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김택용의 망가진 키보드..'딜레마'에 빠진 스타2 리그

Talon 2013. 9. 10. 17:44

'기적의 혁명가' SK텔레콤 김택용(24)이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9년간의 선수생활을 돌아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군 입대를 준비하기 위함이라고 발표했지만 갑작스러운 은퇴발표에 e스포츠계와 팬들은 술렁이고 있다.


김택용의 은퇴를 단순하게 그저 스타플레이어 한 명의 은퇴로 바라본다면 큰 오산이다. 우리나이로 스물 다섯, e스포츠에서는 노장이지만 아직 창창한 나이에 리그 최고의 스타가 은퇴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달가울리 없다. 뿐만 아니라 프로리그 2012-2013시즌을 마치고 김택용 허영무 도재욱 김재훈등 소위 거물급 선수들의 연이어 은퇴는 리그 자체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9일 김택용의 은퇴를 발표했다. 김택용은 본인의 명성에 걸맞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 팀 리빌딩과 군 입대전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가족 그리고 SK스포츠단과 충분히 상의해 유니폼을 벗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지난 2005년 POS(MBC게임 히어로) 소속으로 입단해 파란만장하게 펼쳤던 e스포츠 인생에 첫 번째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프로리그 통산 성적은 통산 성적은 203승 98패 승률 67.5%. 스타크래프트1으로 거둔 승수는 192승. 자유의날개서는 2승, 군단의 심장에서 거둔 승수는 9승이다.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1-2012시즌은 9승 8패를 기록했다. 이영호 이제동 송병구에 이은 전체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e스포츠 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여려번의 슬럼프와 치명적인 부상을 극복한 사례를 남긴 그의 열정을 대번에 알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김택용은 왜 은퇴했을까다. 리그 변경으로 인한 실력의 하락이 물론 주된 이유지만 허영무 김재훈 도재욱의 은퇴에서 보았듯이 다른 외적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 축소가 절대적이었다.

▲ e스포츠의 헤게머니, LOL로 중심축을 옮기다

지난해 초 세계적으로 선풍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이 LOL 챔피언십 리그(이하 롤챔스) 인비테이셔널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LOL이 e스포츠에서 과연 스타크래프트 기반의 리그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던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는 재미가 있으면 성공이 담보된 게임과 달리 e스포츠는 보는 재미가 필수이기 때문에 과연 개인전이 아닌 5명이 호흡을 맞추는 단체전 LOL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다수의 전문가들이 제기 했을 정도다.

그러나 지금 국내 e스포츠 팬들의 첫 번째 관심사는 단언 LOL이다. '롤챔스' '롤드컵' 등 LOL 리그 뿐만 아니라 '매드라이프' 홍민기 '샤이' 박상면 '클라우드 템플러' 이현우 '빠른별' 정민성 '플레임' 이호종 '앰비션' 강찬용 '캡틴잭' 강형우 (이상 CJ) '프레이' 김종인 '와치' 조재걸(이상 나진) '페이커' 이상혁 '임팩트' 정언영(이상 SK텔레콤) '인섹' 최인석 '카카오' 이병권(이상 KT) '임프' 구승빈(삼성) 등 스타플레이어와 관련인물 조은나래 민주희의 일상이 화제고, 동경의 대상이 됐다.

반면 스타1 시절 설명이 따로 필요없을 정도로 e스포츠 산업의 '꽃'이었던 스타크래프트리그는 은퇴 소식 정도가 아니면 화제가 되기 힘들 정도가 됐다. 한 때 광안리 10만 관중 신화를 이루면서 명실상부하게 인기 프로 스포츠인 야구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종목이 맞나 싶을 정도다.

