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대표하는 ‘전술가’ 이정효 감독과 김기동 감독의 첫 번째 맞대결은 이정효 감독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두 감독 모두 서로를 리스펙트 하며 전반과 후반의 경기 내용이 달랐음을 인정했고, 두 번째 맞대결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광주 FC는 2일 오후 2시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라운드에서 FC서울에 2-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광주는 승점 3점을 획득했고,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시즌 광주와 서울은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었다. 두 팀은 지난해 3월 5일, 2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쳤는데, 서울이 광주 원정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당시 광주가 전반을 주도하며 자신들의 색깔을 보여줬지만 안익수 감독이 후반전에 변화를 빠르게 가져가며 주도권을 되찾았고, 엄지성의 퇴장과 함께 수적 우위까지 점하면서 완승을 따낼 수 있었다.
서울은 내용이 조금 좋지 않았지만 ‘결과’를 챙겼고, 광주는 과정은 보여줬지만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이때 이정효 감독의 기자회견 발언이 논란이 됐다. 경기 후 이정효 감독은 “아쉬운 것보다는 솔직히 많이 분하다. 저렇게 축구하는 팀에 졌다는 것이 분하다”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후 서울 팬들은 분노했고, 임상협, 박동진 등 서울 선수들도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후 치열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첫 맞대결 이후 두 번의 경기에서는 1승씩을 나눠가졌다.
이번 시즌에는 새로운 구도다. K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김기동 감독이 서울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이정효 감독과 치열한 지략 싸움을 펼치게 됐다. 두 감독 모두 K리그 최고의 전술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기대감이 매우 높았다.
전반은 이정효 감독의 완승이었다. 이 감독은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를 통해 “상식 밖의 생각으로 서울을 상대하겠다”라고 선언했는데, 기존 플랜 A가 아닌 다른 전술로 서울을 상대했다. 가브리엘을 제외한 외국인 선수들을 모두 선발 명단에서 뺐고, ‘에이스’ 엄지성도 벤치에서 시작했다. 4-4-2 포메이션을 활용한 이정효 감독은 이희균과 이건희를 중심으로 날카로운 공격을 시도했고, 빠른 공수 전환을 무기로 서울을 공략했다.
반면, 서울은 광주의 조직적인 압박에 고전했다. 광주가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했고, 서울은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빌드업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여기에 광주는 상대의 공격을 끊어내면 빠른 공격 전환을 통해 찬스를 만들었고, 결국 이희균의 선제골까지 나왔다.
김기동 감독도 가만히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김신진과 조영욱을 빼고, 일류첸코와 김경민을 투입하며 좀 더 직선적이고, 다이렉트한 축구를 구사했다. 이후에는 임상협과 이태석까지 넣었다. 서울이 조금씩 흐름을 찾아갔지만, 여전히 주도권은 광주에 있었다. 이때 김기동 감독의 승부수는 린가드였다. 후반 31분 김경민을 대신해 린가드가 투입됐고, 김기동 감독은 팔로세비치를 측면에 배치해 공격의 흐름을 바꿨다.
긍정적이었다. 아직 100%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킥 감각은 살아있었고, 한 번의 슈팅과 두 번의 크로스로 찬스를 만들었다. 특히 후반 38분 일류첸코의 머리로 향한 크로스는 확실히 정교했고, 몇 차례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며 클래스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확실히 전반과 후반의 내용이 달랐다. 서울은 비록 후반 막판에 한 골을 더 허용했지만, 전술적인 변화와 교체 카드로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반면, 광주는 전반을 지배했지만, 후반에는 흐름을 내주며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일단 김기동 감독은 광주의 전반 경기력을 칭찬했다. 김 감독은 “전반에 광주가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 생각해서 다르게 빌드업을 했는데, 광주가 잘 대응했다. 조직적으로 대응하려고 했는데, 광주가 전반에 대응을 잘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후반전에는 해결책을 찾았다고 생각한다”라고 인정했다.
광주의 이정효 감독도 비슷한 평가였다. 전반은 광주가 지배했지만, 후반에는 서울이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였다. 이 감독은 “이겨서 다행이지만, 많이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전반전과 후반전의 경기 내용이 일관적이어야 하는데, 불안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많이 질책했다. 공격적으로 주문을 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매우 실망스럽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승자는 이정효의 광주였다. 그러나 후반에 보여준 김기동 감독의 대응은 충분히 인상적이었고, 두 명장의 지략대결은 치열했다.
- 출처 : 포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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