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기업들이 관심을 가진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기업을 알리고, 그 문화의 이미지와 함께하기를 원하는 것. 예전에는 PC방 규모로 열리던 대회가 이제는 서울 도심에서 연일 관중석이 가득 찬 가운데 열린다. 이제는 이를 후원하는 기업들의 면면도 정말 다양하고, 누구나 이름만 말하면 알만한 기업들이 대회와 팀을 후원하며 팬들에게 다가가려 한다.
이중 신한은행은 예전부터 e스포츠와 함께하던 기업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시절 대회를 후원했고, 지금도 역시 대회를 후원하는 중이다. 그리고 올해 여름 신한은행은 리그 오브 레전드는 물론 발로란트와 철권, 워크래프트3 종목을 운영하는 게임단인 DRX의 메인 스폰서가 됐다.
금융업계에 있어 게임단 후원은 처음이 아니다. LCK 내에서 이미 몇 개의 금융기업이 팀과 리그를 후원 중이다. 오히려 신한은행은 이들보다 한 템포 늦게 후원을 결정했다. 그렇다면 신한은행은 왜 이 시기에, 그리고 왜 DRX라는 팀을 후원하게 됐는지, 그리고 신한은행은 MZ세대 마케팅에 있어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후원을 결정했을까. DRX의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출전을 앞두고 신한은행을 만나 MZ 세대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신한은행 디지털 마케팅부의 최은철 셀장입니다. 최근 LCK 참가 게임단인 DRX과 스폰서십 마케팅을 총괄하며, 이를 통해 MZ세대인 20대와 30대 고객에 맞춰진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신한은행을 사용하는 고객을 늘리기 위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최근 은행계에서 e스포츠 게임단과의 스폰서십을 진행하는 가운데 신한은행과 DRX의 후원 역시 이뤄졌습니다. 신한은행이 DRX를 통해 같이 e스포츠 팬들에게 나선 이유가 궁금합니다
신한은행이 DRX를 후원하기 전부터 타 종목 리그 후원을 진행했고, 그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하며 신한은행이 e스포츠에 추가적인 후원의 의지가 있음을 알렸죠. 인터뷰 이후 복수의 게임단에서 후원 제안을 주었지만, 당시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 이를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그 후 검토와 준비를 이어가 올해 스폰서십 계획이 진행됐고, 전략적 투자까지 같이 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됐죠. 리그 오브 레전드가 e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었고, 시청자의 수도 PC방 점유율도 가장 높은 게임이라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습니다
후원 제안이 많았지만, 검토에 추가적인 시간을 가지며 어떤 부분을 살피셨는지도 관심이 갑니다
그동안 e스포츠의 투자 여건을 계속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후원을 결정하게 된 것은 이를 둘러싼 환경이 점점 좋아졌다는 결론을 내렸죠. 스포츠를 후원한다는 것은 큰 비용이 들고, 그만큼 후원에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지에 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종목으로 새로운 고객을 만나기 위해서는 첫 이미지가 중요하고, 그만큼 준비가 필요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준비 끝에 신한은행이 게임단 후원을 하며 어떤 효과를 얻을지에 관한 확실한 목표를 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투자의 시너지까지 생각했을 때 e스포츠 게임단 후원의 시기가 되었다는 확신을 했죠.
많은 게임단을 살펴봤는데 팬덤이 커 보였고, 팬들이 팀을 향한 애정이 각별해 보였습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팬들을 살펴봤는데, DRX의 팬들이 팬 로열티가 높다는 느낌을 받았죠. 후원할 팀을 찾는 기준으로 성장 가능성과 팬이 팀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선수단의 구성 세 가지를 정했습니다. DRX는 신한은행이 찾는 조건과 부합하는 팀이었습니다. '데프트' 김혁규와 '표식' 홍창현 같은 선수는 물론 철권과 워크래프트3, 그리고 발로란트에도 구심점이 될만한 '무릎' 배재민-'문' 장재호-'스택스' 김구택 같은 스타 플레이어가 있죠. 리그 오브 레전드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종목으로 확장하는 DRX의 행보 역시 팀의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팬들의 애정이 DRX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e스포츠 게임단 후원을 준비하면서 이에 대한 준비와 연구를 열심히 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주로 했던 세대는 아닙니다. 오히려 스타크래프트를 더 열심히 했죠. 그래서 LCK가 흥행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제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대로 보고 즐기며 제가 팬이 되어가는 과정 역시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고요.
