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4월6일!] 야망을 무너뜨린 페이커의 창… 전설의 화려한 데뷔

Talon 2024. 4. 6. 12:00

[역사 속 오늘] 페이커 LCK 데뷔

"불사대마왕(The unkillable demon king) 'Faker'."

2013년 4월 6일. e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 '페이커' 이상혁이 LCK(롤 챔피언스 코리아) 1군 무대에 처음 등장했다.

2012년 말 '고전파'라는 미드라이너가 한국 리그오브레전드(LOL·롤) 솔로랭크 최상위권에 등장했다. 고전파는 LOL 시즌2 솔로랭크 레이팅 점수에서 2500을 상회하면서 최고 순위 1위를 기록, 최상위권 유저들과 LOL 프로씬 사이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현역 최고 미드라이너였던 '미드킹' 박용우나 '훈' 김남훈의 부계정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2013년 1월14일 고전파는 아프리카 TV(현 숲)에서 개인방송을 통해 실력과 인기를 모두 챙기던 중 "방송 화질이 좋아지면 다시 시작하겠다"는 글을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그로부터 약 2개월 후 그는 아프리카 BJ 러너가 개최한 '러너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고전파가 LOL 대회에 처음으로 모습을 공개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LCK 구단들은 게임 내외적으로 고전파에게 연락과 영입을 시도했다. 특히 당시 SK텔레콤(현 T1)은 고전파를 영입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심지어 입단 테스트에서 고전파와 맞라인전을 펼쳐야 했던 연습생들에게는 가산 점수를 부여할 정도였다.

 

김정균 T1 감독은 훗날 인터뷰에서 "다른 영입생들은 입단 테스트를 통해 선별했지만 고전파는 남달랐다. 수준이 매우 뛰어나 굳이 테스트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고전파는 SK텔레콤 T1 2팀에 최종 합류했고 임팩트-벵기-피글렛-푸만두와 함께 팀을 구성했다. 이후 고전파는 영어로 된 닉네임을 사용해야 하는 LCK 해외 송출 규정에 따라 'Faker'(페이커)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방심한 앰비션… 6분28초만에 발생한 페이커의 첫 킬

 
2013년 4월6일 페이커는 LCK 첫 무대를 치렀다. 상대는 LCK 초대 챔피언이자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던 CJ 블레이즈. 심지어 페이커가 상대해야 할 블레이즈 미드라이너는 '앰비션' 강찬용이었다. 앰비션은 당시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미드라이너로 평가 받았던 톱스타였다. 그럼에도 페이커를 포함한 SK텔레콤 T1 2팀 선수들은 전혀 긴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시작한 1세트. 페이커는 니달리를 선택했다. 당시 LOL의 탑라이너와 미드라이너는 지금과 달리 소환사 주문 '텔레포트'가 아닌 '점화'를 활용해 라인전을 극대화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라인전 승리는 곧 게임 승리로 이어질 만큼 라인전의 영향력이 높았다. 특히 지금처럼 불리한 상황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제압 골드' 등의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 니달리는 이러한 점에서 강력한 포킹, 암살, 대치구도, 유지력 등에서 강점을 지녀 미드 챔피언으로 사용됐다.

 

1세트 6분20초쯤. 카직스를 선택한 앰비션은 6렙을 달성하자마자 자신의 포탑 앞에서 스킬 진화를 시도했다. 평타 견제를 지속하던 페이커는 앰비션이 진화를 시도하자마자 창 투척, 급습, 점화, 숨통 끊기 등 모든 스킬을 쏟아부어 선취점을 달성했다. 신인 선수가 초절정으로 평가받던 앰비션을 홀로 따낸 것이다.

 

페이커는 미드 솔킬에 그치지 않고 바텀 라인 로밍으로 추가 킬을 적립했다. 괴물과 같은 성장력을 보인 그는 오브젝트, 한타 대치 구도 등에서 창 투척을 이용해 상대 체력의 70% 이상을 깎아내는 등 위협을 가했다. 비록 블레이즈가 럼블-자르반-카직스 등 한타 조합으로 저력을 발휘하면서 게임을 중후반까지 끌고 갔지만 결국 35분 40초 만에 SK텔레콤 T1 2팀의 승리로 게임이 끝났다.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둔 페이커는 관계자들로부터 엄청난 칭찬을 받기 시작했다. 앰비션을 잡아낸 것을 넘어 협곡 전 진영에서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페이커는 해당 스프링 시즌 토너먼트 4강에 진출했지만 MVP Ozone에게 패배하면서 3위에 그쳤다.

 
명장면 최대 피해자 '류또죽' 유상욱… 페이커의 첫 우승

 
2013년 8월31일 페이커를 정상 궤도로 끌어올린 명장면이 탄생했다. 페이커의 서머 시즌 결승에 진출했고 KT 불리츠 미드라이너 '류' 유상욱을 상대했다. 당시 LCK는 다전제에서 세트 스코어 2-2가 될 경우 5세트를 블라인드 밴픽으로 진행했다. 이에 상대팀이 어떤 챔피언을 사용하는지 알 수 없었고 상대 맞라이너와 같은 챔피언을 사용하는 '미러전'도 많았다.

페이커와 류 역시 이날 5세트에서 모두 '제드'를 선택했다. 5세트 32분01초 류는 팀이 패배 위기에 놓이자 블루 진영 억제기 포탑 앞에서 페이커를 잡으려 시도했다. 페이커는 한순간에 체력 70% 이상 잃고 죽을 위기에 처했다. 이때 페이커는 류의 궁극기를 아이템 '수은 장식띠'를 활용해 풀어냈고 완벽한 그림자 활용과 신들린 움직임을 보여주며 류를 잡아냈다.

 

페이커와 류의 일대일 장면은 LOL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혔다. 북미 해설진의 코멘트("Oh! Look at the cleanse. Look at the moves! Faker! What wat that!")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해당 장면 직후 중계 카메라로부터 류의 씁쓸한 표정이 공개되면서 팬들로 하여금 웃음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자아냈다. 이후 '류또죽'(류는 또 죽는다)이라는 밈(Meme·인터넷 유행 용어)이 탄생했다. KT불리츠를 상대로 승리한 페이커는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페이커는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약 12시즌 동안 전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로 군림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LCK 10회, LOL월드챔피언십(롤드컵) 4회,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 2회 등 전무후무한 우승 경력을 쌓았다. 그동안 수많은 미드라이너들이 페이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해외 해설진들로부터 '불사대마왕'으로 불리며 쓰러지지 않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페이커의 발자취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롤드컵 우승으로 또다시 클래스를 입증한 페이커는 이번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를 통해 'V11'(11회 우승)에 도전한다.

 

- 출처 : 머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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