친해졌는데, 나중에는 야식도 같이 시켜먹고 그랬죠. 또 형이 되게 신기했어요. 저희 팀 선수들이 예선을 거의 뚫지 못할 때가 있었는데, 늘 재덕이 형은 예선을 통과했어요(웃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형이 팀플을 하고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상대들도 다 만만치 않았어요. 속으로 '역시 쇼부...'(웃음). 그래서 팀에서 형 별명이 '봉영이' 였어요(웃음). 확실히 그런 쪽으로 재능이 있구나 생각했죠. 왜냐하면 솔직히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연습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었거든요(웃음)

행사장에서 자주 만나는 임재덕과 이영호. 작년 블리자드 e스포츠 비전 선포식 당시 모습.
▷ 포모스=이영호 선수가 형들을 잘 따른다는 얘기는 유명한데요.

▶ 임재덕=영호는 뭐, 말을 잘 들었죠. 착해요, 애가. 어린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형들 생각을 잘 하고, 배려도 할 줄 알고요. 솔직히 어린 애들 보면 개념 없는 애들이 많아요. 자기가 잘 나가고 그러면 그런 애들이 조금씩 보이죠. 그런데 영호는 전혀 그런 모습이 없었죠. 자기가 완전히 정상의 자리에 있는데도 항상 열심히 하고요. 뒤에서 보면 정말 배울 것이 많았어요.

▷ 포모스=팬들 사이에서는 KT에서 이영호 선수를 업어 키웠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 임재덕=(박)정석이가 많이 키웠죠. 영호랑 정석이가 서로 장난도 많이 치고 그랬어요.
▶ 이영호=목마를 탄 기억은 없는 것 같고, 그냥 업어준 적은 있어요. 장난으로 '형 힘 세니까 업어달라'고 해서 업힌 적은 가끔 있었죠.

▷ 포모스=당시 KT가 '레알 마드리드'에 비교 될 정도로 화려한 스타 게임단이었잖아요.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많았을 것 같아요.

▶ 임재덕=저는 처음에 들어 갔을 때 조금 그랬죠. 제가 그때 나이 많은 연습생이었거든요. 그런데 (홍)진호랑 (강)민이 같은 애들은 이미 많이 커있고, 동생들도 다들 잘 하고 있을 때라서 조금 주눅이 들었었어요. '이런 곳에 나이도 많은 내가 있을 수 있나' 싶어서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 됐죠. 그래도 하다 보니까 다들 친해져서 괜찮아졌어요. 그런데 갓 들어 갔을 때를 생각하면, 어우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솔직히 많이 힘들었어요. 스스로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조금 심했죠. 다들 워낙 잘 나가는 선수들이라서요.

▷ 포모스=반면에 이영호 선수는 9, 10살 차이 나는 형들과 생활했는데

▶ 이영호=저는 못 다가갔는데, 형들이 워낙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까 다들 먼저 다가와 주셨죠. 그때 재덕이 형만큼이나 말이 없었던 (변)길섭이 형이 다른 선수들과는 데면데면했는데, 저랑은 정말 장난도 치면서 친하게 지냈어요.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있으니까 다가가기도 쉽고, 귀엽게 보였나 봐요.

팀플 경기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정석(왼쪽)과 임재덕.
▷ 포모스=혹시 이후의 행보를 봤을 때 조금 놀란 선수도 있나요?

▶ 임재덕=음, 진호가 감독 한다고 했을 때 조금 놀랐죠. 진호랑 개인적으로 술도 많이 마시면서 친하게 지냈는데, 얘가 아무리 봐도 감독할 스타일은 아니었거든요(웃음).
▶ 이영호=저도 그랬어요. 정말 좋은 형인데, 감독 스타일하고는 약간…(웃음). 전 진호 형이 안 한다고 할 줄 알았어요.

▷ 포모스=강민 해설은요?

