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스타人이즈백] 14년 전 로열로더에 오른 그날, 다시 돌아온 '폭군' 이제동 ①

Talon 2022. 1. 1. 22:30

이번에 '스타人 이즈 백'에서 만난 전 프로게이머는 지난 22일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이제동이었다.

그는 역대 저그 최다 우승, 최고 승률, 최단기간 골든 마우스 수상, 프로 리그 통산 다승 1위 등 갖은 진기록을 가지고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역대 최고의 스타크래프트 1 프로게이머다.

특히 12월 22일은 이제동이 'EVER 스타리그 2007'에서 로열로더를 달성한 날짜였기 때문에 특별함을 더해준다. '로열로더'는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 우승을 달성한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스타크래프트 8번째 이자 마지막 로열로더가 됐던 그날 팬들과 다시 만난 이제동. 이제동을 만나 너무나 눈부셨던 그의 현역 시절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전역을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군대에서 어떻게 지냈을지 많은 팬분들이 궁금해하실 텐데 간략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똑같이 현역으로 육군을 다녀왔어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갔고 어떻게 보면 저는 사회생활을 하다가 갔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더 쉬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군 생활도 잘 맞았고 시간도 빨리 가고 크게 나쁘지 않았어요.

- 프로게이머 데뷔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학교 다닐 때부터 게임을, 스타크래프트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TV 온게임넷에서 프로게이머들이 나와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어요. 그런데 스스로가 게임을 워낙 좋아하고 잘하다 보니까... 이제 학교에서도 제일 잘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까 '내가 저 직업을 한 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도전하게 됐어요.

- 스타크래프트 1 팬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역대 최고의 프로게이머입니다. 저그 최다 우승, 로열 로더, 골든 마우스, 프로 리그 다승 1위 등 다른 선수들은 평생 하나라도 가지기 힘든 기록들을 셀 수 없이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남들보다 특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남들보다 노력을 많이 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그런 결과들을 얻기까지 제가 뭐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단지 하나의 재능,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이 있다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서 노력하는 것이었어요. 연습실에서 제일 늦게까지 연습할 수 있는... 그런 뭐랄까 근성이나 독기 같은 점은 확실히 강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점들을 바탕으로 해서 진짜 연습을 쉬는 시간도 없이 많이 했어요. 지금 제가 생각해도 진짜 신기하긴 해요. 연습실 스케줄 중에서 쉬는 시간이 있어요. 쉬는 시간에도 밥 먹고 바로 자리에 앉아서 다른 사람 잘하는 사람의 리플레이를 보고 스스로 피드백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실력을 늘리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연습과 관련해서 연습론과 그리고 지독하게 연습하는 프로게이머의 대표적인 사례로 유명합니다. 사실 이제동 선수처럼 연습한다는 행동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그렇게 지독하게 연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원동력이요? 원동력은... 그냥 단순했어요. 제가 스타를 워낙 좋아했어요. 스타를 좋아하고 너무 재밌었고 그래서 시작을 했죠. 그냥 단지 '이왕 시작했는데 여기서 1등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제가 선택하고 시작한 일이었고 어린 나이였지만 어쨌든 그 세계에 제가 발을 들여놨잖아요? 그러면 여기서 허송세월을 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17살, 18살 이때에 일반적인 삶을 살았다면 고등학교 가서 친구들도 사귀고 학창 시절 추억도 만들고 그러고 대학교에 진학해서 남들처럼 똑같은 생활을 하잖아요? 근데 저는 이제 어떻게 보면 여기 프로게임단 안에 갇혀서 진짜 매일같이 연습을 하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너무 제 인생이 그저 그럴 것 같은 거예요. 그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 나는 무조건 여기서 살아남아서 꼭 1등이 돼서 성공해야겠다' 이런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연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남들이 쉴 때 내가 연습을 하면 내가 더 성장하겠지'라는 생각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예전 기억을 떠올렸을 때 가장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지금 여기 모든 프로게이머들 중에 내가 연습을 제일 열심히 하고 많이 한다는 자신감'이에요. 그럼 연습이 배신하지 않으면 무조건 제가 1등이 되겠죠? 그런 생각으로 했어요.

