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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LCK 팬 미팅 중단과 재개, 1주일의 시간

Talon 2024. 1. 24. 15:20

LCK에서 잠시 중단됐던 팬 미팅이 다시 재개된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진행 중단을 알리고 나서 약 2주 정도 후에 지난 일이다.
 

지난 12일 LCK는 시즌 개막 공지를 통해 롤파크에서 경기 후 진행되던 팬 미팅을 중단한다고 알렸다. 이유는 선수들과 팬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팬 미팅을 할 수 있을 공간의 부재였다. 또 하나의 이유는 한정된 공간과 시간 내에서 팬 미팅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 각 팀마다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대신 팬들과 접점을 늘릴 수 있는 다른 방식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를 접한 팬들은 반발했다. 그 어느 이유 하나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롤파크 이전에는 특별한 팬 미팅 공간이 없이 건물 로비나, 심지어 공개 공지에서 팬미팅을 진행했다. 쾌적함이라는 단어 자체를 떠올릴 수 없는 환경이었다. 용산 시절에는 경기장 앞이나 바깥 옥상, 심지어 시간이 늦으면 3층의 용산역 앞 통로에서 팬미팅을 진행했다. 상암에서는 그나마 1층 로비에서 진행했고, 서초에서는 1경기는 경기장 밖 공간, 2경기는 상황에 따라 스튜디오 안에서 진행됐다. 그 어느 곳이나 마음 편할 곳은 없었다. 롤 파크에서 진행되는 팬 미팅이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선수들이 모인 만큼 선수 하나하나가 개성 넘치는 콘텐츠였다. 굳이 누군가 나서서 개성을 찾을 필요도 없이 선수들의 자연스러운 모습만으로도 충분했다.
 

 


e스포츠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선수와 팬의 거리가 그 어느 콘텐츠보다도 가깝다는 것이다. 롤파크 개장 시기 LCK는 경기하는 선수와 팬의 물리적인 거리가 정말 가까운 경기장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팬들은 선수들의 세팅부터 경기 인터뷰까지 그 어느 종목보다 가까이 볼 수 있다. 티켓 가격은 올랐지만, 이 정도 거리에서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e스포츠는 매력적이다. 경기가 끝난 후 운이 따라준다면 (이조차도 예전에는 경기장에 와서 티켓만 있으면, 더 예전으로 간다면 티켓이 없어도) 선수들과 직접 만나서 사인과 선물 전달, 짧은 대화도 가능했다. 그리고 경기가 없는 날은 선수들의 개인 방송으로 소통할 수 있고, SNS로 평상시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e스포츠의 개성은 이런 것이다. 굳이 스폰서를 끌어들이고, 셀럽을 앉혀놓지 않아도 팬들은 선수들과 가까운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느끼고, 다른 문화 콘텐츠보다 굳이 스포츠와 LCK를 즐기는 것이다. 각 팀의 개성을 드러내는 팬 미팅이라는 것이 대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이를 원하는 사람들은 전혀 바라지 않던 일이었다. 개성은 형성되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팬 미팅의 대안이 실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단부터 알린 것도 팬들이 반발한 이유였다. 결국 LCK는 다시 팬미팅을 재개하기로 했다.

 

결국 이번 일은 1주일의 소동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 시간 동안 e스포츠라는 콘텐츠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해 LCK 고민을 다시 하게끔 만드는 시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롤파크라는 공간의 특성이다. 롤파크는 단순 방송 제작 스튜디오가 아닌 복합 문화 공간이다. 티켓을 예매하는 순간부터 경기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어느 것 하나 e스포츠의 독특함을 보이지 않는 순간이 없다. 이러한 모습을 접한 팬들은 자신도 롤파크에서 경기를 보고 팬 미팅을 하고 싶다어지고, 다시 하나의 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심지어 티켓이 없어도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롤파크 로비에 마련된 스크린으로 친구와 함께 경기를 본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롤파크라는 곳은 이런 곳이다. 표가 없더라도, 혹은 집에서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음에도 굳이 롤파크에 와서 경기를 보는 이유는 이 곳이 커뮤니티를 형성시키는 특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면 형성되는 것이 커뮤니티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하는 것이 이런 장소다. 이러한 커뮤니티 형성이 중요하기에 블리즈컨이나 파판14 팬페스티벌 같이 대형 게임사들은 이런 이벤트를 별도의 시간과 인력을 투자한다. 하지만 LCK는 이러한 순환 자체가 커뮤니티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오래 녹아있을 수 있는 이유로는, 위에서도 언급한 대로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와 거리가 가깝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렇게 형성된 커뮤니티는 LCK나 팀, 혹은 선수를 향한 팬덤을 더욱 강화시킨다. 이러한 순환이 계속되며 e스포츠와 LCK는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e스포츠를 후원하는 기업들도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계속 이를 지켜보고 있다. 다른 어떤 문화 콘텐츠보다 젊은 층에서 형성되는 팬덤의 규모와 구조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를 막은 것은 잘못이지만,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빠르게 팬미팅 중단을 철회한 것은 다행이고 잘 내린 결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e스포츠와 LCK를 좋아하는 팬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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