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뽈터뷰] 이정효 ③ '맨시티 대 광주 친선경기 섭외 올 때까지 발전한다'

Talon 2024. 3. 30. 23:30

이정효 광주 FC 감독은 인터뷰 초반(①편)에 국내에는 참고할 만한 팀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해외팀의 영상을 전술 교육자료로 삼는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참고하는 팀은 맨체스터시티, 아스널,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이다. 이 감독은 이들의 축구를 참고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한국에 온다면 직접 광주 선수들을 이끌고 맞붙는 상상을 한다. 현실성은 얼마나 될까? 참고할만한 사실은, 광주 지휘봉을 잡은 뒤 이 감독이 말한 목표는 하나하나 현실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 내가 자켓을 집어던지는 이유


Q 내려선 팀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끝없는 고민을 밝히신 바 있는데요. 원래 광주 선수가 움직이면서 상대가 딸려 나오게 하고, 다른 광주 선수가 그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교란하고 무너뜨리는 경기를 많이 봐 왔습니다. 하지만 상대팀도 광주의 경기방식을 알고, 광주 선수들이 아무리 움직여도 안 딸려 나오면 그 지점부터 고민이 시작되시는 거죠?


A 그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서 매일 고심하고 있어요. 답은 나와 있어요. 근데 아주 미세한 차이로 구현이 되냐 안 되냐 그 차이인데 그 방법을 가르쳐주기 위해서 계속 고심하고 있는 거죠. 어떻게 한번 공간을 찾을지 그 방법은 있는데.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어떻게 구현하게 만들지가 제 숙제인 거죠.


Q 그 구현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경기에서 목도리와 상의를 집어던지시는 건가요?


A 그렇죠. 예를 들어서 안일한 모습을 봤을 때. 우리가 5골을 넣었건 7골을 넣었건 골을 더 넣으려고 해야 되는데. 안일하게 '이 정도면 됐다. 이제 공을 소유하자. 더 이상 어떻게 해야 되나'라는 태도를 보일 때. 근데 팬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5골을 넣었으면 팬들은 6, 7골을 바라요. 그게 경기장이 오는 이유니까. 저도 선수들이 성장을 하려면 더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대팀에 대한 배려? 당장 선수도 뛸지 못뛸지 걱정해야 하고, 저도 다음 경기 이긴다는 보장이 없어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프로 세계잖아요. 그런데 안일한 생각을 가지니까 막 제가 목도리를 집어던지고 자켓 던지는 것 같아요. 일관성 있게 광주만의 색깔 가지고 축구하면 돼요. 지고 있건 이기고 있건 비기고 있건 우리 팀은 찬스를 만들고 골을 넣기 위한 팀이기 때문에, 그게 안 보이면 화가 나는 것 같아요.


Q 화가 치밀어 오르시는군요. 최근 어록 중 또 화제가 됐던 게 '시간 남으면 골 넣어라'인데요, 이것도 많은 감독들과 다른 접근법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어지간히 남았는데 우리가 애매하게 앞서고 있으면 '지켜라, 나가지 마라'라고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K리그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요. 그런데 광주는 그러지 않는 거죠?


A 예를 들어서 저희가 1-0으로 이기고 있는데 추가 시간 10분 줬어요. 그러면 추가 시간 10분에 1-0로 이기는 팀하고 그다음에 1-0으로 지고 있는 팀하고 누가 더 유리할까요? 지키기 시작하면 더 유리해질까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똑같은 추가 시간 동안 양쪽이 동등한데, 그럼 골을 넣으면 되잖아요. 웅크리다 롱볼 맞고 져요. 포항전도 마찬가지였잖아요. 마지막에 롱볼 맞고 졌잖아요. 지킨다고 해서 골 안 먹는 법은 없기 때문에 차라리 그냥 골을 넣자는 거죠.


Q 이야기를 좀 바꿔서, 김기동 FC서울 감독에게 린가드를 한달만 빌려달라고 농담을 하셨다면서요?


A 그랬나? 맞아요. 제가 한 달만 저희 팀에 있다가 보내드린다고 말씀드렸어요. 어떤 유형의 선수인지 궁금하잖아요. 경력이 화려한 선수고 그 선수의 장점을 맨유(맨체스터유나이티드) 시절 봤기 때문에 '잘 지도해서 보내드릴게요' 했죠.


Q 통하는 감독들끼리 할 수 있는 농담 같기도 하고요.


A 김기동 감독님의 생각과 제 생각이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일단 팀이 먼저. 그리고 활동량이 많아야 되지 기동력이 떨어지면 싫어하는 스타일은 맞아요. 단체 경기기 때문에 축구는 조직이잖아요. 그래서 중시하죠.


Q 요즘 '안정환 친구'라는 키워드와 더불어서 선수시절 사진이 많이 발굴되는데,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굉장히 잘 생겨지셨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이젠 내 친구 정환이의 외모 등급을….