- 이제동을 대표하는 별명은 '폭군'입니다. 공격적인 경기로 상대를 압도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긴 별명인데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즐겼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별히 선호했던 이유는 성격이 한몫하는 것 같아요. 일단 성격이 좀 급한 성격이고 잘 참지 못해요. 저는 게임이 성격을 따라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확실한 것 같아요. 근데 저그라는 종족이 그런 부분에서 저랑 잘 맞았죠.

그래서 초반에는 사실 고생을 좀 했어요. 저그를 했을 때 잘 못 참았어요. 그래서 게임 내에서 참는 연습을 많이 했었죠. 그러다 보니까 성장하게 되고 점점 저그라는 종족 안에서 제 성격이나 스타일이 영향을 발휘하고 잘 표현하게 됐죠.

- 현역 시절에 대해서 팬들에게 가장 각인된 점은 컨트롤입니다. 2부대 뮤탈 컨트롤과 같은 기술을 보여준 프로게이머로 유명합니다. 엄청난 손 속도와 컨트롤 실력을 가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사실 컨트롤도 반복적으로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때 당시에 (팀에서) 내부적으로 내부 리그를 항상 하루 종일 했어요. 매일같이 내부 리그로 연습할 때마다 뮤탈 리스크를 많이 썼어요. 이제 그런 것들이 축적되고 제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원래부터 선호하니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격적으로 뮤탈 리스크를 쓰면서 경기 운영하는 스타일이 되어버렸어요.

- 역대 최고의 저그로 불리게 된 데에는 말도 안 되는 동족전 승률이 한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73.5%로 모든 동족전 승률 중 가장 높은 승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저그 동족전은 운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동족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높은 동족전 승률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일단 저그전은 여러 가지 전체적인 요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느낄 때는 저그 대 저그는 조금 타고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뭐가 타고난 것이냐?"라고 하면 그 부분을 정확하게 꼽을 수는 없지만 순간적인 순발력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저그전이 워낙 속도감이 빠르다 보니까 모든 점에서 종합적으로 저랑 좀 잘 맞는 종족전이에요. 소수 유닛 컨트롤이라든지 아니면 공격적인 플레이라든지 거기에다 순발력, 순간적인 센스 같은 것들도 굉장히 많이 요구해요. 이제 그런 것들이 저랑 다 종합적으로 맞아떨어지고 그러다 보니까 저그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아요.

거기다 저그 대 저그 같은 경우는 연습도 굉장히 많이 했었어요. 그리고 제가 좀 재밌어했어요. 그래서 연습을 하면서도 되게 재밌어하고 그래서 남들보다 게임량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저저전은 약간 남들보다 빨리 깨달은 것도 있고 해서 성적이 좋았던 것 같아요.

- 당시 스타일과 관련해서 되게 아슬아슬하게 최적화를 진행해서 가장 강력한 레어 테크에서 상대를 찍어 누르는 한편 지는 경우에는 한 번에 크게 밀린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런 최적화를 갖췄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그건 저도 인정해요. 컨디션이 한창 좋고 그럴 때는 그런 최적화를 하면서 되게 시원시원하게 이겼었는데 아무래도 그런 스타일이다 보니까 컨디션이 안 좋을 때나 폼이 조금 떨어졌을 때는 좀 허무하게 지는 게임이 있을 수밖에 없죠. 근데 저는 지금도... 아니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때 당시 생각을 떠올려보면 제 판단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물론 안정적인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저는 저그는 결국에는 상대를 몰아붙이는 플레이와 '상대를 언제든 끝낼 수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게임을 해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저그라는 종족으로 고승률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생각으로 항상 플레이에 임했어요.