▶ 임재덕=민이는 할 것 같았어요. 가끔씩 장난도 잘 치는데, 자기 일을 정말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또 전략 같은 것도 잘 짜고 연구하는 것을 좋아했으니까요. 해설 쪽으로 갈 것 같았어요. 민이는 딱 맞게 간 것 같고, 정석이는 조금 애매해요. 어떨 때는 감독 스타일 같기도 한데, 또 아닌 것 같기도 해요(웃음).
▶ 이영호=맞아요, 저도 좀 애매해요(웃음).

▷ 포모스= 감독 스타일에 맞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듬직해 보이는 모습 때문인가요?

▶ 임재덕=아, 그 '듬직한' 것도 너무 부풀려진 거예요(웃음).
▶ 이영호=이지훈 감독님도 똑같이 얘기하셨어요(웃음). 그 이미지, 30%는 제가 만들었다고요(웃음).
▶ 임재덕=물론 정석이가 프로게이머로서의 마인드 같은 것은 정말 좋은데, 걔도 굉장히 '까불까불'한 면이 많거든요(웃음).
▶ 이영호=그리고 정석이 형이 조금 소심하세요(웃음).

▷ 포모스= 아, 박정석 감독의 신중한 언행이 소심해서 그런 거군요(웃음)?

▶ 이영호=맞아요(웃음). 그래도 확실히 남자다운 모습은 있어요. 그런데 저는 감독하기 직전까지 같이 있었잖아요. 형이 회사를 간다고 해서 팀을 나갔는데, 갑자기…(웃음). 전 감독되는 거 몰랐어요. 사실 형이 감독되기 전에 집에 놀러 가서 치킨을 같이 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 자기는 이렇게 회사원으로 일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하면서 조금 힘든 일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감독이 됐다는 기사가 뜨는 거예요. 약간 의외였어요. 나중에 할 것 같기도 했는데, 그렇게 빨리 하실 줄은 몰랐어요. 정말 힘드셨나 봐요(웃음).

▷ 포모스=그래도 박정석 감독이 1년도 안 돼서 LOL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어요.
▶ 임재덕=그거는 선수들이 잘 한 거 아닌가요(웃음)? 뭐, 정석이도 열심히 잘 했겠죠(웃음). 저랑 같이 팀플하던 정석이가 그렇게 감독으로 잘 하니까 멀리서 지켜봐도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축하 메시지요? 안 하죠, 그런 거. 남자들끼리는 그런 거 안 해요.
▶ 이영호=저는 밥 쏘라고 문자 보냈어요. 그랬더니 '오냐'라고 답장이 왔어요. 그래서 나중에 쏘러 왔는데, 저는 MLG 때문에 미국에 있었어요. 팀원들한테는 맛있는 거 사주셨더라고요.

▷ 포모스= 요즘 강민 해설위원은 조금 힘들어 하는 것 같던데요.

▶ 임재덕=커뮤니티를 보니까 욕을 좀 먹고 있더라고요. 사실 제가 LOL은 보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 스타 게시판인데도 민이 얘기가 올라와요. 스타 게시판에도 올라올 정도면 LOL 게시판은 더 많이 있겠다 싶었죠. 응원은, 글쎄요. 남자들끼리 연락을 잘…(웃음).
▶ 이영호=숙소에 한 달 전쯤 오셨었어요. 서로 얘기를 나누다가 제가 "형 요즘에 욕을 좀 드시는 것 같던데 힘내세요" 이랬죠. 그랬더니 특유의 말투로 "빠앙호오~"이러면서 스타2 잘하고 있냐고 물으시더라고요(웃음). 또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많이 힘들다고 하셨어요.

이지훈 감독(맨 왼쪽)과 코칭스태프로 호흡을 맞췄던 임재덕(왼쪽 두 번째).
▷ 포모스=둘이서 술을 마신 적은 있나요? 제가 몇 번 봤는데 이영호 선수가 술을 정말 잘 마시더라고요(웃음).

