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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고릴라' 강범현에서 해설 강범현으로, 그가 그리는 미래

Talon 2022. 7. 26. 12:00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후 해설이나 분석데스크, 그리고 코칭스태프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선수출신들이 이제 예전보다 많아졌다. 그만큼 팀에서는 코칭스태프에 대한 중요도가 올라가며 선수 출신들이 자리잡고 있고, 방송 역시 이들의 경험을 살려 양질의 중계를 전달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병역을 마치고 e스포츠 무대로 돌아온 사람도, 아니면 입대 전 e스포츠에서 자신의 기반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고릴라' 강범현의 경우 후자에 해당한다. 선수에서 은퇴한 후 입대까지 팬들 앞에서 더 활동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강범현 해설은 긴 시간 선수 생활을 한 만큼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깊다. 은퇴부터 LCK 중계진 합류까지, 강범현 해설은 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까. 

저와 나눈 마지막 인터뷰는 선수 시절이었는데, 이제 LCK 해설 겸 분석데스크 담당이라니 신기하기도 합니다. 특히 중계 및 분석데스크 모두를 담당하느라 바쁠 거 같은데 어떤가요
선수 은퇴 이후 어떤 사람이 될지 생각을 할 시간을 가졌는데, 어느 분야에서건 바쁜 사람이 되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그 마음으로 일을 하다보니 LCK에서도 주 5일 출근을 하고 있고요. 프로게이머 은퇴 이후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는데, 그래도 팬들과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었죠. 그런 의미에서 해설과 분석데스크는 저에게 맞는 자리였고, 저에게 기회를 주신 LCK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매일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강범현 해설 같으면 선수 생활을 오래 했고, 해외 리그 활동 경험도 있죠. 이러한 경험은 방송 출연에서 어떠한 도움이 되었을까요
선수 당시 저는 정말 좋은 플레이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주목받지 못하면 아쉬운 마음이 없잖아 있었어요. 특히 저는 서포터니까 슈퍼 플레이로 주목받기 쉽지 않았고, 이러한 경험을 살려서 선수들의 사소한 플레이 하나하나를 잘 살펴보고 좋은 플레이를 잘 짚어서 칭찬해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선수들이 왜 이런 플레이를 할 지 예상할 수 있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비추어보면 '페이커' 이상혁이나 '데프트' 김혁규처럼 저와 같은 시기 선수 생활을 했던 선수들이 지금까지 좋은 성적을 내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해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죠. 저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선수들이 지금까지 잘하고 기량을 보인다는 건 그 선수들과 대결했던 저 역시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증거니까요.

동시대에 활동했던 선수들을 인터뷰하는 입장이 되면 기분이 묘할 거 같아요. 특히 이상혁과 얼마 전까지 분석 데스크로 활동했던 '쿠로' 이서행이 인터뷰에서 만났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저도 그 상황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서행이와 이상혁 선수는 정말 많이 대결했는데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로서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과 더불어 이야기 내용들도 기억에 남거든요. 저도 ROX 타이거즈 시절 같은 팀이었던 '피넛' 한왕호와 분석 데스크를 통해 인터뷰를 나눴는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건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LCK라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 인터뷰 장면을 봤습니다. 이서행 분석이 이상혁과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은 정말 모두가 기억할 순간이었는데, 그 둘이 정상에서 치열하게 싸웠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강범현 해설은 본인 선수 생활에 호적수라고 생각했던 선수가 있나요
서포터는 호적수라는 표현보다 상성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예전 현 젠지 e스포츠 서포터였던 '코어장전' 조용인에게 많이 당했던 거 같아요. 정말 상성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울프' 이재완이나 '마타' 조세형, 혹은 '투신' 박종익 같이 저와 같이 활동했던 서포터들은 공격적이라 제가 잘 받아치면 됐는데, 조용인 같은 경우에는 서로 무난히 성장하면 저보다 더 제 역할을 잘 소화해낸다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 시각에서 조용인이 상대하기 힘든, 저의 상성인 선수였던 거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재완이가 신경이 쓰이는데 같은 서포터 포지션으로 경기를 전하는 입장이 되니 지금 와서 경쟁상대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수 시절 상대했던 선수보다 지금 재완이가 더 신경 쓰여요. 진짜 얘는 선수 때도 나를 그렇게 이기더니 여기 와서도 날 괴롭히네 하는 장난 같은 느낌이죠. 그만큼 재완이는 자기 방식대로 경기를 전하는 재능이 있어요.