그렇다면 준비 과정을 통해 DRX와 스폰서십으로 신한은행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에 관한 결론도 어느 정도 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는 것은 힘들겠거니와, 지금으로서는 크게 의미가 없을 거라고도 봅니다
저희도 당장의 숫자보다는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바탕을 만들어야 그다음도 생각할 수 있거든요. 지금은 신한은행이 팬들과 계속 소통하는 단계로 팬들이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신한은행은 이번 스폰서십을 통해서 제대로 된 e스포츠 마케팅이 어떤 것인지 알리고, 새로운 응원 문화를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DRX 팬에게 인정받고, 다른 팀 팬이 DRX팬들을 부러워했으면 좋겠고요. 내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신한은행이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DRX 팬과 함께하려 합니다. 그 시작이 올해 했었던 '뱅크 더비'라고 할 수 있고요.
e스포츠 마케팅이라고 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MZ세대를 노린 마케팅 전략이죠. 비단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은행 업계에서 다수의 기업이 e스포츠 마케팅을 이미 진행하고 있습니다. LCK에서 팀들이 경기로 대결하는 만큼 은행사들도 다양한 마케팅으로 MZ 세대와 함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거죠. 은행의 입장, 특히 신한은행의 입장에서 MZ세대 고객들은 어떤 의미나 가치와 함께 중요한지가 궁금합니다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젊은 세대에 어필하려 합니다. 특히 일부 분야에서는 고객의 '첫 선택'이 끝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더 적극적으로 젊은 세대를 향한 마케팅에 나서고, 그것이 지금의 MZ세대 마케팅이죠. 특히 한국 금융시장은 단순히 기존 은행뿐만 아니라 인터넷 전문은행, 핀테크, 빅 플랫폼, 빅테크 기업 등 경쟁자가 정말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은행끼리만 경쟁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금융 관련 사업을 할 수 있고, 신한은행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습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젊은 세대는 금융업에 대한 수요가 적은 편이고, 그만큼 기존 은행 영업점에 잘 오지 않습니다. 특히나 모바일 라이프에 특화되었기에 은행에 올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세대이지만 정말 중요한 고객층이라면 우리가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신한은행은 DRX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기 시작했지만, 당장 팬들이 신한은행을 선택할 거라고 예상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서로 바라는 것 없이 친해지는 시기고, 이러한 호감이 점점 커지면서 DRX나 e스포츠 팬들이 금융에 대한 필요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신한은행을 떠올렸으면 하는 게 저희 바람이죠.
'생애 금융 첫 거래'를 잡기 위한 은행들의 각축전이 정말 치열합니다. 급여 계좌나 자동이체 계좌, 혹은 신용카드 연결 계좌처럼 하나의 은행과 금융거래를 계속하게 되는 요인들이 있고, 이러한 거래의 첫걸음이 첫 계좌니까요. 그리고 첫 계좌를 노린 마케팅은 비용도 많이 들고 들어가는 수고도 크죠. 그렇다고 e스포츠 마케팅을 하면서 '신한은행을 쓰세요'라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것은 다른 마케팅 방법과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DRX와 스폰서십을 통해 e스포츠를 즐기는 팬 몇 명이 신한은행을 썼다는 것을 노리는 것 보다 커뮤니티에서 '내가 이래서 신한은행을 썼다'라는 반응을 보고 싶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소비하면서 더 좋은 혜택까지 누리는 게 가장 좋으니까요. 마케팅 결과보다 어떤 흐름으로 MZ세대와 함께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스포츠와 DRX를 응원하며 자연스럽게 신한은행을 보게 하는 흐름 말이죠.