▶ 임재덕=예전에는 영호가 미성년자였으니까 따로 마시지는 못했죠. 음, 한잔 해야겠는데(웃음)?
▶ 이영호=제가 술을 잘 마신다고요? 아니에요. 저는 술 잘 못 마시는데, 정신력으로 버티는 스타일이예요. 재덕이 형이 완전 주당이죠. 아니, 주당 정도가 아니에요(웃음). 술 마시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해요. 옛날에 팀 회식할 때 보면 엄청 빨리 드세요.
▶ 임재덕=동생들이 너무 늦게 마셔요(웃음)
▶ 이영호=선수들보다는 감독님이랑 같이 드셨죠. 감독님은 주당 세계를 넘은 것 같아요(웃음).
▶ 임재덕=제가 볼 때 지훈이 형은 술로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아요(웃음)
▶ 이영호=술을 정말 사랑하세요(웃음)

▷ 포모스=때맞춰서 이지훈 감독 얘기가 나왔네요. 임재덕 선수는 코칭 스태프로도 함께 했었잖아요.

▶ 임재덕=거의 1년 정도 했었는데요. 그냥, 음…(웃음). 이거를 기사용으로 해야 하나, 어떻게 하나(웃음). 사실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많았어요. 제가 코치라는 일을 처음 해서 지훈이 형이 절 가르치느라 많이 답답했을 거예요. 그러면서 많이 혼나기도 했고, 반대로 잘 해주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같이 일을 하다 보니까 불만이 생기기도 했는데, 지금 그만두고 나와서 보면 지훈이 형이 알려줬던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되요. 솔직히 그 당시에는 짜증이 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좋더라고요. 그렇게 배웠던 것들이 제가 다른 사름을 대할 때 많은 도움을 줬어요.

▷ 포모스=기사용 멘트는 끝났고, 이제 '특집 기사용'으로(웃음).

▶ 임재덕=아(웃음), 그때는 진짜…(웃음).
▶ 이영호=하하하.

▷ 포모스=이영호 선수는 이지훈 감독과 5년 넘게 같이 생활했네요.

▶ 이영호=이제는 뭐 진짜 나쁘거나 좋은 느낌을 떠나서 가족 같아요. 감독님이지만, 감독이라는 직책을 떠나서 특별하다는 느낌이 강해요. 감독님도 저를 그렇게 대해주시는 것 같고요. 그러다 보니까 자신감이 많이 생겨요. 감독님께서 늘 저는 높게 평가해 주시거든요. 의지가 많이 되죠. 저희 부모님한테도 잘 해주세요.
▶ 임재덕=지훈이 형이 영호한테 정말 잘 해줬어요. 예전에 제가 코치할 때도 회의하고 그러면 영호 혼내는 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어요. 물론 그 안에서 서로간의 뭔가 있겠지만, 일단 보여지는 것에서는 없었어요(웃음).

▷ 포모스= 음, 뭔가 있겠죠(웃음).
▶ 임재덕=그렇죠.
▷ 포모스= 이영호 선수라고 다 좋아했겠어요(웃음)?
▶ 임재덕=그렇죠. 뭔가 있겠죠(웃음).
▶ 이영호=하하하. 그런데 재덕이 형이 코치로 있을 때는 제가 '소년가장'이었어요.
▷ 포모스= 아, 그렇네요. 감독님이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네요(웃음).
▶ 임재덕=하하하, 그러네요(웃음).

한때 '소년가장'이라 불리며 팀을 이끌었던 이영호.
▷ 포모스= 정말 그때 엄청났었죠. 여러 짤방도 많았고요. 당시 옆에서 지켜본 느낌은 어땠나요?

▶ 임재덕=불쌍했죠(웃음). 영호는 다 이기는데, 팀은 자꾸 지니까. 참…(웃음).
▶ 이영호=제가 서글펐던 것이 승률로 거의 70% 정도 찍고, (김)택용이 형이랑 (이)제동이 형이라 MVP 경쟁을 했었어요. 그런데 둘이 1, 2등 팀이었어요. 전 7등 팀이고. 다승왕은 전데 MVP를 둘이 받아가는 거예요. 참, 씁쓸했죠. 그래서 다음 시즌에는 무조건 우승한다고 마음 먹어서 바로 광안리에서 우승했죠.

