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5월의 e스포츠 축제, 부산이 들썩였다 [가봤더니]

Talon 2022. 6. 3. 12:00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도시는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기 마련이다. 2002 한일 월드컵,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당시 전세계 많은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았다. 그리고 봄이 막바지에 이른 지난 5월엔 e스포츠를 사랑하는 전세계 게이머들이 e스포츠의 성지 부산을 찾았다. LoL e스포츠 상반기 글로벌 대회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됐기 때문이다.

12개 리그 스프링 시즌 챔피언이 모여 진검승부를 펼친 이번 2022 MSI에는 한국 대표 T1을 비롯해, LPL(중국 프로리그), LEC(유럽 프로리그)의 명문 팀 로열 네버 기브업(RNG)과 G2 e스포츠 등이 참가했다. 특히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세 팀 사이에 얽힌 사연이 다양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MSI를 앞두고 부산은 축제 준비에 들어갔다. 해운대 백사장엔 기념 촬영이 가능한 T1 선수단의 등신대가 세워졌다. 골목 곳곳과 지하철 역사 안에선 쉽게 MSI 홍보물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룹 스테이지가 열린 지난 10일부턴 선수단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은 관객들이 삼삼오오 거리를 거닐었다. 최대 수용 관객이 300명에 불과한 부산 e스포츠 경기장(이하 브레나)은 6일치 좌석이 전부 매진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관람객 유 모씨는 “가끔씩 종각에 위치한 롤파크에서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경기를 본 적은 있지만, LoL e스포츠 국제대회를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그룹 스테이지라서 강팀 간의 대결은 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설렜다”라고 말했다.

럼블 스테이지가 시작된 지난 20일부터는 부산 벡스코 인근에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벡스코 맞은편 카페에는 한국 대표팀 T1의 팝업 스토어가 차려지기도 했는데,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선수 등신대가 있는 포토매틱 부스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유니폼을 비롯한 각종 굿즈를 구매하기도 했다.

부산에 사는 고등학생 이 모군(18)은 “서울에 T1 스토어가 있어서 가기가 어려웠는데, 이번 기회에 각종 상품을 살 수 있어 만족한다”면서 “워낙 사람들이 많아 1시간은 기다렸다”고 전했다.

 

6개 팀의 물고 물리는 대결이 펼쳐지면서 부산의 열기는 점차 뜨거워졌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덕에 관람객들은 모처럼 밤늦게까지 여흥을 즐겼다. 해운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윤 모씨(55)는 “이렇게 손님들이 많이 오신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면서 “코로나19 이후 근 2년여간 장사를 제대로 한 적이 없는데 이렇게 많이들 와주시니 너무나도 기쁘다”며 웃었다.

 

일부 관람객들은 외출을 나온 ‘얀코스’ 마르친 얀코프스키, ‘캡스’ 라스 무스뷘터, ‘브로큰 블레이드’ 세르겐 첼리크 등 G2 선수들과 사진을 찍으며 어울리기도 했다. 캡스는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돼 기쁘고, 우리가 부산 거리를 걸을 때 많은 한국 팬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면서 “또한 간식이나 선물을 주신 팬들도 있었는데 정말 감사하다”라고 부산을 찾은 한국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부산의 밤도 MSI로 채워졌다.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하는 광안리 해수욕장에서는 드론 라이트 쇼가 진행됐다. 광안리의 밤하늘에 MSI의 로고와 대회 이름이 차례로 수놓아졌고, 3년 만에 다시 MSI에 참가한 ‘페이커’ 이상혁 뒷모습과 ‘페이커 이즈 커밍(Faker Is Coming)’이라는 글자가 떠오르며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부산시민 김 모씨(45)는 “저는 게임을 잘 모르지만, 아들이 LCK를 좋아해서 몇 번 봤다”면서 “광안리에서 열린 드론쇼는 보지 못했지만, 해운대에 입간판에서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도 봤다”라고 말했다.

럼블 스테이지가 끝난 25일과 26일,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 : 디 오케스트라 MSI 부산’이 공연이 열러 LoL e스포츠 팬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해당 공연은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 이후 열린 두 번째 LoL 음악 콘서트다. 평일 저녁 비수도권에서 개최됐음에도 약 70%에 가까운 사전 예매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1회 공연보다 무대 배경도 디테일해졌고, 보컬이 섞인 곡들도 최대한 원곡과 비슷하게 연주돼 더욱 만족스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자 옆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한 한 미국인 관광객은 “T1과 G2의 녹아웃 경기를 보러왔다가, 마침 부산 사는 친구가 콘서트를 예매해서 보게 됐는데 굉장히 훌륭했다”면서 “특히 ‘실버 스크랩스’가 나올 때 관객들이 다 같이 플래시를 켜고 팔을 흔들 때 모습이 매우 멋졌다”고 말했다.

유치 과정에서부터 적극적이었던 부산시는 MSI 효과를 톡톡히 봤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게임산업진흥단 한상민 단장은 “지난해 8월부터 MSI 유치를 진행하려는 의사가 있었고, 11월경 부산시와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라이엇게임즈 측에 제안서를 냈다”면서 “이 과정에서 부산시 영상콘텐츠과 게임산업팀과 진흥원 측이 함께 TF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한 단장은 “코로나19 방역과 선수들의 비자 이슈의 해결을 위한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단장은 “대회 개최 이전부터 라이엇게임즈와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면서 팬들에게 홍보를 할 수 있는 사안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면서 “이번에 많은 호평을 받은 광안리의 드론쇼, 해운대의 조형물도 시와 정보원 라이엇게임즈가 함께 협력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한 단장은 “이번 MSI를 LoL e스포츠를 넘어 게임을 사랑하는 많은 게이머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LoL 오케스트라의 경우 게이머가 아닌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일반 시민들도 방문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5년경부터 진흥원이 게임과 문화를 컬래버레이션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면서 “당시 엔씨소프트 ‘블레이드 & 소울’ 등장인물 ‘진서연’의 스토리를 다룬 뮤지컬을 진행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에도 게임을 어떻게 문화와 접목할지 고민하던 찰나에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측에서 MSI와 함께 이러한 좋은 제안을 주셨기에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돼있던 부산 상권은 이번 MSI를 통해 오랜만에 활기를 띄었다. 한 단장은 “MSI 전체 관람객이 2만 6000여명 정도인데, 각종 부대행사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3주 동안 큰 행사가 이어지다 보니 코로나 시국으로 어려움을 겪던 관광숙박업계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선수단이 머문 호텔의 경우 유의미한 매출 증가가 있었다면서,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한 단장은 2022 MSI의 성공적인 개최로 인해 ‘게임과 e스포츠의 성지’ 부산의 브랜드가 더욱 발전했다며 흐뭇해했다. 그는 “2009년 당시 부산에는 게임사가 대략 20개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130여 개까지 늘어날 정도로 게임산업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부산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브레나를 대관해 e스포츠 행사를 진행할 수 있냐는 문의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면서 “2022 MSI의 성공적 개최가 하나의 좋은 성공사례가 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한 단장은 “MSI 관람을 위해 부산을 찾은 관광객 덕분에 행사가 성황리 마무리됐다”면서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협력한 라이엇게임즈, 부산시, 진흥원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신 시민과 소상공인, 관광숙박업계 종사자분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했다”라고 덧붙였다.

 

- 출처 :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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