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토 달지마…축구는 감독놀음

Talon 2024. 3. 20. 00:20

전술가 박태하·이정효, 포항·광주 상승세 이끌어
전북은 페트레스쿠 단조로운 뻥축구에 11위 추락


축구는 감독 놀음이라는 말이 K리그1 초반 라운드부터 성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 광주FC가 감독의 전술 역량을 앞세워 선전하는 반면 매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는 전통의 강호 전북 현대는 11위까지 처지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포항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 시즌 2위에 올랐던 포항이지만 시즌 전까지만 해도 공수의 핵이었던 센터백 그랜트, 스트라이커 제카의 이적, 김기동 감독의 FC서울행으로 전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새 사령탑 박태하 감독이 조직력을 끌어올렸고, 3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2승 1패로 3위를 달리는 중이다.

박 감독은 앞서 2015년 3부리그 강등 위기에 처해 있던 옌벤 푸더(중국)의 2부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중국 여자 축구 대표팀 B팀 감독을 거쳐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을 지낸 박 감독은 기술연구그룹(TSG)에서 최신 축구 전술 흐름을 연구해 온 역량을 친정팀 포항에서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박 감독 부임 후 포항은 공을 가졌을 때 빠르게 패스로 전개하기보다는 상대방을 수비 지역까지 최대한 끌어들인 다음 전방으로의 롱볼을 통해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최신 축구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로베르토 데 제르비 브라이턴(잉글랜드) 감독,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무패 선두를 질주 중인 사비 알론소 레버쿠젠(독일) 감독의 축구를 연상케 한다.

경기 중 유연한 대처, 빠른 교체 타이밍으로 승부 흐름을 바꾸는 능력도 장점으로 꼽힌다. 박 감독은 17일 광주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들어 최전방 공격수 조르지를 빼고, 제공권이 좋은 이호재를 투입했다. 롱볼에 이은 세컨드볼을 노리겠다는 의도였는데, 부상에서 복귀해 이날 교체 투입된 정재희가 이호재가 헤더로 떨궈준 패스를 경기 막판 골로 연결하며 1-0,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날 패하긴 했지만 리그의 대표적인 전술가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의 초반 상승세도 무섭다. 이 감독은 K리그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들이는 빌드업의 원조다. 여기에 때에 따라 스토퍼 스타일의 센터백이 중원까지 올라가게 하고 박스 침투도 지시하는 등 포지션 파괴도 자주 선보인다. 좌우 풀백 중 한 명은 중원 수 싸움에 가담시키고, 다른 한 명은 한 칸 내려와 비대칭 백스리를 만들게 하는 등 최신 축구 흐름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경기 도중 다양한 전술 변화로 상대 팀을 힘들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팀의 중원 핵심 자원으로 떠오른 정호연은 구단 유튜브 인터뷰를 통해 경기를 주도하고 상대 팀이 광주의 전략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밝힌 바 있다. 광주는 2승 1패로 포항과 승점 동률이지만, 골 득실에 앞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전북은 단 페트레스쿠 사령탑 체제에서 프리시즌까지 소화하고 맞이한 첫 번째 시즌에서도 도약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기본적으로 4-4-2 포메이션에 공격수를 최대한 박스에 많이 투입하는 축구로 전임 최강희 감독 시절 ‘닥공(닥치고 공격)’을 재현할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김신욱(킷치SC) 같은 확실한 장신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단조로운 롱볼 축구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리그 2무 1패로 12개 팀 중 11위까지 처졌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등 공식전으로 범위 넓히면 최근 6경기째 무승(4무 2패)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북은 17일 김천 상무와의 원정 경기에서 졸전 끝에 0-1로 지며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원정 응원을 온 팬들은 “이게 전북 축구냐”며 분통을 터뜨렸고, 주장 김진수는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여준 것에 사과했다.

 

 

- 출처 :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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