선수가 아닌 중계진으로 만났던 예전 동료나 코칭스태프를 보면 그것도 신기할 거 같습니다. 더불어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했으니 거쳐간 팀도 꽤 있는데, 그런 팀을 보면 또 각별할 거 같고요.
여러모로 신기한 경험이에요. 나진 시절 감독을 하셨던 박정석 프레딧 브리온 단장님을 만나면 정말 반갑더라고요. 그리고 '카인' 장누리 감독님이나 '쏭' 김상수 감독님 두 명을 봐도 예전 생각이 나요. 예전에 같이 협곡을 누리던 사람들이 다른 자리에서 활동하는 모습은 정말 벅찬 광경이거든요. 그리고 서머에 합류한 (정)민성이 형은 선수 시절 제대로 대화한 적이 없었는데, 같이 방송하면서 처음 대화해봤거든요. 세상에, 이렇게나 재미있는 사람인 줄 몰랐어요. 진작 알았다면 선수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을 거 같아요. 
팀 이야기를 하자면, 한화생명e스포츠는 ROX 타이거즈 시드권을 이어받은 팀이라 제 영광의 역사를 기억나게 하는 팀이고 서포터로 한국에 복귀한 팀인 리브 샌드박스 역시 팀 관계자들과 여전히 편하게 이야기를 할 정도로 친근해요. 나진의 시드를 이은 프레딧 브리온이나 킹존 드래곤 X에서 이어진 DRX도 마찬가지고요. 선수 생활을 오래한 만큼 다시 생각해보니 저도 많은 팀을 거쳤네요. 모든 팀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해 좋은 경기를 보였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많은 팀을 거치고 오래 선수 생활을 한 만큼 방송이 아니라 코칭스태프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을텐데, 지금의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은퇴를 하면서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빠르게 군대를 다녀오느냐, 아니면 내가 e스포츠에서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하고 군대를 가느냐에 대한 고민이 제일 많았어요. 제가 군대를 가면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정말 컸거든요. 어떤 선택을 해야 내가 사람들에게 더 기억될지 많은 고민을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코칭스태프도 생각을 해봤는데 숙소 생활을 또 해야 한다는 점이 저에게는 힘든 점으로 다가왔고, 팬들 앞에 오래 서있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생각에 방송쪽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서포터의 시각으로 게임을 읽어주는 것도 시청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드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어요. 결국 팬들을 오래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방송쪽으로 은퇴 후 진로를 정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잊혀질까 두렵다는 생각은 본인만이 하는 게 아닌 거 같습니다. 스타크래프트2 리그인 GSL와 동시에 와일드 리프트 리그인 WCK에서 활동하는 박진영 해설도 입대 전에 비슷한 고민을 나눈 적이 있거든요. 하지만 전역 후 더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거 같네요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진영이 형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한 거 같아요. 근데 진영이 형은 다녀와서 더 다양한 종목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잖아요. WCK 중계를 하면서 아무래도 제가 예전 진영이 형의 입장이니까 많이 물어봤어요. 그리고 진영이 형이 해준 답이 정말 마음에 닿더라고요. "나도 걱정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너를 쉽게 잊지 않는다. 너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열심히 살고 군대를 다녀오면, 다들 '고릴라가 누구야?' 하는 게 아니라 '고릴라가 벌써 전역했어?'라고 할 거야"라는 답이었죠. 그렇게 고민을 이야기하고 답을 얻으면서 저도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을 정한 거 같아요. 가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군 생활에서 저를 더 준비해서 돌아올 수 있다면 그 시간이 제게 헛된 시간이 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마지막이 될 거로 생각하는 이번 LCK 서머에서 최대한 많이 방송에 출연하려고 했고요. 다들 저보고 LCK 공무원 아니냐고 할 정도죠. 

ROX 타이거즈 시절 동료들 또한 다들 군대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인데, 다들 생각이 많을 듯 합니다
안그래도 5월에 송별회를 진행도 했고, 다들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어요. 누가 먼저 군대를 갈 지 이야기였는데 서행이가 가장 먼저 갔죠. 요즘에도 연락은 자주 해요. 서행이도 처음에는 걱정됐는데 차라리 군대에 먼저 간 만큼 먼저 끝날 거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두려워하지 않고 그 시간을 어떻게 제게 도움이 될 시간으로 유익하게 쓰고 싶었어요. 제가 가면 (김)종인이 형도, (송)경호도 따라 오겠죠. 빨리 갔다가 빨리 나와서 저 둘을 놀리고 싶다는 가벼운 생각도 합니다. 그런데 서행이가 놀리면 좀 화날 거 같긴 해요.
 