그리고 과거에는 팀 후원에 있어 단기적인 계약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3년 정도의 계약이 주로 진행됩니다. 다른 후원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을 때도 단기간의 성과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목표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들인다는 의견이었는데, 신한은행도 이와 마찬가지의 시각인지 궁금합니다
단기 계약을 여러 번 이어가는 게 기업 입장에서 나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짧은 호흡으로 할 수 있는 마케팅과 긴 호흡으로 할 수 있는 마케팅은 달라요. 그리고 단기적인 숫자를 노리는 마케팅이 아니라 팬들과 같이 호흡하고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려면 1년으로는 부족해요.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하는 작업이거든요. 먼저 팬들이 어떻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야 신한은행도 정말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통해 의미 있는 마케팅을 할 수 있거든요. 시행착오도 분명 있을테고, 그것을 거치며 의미 있는 좋은 결과를 내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하고요. 지난 5개월 동안 짧은 시간이었지만 DRX 팬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계속 지켜보고, 게임단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내년부터 DRX와 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거고, 리그 오브 레전드뿐만 아니라 철권-워크래프트3-발로란트의 DRX 팬들과도 더욱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DRX와 스폰서십 체결식에 네 종목의 대표 선수들을 모두 모셨고, 이런 점에서 팬들이 좋아하셨던 것을 봤거든요. DRX의 '무릎' 배재민 선수를 통해 철권 팬들도 신한은행을 만나게 되는 거니까요. 저희도 배재민 선수를 통해 신한은행이 철권의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한은행이 DRX와 스폰서십 계약을 발표하며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보통 이러한 마케팅에서 MZ세대를 위한 액션임을 어필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신한은행은 MZ세대를 비롯해 모든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라는 문구를 내세웠던 점이 눈에 띄었는데, 이렇게 다르게 표현한 것도 이유가 있는 결정이라고 봅니다
e스포츠가 지금 MZ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보는 사람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그 오브 레전드를 비롯한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더 다양한 세대가 관심을 두고 좋은 성적까지 내면 더욱 인식이 바뀔 것이고요. 신한은행은 이러한 미래를 원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e스포츠가 특정 세대가 전유하는 일시적인 아이템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같이 향유하는 문화가 되는 것 말이죠. 그 과정을 신한은행이 함께 한다는 것을 모두가 봐주셨으면 합니다.
이러한 모든 마케팅의 목표는 결국 DRX와 e스포츠 팬들이 조금이라도 신한은행을 이용하게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e스포츠와 연계된 신한은행의 특화된 서비스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팬의 마음을 얻는다고 해도, 결국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것만의 장점이 있어야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LCK 서머 스플릿 시즌에는 DRX 경기가 있을 때마다 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고, 현재는 팬들의 응원과 연결해서 금융회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이 무엇이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한은행, 신한 쏠(SOL)을 사용하도록 하려고 합니다 . 아직은 신한은행이 DRX, 그리고 e스포츠 팬들과 친해지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벌써 신한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모바일 앱을 사용하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 이른 단계죠. 신한은행은 DRX 팬들이 경기를 보면서 응원하고, 이런 응원 과정에서 금융거래를 추가하면 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남은 2년 반 동안 신한은행과 DRX가 함께 진행할 이벤트가 기대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신한은행과 만날 DRX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제가 DRX 선수는 아니지만, 이들을 지켜보는 스폰서 기업으로 DRX 팬들이 선수들을 사랑하고 응원해주시는 모습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메인 스폰서인 신한은행에 많은 관심 주신 것 또한 감사드리며, 앞으로 DRX 팬들이 원하는 바를 잘 살펴서 게임단과 대화를 통해 모두가 즐거운 응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내년에는 DRX 팬을 위한 이벤트는 물론, 이와 연계된 금융 상품 서비스 등 여러분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준비 중이니 기대해주시고, 앞으로도 DRX를 열심히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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