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가 전통 스포츠와 크게 다른 게 몇 가지 있다.
우선, 게임 개발사가 절대권력을 행사한다. 대회를 치르려면 해당 게임을 사용해야 한다. 개발사 허락 없이는 대회를 열 수 없다. 현재 e스포츠 대회가 개발사(또는 유통사) 주도로 열리는 이유다. 국제 축구연맹(FIFA), 대한축구협회 허락 없이 누구나 축구대회를 열 수 있는 것과 다르다.
e스포츠 게임 규칙은 계속 변한다. 유저 요구를 반영해 게임을 더 재밌게 만들기 위해서다. 개발사는 해킹을 방지하며 게임을 계속 업그레이드한다. 게임이 크게 해킹당하거나 업그레이드를 잘못하면 인기는 떨어지고 수익도 급감한다. 개발사가 게임 관리에 명운을 걸 수밖에 없다.
e스포츠는 기술, 과학, 영상, 그래픽, 음악, 미디어, 메타버스 등이 융복합한 분야다. 철학, 세계관도 반영돼 게임 스토리가 아주 흥미롭다. 모든 게 유저가 떨어지지 않도록, 더 많은 유저가 게임에 참여하도록 하는데 맞춰져 있다. 즉 공급자, 생산자가 돈을 벌기 위해 소비자, 유저 요구를 들어주는 식이다. e스포츠는 이처럼 전통 스포츠와는 완전히 다른 분야다. 전통 스포츠 구조처럼 만들면 e스포츠도 굴러가리라는 생각은 어리석기 그지없다.
우리 사회는 게임에 몰두하는 사람을 게임중독자, 사회 부적응자, 심지어 ‘루저’로 보는 경향이 있다. 대다수 부모가 게임에 열중하는 자녀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PC방에서는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이 금지돼 있다. 자정 이후 청소년 접속 금지도 지난해 비로소 풀렸다. 대학 e스포츠 학과와 상무팀을 만들려면 중고팀도 있어야 하지 않나. e스포츠는 암호화폐, NFT와 밀접하게 결합된 분야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이에 대한 반감이 크다. 정부, 지자체가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려면 개발사 허락을 받아야 한다. 물론 개발사는 엄청난 반대급부를 원할 것이다. 글로벌 인기 게임은 대부분 미국, 중국, 일본이 만들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도 미국 회사가 만들었고 최대 주주는 중국기업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e스포츠 8개 종목이 정식종목이 됐다. 한국이 개발사로 참여한 게임은 배틀 그라운드뿐이다. 100명이 상대를 죽이면서 끝까지 생존하는 사람(또는 팀)이 이기는 방식이다. 그런데 중국 측은 “사람을 죽이는 식은 안 된다”며 룰을 임의로 바꿔놓고 게임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배틀 그라운드는 원래 PC버전 게임이다. 그런데 항저우에서는 모바일 버전이 사용된다. 모바일 버전은 한국 단독이 아니라 중국과 공동 개발한 것이다. 한국은 5개 종목에 출전하는 반면 중국은 8개 다 나선다. 한국이 불참하는 3개 게임은 중국이 개발했고 중국에서 주로 하는 게임이다. 이처럼 e스포츠는 개발사, 개최국이 정하면 참가자는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석열 정부는 e스포츠를 ‘미래산업’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국가가 미래산업으로 키운다고 한다면, 세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국제무대에 먹힐 수 있는 한국형 e스포츠가 어떤 것인지부터 심도 있게 연구해 로드맵을 도출해야 한다. 촘촘하고 세밀한 글로벌 전략 없이 관련 학과 개설, 지도자 자격증 제도 도입, 상무 창단, 지역연고제 등으로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 정도로 족하다고 한다면, 국고를 투입해 만든 경기장을 돌려보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다소 늦더라도 제대로 된 정책이 나와야 올바른 방향성을 갖고 e스포츠를 미래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엄청난 세금을 외국 개발사, 대책 없이 경기장만 지은 지자체로 주는 게 국가 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 출처 :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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