▷ 포모스= 그래서 그때 이영호 선수 별명이 '이승만'이었잖아요.
▶ 이영호=이승만이요?
▷ 포모스= '2승만'해라 그래서(웃음).
▶ 이영호, 임재덕=아, 하하하. 기억 나네요.

▷ 포모스= 그러 면에서 나머지 선수들을 관리하기가 조금 힘들지는 않았나요?

▶ 이영호=그런데 그게요, 사람들이 바깥에서 볼 때는 한 명만 이겨서 나머지 선수들이 기가 죽을 것 같잖아요? 안 그래요. 일단 다들 자신이 먼저니까요. 자기가 진 것이 더 슬픈 거죠. 그래서 아마 제가 소년가장일 때도 저를 특별히 불쌍하다고 느끼지는 않았을 거예요. 자기들이 못해서 짜증나고 화가 많이 났겠죠.
▶ 임재덕=맞아요.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죠.

스타2로 전향해 화려한 전성기를 맞이한 임재덕.
▷ 포모스=임재덕 선수가 스타2로 전향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 이영호=대회에 출전하기 전에 미리 들었던 것 같은데요. 이후에 형이 계속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잘 가셨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형이 팀을 나갈 때 정말 유유히 떠났거든요. 진짜 '쿨'하게 나가셨어요(웃음). 그리고 형이 억대 상금 대회를 포함해서 여러 번 우승하는 소식을 듣고서 저희끼리 "야, 재덕이 형이 짱이야" 그랬어요. 스타2 제일 잘한다면서, '신의 한 수'라고 그랬죠(웃음). 또 나이가 들면 힘들다고 하는데, 형이 잘하는 것을 보고 다들 대단하다고 했어요. 제 마인드도 그렇거든요. 저도 나중에 나이를 많이 먹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계속 잘 하고 싶어요. 그런데 재덕이 형이 그것을 몸소 보여준 거니까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 임재덕=이제 끝났어(웃음).
▶ 이영호, 포모스=에이~(웃음).

▷ 포모스=예전에 이영호 선수 보고 '걘 천재야'라고 한 에피소드 기억나세요?

▶ 임재덕=제가 개인방송을 하는데, 어떤 팬이 "이영호가 스타2로 오면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걘 천재라고, 오면은 다 휩쓸 거라고 얘기했죠. 영호는 제가 선수일 때부터 코치 때까지 계속 봐왔는데, 뭘 해도 잘 할 것 같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또 그것이 게임이라면 정말 얼마나 잘 할 수 있는 애인지를 느꼈어요. 그래서 진심으로 얘기한 거예요.
▶ 이영호=그런데 이러고 있네요(웃음).
▷ 포모스=왜그래요(웃음). 자꾸 이러면 불쌍한 두 남자 컨셉으로 가잖아요(웃음)
▶ 임재덕, 이영호=하하하.

▶ 이영호=그런데 할 것 같아요, 우승. 올해 안에는요.
▶ 임재덕=나도 니가 우승 할 것 같아.
▶ 이영호=솔직히 말해서 누구를 만나든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 (프로리그에서) 진 것도 전략에 많이 졌거든요. 아쉬웠는데, 개인리그는 진짜 실력이고 다전제이니까 개인리그에서 보여줘야죠(이후 이영호는 WCS GSL 16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MLG에 갔다 와서 실력이 확 늘었어요. 이승현 선수한테 연달아 졌는데, 지금 이승현 선수랑 정말 하고 싶어요. GSL에서 꼭 맞붙고 싶어요. 지난 번에 진 것은 조금 억울한 것이 군심 이해도 자체가 많이 차이 났어요. 이승현 선수가 300% 정도면 저는 30% 정도였다고 생각해요. 전 30~40게임 밖에 하지 못했거든요.

2012년 SK플래닛 스타2 프로리그 시즌2에서 병행 리그를 선택한 한국e스포츠협회.
▷ 포모스=이영호 선수는 임재덕 선수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빨리 스타2를 하고 싶지는 않았나요?

