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 4기의 정신을 보여준 젠지가 자신들이 염원하던 LCK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올해 스프링 시즌을 앞두고 젠지는 ‘룰러’ 박재혁을 제외한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과 코치진을 교체하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다시 드러냈다.
지난봄 T1에게 결승전에서 패배하며 우승의 꿈에 다다르지 못한 젠지는 서머 시즌 더욱 발전된 모습과 함께 정규 시즌을 1위로 장식했다. LSB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대결과 T1과의 결승전 대결에서도 모두 승리하며 본인들이 목표로 하던 LCK 우승에 성공했다.
젠지의 활약 뒤에는 ‘스코어’ 고동빈 감독과 ‘마파’ 원상연 코치, ‘무성’ 김무성 코치의 노력이 숨어있다. 특히 중국 IG에서 5년간 코치로 활동하며 리그 우승과 롤드컵 우승 경험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원상연 코치는 새로 감독 생활을 시작한 고동빈 감독을 옆에서 보좌하며 선수단의 분위기 또한 함께 책임졌다. 그는 좋은 성적의 경기 외적인 비결이 선수단과의 수평적 관계와 갈등 해소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젠지에 합류해 두 시즌 만에 리그 우승컵을 팀에 선물한 원상연 코치가 이제 다음 목표인 롤드컵 우승 트로피의 국내 반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원상연 코치와의 대화를 통해 젠지의 우승 과정과 앞으로 있을 국제 대회에서의 경쟁력을 들어보았다.
베테랑 코치와 신예 감독
2014년 12월 중국 LPL의 IG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원상연 코치는 5년간의 코치 생활 이후 군대 전역을 끝마친 뒤 젠지에 합류했다. 전역 후 자신에게 굳건한 믿음을 보여준 이지훈 단장과 아놀드 허 사장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제대 이후 이지훈 단장님께 가장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저를 믿어주신 부분이 감사했고 이에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젠지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실제로 제가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과 좋아하는 선수들이 모두 있었기 때문에 젠지행을 더 쉽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 생활 시절 한솥밥을 먹던 ‘스코어’ 고동빈과는 감독과 코치 관계로 다시 조우했다. 긴 시간 동안 코치로 활동하며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베테랑 코치와 감독직을 통해 코칭스태프 직책에 새로 입문하게 된 신예 감독의 만남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신예 감독과 한 팀을 꾸리는 것이 불편할 법도 하지만 원상연 코치는 고동빈 감독과의 호흡에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KT 시절 함께 바텀 라인에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서로를 깊게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고동빈 감독이 부임 후 첫 해이다 보니 제 역할이 더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선수 생활 때도 바텀 듀오를 하며 이 친구는 뭘 해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함께 감코진 생활을 하면서도 제 믿음보다 더 잘해줬습니다”
원상연 코치와 고동빈 감독은 선수단과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코치진과 선수단의 수직적인 구조에서는 선수들이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어필하기 어려운 반면, 수평적인 구조에서는 선수들이 어려움 없이 자신의 의사를 피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상연 코치는 선수단과의 수평적인 구조가 젠지의 팀 성적에도 큰 영향을 끼쳤음을 밝혔다.
“수직적인 구조에서는 선수들이 편하게 말하고 싶은 부분도 분명히 돌려서 말할 것이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말할 수 있다면 직설적일지라도 명확한 피드백이 되고 서로 요구하고 싶은 부분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쌓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통 방식이 성적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IG 코치 시절 원상연 코치는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혼자서 고민을 떠안기보다 선수단과 소통하며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분위기 형성을 위해서도 수평적인 관계는 그에게 있어 필수적이었다. 원상연 코치는 선수단과의 수평적인 관계 형성을 위한 노하우로 소통과 믿음을 꼽았다.
“스프링과 서머 시즌을 치르면서도 문제는 있었습니다. 연승을 하면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을 때도 분명히 문제는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수단과 함께 산책도 자주 가고 대화하는 시간도 많이 가졌습니다. 서로 (감정이) 쌓이다가 풀리는 단계가 반복됐고, 선수단의 속마음도 많이 들으면서 더욱 가까워지고 서로를 신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은 서머 시즌 결승전과 2라운드 T1전에서 잘 드러났다. 원상연 코치는 젠지 선수단이 T1 선수들을 만나면 더욱 흔들린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부담감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한 발 떨어져서 선수들을 격려했다.
“실제로 T1을 만났을 때 선수들의 경기력이 달랐습니다. 잘하고 과감하고 단단했지만 T1을 만나면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T1이라고 해서 제가 더 많은 주문을 하거나 더 특별한 코칭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럴 경우 선수들이 오히려 T1을 더 많이 의식하게 되고 이는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목표 달성 50%, 다음 목표는 롤드컵 우승
최근 MSI와 롤드컵에서는 LPL이 강세를 보이며 LCK는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원상연 코치는 LPL의 자유분방함과 과감함을 그 근거로 들며 젠지가 LPL과 LCK의 장점만을 흡수하며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LPL은 틀에 묶여 있지 않고 자유분방한 라인전과 교전을 보여줍니다. 이는 LPL의 과감성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LCK 팀들은 이러한 자유는 없지만 교과서적으로 단단하게 하기 때문에 빈틈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LPL의 국제 대회 성적이 좋기 때문에 배울 점은 있다고 봅니다. LCK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LPL의 장점을 가져오면 더 완벽해질 수 있기 때문에 두 리그의 스타일을 모두 저희의 스타일로 흡수하고 있습니다“
LCK 서머 우승 팀인 젠지는 동남아 PCS의 ‘CTBC 플라잉 오이스터’와 북미 LCS의 ‘100 씨브즈’와 함께 그룹 스테이지 D조에 편성됐다. 상대적 약팀들과의 대진이 성사돼 무난한 8강 진출이 예상되는 가운데, 원상연 코치 또한 그룹 스테이지 이후 실질적으로 강팀들과 맞붙게 되는 8강 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8강 이후부터는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모두가 강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강의 상대가 누구인지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강팀일수록 방심할 수 있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선수들에게 계속 상기시킬 예정입니다. 젠지의 경우에는 선수들이 워낙 베테랑이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가 가장 경계하고 있는 팀은 LPL의 TES다. 원상연 코치는 TES의 높은 고점으로 인한 변수를 걱정했다.
“평균치가 높은 팀보다는 고점이 까마득하게 높은 팀을 경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TES가 고점이 높은 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장 경계하고 있습니다. TES는 한 번 승기를 잡거나 흐름을 탔을 때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상대 넥서스를 철거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무섭습니다.
불리한 상황이 오지 않길 바라지만 만약 TES와 상대했을 때 불리한 상황이 발생된다면 젠지는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 DK전 5세트처럼 선수들이 끈끈함과 단단한 멘탈로 잘 극복할 것이라 믿습니다“
좋은 성적에 대한 자신감도 들어볼 수 있었다. 원상연 코치는 선수들의 기량을 전적으로 믿고 있었다.
“국제대회는 자신감과 경험이 중요합니다. 젠지에는 경험 많은 피넛과 룰러가 있다. 또 자신감 넘치는 도란과 쵸비, 리헨즈도 있기 때문에 경함과 자신감이 잘 융화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LCK 대표인 1번 시드로 롤드컵에 출전하게 됐습니다. 더 큰 무대가 남아 있기 때문에 리그 우승의 기쁨은 잠깐 미루겠습니다. 선수단과 함께 건강하게 우승컵 가지고 오겠습니다“는 출사표를 던지며 인터뷰를 마쳤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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