왜 그러냐면 워낙 저그가 공격에 좀 취약하잖아요? 이제 테란이 공격 한번 토하면 바로 지고 이런 게임이 많아요. 그러니까 수비적인 플레이를 하다 보면 상대의 수가 워낙 많은데 그런 것을 경기, 대회에서 모든 것을 대비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주도권을 가지려고 하는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EVER 스타리그 2007 4강은 최초로 2부대 뮤탈 컨트롤이 나왔던 경기로 유명합니다. 상대방의 2스타 레이스에 당해 불리했던 상황을 컨트롤로 역전해 버렸는데 당시 경기에 대해서 그리고 2부대 뮤탈 컨트롤은 기존에 준비됐던 전략인지 궁금합니다.

그거는 제가 (2부대 뮤컨을) 준비한 것은 아니에요. 그게 아마 1경기인가 그랬을 거예요. 저도 당시 그 대회가 첫 대회였어요. 로열로더를 했었던 대회였어요. 그래서 저도 첫 4강이었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어요. 1경기에서 아마 제가 좀 불리했었을 거예요. 그때 제가 레이스에 피해를 많이 받았었던 상황이었어요.

제 생각에는 그때 레이스에 받은 피해를 갚아주면서 동시에 상대의 기를 죽여놓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그런 컨트롤을 평소에 연습하고 준비하고 나가서 했던 것은 아니고 그냥 순간적으로 '아 내가 지금 여기서 완전히 상대를 짓눌러 버려야겠다, 눌러 버려야겠다'라고 판단했어요.

그런 생각으로 게임했고 이제 뮤탈 숫자가 쌓이면서 어떻게 보면 그런 쇼맨십 같은 플레이를 하게 된 거죠. 그리고 저도 그러면서 상대의 플레이를 체크를 해봤을 때 그런 플레이가 2, 3경기에서 상대한테 많은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플레이를 좀 좋아해요.

- SK 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 리그 시즌 1 '네오 일렉트로 서킷'에서 김민철과의 경기는 뮤탈 리스크가 숫자와 업그레이드에서 밀리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교전에서 승리합니다. 이 경기뿐만이 아니라 발업 저글링을 노발업 저글링으로 이기고 가스를 짓지 못하는 버그가 생긴 상황에서도 승리합니다. 일반적으로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상대도 같은 프로게이머인데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아 그 경기 기억이 나네요. 뭐랄까 이거를 제가 말로 설명하려고 하니까 되게 힘드네요. 저는 저그 대 저그 할 때, 특히 경기를 나갈 때 마음가짐을 항상 뭔가 실제로 싸우러 나가는... 뭔가 그런 느낌으로 임해요. 물론 다른 경기 나갈 때도 그렇고요.

그러니까 전쟁터에 나갈... 뭐 전쟁터에 나가본 적은 없지만 마인드가 전쟁터에 나가는 마음으로 나가요. 그러면 제가 지면 죽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좀 말로 설명하기가 되게 힘든데 어쨌든 집요하게 이겨야겠다는 그런 생각들이 플레이에 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되게 말도 안 되는 게임도 막 저그 대 저그 같은 경우는 이길 때도 있고 그래요. 제가 '무조건 이길 수 있다, 이렇게 해도 내가 무조건 이길 수 있다' 이러면서 내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그런 모든 것들이 다 종합돼서 그런 점들이 경기에서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역전도 나오는 것 같아요.

- 신한은행 프로 리그 08-09 '신 추풍령'에서 정명훈과의 경기는 '인스네어'로 승리를 차지해 입스타를 실현했다는 평가가 나온 경기입니다. 당시 경기 전략에 대해서 그리고 테란을 상대로 완성된 실력과 다양한 전술을 보여주는 저그라는 평가가 있는데 테란전에서 특히 강력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경기는 일단 인스네어를 준비했어요. 경기 준비할 때 감독님인가? "좀 다양하게 플레이를 해보는 게 좋겠다"라고 해서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인스네어) 플레이를 준비했었어요. 뭐 특별히 그 경기에 대해서 코멘트를 할 것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준비를 잘했고 상대가 좀 잘 당해줬죠. 테란전 같은 경우는 말씀드렸다시피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냥 뭐 할 말이 없어요. 그냥 연습 많이 하다 보니까 잘해졌어요. 그래서 그것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 출처 : MHN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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