▶ 이영호=아니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제가 간다고 우승한다는 보장도 없고, 스타1에서 잘하고 있었으니까요. 또 스타1 할 때는 스타1이 더 사랑스럽고, 정이 갔어요. 스타1이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판이 유지됐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죠. 그러면서 재덕이 형은 스타2에서 계속 우승하길 바랐고요. 나중에는 해야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최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스타2를 조금씩 하게 되면 스타1에 집중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병행 때 진짜 힘들었어요. 그런 면에서 협회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할 거면 확실히 하나만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 병행은 정말 좋지 않았던 선택이었고, 제 생각에는 차라리 스타1을 한번 더 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병행 때는 정말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았어요. 병행이 선수 몇 망쳤어요. 또 그런 상황이 생기면 선수들한테도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조금 독단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 임재덕=병행은 정말 제가 봐도 '저게 뭐 하는 짓일까' 싶었어요. 진짜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면서도 "저건 정말 망하다는 길이다"라는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일단 선수를 완전히 죽이기는 것이고, 둘 다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안 된다고 봤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진짜 친구들이랑 욕을 많이 했어요. 선수들이 제일 힘들었겠죠. 저 같으면 못했을 것 같아요. 선수들은 시키니까 하는 거지 자기들 주장 내세울 수도 없고, 해 봤자 아무 것도 안 되고요. 이미 위에서 정해져 나온 상태로 해야 되니까요. 불쌍하더라고요, 선수들이.
▶ 이영호=피해 본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연봉 협상이 진짜 좋지 않게 된 선수들도 있고, 여럿 망친 것 같아요.
▶ 임재덕=짧은 기간이었지만, 병행을 한 것 자체가 잘못됐던 것 같아요. 협회 쪽에서 너무 하나만 바라보고 추진했던 것 같아요.

▷ 포모스=우여곡절 끝에 자유의 날개를 시작했는데, 곧바로 또 군단의 심장으로 바뀌었어요.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 임재덕=저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자날에서 이뤄 놓은 것이 많아서 어느 정도 만족한 것 같아요. 마지막에 성적이 조금 안 나온 것이 좋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괜찮았어요. 그리고 중간에 예선까지 한 번 떨어졌는데, 바로 올라왔으니까요. 자유의 날개 때를 총평해보면 만족스럽게 한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게임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됐죠.
▶ 이영호=저는 조금 아쉬웠죠. 자날 막바지에 정말 자신 있었거든요. 뭔가 이룰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군심으로 바뀐다 길래 '아, 요즘 운이 안 따라주나' 싶었죠(웃음). 그런데 군심으로 바뀐 것이 정말 잘 된 것 같아요. 저한테는 큰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요. 자날 때는 테란으로 한계가 느껴졌거든요. 다른 종족 최상위급 선수와 맞붙으면 순수 실력으로는 이기기 힘들다고 느꼈는데, 군심은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
▷ 포모스=자연스럽게 군단의 심장과 종족 얘기가 나왔네요. 밸런스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요? 과연 어느 종족이 사기인가(웃음).

▶ 임재덕='테사기'죠, '테사기'(웃음). 그런데 웃긴 것이 저희 팀 저그들은 오히려 테란전이 할만 하고, 프로토스가 힘들데요. 그런데 저는 프로토스는 다 할만 하거든요. 물론 잘하는 애들을 만나면 힘들긴 한데, 못 이길 정도는 아니에요. 반대로 테란이랑 하면 '이게 말이 되나', '이걸 내 왜 져야 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러면 '테란이 사기다'라고 느껴지죠. 저그 입장에서는 테란이 많이 강한 것 같아요.

▷ 포모스=땅거미지뢰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도 갖고 계시던데요(웃음).

▶ 임재덕=아우, 지뢰는 진짜 아…(웃음). 의료선은 약간 귀찮을 뿐인데, 지뢰는 '너~무' 사기예요. 말이 안 돼요. 한 번 실수하면 유닛이 다 죽어버려요. 제 친구들도 대부분 저그 유저들인데요. 테란 때문에 다 죽으려고 해요, 테란 유저도 한 명 있는데, 걔는 프로토스를 이기지 못하겠대요. 그런데 저그는 다 쉽다고(웃음). 뭐 (이)승현이 하는 것 보면 테란이 사기가 아닌 것 같기도 한데, 테란을 상대하기가 조금 까다로운 것 같아요.