군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랜 선수 생활만큼 다양한 사람을 만났잖아요. 만약 군대를 갔을때 선임과 후임으로 만나고 싶거나 피하고 싶은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선임은 정말 어려운 선택인데요. 그래도 젠지 e스포츠 고동빈 감독님 같은 분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피하고 싶은 사람은 정말 많은데, 그 중에서도 절대 경호같은 선임은 안 만났으면 좋겠어요. 안그래도 저한테 이런저런 일을 많이 시키는데 거기에 선임이라니, 정말 상상만 해도 아찔해요. 후임으로는 말을 잘 듣는 '도브' 김재연 같은 사람이 오면 좋겠고, 반대로 '써밋' 박우태 같은 친구는 안 왔으면 좋겠어요. 우태가 진짜 말을 안 들어요. 그리고 간부로는 전용준 캐스터 같은 분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군대에 대해서도 잘 아시면서 정말 좋은 분이시거든요. 그리고 면회를 꼭 올 거 같은 사람은 윤수빈 캐스터. 평소에도 저를 못 놀려서 안달인데 군대에 가면 정말 매주 놀리러 면회올 거 같아요. 그리고 (유)수혁이는 정말 한 번은 제 면회를 와야해요. 리브 샌드박스 시절 제가 정말 잘 챙겨줬거든요.

혹시 '페이커' 이상혁이 후임이 온다면 어떨 거 같나요
그건 제가 아니라 서행이에게 물어보시는 게 더 재미있는 대답을 얻으실 수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아쉽게도 서행이는 이미 복무 중이니 그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겠죠.

올해 내로 입대를 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입대 시기에 대해 정해진 바가 있는지요. 갑작스럽게 입대 소식이 전해지면 오랫동안 지켜봐온 팬 분들이 많이 아쉬워하실 것 같습니다. 
아직 영장이 나오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건강이 악화되어 재검이 진행 중인 부분도 있고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언제 간다고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네요. 팬들도 이제 제가 곧 군대를 가야 할 시기라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걸 갑작스럽게 제가 이야기하면 그 분들도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황일 거 같아서, 미리 여유를 두고 입대 사실을 알리고, 저도 팬들도 차차 적응되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다 가는 군대고, 저도 건강하게 잘 다녀오겠습니다. 욕심이지만 팬 분들이 잊지 말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씀대로라면 아무래도 LCK 서머 결승이 마지막 무대가 될 거 같은데, 중계석에서 경기를 해설하고 싶은 욕심이 있을 듯 합니다
중계진은 (이)현우 형하고 (강)승현이 형 두 분이 해야 최고죠. 저는 제가 즐거운 자리인 분석데스크에서 제 입대 전 팬들 앞에 서고 싶어요. MSI 결승을 제가 해설했는데, 제게 큰 경험을 준 만큼 함부로 제가 설 곳이 아니라는 경험도 얻었어요. 그리고 분석 데스크에서 제 역할을 하면서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요. 그리고 마지막 순간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는다면... 어떤 기분일지 그때 가봐야 알 거같아요. 저도 궁금하네요. 웃을지 울지, 정말 어떤 기분일까요.

강범현 해설은 향후 진행자로서의 목표는 없으신지, 최근 빛을 본 방송 진행 능력 때문에 질문드립니다. 윤수빈, 혹은 이정현 아나운서가 선수 인터뷰를 위해 분석 데스크에서 무대로 이동하는 사이 누군가는 방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강범현 해설이 정말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걸 보고 가능성을 느꼈거든요
그건 쉽지 않은 도전일 거 같아요. 일단 제 옆에서 방송을 주도하는 전용준 캐스터나 성승헌 캐스터, 그리고 윤수빈 아나운서나 이정현 아나운서 모두 정말 진행을 잘하시는 분이거든요. 이분들을 보면 저는 그냥 겨우 흉내나 내는 수준이라고 생각되어요. 그래도 좋게 봐주시다니 감사합니다. 나중에 생각이 나면 연습은 한 번 해봐야겠어요. 하지만, 정말 힘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e스포츠 생활만큼, 긴 시간 응원해준 팬들에게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긴 시간 팬들이 전해준 마음과, 그리고 힘들때면 보내주셨던 손편지들을 읽어보며 기운을 내요. 이분들이 저를 응원해준 시간에 비하면 제가 비워야 하는 시간은 정말 얼마 되지 않고, 제가 열심히 LCK에서 활동한만큼 팬들도 저를 잊지 않을 거라고 믿거든요. 입대일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언젠지 모를 그 날까지 열심히 방송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고릴라' 강범현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리고 막바지로 접어드는 LCK 서머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 보내주시고, 웃는 모습으로 떠났다가 다시 웃으면서 만나고 싶습니다. 언제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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