2007년 이후 김택용 송병구 이제동 이영호 등 소위 '택뱅리쌍'이 등장하면서 붐을 탔지만 스타2 출시를 앞두고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와 한국e스포츠협회 사이에 지적재산권과 방송권을 둘러싼 이권분쟁이 내리막길의 시작을 알리는 비극이 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게임트릭스가 발표한 지난 8월 종합게임순위를 살펴보면 LOL은 39.73%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전월 대비 사용시간이 5.2%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는 점유율 0.67%에 불과하다. 전달 대비 증감율도 -4.99%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왜 그럴까. 가장 큰 문제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적재산권이나 이권분쟁은 몰락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이정도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정타는 아니다. 데이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하는 사람이 없다는 자체가 큰 문제인 것이다.

혹자는 LOL은 무료게임이고, 스타2는 유료게임이어서 그렇다고 간단하게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내면을 조금 만 들여다보면 LOL을 자주 즐기는 유저 중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 판매가격인 4만 2000원 이하를 쓴 사용자를 찾기는 힘들다. 무료게임이지만 챔피언을 고정적으로 고른다든지, 게임 내에서 극도의 효율을 내기 위한 룬페이지 구성,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챔피언을 꾸미는 스킨 등 LOL에 돈을 사용할 요소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선수들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정책을 이해할 수 가 없다는 말을 한다. 프로모션 자체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의견을 말한다. 군단의 심장 출시 이후에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예를 들어 '자유의날개를 구매해야 하는데 그럴 정도로 메리트가 없다' '자유의 날개를 무료로 풀어야 하고, 먼저 자유의날개를 구매한 유저는 군단의 심장 판매 가격을 별도로 해야 한다' '아예 전면 무료화로 풀어서 유저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의견까지 블리자드가 스타2로 유저를 모으는 마케팅 자체를 하지 못한다고 쓴소리를 계속하고 있다.

▲ 소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상황?...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나

김택용은 은퇴 이유를 들여다 보면 리그 인기 하락도 한 몫을 한다. 김택용은 "프로리그 200승을 할 당시 팬 분이 5명 정도 와주셨던 걸로 기억이난다. 이해가 안되는 건 팬들이 적게 와주신 것 보다 왜 팬들이 오기 힘든 시간에 경기를 했냐는 점이다. 보기도 불편한 장소에서 시간 마저 열악했다. 더 많은 팬들과 함께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라고 200승 당시 기억을 회상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김택용의 200승은 지난 6월 4일 화요일에 이뤄졌다. 평일 오후 3시에 열리는 프로리그, 함성도 중계진의 열띤 해설도 들을 수 없는 경기장에 팬들이 올리 만무하다.

물론 한국e스포츠협회도 블리자드도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PC방 대회와 전국 대학리그 등 각종 아마추어 리그를 통해 스타크래프트2 리그의 저변확대와 인기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만도 못한 상황이다. 점차 점유율은 낮아지고 있고,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만 가고 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온라인방송상 수치. 현장 팬들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주요 인터넷 포털, 트위치, 곰TV 등 플랫폼으로 시청하는 팬들의 수치는 아직 고무적이라 일말이 희망이 남아있기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타2 마케팅 정책에 대해 다른 방법을 세워야 한다. 자유의날개 뿐만 아니라 군단의 심장까지 무료로 푼 다음에 3번째 시리즈인 공허의 유산에서 승부를 보든지, 새로운 과금체계를 구성해 유저들의 유입을 높여야 한다"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말대로 간판스타가 떠나고 팬들이 외면하는 리그와 게임의 자존심이 흔들거리는 상황인 점을 생각하면 보완이 시급한 시점이다.

만약 더 이상 리그가 축소되거나 평가절하당한다면 훗날 스타크래프트리그 관련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는 추억거리 정도로만 남을지도 모른다. 김택용 같은 대선수가 은퇴한 사실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그가 왜 은퇴했는지에 대해 조금만 더 들어가 본다면, 앞으로 제2의 김택용, 제3의 김택용을 기대한다면, 선수들과 팬들을 위한 리그와 게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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