▷ 포모스=이영호 선수는요?

▶ 이영호=제가 보기에는 프토토스가 사기예요.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프로토스가 모선핵 찌르기 생기고, 광자과충전 쓸 수 있어요. 또 예언자가 생겨서 방심하고 있다간 게임이 끝나요. 그리고 암흑성소가 싸졌어요. 스캔을 써야 하는데, 스캔이 지게잖아요. 한이석 선수가 (김)대엽이한테 지는 거 보셨죠? 그런 거예요. 자날 때 이미 사기였는데, 그렇게 덧붙여 주니까 테란이 이기기 힘들어 졌어요. 모든 테란들의 마음을 제가 대변하고 있는 거예요. 테란 대 저그요? 그런데 래더 순위를 보면 저그가 엄청 많아요. 테란은 별로 없어요. 테란전 할만 하다는 저그도 많아요. 신노열 선수도 그렇게 말했잖아요(웃음).
▶ 임재덕=아까(인터뷰 장소로 이동할 때) 했던 얘기를 해. 아까 했던 얘기(웃음).
▶ 이영호=사람마다 다 틀린 것 같아요. 그리고 실력이 올라온 사람들은 그냥 이기려면 이기는 것 같아요. 저도 연습 때는 프로토스전도 거의 다 이겨요. 저그전도 그렇고요. 서로 할만 한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봤지만, 임재덕과 이영호 사이에서는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 포모스=테란은 사기다, 아니다?
▶ 이영호=아니에요!
▶ 임재덕=제 생각에도 테란이 사기는 아닌데, 그냥 조금 세요.

▷ 포모스= 그래요. 땅거미지뢰도 무조건 좋지는 않잖아요?
▶ 이영호=그렇죠. 좋지 않은 점이 분명히 있죠.
▶ 임재덕=아니, 저그전에 안 좋은 점이 있어(웃음)?
▶ 이영호=진짜 잘 제거하는 애들은(웃음), 정말 장난 아니에요(웃음). 잘 하는 애들은(웃음), 여러 곳에 박아두잖아요(웃음)? 박아두면 다 없애요(웃음). 그런데 솔직히 저그 만나면 누구든지 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어요.
▶ 임재덕=이게 모든 테란의 마인드예요. 테란은 저그 만나면 안 진다. 이러면 이걸 어떻게 해요?
▶ 이영호=그런데 제가 또 할이 있는 것이 자날 때 저그가 정말 좋았어요. 지금 테란보다 더 좋았어요.
▶ 임재덕=그런데 그게 있어. 오픈 시즌 처음부터 형이 우승하고 그럴 때까지의 저그와 비교하면 마지막 자날 테란은 진짜 좋은 거였어. 정말 니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어, 저그는. 어느 대회를 가더라도 16강은 나 혼자야. 저그는 없어. 어딜 가도 찾아 볼 수가 없어. 씨가 말랐었어.

▷ 포모스=지금 은근히 자기 자랑 한 것 같은데요(웃음)
▶ 임재덕=그렇죠(웃음).
▶ 이영호=하하하.

▶ 임재덕=자날 처음에는 테란이 완전 사기였어. 뭘 해도 이겼어. 내 테란으로 그랜드마스터랑 30판 해봤거든? 다 이겼어. 그런 상황이었어.
▶ 이영호=그런데 형이 계속 우승해서 저그가 좋지 않았던 거잖아요? 지금은 이승현이 계속 우승하고.
▶ 임재덕=그러니까(웃음)!

▷ 포모스= 결국 결론은 하난 것 같네요.
▶ 임재덕=잘 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 같아요.
▶ 이영호=맞아요. 어차피 다 자기 종족이 불리하다고 말하게 돼 있어요. 결국은 실력이죠.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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