A 아니 아니에요. 예전 사진이 못 나온 것 같아요. 제가 잘생기진 않았어요. 그런데 그렇게까지 못생기진 않았었어요. 선수 사진을 어디서 못 생긴 것만 찾는 것 같아요. 잘생긴 사진도 많습니다. 정환이는 제가 따라갈 수가 없죠. 진짜 잘생겼어요.


Q 하지만 요즘 잘생겼다는 소리가 관중석에서 들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


A 그건요, K리그2 우승하고, K리그1 3위 하고, 올해 2승 1패 하니까 사람들이 좋게 얘기하는 거죠. 저 적 많아요. 제가 못하면 욕할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제발 성적 좀 떨어져라, 너 좀 욕 좀 하고 싶다,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하고 벼르는 사람 천지입니다 천지.


Q 지금은 콩깍지다?


그렇죠. 콩깍지. 그래서 제 스스로한테 항상 그래요. 이렇게 궁지로 내가 계속 몰잖아요. 배수의 진을 만들어 놓고 저 지금 발버둥치고 있어요.


▲ 나를 가장 애먹인 감독 3명


Q '삼체' 인터뷰입니다. 각 질문에 세 개로 답해주시면 됩니다. 첫 번째는 나를 가장 애먹인 상대 감독 3명.


A 김기동 감독님(서울), 그 다음에 홍명보 감독님(울산), 한 분을 더 뽑자면 안익수 감독님(현 안산 대표이사, 전 서울 감독). 그분들과의 경기를 복기하면서 적립이 되는 거죠. 저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겠죠.


▲ 대표팀에서 낭비된 선수 3명


Q 대표팀 전술 부재로 재능을 낭비한 게 아까운 선수 3명.


A 조규성, 김진수, 이강인. 조규성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님이 제대로 보내버렸죠. 그 선수가 가진 장점이 있거든요. 타겟형이에요. 상당히 위치 선정도 좋고 골을 넣을 수 있어요. 연계 플레이가 좋은 선수예요. 근데 혼자 고립되게 만들어놨죠. 주위에서 연계로 같이 시너지 효과가 나야 되는데 그 선수를 너무 고립시켰어요. 김진수 선수는 기용을 안 하고. 기용을 안 했으면 저는 왜 그런지 피드백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시안컵에서 탈락한 요르단전 영상을 보니까 김진수 선수가 라인 밖에 서서 선수들에게 막 지시를 하는데, 원래 선수가 그러면 안 되지만 이번엔 괜찮았어요. 지기 싫은데 동료들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을 어떻게든 준 거죠. 마지막은 이강인 선수. 대표팀 내에서 일이 일어나고 경기에서 졌으면 감독 능력이 없어서 진 거니까 책임지고 끝내야 하는데 왜 보호를 못하고 말이 새나가게 합니까.

▲ 대표팀에 가거나 비싸게 팔려갈 광주 선수 3명

 

Q 앞으로 더 떠서, 몸값이 오르든 정호연의 뒤를 이어 대표팀에 갈 수 있는 광주 선수 3명.

 

A 김경민, 김진호, 이희균. 김경민 선수가 솔직히 대표팀에 안 뽑히는 게 조금 의문입니다. 이번에 좀 기대했습니다. 발도 좋고 세이빙도 잘하고 인성적으로 상당히 좋고 리더십도 있어서요. 김진호 선수는 양쪽 풀백 다 보고 미드필더도 볼 수 있는 선수입니다. 당장은 아니고, 더 성장시켜야 되겠죠. 이희균 선수는 공격포인트 생산력이 좀 단점이지만 그걸 개선해 준다면 우리나라에는 약간 없는 유형입니다. 몸이 한창 좋았을 때의 남태희 선수 같아요. 윙포워드인데 안쪽 10번(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

 

▲ 선수들에게 클립을 많이 보여주는 3팀

 

Q 광주 선수들 참고용으로 클립을 딸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3팀.

 

A 맨시티, 아스널, 브라이턴.

 

Q 다 말씀하셨던 팀들이네요.

 

A 제가 농담으로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쿠팡플레이에서 좋은 해외팀을 섭외하잖아요. 나중에 우리가 그런 팀하고도 공개할 수 있지 않겠냐. 정체되지 말고 더 더 레벨업을 해서 나중에 그런 팀하고 한번 붙어보자. 그러려면 실력을 키워야 한다. K리그 올스타 대신 우리가 해외팀과 붙으면 너희도 좋고, 광주 시민들도 많이 찾아오실 거라고.

 

Q 예를 들어 '쿠팡 플레이 시리즈, 맨시티 대 광주' 같은 상황을 그리시는군요.

 

A 그럴 수도 있잖아요.요코하마하고 맨시티하고 했어요. 저희도 더 높은 곳을 위해서 계속 발전하고 성장하라는 의미에서 이야기했죠. 다만 일정을 맞춰줘야죠. K리그 일정을 무시하면 안 되고.

 

- 출처 :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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